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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에 "살려주세요"라는 말 듣고 밖으로 뛰어나갔다가 맞은 사연.

이민성 |2010.12.20 12:30
조회 10,561 |추천 17

어디 말하기도 부끄러운 이야기임.

근데 이제는 2년이란 시간도 지났고 그 날의 아픔도 다 잊었기에 여기에 글을 올릴거임~

사실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면 그냥 웃음이 나오기도 함.

 

그 당시 나는 영남대학교를 다니던 풋풋한 쉰내나는 대학생이었슴.

버스타는 게 싫어서 학교 앞에서 자취를 했슴.

 

 

 

 

 

 

 

 

때는 2008년 겨울 어느 날.

 

여러분들 그거 암???

북극곰과 인간은 겨울이 되면 동면시기에 들어가지 않음???

겨울은 나에게 있어 단지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는 잠의 계절일 뿐.

 

그 날도 나는 중앙도서관에서 빌려온  "노맵 헌터 2:2 고수 환영" 이란 제목의 책을 좀 읽다가 밤 12시가 되었기에 자려고 불을 끄고 누웠슴.

 

 

나님은 이상하게도 자려고 누으면 잠을 쉽게 못 잠.

보통은 30분에서 심하면 한 시간정도는 온갖 잡생각에 몰두하거덩.

 

누워서 얼마를 뒤척였을까...

 

 

 

 

갑자기 골목쪽에서 들릴 듯 말 듯한 여자 목소리가 들리는거임.

 

"살려주세요......."

 

 "????????????????? 뭥미???????"

 

 

 

사람같지 않은 목소리에 갑자기 소름이 확 돋았슴.

나님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워하는 게 바로 귀신임..

사람은 안 무서운데 귀신은 호환 마마보다도 더 무서워함.

가위에 눌린건가 하는 생각에 진짜 소름이 닭껍질만큼 쏟아올랐슴..

 

잘못 들었을거라고 생각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부들부들 떨면서 귀를 쫑긋 세우고 바깥 소리에 집중을 했슴. 나님이 사는 원룸은 술집과는 거리가 서울과 제주도만큼 떨어진 곳이기 때문에 평상시에 이런 소리를 들어 본 적이 한번도 없었거덩.

 

 

 

 

..............................

뭔가 웅얼웅얼 하는 듯한 소리가 몇 번 나는 듯 하더니만 다시 한번

 

"도와주세요........."

라는 죽어가는 듯한 여자 목소리가 들렸슴..

 

틀림없는 사람 목소리임.

 

 

 

바로 이불을 박차고 나와서 운동복을 대충 걸쳤슴.

 

내가 사는 방은 원룸 2층이고 1층은 주인집임.

급하게 계단을 뛰어내려가서 원룸 밖으로 뛰쳐 나갔슴. 원룸으로 들어오는 좁은 골목길이 하나 있는데 어두워서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앞에 보니 사람 모습들이 보이는 거임.

 

 

 

 

쭈그리고 앉아서 울고 있는 여자 한 명과 여자 옆에 서있는 남자 둘을 보는 순간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슴.

 

 

 

 

 

 

 

나 야맹증 있는 도시 남자임...밤에는 잘 보지를 못함.

친구들하고 밤길 걸으면 며칠에 한번은 어디 걸려서 넘어짐;;;

거기에다 저 쪽은 남자가 한 명도 아니고 두 명이나 있슴.

이게 무슨 철권 태그 매치도 아니고....아...

 

 

 

아무도 없는 밤길에 눈에 뵈는거 하나 없는 상황에서 남자 둘과 2:1로 붙어야 할 상황임.

주먹이 안 보이는데 어떻게 싸울 수가 있겠슴;;;

진짜 무서웠슴...

 

 

'한많은 이민성 27살 인생....드디어 길거리에서 객사로 끝나는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지난 27년간 살았던 변태같은 삶들이 주마등처럼 흘러갔슴.

 

 

 

아!!..

내 야동;;;;

 

내 컴퓨터 windows system32폴더에 감춰둔 미처 지우지 못했던 수십기가의 엄선된 야동들이 갑자기 생각이 났슴.

 

내가 여기서 운명을 달리하면 우리 아버지 내가 컴퓨터에 다운 받아놓은 야동을 보게 될건데...

마지막 가는 길에 효도하고 가는구나 라는 생각에 절로 웃음이 났슴.

 

 

 

 

 

바로 온몸으로 뛰어들면서 여자와 남자 둘 사이를 가로 막았슴.

 

"이 색히들 뭐야!!! 니 놈들 오늘 다 죽었어!!!"

 

나님, 지금까지 살면서 어느 누구를 만나더라도 초면에 절대 반말한 적 없음.

하지만 지금은 위기 상황!!!

기선 제압을 하기 위해서는 반말에 목소리라도 커야함!

이미 심장은 가스렌지에 올려놓은 오징어마냥 오글오글 오그라들었슴. ㅠㅠ

 

 

만약 남자가

"이 색히 너는 뭐야?!!!"

라고 말했다면 바로 바지에 오줌 지리고 미친놈처럼 행동했을거임.

그래야지 덜 맞을거 아님...ㅋㅋㅋㅋ

 

 

 

근데 나의 기선제압이 통했는가 봄...

 

 

 

"아, 그게 아니고요...지금 오해하신 거에요."

둘중에 한 놈이 기어가는 듯한 목소리로 변명같지도 않은 변명을 함.

 

남자둘이 서 있고 앞에 여자가 쭈그리고 앉아서 흐느끼면서 도와달라고 살려달라고 하는데 이미 볼장 다 본거 아님!!

 

이색히들 확실히 나한테 쫄았다고 생각했슴.

 

 

 

"헛소리하지 말고 톡되면 신상공개 당할 걱정이나 하시지!!!!"

 

나의 가공할 신상공개라는 위협에 그 자식들은 톡 유저들에게 쫄았는지 잠시만 흥분 가라앉히시고 이야기 좀 들어달라고 하는거임. 나님은 전생에 태어났다면 간디님 신발이라도 닦았을 유저임.

비폭력 무저항, 싸울 때 먼저 우는 놈이 이긴다는 신념으로 하루하루를 살고 있슴.

그래서 당연히 남자들에게 이야기 할 시간을 줬슴.;;

 

 

 

남자 둘이서 손짓 발짓 다해가며 그제서야 제대로 된 이야기를 해줌.

 

저 여자는 내 여자친구고 이 남자는 내 친구고, 여자친구랑 사이가 좀 틀어져서(나중에 알게된 바에 의하면 남자가 바람을 핀거임) 그거 풀어주려고 자기 친구가 자기랑 여자친구 불러서 같이 술먹였는데 여자친구 술취해서 폭주를 했다는 거임.

그 상태로 여자친구가 차 몰고 집에 가려하기에 차 키 빼앗아 버리니까 도와달라고 살려달라고 혼자서 울부짓는거라고 함;;;;;

 

뭔가 어이없는 설명이여서 고개 숙이고 여자분에게 저 말 사실이냐고 물어보는데...

 

 

아.....그제서야 올라오는 술냄새....

 

여자가 완전 술떡이 된 거임;;;;

헐... 훌쩍훌쩍하면서 계속 도와달라고 말하는데 뭔 술을 마셨는지 입을 열 때마다 술냄새에 머리가 아찔아찔해지는 거임;;;; 나는 술을 전혀 못 먹음. 술 냄새만 맡아도 멀미함...

 

아....이 놈들 말이 사실인 듯 보임.

혹시나 확인차 차키 보여달라고 하니까 바로 호주머니에서 차키 빼서 보여주는 거임.

 

조그만 귀여운 캐릭이 차키에 달려있는거 보니 확실히 여자분 차키가 맞았슴.

 

 

 

헐.........

 

어이가 없었슴. 무안함. 글고 이 남자 자세히 보니까 내 방 바로 맞은 편 방에 사는 남자임.

내가 201호고 이 남자가 205호인데 방 구조가 서로 마주보게 되어있어서 여름에 팬티만 입고 문 열어놓고 있다가 서로 몇 번 팬티 보면서 얼굴 붉어진 기억이 남....

 

맞음... 내가 뻘짓한거임;;;;;

 

암튼 그래서 잘 알아서 해결하시라고 말하고 돌아오려는데 이 남자 나에게 좀 도와달라고 함;;;

둘이서 저 여자를 제어하질 못 하겠다면서. 내 도움이 필요하다는데.....아....제길..

 

 

그 때 그 남자들 무시하고 그냥 방으로 돌아왔어야 했슴.

무슨 좋은 일이 있을거라고 알겠다고 도와주겠다고 했으니....내 무덤 내가 판거임;;

 

 

 

 

나는 주절주절 열매 복용자임. 항상 주절주절 수다수다로 하루하루 삶을 연명함. 예전에 본부장님이 말씀하시길 니놈은 물에 빠지면 입만 동동 뜰거라고 했슴. 근데 친한 진영주식회사 사장님이 그 말 듣더니 아니라고, 이 녀석은 물에 빠져도 물고기랑 이야기해야 하기 때문에 입만 가라앉을거라고 하신 적도 있슴;;;

자랑은 아님;;;;

 

 

암튼 평소 달변가라 불리우는 나의 입담으로 그 여자분에게 골목에 있으니 너무 춥다면서 저 생각해서라도 방에 들어가서 이야기하자고 꼬시고, 이쁜 얼굴에 우니까 더 귀여운데요 라는 등의 시답지 않은 농담스킬을 구사했지만...동면중인 북금곰과 이야기하는게 말이 잘 통할거임.;;;

씨알도 안 먹힘...하하하;;;;

 

 

 

 

계속 차키 달라고 울부짓던 이 여자분...

골목길 앞에 새시대마트라고 조그만 슈퍼가 하나 있는데 결국 거기로 흐느적흐느적 걸어가더니만 갑자기 빈 유리병을 집어 듦.

그리고 우리에게 병을 던지는 거임;;;;

딴딴한 유리병에 잘못 맞으면 골로 감;;;

 

병 날아오는거 보고 맞을까봐 겁나서 급하게 여자분에게 뛰어갔슴.

손목 잡고 못 던지게 막았더니만 여자분이 잠시만 혼자 있게 시간을 달라고 하는거임;;;;잡고 있지도 못 하겠고 어쩔 수 없이 손 놔주고 겁나서 여자분 바로 옆에 서 있었는데 그때부터 병을 들어서 벽에 던져서 깨기 시작함;;;;; 헐....

 

 

 

이런 여자 첨 봤슴.....

진심으로 남자친구가 열라 불쌍하다고 느껴졌슴.

아...이 여자 남자친구랑 그 놈 친구는 이미 도망갈 준비를 하고 그 여자와 거리를 적어도 10미터 이상은 유지한채로 모든걸 나에게 맡긴 듯해 보였슴.

이 의지불량 자아도퇴 의존성향이 짙은 아해들 같으니라구!!!

 

병 마구 던져서 깨는거 보니 이 슈퍼 운영하시는 이쁘장한 이모가 내일 아침에 여기 청소할게 걱정이 됨.

결국 여자분에게 가서 유리병 빼았으려 했슴.

 

병 빼앗고 "이게 뭐하는 짓이냐." 고 말하는 순간.....드디어 터졌슴.

맞음...터진거임....

 

  

 

그 여자분 하이힐 신은 발로 앞차기 하듯이? 아래서 걷어찼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암튼 나를 걷어 찼음.

근데 하이힐 뾰족한 부분 있지 않슴???

그게 정확히 나의 거기를 찍어버린거임.....

청바지면 상황이 나았겠지만 당시에 나는 싸우기 편한 헐렁한 운동복 차림이었음....;;; 아...

아무런 방어장비 없이 그냥 직격으로 맞은거임;;; 

 

 

 

 

 

아..................................................................

 

 

 

 

  

그 순간 나는 기적을 목격했슴.

캄캄한 밤에는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야맹증을 가진 나인데, 공양미 300백석에 눈뜬 심봉사마냥  단지 킥 한방으로 그 어두운 골목길을 밝고 하얀 순백의 색깔로 볼 수 있었슴!!!

 

오~!! 신이시여~~~~!!! 정녕 저에게 밝음을 주시나이까.....

 

 

탄식 한번 내뱉은 후에 난 그대로 고꾸라지며 아스팔트 길 위에 쓰러졌슴.

 

 

 

 

그 때의 그 고통과 공포감이란...............

평생 후손을 잇지 못할거라는 쓰나미같은 눈물과 나보다 먼저 가신 조상님들이 떠오름.

아련한 기억속 인자하신 조상님의 목소리가 메아리가 되어 내 머릿속에 울려퍼졌슴.

 

 

"고자고자고자고자고자............................"

 

경주이씨 오촌공 익제공파가 36대손에서 드디어 그 대가 끊어졌슴.

 

 

 

나보다 덩치 작은 녀석과 여자는 건드리면 안된다고 평생 마음먹고 살아왔던 삶인데도 불구하고 그 순간은 진심으로 살인충동이 일어났슴.

부끄러운 것도 모르겠고 숨도 못 쉬고 드러누워서 거시기 잡고 헉헉 거리니 그제서야 남자 둘이 뛰어와서 괜찮냐고 물어보며 그 여자 다시 붙듬...

 

 

 

 

아....흠.. 맞아...생각해보면 벌써 2년도 더 지난 일이니까 부끄러울 일도 없잖아. 그치??

그래...솔직하게 말할께...

 

형아 울었다....

눈물이 멈추지 않더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억지로 부축 받아서 일어나는데 온 몸이 후들후들 떨림...

이건 추워서 떨리는게 아님...

 

 

 

암튼 술먹고 완전히 맛이 간 그 여자는 결국 그 남자집으로 끌려 들어가고

그 남자랑 친구는 계속 나에게 미안하다고 미안하다고 하는데....

대답할 힘도 없었고 그냥 방으로 돌아왔슴.

 

 

 

 

 

 

 

 

 

'아.... 내가 고자라니.........'

이불 뒤집어 쓰고 울다가 눈 뜨니 다음날 오후였슴.

 

아........이걸로 끝임.

 

 

 

 

 

좋은 일 한번 하려다가 그냥 이렇게 인생 종쳤슴.

 

 

 

 

톡 여러분들은 술 드시면 제발 기분좋게 취하셨으면 합니다. ^^

 

그리고 여자분들.

혹시라도 밤길에 치한 만나면 그냥 거시기를 발로 까버리세요.

직접 당해본 제가 보증합니다.

 

효과 100000%입니다!!!

추천수17
반대수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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