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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크림빵

남복동 |2010.12.03 12:17
조회 84,727 |추천 450

해도해도 끝이 없는 어린시절의 불행했다고 생각되는 기억이

 

 지금은 왜 이렇게도 그립고 아쉽기만 한지 말입니다.

 

절대 나는 농사꾼의 아내는 되지 않을거라고 생각했고, 어린시절의

 

최대 목표가 그 지긋지긋했던 시골마을을 떠나서 도시로 떠는 게

 

꿈이었는데 말이죠.. 왜 자꾸 유년시절의 기억들이 스멀스멀

 

올라와서 다시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될까요?

 

사람 참 간사해요.. 그쵸? 그 순간이 소중했다는 것을 알려면

 

수십년의 시간을 거쳐야하다니..안타깝기도 합니다.

 

말대로, 전 아주 시골에서 자랐어요. 마을 전체가 농사로

 

삶을 연명하고 있었죠. 그래서인지 바쁜 농사철이 지나버리고

 

추운 겨울날이오면, 마을 사람들은 가까운 공사장에서 일용직

 

근로자로 일할 때도 있었고, 관광지에 있는 식당에서 일을

 

하시기도 했죠.  어머니와 아버지도 예외는 아니셨어요.

 

아버진, 젊었을 적에 목수로 일하신 경험이 있으셔서

 

송광사라는 곳에서 절을 짓는 일을 하시기도했죠.. 어머닌,

 

겨울철에 도라지를 많이 캐러 다니셨어요. 국민학교 5학년

 

말도 많고 철도 없었던 그 시절에, 손이 꽁꽁 얼것 같고 바람이

 

살점을 뜯어 갈 것 같은 그 추운 겨울이 왔을 때, 전 어머니께

 

왜 도라지 캐러 가지 않냐고 귀찮게 굴기도 했어요.

 

" 도라지 아저씨가 와야 캐러가제,"

 

어디 사시는 지는 모르지만, 겨울철마다 도라지밭을 밭떼기채로

 

사서 인부들을 끌어모아 도라지를 캐러 다니시는 아저씨가

 

계셨어요. 동네 사람들은 그 아저씨를 도라지 아저씨라 불렀죠.

 

드디어 어머니께서 일을 나가신답니다. 전 너무 좋았어요.

 

어머니가 돈을 벌어서 예쁜 옷을 사주고, 신발을 사줘서 좋은 게

 

아니고,  새참으로 나오는 크림빵과 초코우유를 먹을 수 있었기

 

때문이죠.  전 당연히 크림빵과 우유는 아이들이 먹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어머닌, 어스레한 새벽녘 동생과 내가 잠에서 깨기도 전에 일을

 

나가셨고, 사방이 어둑해져야 집에 돌아오셨어요.

 

어머니가 오실 때 쯤이면 저와 동생은 어머니를 애타게 기다렸죠

 

엄밀히 말하자면 어머니께서 가져오시는 빵과 우유를 기다린거죠

 

하지만 유독 그날은, 땅거미가 내려앉은지 오래도록 어머니께서

 

오시지 않으셨어요. 아버지도 집에 안 계셨고, 동생과 저는

 

저녁을 굶고 어머니를 기다리다 그렇게 잠들었어요.

 

얼마나 잤을까요. 부스럭대는 소리에 눈을 비비며 일어났습니다.

 

어머니셨어요.  전 어머니를 보자마자  크림빵 어딨냐고 물었어요

 

왜 이렇게 늦게 왔는지.. 무슨일 있었는지에 대한 궁금증과

 

걱정은 크림빵 하나에 모두 날아가버렸죠.

 

어머닌 몹시 피곤해 보이셨는데, 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크림빵 타령만 했어요. 

 

" 마루에 있응께 갖다가 묵어라."  그리고 어머니는 이불을 덮고

 

주무시는 듯 했어요. 

 

바람이 매섭게 불어서 방문이 덜컹거리던 그밤, 전 내복 차림으로

 

마루에 나가서 크림빵을 찾았어요. 동생이 일어나기전에

 

다 먹어버려야겠다는 욕심꾸러기 생각도 해요. 마루 구석에

 

흙먼지가 덩어리째 묻어 있는 가방이 보여요. 

 

춥다는 것도 까맣게 잊고, 발시려운 것도 잊은 채 가방을 뒤져

 

토끼가 절구질을 하고 있는 보름달 크림빵을 찾았냈습니다.

 

혹시라도 동생이 일어나서 뺏어 먹을까봐 그 추운 마루에 앉아서

 

쳐묵쳐묵했어요..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빵이었어요.

 

그렇게 배부른 채, 잠이 들었고  바람에 세수대야가 날아가는

 

소리에 잠에서 깼어요.

 

어라..그런데 어머닌 아직 일을 안 나가시고 누워계시네요?

 

밖은 아주 환하게 변했는데, 어머닌 아직 누워계시고..

 

오늘 일을 안 가시면 난 크림빵을 먹지 못하는데..라고 생각하니

 

괜히 심술이 났어요..

 

" 엄마~~ 빨리 인나서 일가야제.. "

 

아.. 왜 저때는...엄마 어디 아파? 이 말을 못했을까요...

 

제가 너무 어렸나봐요..철이 없었어요.. 가끔 들었던 철따위는

 

저 크림빵에 넣어서 모조리 먹어치웠던 거네요..

 

계속 끙끙 앓고 계시는 어머니를 크림빵 생각에 계속 흔들어

 

깨웠어요. 어머닌, 오늘 일 안 나가신다는 말씀만 하시고

 

계속 신음소리를 내셨죠.. 그때 앞집에 사시는 고모께서 오셨어요

 

" 아직도 이라고 있으믄 워쩐댜~ 빙원엘 다시 가야

 

안쓰것어? 발은 좀 갠잖한가?"

 

" 아이고 성님, 엊저녁에 발이 애래서 한숨도 못잤당게요."

 

" 애덜 아빠한틴 전화 했고?"

 

" 아이고.. 조까만 쉬불믄 금방 나을건디 뭐던다고 걱정시롭게

 

   전화까지 하것소. 내가 알아서 빙원도 가고 쉴랑께

 

   성님은 걱정하덜말고 가서 쉬싯쇼"

 

고모와 어머니의 대화를 구석에서 듣고 있던 저의 눈은

 

어느새 퉁퉁 부어오른 어머니의 발등에 꽂혀 있었어요.

 

어제 도라지를 캐다가 삼지창의 끝이 어머니의 발등을 꽂았대요.

 

도라지를 캘 때..힘있는 아저씬 삼지창으로 땅을 쑤셔서 도라지가

 

묻혀있는 곳을 쑤욱 파놓으면, 아주머니들이 도라지를 찾아서

 

캐는데, 삼지창을 가지고 일하시던 아저씨의 부주의로 어머니가

 

다치셨어요..그래서 어제 저녁에 그렇게 늦으신거고, 전 그것도

 

모르고 눈 뜨자마자 어머니께 빵을 달라고 한거였네요.

 

그래도 어머닌, 저의 철없음을 탓하지 않으시고 빨리 나아서

 

일하러 가면 꼭 가져다 주신다고 말씀하셨어요..

 

아 정말 철이 없었네요.. 그쵸?  너무 부끄럽고 기억하고 싶지

 

않은 모습이지만, 오늘 바람이 이렇게 많이 부는 날.. 왜

 

그날의 일이 자꾸 떠 오를까요.. 베란다 넘어로 보이는

 

깨끗한 도시의 거리에서 공공근로자로 일하시는 분들이

 

둘러 앉아 따뜻한 커피를 드시고 계세요.. 그래서 생각이

 

더 나나봐요.

 

도시에 살았던 분들은 잘 모르실 수도 있지만 시골에서

 

나고 자랐다면.. 이런 경험 한 번쯤 있을거라고 생각되요.

 

하지만, 부모님의 마음이란 건.. 도시에서든..시골에서든

 

똑같은거니까요..당신의 어깨에 늘 무거운 짐만 올려놓으시고는

 

자식들 앞에선 언제나 든든하게 서 계셨던 부모님을 생각하니

 

오늘도 후회를 하고 맙니다.. 전 두분다 돌아가셨지만..

 

지금 곁에 부모님이 아직 계시다면  오늘 집에 가는 길에

 

막 구운 붕어빵  한봉지 사다드리는 건 어떨까요..

 

우왕...생각만해도 부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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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pann.nate.com/talk/310084436 아버지의 자전거  ( 아버지도 생각해봐요^^ )

추천수450
반대수6
베플우와|2010.12.03 12:20
처음엔 길어서 읽을까 말까 했는데.. 읽기를 참 잘했네요. ㅜ.ㅜ 판이 바뀌고 글 다운 글을 못 봤는데 오늘 운이 좋았네요.
베플정말이지|2010.12.03 12:29
정말이지 판에서 이런 글을 보다니 아랫분말처럼 행운이네요 문장력도 좋으시고 점심먹고 쉬는 타임에 정말 좋고 예쁜글 보고갑니다. 정말 저녁엔 붕어빵 사들고 들어가야겠어요 뭐가 바쁘다고, 뭐가 그리 춥다고 손 주머니에 넣고 종종걸음으로 집에 오고갔던 제가 부끄러워지네요
베플ㅋㅁㄴㅋ|2010.12.06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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