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주저리 할까 글 남깁니다.
사실 속상한 것도 없어요.
마음이 아픈것 같았는데 몇시간 지나니 괜찮은 것도 같고.
이제 한 일년쯤 만났을까.
만났다가 헤어지기를 반복했었죠.
처음부터 사랑해서 시작된 사이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각별한 애정이 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만나는 동안 제가 잘못한게 더 많았죠.
툭하면 다른 사람 만나기 일쑤고 항상 마음 속에는 다른 사람 생각 뿐이었으니까.
우연찮게 급격히 친해졌고 그렇게 사귀자거나하는 말도 없이 사귀는 사이처럼 되어있었습니다.
조금은 제가 피했었고 한때는 헤어져줬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는데.
제가 정말 많이 힘들 때 있어주었던 친구고 이런 사람도 없다라는 생각이 어느새부터인가 생겼나봐요.
늦었지만 정말 잘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러다가 몇달 전서부터인가는 그 친구가 지방에서 일을하게 되었는데.
뭐랄까 사람의 그 느낌이 있잖아요.
무언가 몸은 곁에 있는데 마음이 없다라고 느껴지는 그런 느낌.
매일 전화를 하던 사람이 점점 전화도 뜸해지고 이젠 하루 이틀은 연락 한번 없게되고.
장난삼아 우스개소리로 남자 생겼냐 그러다 걸리면 죽는다.
눈에만 띄지마라라며 그런 말로 넘어가곤 했는데.
원래 오늘 만나기로 했던 날이었는데 엇그제 갑작스럽게 내려오지 말라더군요.
저 피곤할것 같다고 어차피 다음주 자기가 올라오니 돈도 아낄 겸 그때 만나자고.
그때는 알겠다고 그러겠노라고 했는데.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제 일 끝날무렵 갑자기 내려가서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살짝 놀래켜주고도 싶었고요.
그래서 일부러 전화한통 없이 내려가 집에 찾아갔습니다.
속으로는 요 몇일 전부터 이상한 느낌이 있었기에 남자라도 같이 있는거 아냐? 라고 생각했는데.
집에는 아무도 없더군요.
뭐 그 친구는 일을 할 시간이었으니 그러려니하고 가만히 앉아있다보니 집이 꽤나 지저분하더군요.
설겆이며 방바닥이나 화장대의 먼지들.
그래서 놀래켜주는 김에 서비스나 하자싶어 방 청소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그 친구의 옷장에서 못보던 남자 와이셔츠 하나가 보이더군요.
조금 찝찝했지만 아버지라던가 내려오셨을 때 갈아입고 가셨을수도 있겠구나라고 치부해버렸습니다.
계속 청소를 하던 중 큼지막한 여행가방이 있길래 어디걸어 놓을까 보던 도중 가방 안에 이것저것 있길래
안의 내용물을 꺼내다보니 왠 편지 한통과 휴대폰 하나 그리고 몇 몇 영수증들이 들어 있더군요.
혹시 나한테 보내려던건가? 하는 생각에 그러면 안되었겠지만.
봉투가 붙어있지 않았던 그 편지를 꺼내어 보았습니다.
하지만 그 편지는 제게 쓴게 아닌 언제인가 들었던 군대에 간 친구에게 쓴 편지더군요.
사랑한다는 둥 나올때까지 기다리겠다는 둥 이번 3월에 휴가나오면 꼭 붙어있자는 둥의 내용의.
그리고 핸드폰을 켜보니 베터리가 꽤나 남아있는걸로 보아.
꺼 놓은지 몇일 지나지 않은 휴대폰.
다른 내용은 잠겨져있어 알수 없었지만 전화번호부에 저장된 내용이
"누구누구 형" "엑스엑스 형님"
이런식으로 저장된것이 남자가 쓰던 전화기라 생각되었습니다.
조금은 화가 났지만 어떻게 된 사실인지 알수 없었고 시작한 청소이기에 마저 마치기나 하자라며 청소를 계속했습니다.
아니 마음 속 한켠엔 청소를 하며 정리를 하듯 그 친구도 마음 속에서 깨끗히 지우고자 청소를 한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또 발견한 영수증.
한번 두번 그런것이 눈에 띄니 그 영수증 또한 보게 되더군요.
그 영수증 날짜가 얼마전 간만에 만나는 저와의 약속에 늦었던 날.
차가 막혀 늦었다던 그날의 날짜가 찍혀있는 영화표, 커피숍영수증.
손이 떨렸는지 가슴이 떨렸는지 모르겠습니다.
머리 속에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알지도 못하겠습니다.
깨끗히 청소를 마치고 담배를 꺼내 피우다가 그 편지와 전화기 그리고 그 영수증을 화장대 위에 올려 놓고는.
청소를 마친 후 나온 쓰레기들을 들고는 집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리고 전화를 걸었습니다.
어디야?
응, 일해 지금 좀 바빠. 한시간 후에 연락할게.
응, 수고해.
그냥 걸었습니다. 사실 이 동네 지리도 몰랐지만..한 두시간쯤 무작정 걸은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춥기도 하고 마음도 몸도 지쳐서 눈에 띄는 피씨방에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또 전화를 걸었습니다.
한시간 후에 연락한다더니.
미안, 오늘 좀 바쁘네. 곧 끝날거야. 집이야? 집에가서 전화할게.
또 한시간 쯤 지나서 전화를 하니.
일 끝나고 밥먹으러 나왔어. 어디야?
응 잠깐 바깥.
얼른 들어가 확인전화 한다.
응. 근데 나 사랑해?
당연하지.
그래. 근데 나 마음이 아프다.
왜 우리 자기 왜 마음이 아파? 우리 자기 마음 아프면 내 마음도 아파 아프지마.지금 들어갈거야?
아니 모르겠어.
그래? 들어가면 전화해.
그렇게 전화를 끊고는 이렇게 피씨방에 앉아서..이런 글을 적고 있네요.
어차피 서울가는 버스는 끊겼으니 아침까지는 이렇게 있을 듯.
곧 그 친구가 집에 들어갈 시간이 되었네요.
그 친구가 집에 들어가게 되면 제가 다녀간걸 알게되겠죠.
그리고 화장대 위의 편지와 전화기, 영수증을 보면 제가 그 내용들을 보았다는 것도 알게되겠죠.
마음이 슬프지도 아프지도 않지만 구멍이 뚫린듯 휑하면서도 답답한듯해서
칭얼거리듯 그냥 주저리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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