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일레븐 2011-01-16]
지난 14일 밤 열렸던 호주와의 2011 아시안컵 C조 2차전. 1-1로 팽팽한 승부의 균형이 계속되던 후반 44분, 한국의 조광래 감독은 투입된 지 23분밖에 되지 않았던 유병수를 다시 벤치로 불러 들였다. 유병수의 플레이가 실망스러웠는지 아니면 그 상황에서는 윤빛가람이 더 나은 것이라는 판단에서인지는 알 수 없으나 어쨌든 후반에 교체 투입된 선수를 다시 빼는 다소 이해할 수 없는 선수 교체를 단행했다. 경기 종료가 추가시간까지 포함하더라도 채 5분이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이런 비슷한 상황은 앞서 두 번이나 더 있었다. 지난해 9월 7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졌던 이란과의 평가전. 그 경기에서 한국은 전반 34분 이란의 쇼자이에게 한 골을 내준 뒤 끌려가고 있었다. 0-1로 뒤진 채 후반을 맞이한 조광래 감독은 기성용을 빼고 김정우를 넣으며 중원에서의 안정을 꾀하고자 했다. 그러나 김정우가 투입 직후부터 볼을 밟는 실수를 범하며 주춤하자 23분 만에 그를 다시 벤치로 불러 들였다. 또 있었다. 10월 12일, 서울에서 열린 일본과의 평가전에서도 최성국 대신 투입한 염기훈을 다시 유병수를 바꾸는 선수 교체를 단행했다.
앞서 언급한 두 차례의 경우는 그래도 평가전이라 크게 상관없었다. 교체 카드도 정해진 석 장이 아니었고, 평가전이라 선수를 점검하는 것이 가장 상위의 개념에 있었기에 '실험'을 위한 것이라면 교체 투입한 선수라도 다시 교체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호주와의 지난 경기는 엄연히 아시안컵 본선 경기다. 51년 만의 우승 도전이라는 커다란 목표를 향한 도전이기도 하다. 당연히 교체 카드도 석 장으로 한정되어 있다. 그런 중요한 경기에서 한 장의 교체 카드를 허투루 쓴 것, 어떻게 봐야 할까?
경기 전과 경기 중이 다른 조광래 감독
지난해 11월, 인터뷰를 위해 서울의 모처에서 만난 조광래 감독에게 날선 질문 하나를 던졌었다. 바로 '경험'에 관한 것이었는데, 지도자로서의 능력이야 이미 여러 번 그리고 충분히 검증됐으나 대표팀 감독으로서의 경험이 하나도 없어 생길 수 있는 실수가 제법 많지 않겠냐고 물었다. 이에 조광래 감독은 스스로도 인정하는 부분이라며, 밖에서 오랜 시간 봐왔기에 익숙할 줄 알았으나 막상 감독으로서 대표팀을 지휘해 보니 그렇지 않았다고 솔직히 고백했다.
이런 우려를 표명했던 이유는 한 경기 결과가 가고자 하는 목적지에 그리 큰 영향을 주지 않는 프로에서의 경기와, 한 경기 결과가 팀은 물론 국가 전체에 끼치는 영향이 지대한 대표팀에서의 경기는 성격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그에 따른 중압감도 다르고, 이는 차분하게 생각할 시간이 주어지는 경기 전보다 숨 가쁘게 돌아가는 경기 중 감독이 냉정한 시선을 견지하기 어려울 수도 있음을 뜻한다.
바레인과의 경기에서 마무리가 썩 매끄럽지 못했던 것과 호주전에서 귀하게 쓰여야 할 한 장의 교체 카드가 허투루 사용된 원인은, 우려했던 대표팀 감독으로서의 경험 부족이 낳은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지난 두 경기를 통해 증명됐듯 조광래 감독은 경기를 준비해서 나서는 것에는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 차두리를 오른쪽 측면 수비수로 낙점한 것이나 박지성을 원래의 자리인 왼쪽 측면 미드필더로 돌린 것 그리고 이용래라는 다소 위험할 수도 있는 카드를 중앙 미드필더로 내세운 것 모두 경기 전 치밀하게 세운 작전이었다. 그리고 그 작전은 경기 중 제법 큰 효과를 내며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이룰 수 있도록 도왔다.
호주와의 경기도 마찬가지다. 바레인전에서 퇴장을 명령 받으며 1경기 출전 금지라는 징계를 받은 곽태휘를 대신해 프로 경험이 풍부한 황재원을 내세웠는데, 종종 과도한 의욕으로 위기를 자초하기도 했으나 전반적으로는 크게 나무랄 곳 없었다. 또 힘과 높이로 승부하려는 호주의 배후를 적절히 공략했다는 점도 그 경기 전반 우리가 상대를 압도할 수 있었던 전술적 포인트였다.
허나 이렇게 치밀하고 잘 짜였던 경기 전 각본과는 달리 경기 중 상황에 따라 대처하고 발휘해야 할 임기응변과 기지는 그리 효과적이지 못했다. 바레인전 경기 후반 허용했던 동점골과, 호주전 불거진 선수교체 문제가 대표적인 예다. 이 두 장면은 모두 급박하게 돌아가는 경기 중 특히 승패가 오락가락해 정신없던 후반에 불거졌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바로 이 대목이 대표팀 감독직은 초보인 조광래 감독의 불안한 현주소를 나타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이는 조광래 감독이 처음이기에 범할 수 있는 예견된 실수였다. 하여 이 실수가 곧 조광래 감독의 능력을 뜻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더군다나 조광래 감독은 경기 중이 아닌 경기 전에는 완벽한 상대 파악과 그에 걸맞은 적절한 선수 운용을 보여줬다. 이는 우리가 바레인과 호주 등 결코 호락하지 않은 상대와 치른 2경기에서 1승 1무를 거둘 수 있게 한 원동력이었다. 선수를 보는 눈과 판을 짜는 조광래 감독 특유의 뛰어난 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51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이란 눈앞의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앞서 지적했던 두 경기에서 나온 경기 중 일어나는 실수를 최소화해야 한다. 이제 8강부터는 진짜 한 경기 한 경기가 살얼음 승부이고 그 이후엔 더한 긴장감으로 경기를 치러야 하는 만큼, 경기 전 치밀하고 예리한 준비를 할 때와 마찬가지도 냉정하고 차분함을 유지해 흔들림 없는 경기 운영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조광래 감독이 지금보다 조금만 더 차분하고 날카로워질 수 있다면, 51년 동안 풀지 못했던 우승 비원을 푸는 일도 한층 더 쉬워질 것이다.
〈베스트일레븐 손병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