안녕하세요.
23살의 건장한 남성 입니다.
그냥요.
길거리를 떠돌다 보면
추울때 찰떡처럼 붙어 참 따시게
알콩달콩 걸어다니는 커플들을 보면서
나도 저런때가 있었지 그런 기분이 들어서요.
오랜만에 옛생각에 젖어 키보드를 잡아봅니다.
왠지 길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길다구 너무뭐라하지 마세요 ㅜㅜ
그 점 유의하시고...
시간 없으신 분은 다음 기회에... 봐주세요ㅜ
그 당시 저는 초등학교 2학년. 9살이었습니다.
당시 배경은 1996년.
2학년 첫날 전까지만 해도.
전 여자애들을 시기하고 질투하는(?)
그런 학생이었습니다.
그림도 잘그리고 글씨도 잘쓰고
노래도, 피아노도........
여자애들은
운동 말고는 모두 잘하는 것 같았고
항상 어른들의 칭찬을 독차지했습니다.
그런점이 기분 나빴던 저는.
그나마 그 애들 보다 우월한 힘(?)으로.
그녀들을 괴롭혔던....
그런... 학생이었죠.
2-9반.
새로 배정된 이 교실 문을 여는 순간.
모든게 흑백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애만이 환하게 빛나고있었어요.
그래요. 아마... 전 첫눈에 반한거겠죠.
이 무슨 오타쿠 같은 설명이냐고 하실수도있지만.
오래전 기억이었고...
그 기억을 미화시키려고
제 뇌가 그렇게 저장을 시켰나봐요.
그렇게밖에 기억이 안나요ㅜ
2학년 첫날.
저희 반에서는.
남자 키번호와 여자 키번호 순으로.
짝을 정했습니다.
지금도 기억하는 남자줄과 여자줄 이렇게 2줄이 있었고,
저는 그 남자줄에서 13번째
그 애는 여자줄에서 12번째 였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그 애와 짝을 하고 싶었던 저는
무릎을 살짝 굽히며
앞에있는 아이와 자리를 바꿨죠.
아. 이제 잠시 후면 저 애와 짝이 될 수 있구나
라며 설레임으로 기다리고 있는데...
담임선생님이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그 애를 유심히 보십니다.
그러다
그 애와 뒷자리에 있는 애랑 키를 재보시더니
그 애를 뒤로 보내시는 겁니다.
아씨 짜증나.
라고 조그맣게 외치며
저는 아까 자리를 바꿨던 그 애 뒤로
다시 이동했습니다.
자기 키가 나보다 작다는게
기분이 나빴는지
그 녀석이
초등학생 특유의 고자질 어투로
서언~ 새앵~ 니임~ 이 거 보세요~
라며
정말 진상스러운 표정으로 외치기 시작했습니다.
그 소음 데시벨 이 참기 힘들어서였는지
선생님은 빠르게 출두 하셨고
저희는 키재기 정밀 검사 를 해야했습니다.
그런데
그 녀석이 갑자기
까치 발을 듭니다.
아뭐야
라며
저도 까치 발을 들었습니다.
그러자
그 녀석이
팔짝팔짝 뜁니다.
아씨
를 외치며
저도 팔짝팔짝 뜁니다.
내가 더커
아니야 내가 더커
라는
초등학교 저학년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이 싸움을
담임선생님의 꿀밤세례로 마치며
저는 그 애와 짝이 될 수 있었습니다.
마음속으로 아싸 를 외친 저는.
누구에게 배우지는않았지만. 아주 잘 지냈습니다.
전에는 볼수없는 다정한모습(?)으로....
하지만. 이것도 잠시....
1학년 때부터 쭈욱~~~
노는 문화를 선동(?)했던 저에게
커다란 시련이 왔습니다.
경찰놀이를
빙자한 여자애들을 괴롭히는 놀이.
이상하게도...
여자애들을 못괴롭혀서 안달나는
초등학교 저학년 남학생들의 이 놀이는.
당시 저희 나름의 사회적지위(?)를 지키는 놀이였습니다.
혹시라도..
이 놀이에 참여하지 않으면.
졸지에...
여자애들을 좋아하는.....
남자동지들의 불순분자(?)로 몰리게되어...
그 어린나이에...
사회적 지위가 바닥으로 내려앉는 아픔을 겪어야 했죠.
그렇습니다.
당시의 노는 문화를 선도하던 저는...
나름의 지위가 있었습니다.
땀 뻘뻘흘리며 여자 아이들을 잡아 오는 경찰들의 대빵.
감옥 앞에서 여자애들을 지키는 간수(?)였죠.
말이 간수라 그런데...
그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지위였습니다.
나름의 보안성과 신뢰성이 없으면
여간해서 얻을 수 없는 지위였죠.
흠흠.. 어쨋든!!
사건당일!
그날은....
하필.
운동장에 잘 나오지 않는 그애가.
그만...
우유 팩 재활용당번에 걸려서 나왔다가.
잡혀버린겁니다.
땀뻘뻘흘리는 남학생들 손에 잡혀...
끌려오는 그애가 너무나 안쓰러웠습니다.
하지만...
전 제 나름대로의 사회적지위를 자각하며
애써 못본척. 그 감옥(?)으로 그 애를 집어넣었습니다.
약 1분정도 지났을까... 그애가 내 옷깃을 잡으며 말합니다.
"나.. 풀어주면안돼?"
그렇습니다.
제가 최초로 여자로 인해 갈등을했던 순간이었죠.
사회적지위와 사랑 사이의 갈등은
어렸던 저로서는 너무나 힘든 순간이었습니다.
.....
그래요. 전 로맨틱한 남자 였습니다.
전 잡혀있던 모든 여자애들을 풀어주었죠
고맙다며 말하는 그 애를 보며
쿨한척(?). 아무것도 아닌척 하다가...
그 애들이 가고나서 히죽거렸습니다............ 흠흠.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드디어.
그 경찰들이 옵니다.
우루루 빠져나가는 여자애들을 발견했는지..
눈이 뒤집혀 오더군요.
마치 코뿔소가 오는 마냥.
땀을 뻘뻘흘리며.다가옵니다.
하...... 이렇게 끝나는건가.
라며 마지막 선고를 기다리던 제게
반짝이 전구 가 나타났습니다.
순간적으로
양 팔을 뒤로 돌린 뒤.
악소리가 날 정도로....
팔뚝 전체를 꼬집었습니다.
그 고통은........
정말....... 하..
결국 피가 났으니까. 꽤나 참은거죠.
그리고 피가 철철나는 팔뚝을 보여주며.
당당하게 외쳤습니다.
"아! 쟤네 단체로 꼬집고 도망갔어.
아 빨리잡아와. 짜증나."
그 들은.
"아 쪽팔리게 꼬집냐. 아오. 기다려"
라며 다시 우루루 달려갔습니다.
그래요. 저는. 그렇게
사랑(?)도. 명예(?)도 잃지 않았답니다.
어쨋든. 그 뒤로. 아주 무난하게 잘 지냈답니다.
다른 여자애들보다도 유난히 힘이 약한
그 애 가방을 들고 항상 같이 집에 가곤 했고.
뭐... 가끔 우유를 먹기 싫어할때는.
대신 먹어주기도 했죠. 네... 그냥 무난하게 지냈답니다.
그렇게 지내던 어느날.
저는 한 영어학원에 등록하게 되었답니다.
그런데 우연히 그 애도. 그 학원에 다니는겁니다.
아싸!!
집에가는 길에 팔짝 뒤며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습니다.
각각 다른반이었기에.
가끔 집에 가는 길에 얼굴을 마주치기만했죠.
그나마도!!!
학원입구에서. 항상 부모님이 태우러 오시기때문에.
거의 1분(?)도 못보는.... 그런상황.
휴.....
한숨 푹 쉬며 그냥 학교에서 보는 것만으로 만족해야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드디어. 메인 사건 당일입니다.
학원 수업이 끝나고.
보충교재를 받았습니다.
그 사이에 아이들은 우루루 빠져 나간지라...
학원 엘레베이터 앞에는 아무도 없었죠.
저 혼자 외롭고 쓸쓸한 발걸음으로
엘레베이터에 올랐습니다.
엘레베이터가 닫히려고 하는 시점에.
마치 영화처럼. 그 애가 나타났습니다.
"아.. 안녕?!"
"어! 안녕! 학원에서 보는거 오랜만이다!"
라는 한마디.
엘레베이터문은 7층이란 숫자를 가리키며
스르르 닫혔습니다.
생각해보면...
그 애를 안지 꽤 오래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밀폐된 공간(?)에서..
단 둘이 있던 적은. 단 한번도 없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서로가.. 조용했고...
어색한 침묵과..
이상하게 높아지는 심장박동소리만 듣고있었습니다.
엘레베이터 층계가 5층을 지나갈 무렵.
너무나 아쉬웠습니다.
이대로 1층으로 내려가서.
그애는 부모님께 가버리고.
나는 그냥. 안녕 이라며 손만 흔들어줘야한다는 사실이.
너무나 싫었습니다.
그 순간....
언젠가 운동장에서 경험했던
그 반짝이전구가
다시 한번 나타났습니다.
그 당시 TV 드라마를 보면 특유의 러브러브 레파토리들이있죠.
예를들어..
떨어진 서류를 주어주면서 러브러브 모드로 빠지 거나
흘린 커피를 닦아주며 러브러브 모드로 빠지거나..
하여튼 그런 여러가지 레파토리 중...
엘레베이터에 남녀 둘이 있다.
갑작스런 정전과 지진으로 엘레베이터에 진동이 일어난다.
몸이 흔들거리면서 그 둘은 껴안는다.
그 둘은 러브러브모드로 발전한다.
.
.
.
아 미쳤지. 미쳤어. 말도 안돼.
라며. 한번 도움을 줬던 그 반짝이 전구를 깨부시려했습니다.
하지만. 층수는 4층.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아........ 이거 말도안돼. 하면안돼.
라는 생각과는 달리.....
제 몸은......
시작했습니다.
마치 지진이 난냥.
" 어! 갑자기 왜이러지?"
라는 어색한 대사 와 함께.
오른쪽 벽에서 왼쪽 벽으로.
왼쪽 벽에서 오른쪽 벽으로.
우당탕탕 쿵쿵 탱탱 팅팅
푹푹 퍽퍽 픽픽 ㅁㄴ;ㅣㅇ람넝리;
별의별 생쇼 를 다하다가.
"어어어!!?"
라는 쓸데없는 애드립 비명 을 지르며
마치... 중심을 잃어버린양.
...... 그 애를 껴안았습니다.
....... 제 메모리는 그 순간 고장났나봅니다.
그 순간만큼은 하얗습니다.
멍했습니다.
그 애와 저는 아무 말도 없었고.
그렇게... 가만히 있었습니다....
엘레베이터가 2층에서 1층으로 내려갈 무렵...
정신이 든 저는....
후다닥 옆으로 빠져나가며.
"아. 갑자기 왜이렇게 흔들려."
라는. 지금 생각하면 한대 때려주고싶을정도로
쪽팔린 대사를 쳤습니다.
그 애는 아무말 없었습니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습니다..
음........음.........
아... 이제 1층이고. 곧 문이 열리려고 합니다.
"야야. 이거 부모님한테 말하지마."
....... 네. 이래서 저는 솔로인가봅니다.
이런 멋대가리 없는 말을 지껄인 저에게..
고맙게도. 그 애는 고개를 끄덕여 줬습니다.
휴......... 네 .. 그래요.
뭐 특별한 일은 없었습니다.
그냥 저희는 평소와 다름없이 지냈죠.
가끔. 제 사회적 지위를 지키기 위해
책상에 선을 그어 놓고
넘어오는 지우개를 자른다던지의
사소한 악행(?) 외에는......
정말 다정다감하게 잘 지냈습니다.
음.. 한가지 에피소드가 있다면..
공기를 좋아하는 그 애를 위해.
축구를 버리고 공기의 세계로 빠져들었고.
그 결과.
겨울방학이 되기 전.
공기
남자랭킹1위. 종합랭킹 3위
라는 쾌거(?)를 거뒀다는...?
시간이 지나...
저희는 3학년이 되었습니다.
서로 반이 갈려서인지.
이상하게도 하교 시간이 맞지 않았고.
그 때문에... 전처럼 같이 집에가지 못했습니다.
3학년이 되면서 학원을 끊어버린 그 애덕분에...
가끔.. 아주가끔. 복도에서 마주치기만 했죠.
그렇게 지냈습니다....
뭐... 제가 찾아가면 되긴 하지만.
"야 너 ㅇㅇ 좋아하지?"
라는 질책이 두려웠던 저는.
그냥... 다시. 남자(?)들의 세계에 사는 것에
매진하기 시작했습니다.
...... 그렇게 시간이 흘러...
만우절이 왔습니다..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1997년 4월 1일.
비가왔죠.
여느 만우절처럼.
사소한 거짓말로 웃고 떠들다가.
집에가는 길...
낯익은 키티 우산 이 보였습니다.
"ㅇㅇ야!!"
집에 가는 길은 좋았습니다.
오랜만에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두근거렸습니다.
반이 갈린지 약 2개월도 안되는 시간이었지만.
그 2개월이 서로에게 길게 느껴졌나봅니다.
운동장 감옥 사건
작년 선생님 이야기
가방을 들어줬던 이야기.
여러가지 추억이야기를 하며 걸었죠.
뭐...
서로 엘레베이터 이야기는 하지 않았습니다..
흠흠....
그렇게 걷다보니...
항상 헤어지던 그 곳에 다다랐습니다.
아쉬움이 느껴졌지만...
뭐. 어쩔수 있나요. 비도 오는데..
"잘가..!!"
라며 간만에 들어줬던 가방을 건네줬습니다.
"ㅁㅁ야!"
가방을 받은 그 애가 갑자기 저를 불렀습니다.
보통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
낯선 이 분위기가. 왠지 모르게.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습니다.
그냥 바라보고 있는 저에게 그 애가 말했습니다.
"나.. 너 좋아했었다?"
...... 좋아했었다...?
좋아한다두 아니구.. 좋아했었다.......?
지금도 좋아하는건가...?
아니면.. 그냥.. 좋아했었으니까.
말하는걸까?
아............. 뭘까 이 말은...
여러가지로 고민하던 제게.
땅을 바라보며. 그 애는 계속 말을 했습니다.
"너가 운동장감옥에서 풀어줬을때..
그냥 그때 착한애다 생각했는데..
집에갈 때마다 가방도 들어주고..."
"에이. 그건 너가 몸이 약하니까..."
"그래두... 여러가지루. 좋아했어."
........ 계속 거슬리는 좋아했어라는 말.
지금 내가 여기서
나 너 좋아해.
라는 말을 하면.. 안되는 걸까..?
라며 고민하던...
방년 10세의 나이였던
제가 선택한 대사는..
"야! 너 만우절이라 거짓말하는거지?
하하하하하하하하하"
라는.....
미친
지금 생각하면 욕나오는.
걍 한대 때려주고싶은.
대사였습니다.
ㅁㄴㅇㄻㄴㅇㅎㅇㅁㅀㅇㅀ
잠시의 침묵..
그냥 아무 말없이
빗소리만 들으며 집을 향해 걸었습니다..
차마 그 아이의 표정을 보지는 못했지만..
살짝 어색해하는 표정을 본 것 같은
기억은 뭘까요...?
"그래.. 만우절이잖아. 하하하. 나 갈께.."
라며...
그 애가 갔습니다.
"그.. 그래 안녕"
제대로 된 인삿말도 하지 못한 채,
그 애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습니다.
그렇게 보내고나서...
한 일주일은 고민했던것 같습니다.
어떻게할까............?
결국...
나도 좋아했었고.. 지금도 좋아한다고...
말하기로 결심했죠.
그리고는.
그 애의 반을 갔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렇게나 애타게 말하고 싶었는데..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 빗속에서 헤어진 그 날...
그 떠나보낸 뒷모습...
그게 그 애의 마지막 모습 이었습니다.
얼마 안지나서 그 애가 전학을 갔다고 하더라구요..
하하하.........
하..... 네....
그냥.. 이래서 제가 솔로인가봐요.
이 우물쭈물하는 성격탓에... 하하...
처음에는 그냥 엘레베이터 이야기만 쓰려고 했는데..
쓰다보니까 계속 주저리주저리 생각나서요..
휴.........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