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얼마전에 남편이 동성애자였다는 글을 쓴 사람입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제 글을 읽어주셨고 해주신 충고들도 마음에 새겼습니다.
짤막한 후기 하나 정리하는 마음으로 올리고.. 저는 이 일을 덮겠습니다.
판에 글을 올리고서야 정신이 좀 들었습니다.
하루종일 울다가 종국에는 깨달았어요. 이건 안되겠구나 싶었습니다.
어제, 머리를 식히고 깨끗하게 씻고 꾸미고 남편과 만났습니다.
전화를 해서 만나자했더니 군더기 없이 알았다고 하는 그 사람이 정말 야속하더라구요.
이혼서류를 들고 약속장소로 갔더니 이미 자리에 앉아있어서 저도 앉았습니다.
그리고 아무말 없이 이혼서류를 내밀었습니다.
아무말도 안하더군요. 그냥 서류를 보고만 있어서 제가 우리 이혼서류다.. 헤어지자..
운을 떼니 그제서야 저를 보더라구요. 마음을 그렇게 독하게 먹었는데도 그 사람 얼굴을 보니까
자꾸 눈물이 날 것 같았는데 참았습니다. 깨끗하게 헤어져주고 싶었어요. 그 사람이 그러더래요.
미안하다고. 그냥 미안하대요. 그래서 그랬어요. 미안할 필요 없다.. 우린 아이도 없고 난 젊고 예쁘고
너같은 사람보다 훨씬 좋은 사람 만날거다. 그러니 도장 찍어달라고. 다신 보지 말자고.
자꾸 말 헛튀어나가려는 거 이 악물고 말했는데 갑자기 우는거에요.. 그냥 울면서 미안하다고.
저를 사랑할 수 있을 줄 알았대요. 살다보면 괜찮아지겠지 행복해지겠지 좋아하게되겠지..
부모님한테도 죄송하고 사람들 시선도 무섭고 그러다 저를 만났는데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았대요.
그래서 결혼했대요. 그런데 저한테 상처만 줘서 너무 미안하다고.. 울더라구요.
원망스러웠어요. 노력이라도 더 해보지.. 차라리 들키지나 말지.. 진짜 너무 밉고 그러면서도 미련남고...
정말 같이 울고싶은 거 참으면서 이제 됐으니까 도장이나 찍으라고 했어요. 찍더라구요.
위자료 얘기 꺼낼 생각이었는데 먼저 돈 주겠다고. 그것말고 원하는 거 있으면 그것도 주겠다고.
그래서 다른 건 필요없고 위자료나 달라고.. 그리고 우연이라도 다시는 보지 말자고 하고 나왔습니다.
돌아오는 길 내내 미친년처럼 울었네요. 모든 게 꿈인 것 같고 사는 게 사는 게 아닌 것 같고...
왜 나를 사랑할 수 없었는지 내가 뭐가 그렇게 모자랐는지.. 왜 나는 하필 그 사람을 사랑했는지...
부모님께는 맞지 않아서 이혼한다 말씀드렸습니다. 다른 얘기는 하지 않았어요.
그 사람한테 달려가서 따지려는거 제발 그러지 마시라고 막고 괜찮다했습니다. 정말 그대로 덮고싶었어요.
얼마 후면 법원에 가게 됩니다. 그리고 우린 남남이 되겠지요.
배신감도 들었고 증오심이 들어 치를 떨기도 했지만 동시에 사랑했던 남자였습니다..
이젠 정말 끝이겠지요.
응원해주신 분들, 위로해주신 분들, 저 대신 화내주신 분들...
정말 모두 감사드립니다. 님들 덕분에 제가 조금이지만 더 이성적으로 대처할 수 있었어요.
그 사람 원망도 안 할거고, 마음도 접을거고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살거에요.
자신감을 갖고 당당하게 살면... 절 진심으로 사랑해줄 좋은 사람이 나타나겠죠?
정말 감사합니다. 열심히 살게요,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