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간 신문 배달이란게 새벽 어둠을 배경 삼아 하는 일인지라 그 풍경 속에 담겨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게 된다. 그 중 한 가지가 노상취침이다. 매년 무더운 여름에서 제법 찬바람이 불기 전 까지가 그때인데 술에 취한 채 길에서 잠을 자는 사람들의 모습은 언제나 당혹스럽고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게 한다. 그 중에 기억에 남는 경험을 떠올려 보자면 작년에 있었던 일이 생각난다..
#1. 그 남자
빌라 4층에 신문을 넣기 위해 현관문을 지나 막 계단을 오르려는데 술에 취해 계단에 길게 누워 자는 50대 쯤의 한 남자를 보게 되었다.
"아저씨! 죄송하지만 좀 비켜 주세요!"
나는 몇 번 인가 그 남자를 흔들어 깨우자 그제서야
"으..응..."
하며 힘겹게 몸을 일으켜 세웠다.
4층에서 내려오자 그 남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빌라 현관을 나와 길가에 세워 둔 바이크에 다가서려 할 때 '헉!!..' 바이크 앞 길가에 조금 전 그 남자가 모로 길게 누워 있는 것이 아닌가.. '황당...' -.-;;; 보기에도 위험할 듯 싶어 다가가 다시 깨우려 하자 길 옆 부동산 어르신께서 손을 설래설래 흔드시며 말리셨다.
"젊은이, 그냥 둬! 저 양반 저렇게 신발 벗은 채로 잠들면 아무리 깨워도 소용없어!"
그리고 보니 그 남자는 조금 전 계단에서와는 달리 신발을 아예 벗어둔 채 누워 잠들어 있었다.(그 폼은 마치 역 내 대합실등에서나 볼 수 있는 취침자세가 아닌가..)
"그래도 깨워야 하지 않을까요? 위험하기도 하고 건강에도 좋지 않을 텐데요.."
"글쎄, 내버려두라니까! 지난번에도 한 번 깨웠다가 어찌나 성질을 부리던지. 쯧.쯧.쯧.. 어여 가봐! 내가 신고할테니까."
하시며 어르신께서는 나를 향해 손짓을 하셨다.
하는 수 없이 나는 그 곳을 지나쳐 배달을 계속해 나갔다. 얼마 후 멀리서 그 곳을 바라보자니 경찰 두 사람이 아저씨를 깨워 일으키는 모습이 보였다. 어르신께서 신고를 하신 모양이었다. 그 광경을 보고 있자니 괜스레 쓴 웃음이 나왔다.
나에게 있어 어두컴컴한 계단에 길게 누워 자는 그 남자의 모습은 당황스러움이었고, 깨워 일으키니 다시 길 바닥에 자고 있는 모습은 황당함 그 자체였으며, 별다른 사고가 없었던 점은 그나마 그 남자에게 있어 다행스러움이었을 것이다.. -.-
#2. 그 여자
신문 배송이 늦어져 배달이 바빴던 어느 날. 정신없이 골목을 뛰어다니다 길 옆에 세워진 자동차 뒤에서 누워 자고 있는 한 여자를 보게 되었다. 바빠서 그냥 지나칠까 하다가 혹시나 무슨 사고는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어 다가가보니 술에 취한 듯 코까지 골며 자고 있는 40대 중반 쯤으로 보이는 여자였다. 그동안 노상취침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지만 여자는 처음이었다. 그것도 위험하게 자동차 뒤에서 자다니..
"아줌마!.. 아줌마!!.."
하고 몇 번을 불러 보았지만 깊이 잠든 듯 전혀 미동이 없었다. 귀찮기도 해서 그냥 갈까 하다가 그래도.. 하는 생각에 휴대전화를 꺼내 가까운 치안센터에 전화를 걸어 사정을 설명했다. 때 마침 그 곳을 지나시던 한 할머니께서 궁금하신 듯 물으시길래
"..술에 많이 취한 것 같은데요.."
라고 말씀드리자
"에이그.. 뭐하는 짓이여, 벌건 대낮에.. 집도 없남?..."
하시며 혀를 끌끌 차셨다.
금방 올 것 처럼 대답하던 경찰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할머니께서는 늦어진 배달 때문에 초조해 하는 나를 보시더니
" 바쁜 것 같은디 어여 가봐! 내가 여기서 지키고 있을탱께.."
하셔서 안심하고 배달을 계속할 수 있었다.
시간이 조금 지난 후 경찰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00씨세요? 아까 신고 하셨죠?. 얘기하신 현장에 와보니 아무도 없는데요?.."
보다 못한 할머니께서 그 여자를 깨워서 보내신 걸까?.. 나는 경찰에게 함께 있던 할머니 얘기도 꺼내며 몇 마디를 더 주고 받고는 전화를 끊었다.
배달을 모두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아까 그 할머니와 골목에서 마주치게 되었다.
"할머니. 아까 그 아줌마는요?.."
"에이그.. 말도 마!"
할머니의 말씀인 즉, 깨워서 일어난 그 여자는 몹시 당황스런 표정으로 할머니를 쳐다 보고는 자기 주머니 여기저기를 뒤져 본 후 앞에 세워 진 자동차를 살피다가 바퀴 뒤에서 열쇠를 발견하곤 인사도 없이 서둘러 차를 운전해 가더라는 것이다.
"도대체 여자가 정신이 인능겨? 시방이 어느 땐데 길바닥에서 드러누워 잠을 자. 으음.."
못마땅하신 듯 툴툴거리시는 할머니의 주름 가득한 얼굴을 보며 나는 피식 웃고 말았다.
그 여자에게 있어 취중에 자동차 키를 찾지 못한 건 당황스러움이었을 것이고, 깨어보니 자신의 차 뒤 길바닥에서 잔 사실은 황당함이었을테고, 그래도 취중에 운전을 하지 않은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
* 취객 분들, 노상취침 잘못하면 입.돌.아.갑니다.
부디 조심하시길..
제 글은 (아래 주소지에) 매주 금요일마다 업데이트 될 예정입니다.
오셔서 격려 코멘트 사정없이(!) 날려주시면 감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