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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이별이야기 - 많은 조언 부탁드려요

찢긴가슴 |2011.03.08 18:28
조회 1,591 |추천 3

톡톡에 글 처음 써봅니다. 많은 관심 가져주시고 댓글 많이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Prologue]

전 20대 중후반의 남자입니다. 소위 말하는 명문대 법대를 졸업했고 고시를 준비했었습니다.

여친은 이제 막 20살이 된, 풋풋하고 파릇파릇한 대학 새내기입니다.

 

2009년 12월, 당시 고등학교 2학년이던 여자친구를 만나 우린 사랑에 빠졌습니다.

저도 인생 막 사는 한심한 놈이 아니고, 여친도 성실히 학교생활하는 평범한 애입니다.

둘 다 고시생, 고3 신분으로서 쉽지 않은 시기를 보냈지만,

어쩌면 그래서 더더욱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며 소소하고 예쁘게 잘 사겼습니다.

여자친구는 내 이상형 그 자체였고 천사였습니다.

애가 정말 어찌나 예쁘고 귀엽고 사랑스럽고 착하고 순수하고 밝았는지 모릅니다.

진짜 이런 아이가 실제 존재한다는 것에 매순간순간 놀라웠고,

또 이런 아이를 내 여자로 허락해주신 신께 매순간순간 감사드렸습니다.

 

여자친구는 절 만난 이후 오히려 성적이 더 올랐나 봅니다.

작년 3월에 여자친구 부모님께 교제사실을 들켰지만,

그래도 좋은 대학 법대생이란 점이 굳이 싫진 않으셨는지 암묵적으로 우리 사이를

허락하셨습니다. 실제로 여친은 평소 예상한 것보다 더 높은 신촌의 한 명문대에

합격을 하였고, 여친 부모님은 이후 제게 좀 더 호감을 가지신 것 같습니다.

반면 저는 제 부모님께 교제사실을 비밀로 부쳤습니다.

고시생이, 그것도 여고생을!! 사귄다는 사실을 알면... 난리 날 게 불보듯 뻔해서요...

근데 작년 10월 교제사실을 들켜버렸고, 시련이 있었지만

일단 우리 부모님껜 비밀로 하기로 하고 저와 여친은 계속 만나고 사랑 이어갔습니다.

 

 

[Chapter 1]

올해 접어들며, 수시로 일찌감치 대학에 붙은 여친은 외부 활동이 잦아졌습니다.

특히 2월부턴 신입생환영회, OT, OR 등으로 바빴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연락하고 알고 지내던 남자가 저밖에 없던 여친에게,

많은 남성팬(?)들이 생겼습니다. 여친이 참 예쁘고 귀엽게 생겼거든요...

그러면서 언제부턴가 여친이 내게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게 피부로 느껴지대요.

불안하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사랑스런 내 여친은 그때마다 갖은 애교로 절 안심시키곤 했죠.

 

그런데 여친의 여러 남자'친구'들 중에서도 특히 좀 걸리고 신경쓰였던 애가 있었습니다.

같은 과, 같은 섹(여친 대학은 과를 여러 '섹-sec'으로 나누더군요) 동기인데,

거기다 또 같은 수도권 지방에 살아서 항상 학교 가고 집에 올때 단둘이 같이 다니더군요.

아무리 친구라도 남녀가 매일, 왕복 3시간 넘게 걸리는 거리를 단둘이 함께 하는게

참으로 질투가 나고 싫었습니다.

그래서 이 일로 여친과 참 많이 다퉜었죠...

여친의 항변은 이랬습니다.

"오빠! 걔도 여자친구 있어~ 800일 넘게 사겼대! 그니까 걱정마~~"

"오빠! 자꾸 이러면 난 너무 힘들어... 이러진 마"

그래도 다행히 여친이 결국엔 제 입장을 이해해주고, 앞으론 그 녀석과 같이 단둘이

통학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때가 2월 말쯤의 일입니다.

 

 

[Chapter 2]

저는 이번 2월에 있었던 시험에서 낙방의 고배를 마셨습니다.

저도, 제 여친도, 제 부모님도, 거기다 여친의 부모님들까지 참 기대를 많이 하셨는데

결과가 좋지 못했습니다.

여친은 괜찮다고 힘내라고 위로해주며, 우린 "결혼"할 사이니 끝까지 곁에서 함께 하며

기다리겠다 해주었습니다. 참으로 감사했습니다.

 

[Chapter 3]

그런데 지난 토요일, 사건이 터졌습니다.

제 부모님께서 저와 여친이 여전히 몰래 만나고 사귀고 있단 사실을 알게 되신 겁니다.

그때 마침 제 부모님은 술을 몇 잔 걸치고 계셨습니다.

어머니가 다짜고짜 여친에게 전화를 거셨습니다.

그리고 내게 할 화풀이를, 엉뚱하게 제 여친에게, 너무나 심하고 모질게 하셨습니다......

저도 그 당시 충격이 커서 잘 기억은 안 나지만, 그래도 최대한 객관적으로

키워드 중심으로 당시 통화내용을 간략히 옮겨보겠습니다.

 

엄마: OO아! 너 작년 10월에 오빠 시험 합격할때까지 오빠 안 만나겠다고 나랑 약속했는데

이게 뭐냐? 넌 어리지만 오빤 벌써 27이잖아! 너 차라리 오빠랑 결혼할거면 하고

아니면 헤어져라!!!!

여친: 결혼할 맘은 (아직) 없어요... 그리고 꼭 결혼을 전제로 해야 만나고 사귀는건

아니잖아요!!! 제 인생이니까 제가 알아서 할거에요!! 신경쓰지 마세요!!!!!

엄마: 어디 어린게 어른한테 그것도 남자친구 어머니께 꼬박꼬박 맹랑하게 말대꾸냐!!

너 욕 좀 먹어야겠구나~?!

여친: 어른이시면 어른답게 본을 보이세요!!!!

엄마: 뭐야?! 이 X!! 너 말하는게 딱 술집X이네!! 이 악마같은 X!!

여친: 알았어요!!!! 앞으론 두번 다시 연락하지 마세요!!!!!!  <철커덕>

 

우리 엄마니까 당시 어머니의 심정이 이해가 아주 안 가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내가 봐도 우리 어머니가 너무 심했습니다...

저는 여친을 옹호하며 어머니와 아버지께 대들었고, 결국 그날 짐을 싸 집을 나와버렸습니다.

 

여자친구는 여자친구대로 너무나 큰 상처를 받았습니다... 당연하죠......

너무 힘든 맘에 자기 부모님께 이 사실을 알리게 되었고,

여자친구 부모님 역시 흥분을 하셔서 우리 부모님께 전화를 걸어 서로 다투셨죠......

다행히 양쪽 모두 배우신 분들이라 상황이 극단적으로 흐르진 않았지만,

서로 감정이 상하신건 피할 수 없는 결과겠죠..............

 

저는 이날(토요일) 밤 고시원과 알바 자리를 구하며 밖에서 노숙을 했고,

다음날(일요일) 일단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여자친구가 전화를 걸어 제발 집에 들어가라고 애원한 게 가장 큰 이유였죠......

 

 

[Chapter 4]

일요일... 저는 그 어떤 일이 있어도 여친과 사귀고 싶었습니다.

너무너무 사랑하고, 여친 없인 죽어버릴 것만 같으니까요...

그래서 이번에도 일단 이 상황을 넘기고, 여친과 잘 해보고 싶었습니다.

우리가 조금만 더 참고 견뎌서 내가 고시만 합격하면, 우리 부모님도 여친 부모님도

그땐 우리를 인정해주시고 허락해주시리라......!!!

그런데 여친은 헤어지자고 합니다...

일요일 밤, 친구랑 함께 술을 마시고 있다면서...

 

 

[Chapter 5]

월요일(어제)... 아침 일찍 일어나 여친을 만나러 갔습니다.

그동안 다툰 적 많고 잠깐잠깐 헤어진 적 많았지만, 그때마다 우린 슬기롭게 위기를 헤쳐나갔고

더욱 굳건히 사겼습니다. 이번에도 그럴 줄 알았습니다.

 

인천에 사는 여친이 학교 갈 시간에 맞춰, 지하철 환승역인 신도림 역에서 하염없이 기다렸습니다.

얼마나 기다렸을까요... 드디어 여친을 발견합니다. 놀라고 화난 듯한 표정의 여친을...

그리고 그 옆엔 어떤 남자애가 여친의 허리를 다정하게 슬쩍 감싸며 길을 재촉합니다.........

 

그녀석입니다. 예전에 여친과 매일 등하교를 함께 해서 제가 싫어했다는 바로 그 녀석!!

전 일단 여친께 반갑게 인사를 했고, 그 녀석은 몹시 불쾌한 표정으로 자리를 비켜주더군요.

왜 왔냐는 쌀쌀맞은 여친에게, 먼저 미안하다고 사죄를 했습니다.

얼마나 상처냐 크냐고, 위로의 말도 잊지 않았습니다.

근데 여친은 나보단 저쪽에 있는 그 녀석을 더 신경쓰고 그 녀석 눈치만 보는겁니다.

그리고 그 녀석도 어느새 우리가 있는 쪽에 와서 근처에 서더군요.

 

"쟤가 왜 아까 너 허릴 감싸면서 내려와?" 내가 물었습니다.

"무슨 허릴 감싸..." 여친이 대꾸합니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어느새 신촌역에 다다랐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근처에 서 있던 그 녀석이 여친의 손을 잡아 끌고 가려하는 것입니다.

반사적으로, 나도 여친의 손목을 잡았습니다.

그녀석이 여친의 손목을 잡은 내 손을 잡아 비틉니다.

저도 다른 손으로 그 녀석의 손을 잡아 비틀었습니다.

 

"이제 학교 가야해요" 그녀석이 매우 재수없는 표정으로 내게 쏘아붙입니다.

"알아요. 같이 학교에 가려는 거에요!" 내가 말했습니다.

그 녀석이 계속 날 째려보더니, 내가 손을 뿌리치자 일단은 단념하고 가더군요.

 

너무 화가 나고 어이가 없었습니다. 도대체 이건 무슨 시츄에이션?!

저 녀석이 왜 저리 오바하는지 도무지 이해를 할 수 없었습니다.

"야!!!! 저 새끼 뭐야? 뭔데 시비고 뭔데 오바야?" 내가 화가 나서 여친에게 물었습니다.

여친은 계속 나보고 가라고만 하더군요...

 

실랑이를 거듭한 끝에 일단 그녀의 강의실 앞까지 그녀를 바래다 주었습니다.

"일단 수업 잘 듣고 점심시간에 얘기 더 하자 ^^" 전 애교도 부려가며 여친을 달래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여친이 자기 아버지께 전화를 걸어 절 바꿔주더군요...

왜 자기 딸에게 쫓아가서 자기 딸 괴롭히냐고 혼났습니다......

통화를 끊는데 그 녀석에게서 문자가 오더군요. 아까 일들이 너무 의심스러워서,

여친에게 폰을 돌려주지 않고 폰을 좀 살펴봤습니다.

여친은 수업을 들으러 강의실로 들어갔습니다.

 

 

[Chapter 6]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일요일 밤 함께 술을 마신 친구가 다름아닌 그녀석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둘은 그때부터... 서로 사귀게 된 것이었습니다...

온몸이 배신감으로 파르르 떨리고 눈에는 눈물이 고였습니다.

토요일에 안 좋은 일 있자마자 일요일에 바로 딴남자를 사귀다니...

이건 내가 알던 여친이 아닙니다. 내가 알던 착하고 순수한 여친은 이러지 않습니다.

그래서 더 괴롭고, 더 힘들고, 더 떨렸습니다.

 

문자들을 보니, 둘은 그동안 계속 단둘이 통학을 함께 했더군요...

분명 2월 말에 그 녀석이랑 함께 통학하지 않기로 약속했었는데.........

 

왜 나쁜 예감은 틀리지 않을까요...?

2월부터 신경쓰이고 불길했던 그 녀석이, 이젠 진짜 내 연적이 되어버린겁니다......

 

 

[Chapter 7]

여친이 강의를 듣느 10:30부터 11:45까지의 시간이 지옥과도 같았습니다.

마침내 여친이 나오고, 저는 최대한 부드럽고 다정하게 여친을 달래기 시작했습니다.

 

"아까부터, 아니 어제부터, 아니 예전부터 이상하다 느꼈었는데... 역시 둘이 사겼구나......"

여친은 말이 없습니다.

"그 녀석도 분명 800일 넘게 사귄 여친 있다며? 그건 대체 어케 된거야?"

그 녀석도 불과 며칠 전에 그 여자와 깨졌다네요......

"그래 다 좋아... 너 진짜... 그녀석 좋아해...? 그녀석 좋아해서 사귀는거야?"

여친이 한참을 아무말 못하고 있다가, 입을 엽니다...

 

여친: 아니... 하지만 오빠 잊으려면 아무하고나 사귈거야! 오빠 부모님이 나 싫어하셔!

우리 부모님도 이제 오빠 싫어하셔! 엄마 아빠한테 오빠랑 헤어지겠다고 약속했어!

나: 하아... 이러지 마, 아가야... 우리 서로 많이 사랑하잖아... 응? 너 나 사랑하잖아!

여친: 날 더이상 힘들게 하지 마......

나: 너도 그렇고 그녀석도 그렇고! 서로 오래 사귀던 사람과 헤어져서 힘들고 괴로우니까

별로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서로를 이용해먹는거야!! 그럼 안돼!! 그녀석한테도 못할 짓이고

너도 더 큰 상처 받게 될거야...!!

여친: 그래도 좋아! 날 내버려둬! 나 이제 인생 막 살거야!!!!

 

여친이랑 계속 얘기를 나눴는데... 여친의 요점은 이렇습니다...

자기 부모님이랑 우리 부모님을 설득하여 허락을 얻으면 나랑 다시 사귀고,

그렇지 못하면 날 잊기 위해 그 녀석 사귀겠다는 겁니다.

여친이 다시 직접 자기 아버지께 전화를 걸어 절 바꿔줍니다.

전 갖은 노력을 다 했습니다. 실패했습니다.

여친도 낙담을 하며, 표정을 굳힙니다...

 

나: 나 너 절대 포기 못해... 하아... 그녀석 불러... 셋이서 얘기 나눠보자...

 

 

[Chapter 8]

그녀석이 왔습니다. 여전히 띠껍고 재수없는 표정입니다... 생긴건 살빠진 박휘순......

 

짧게 몇마디 대화를 나눴습니다.

모욕에 가까우리만치 당했습니다. 여친은, 이제 그 녀석 편이었습니다..........

 

 

[Chapter 9]

혼자 뒤돌아 걸어 나왔습니다. 머릿속이 하얬습니다. 집에 어떻게 갔는지 기억도 안 납니다.

단지,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며 간건 생각이 나네요......

 

집에 오니, 엄마가 계십니다. 지난 토요일에 있었던 일로 나랑 웬수가 된 엄마인데...

이제 내 곁에서 내 편이 되어주시는건 그래도 울엄마 뿐이더군요...

그냥 엄마를 보니 참았던 눈물이 또 왈칵 쏟아졌습니다.

엄마 앞에 무릎을 꿇으며 펑펑 울었습니다.

내 생애 이토록 분하고 서럽게 울었던 적은 처음입니다.

어머니도 놀라셔서 절 달래주셨습니다.

태어나 처음으로 어머니와 단둘이 술잔도 기울여 봤습니다.

 

 

[Epilogue]

어제 (월요일)에 만난 여자친구는... 그동안 내가 알던 사람이 아닙니다.

그 차디찬 표정, 그 싸늘한 말투, 그리고 그녀석과의 삼자대면에서 그녀석 편만 들며

내게 상처만 줬던 것들......

 

어머니도 절 달래십니다.

토요일에 그 일이 있고 일요일에 바로 딴남자 사귀는건, 원래 그 애(여자친구)가 그런 애인거라고...

토요일에 그 사건이 없었어도 여친은 날 배신때리고 그 녀석과 사겼을 애라고...

그런 나쁜 애니까 깨끗이 잊으라고...

 

하지만 전, 아직 여친을 너무나도 사랑합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어제 월요일을 제외한 그 전의 여친을 아직 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백번 양보해서 나랑 여친이 헤어지더라도...

여친이 그녀석만큼은... 그녀석하고는 사귀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녀석 역시 800일 넘게 사귄 여자랑 불과 며칠 전에 헤어지고 외롭던 찰나에

괴로워하고 아파하는 순진한 내 여친 홀려서 이용해먹을 심산인 것 같은데...

그러다가 여친이 또 큰 상처를 받을까봐 너무너무 두렵습니다...

 

저, 여친을 여자로서도 사랑했지만...

여동생으로서, 딸(?)로서도 너무너무 사랑합니다...

 

하아... 무슨 얘기든 좋습니다.

뭐라 조언 좀 해주세요...

여친은 진정 제게서 맘이 멀어진걸까요...?

아니면 여전히 절 사랑하고 맘 한구석에선 제가 부모님들께 인정을 받고 다시 나타나길 바라는걸까요?

(참고로 여친 폰에는 제 사진, 제 문자, 저랑 사귄 D-Day 등등이 여전히 남아있고,

여친 싸이엔 아직 여운이 남아있는 글이 올려져 있습니다.)

 

재미도 없는 답답한 긴 글 읽어주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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