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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에서의 자리 양보: 권위주의로 퇴색된 미풍양속

청춘은푸르다. |2011.02.16 09:24
조회 96 |추천 1

2/15일 오후 5시 즈음에 있던 일입니다.

 

저는 감기몸살+생리통+허리 디스크 통증+노트북 및 잡다한 짐 때문에 한시라도 빨리 자리에 앉고 싶었습니다.

 

때가 퇴근 시간에 가까운지라 상당히 붐볐고 자리도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그날따라 노약자 좌석도 만석이었습니다.

 

자리를 찾기 위해서 칸을 옮겨 다녔는데, 그때 마침 자리가 보여 앉게 되었습니다. 제가 앉자마자 각각의 승객, 40대로 추정되는 남성과 50대로 추정되는 남성이 한 어르신에게 자리를 양보하라며, 저에게 일어서라고 했습니다.

 

저는 원래 자리 양보를 잘 하는 편이지만, (작년에 체력이 급격히 약해지면서) 허리디스크 진단을 받은 후부터는 몸을 좀 사리게 되었습니다. 그깟 자리를 양보 하는 게 뭐 대수냐 싶겠지만, 제 체력을 보면 딱히 권장할 일은 아닙니다. (체력도 좋지 않은 녀석이 짐은 몇 kg씩 가지고 다닙니다. 안 가지고 다니고 싶지만, 공부하는 학생이다 보니 어쩔 수 없습니다. 짐칸에 올려놓으면 되지 않겠느냐 하겠지만 영 미덥지 않아서 제 짐은 제가 가지고 있는 편입니다.)

 

건강이 급격히 나빠지기 전에도 체력이 썩 좋지는 못했습니다. 그때 당시에도 생리통이라든가, 몸이 안 좋았을 때도 의무감으로 양보하고 버틴 적이 있었는데 지금 보면 상당히 무식한 일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저는 감정이나 아픈 증상이 겉으로 티가 나지 않는 타입입니다. 그래서인지 주변 사람들이 잘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그래서 몸이 안 좋은데도 이 일 저 일을 평상시처럼 하면서 살아왔습니다.)

 

지금은 컨디션이 안 좋으면 며칠은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에 제 몸은 제가 좀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그래서 연로하신 어르신들이 눈에 보여도, 불편한 마음 꾹 참으며 앉아있는데(사회적 관습 영향이 상당한 듯싶습니다.) 젊은 사람이 그래서야 쓰겠냐라는 식의 태도로 양보를 권유하는 것도 아닌, 강압적인 태도로 밀어붙이는 것이 아닙니까? 저의 사정을 일일이 말할 수도 없어, 허리 디스크 때문에 그렇다고 말했더니 50대로 추정되는 남성이 자신도 그러하지만 그래도 일어나있다고 말하는 게 아닙니까?

 

저는 순간, 명동 전철역에서 목격한 일이 생각났습니다. 20대 남녀가 앉아있는 자리에 50~60대로 추정되는 부부(?)가 행패를 부리며 자리 비킬 것을 강요했는데 20대 남녀는 불쾌한 표정만 짓고 자리를 떠난 일이 있었습니다.

 

이것뿐만이 아니라, 네이트라든가 그 외 포털 사이트에서 종종 보게 되는 자리 양보(사실, 양보 권유도 아닌 강요) 시비가 저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에 아연실색했고, 미풍양속이 폭력적인 권위주의에 의해 퇴색된 것 같아 실망스러웠습니다.

 

저의 시점은 세대차이라고 하면 세대차이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과거에는 웃어른에 무조건적인 순종으로 반응했다면, 요즈음에는 이치에 어긋나면 상대가 누구든 집고 넘어가는 것이 요즘 세대 아닙니까.

 

구세대에게 있어서는 이 사실이 굉장히 무례하고 미풍양속을 해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요즘 같이 의견 개진이 자유로운 시대에 태어난 이들에게 있어 권유가 아닌 강제로, 자유가 아닌 억압으로 무언가를 할 것을 말한다면 될 일도 안 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만약, 저에게 강제가 아닌 권유를 말했더라면 몸을 추스르고 일어났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들의 언행은 저에게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된다.’라는 생각만을 심어주었습니다.

 

덧붙임1.

요즘 사회에 버릇없는 젊은이들이 많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 버릇없는 젊은이에 대한 시각은 어디에서 온 것인지 궁금합니다. 어제 전철에서의 저 또한 자리를 비키지 않고 ‘말대답’을 꼬박꼬박했기에 버릇없는 젊은이의 범주에 들어갔을 겁니다.

저는 묻고 싶습니다. 버릇없는 젊은이의 배경에 누가 있습니까? 그 책임이 ‘젊은이’에게만 있습니까?

 

덧붙임2.

노‘약자’석은커녕, 일반석에서도 일부 몰지각한 ‘어르신’들 때문에 편히 앉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편히 앉으려면, ‘저는 임신했습니다.’라고 거짓말이라도 해야겠습니다. 아, 임신부도 눈치 보면서 앉는다지요? 이것도 피해야겠군요. 컨디션이 안 좋을 때는 어떤 ‘핑계’로 일반석에 앉을 수 있습니까?

 

덧붙임3.

지하철 공사에 글을 남기고 싶었으나, 얼마나 ‘씨알이 먹힐지’ 몰라서 여기에 남깁니다. 간접적으로 경험했을 때도, 굉장히 불쾌했는데 직접적으로 경험하니 이거 말로 다 설명할 수 없이 불쾌하군요.

Q 전철에서 자리 시비를 붙었거나, 본 적이 있습니까?
추천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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