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프로야구 시범경기. 그러나 숨막히는 대결이었다. 부드러움과 강함의 미학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류현진(한화)은 농익은 완급조절로 타자들을 요리했고, 김광현(SK)은 직선의 강렬함으로 타자들을 압도했다. 경기 전 양팀 사령탑들은 둘의 사상 첫 공식경기 대결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한화 한대화 감독은 "정규리그에서 맞붙어야지, 시범경기가 무슨 의미가 있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규리그에서 둘을 붙이지 않는 이유는 불공정 게임이기 때문이다. 류현진은 우리에게 필승카드인데 수비와 타격이 강한 SK에게는 아무래도 불리하다"고 했다. 그 말을 전해들은 SK 김성근 감독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우리도 타격은 강하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규리그 맞대결을 하면 감독들도 돈을 받아야겠다. 나하고 한 감독하고 반씩 나눠가지면 되겠다"고 농담을 던졌다.
두 사령탑은 투수운용을 미리 밝히기도 했다. 한 감독은 "류현진을 3회 정도 던지게 하겠다"고 했고, 김 감독은 "김광현을 4이닝 정도 소화시키겠다"고 밝혔다. 여유로운 사령탑들의 분위기와 달리 그라운드는 뜨거웠다. 두 에이스들은 경기 전 언론과의 접촉을 꺼렸다.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출발부터 대조적이었다. 류현진의 컨디션은 그리 좋지 않아보였다. 제구력이 불안했다. 선두타자 박진만을 맞아 두 개의 볼을 연거푸 던졌다. 3구째를 박진만이 제대로 받아쳤지만, 중견수 플라이가 됐다. 다음 타자 권용관과 6구까지 가면서 유격수 땅볼로 처리한 류현진은 안치용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줬다. 하지만 노련했다. 이호준에게 체인지업을 던져 2루수 땅볼을 유도, 1회를 무사히 마쳤다.
김광현도 출발은 불안했지만, 이내 위력적은 투구를 내뿜었다. 선두타자 강동우에게 8구까지 가며 볼넷. 그러나 이대수를 삼진으로 잡았고, 강동우는 2루 도루를 시도하다 아웃이 됐다. 기세가 오른 김광현은 정원석에게 안쪽 꽉찬 144km 직구를 던져 삼진아웃시켰다. 팽팽하던 균형은 2회 2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깨졌다. 정상호를 맞아 3개의 볼을 연거푸 던진 류현진은 140km 직구를 가운데 높은 곳으로 던졌다. 실투를 놓치지 않은 정상호의 방망이는 호쾌하게 돌아갔고, 비거리 125m 좌월솔로홈런을 만들어냈다. 덕아웃에 있던 김광현도 환한 미소를 지었다. 2회말 김광현은 김용호를 병살타로 유도한 뒤 신경현을 중견수 플라이로 잡으며 삼자범퇴로 끝냈다. 아직 100%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은 상태였지만, 신경현의 배트가 부러질 정도로 김광현의 직구는 위력적이었다.
하지만 류현진은 흔들리지 않았다. 이닝 사이 연습투구에서 장난치듯 힘을 거의 뺀 상태로 볼을 던지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3회에 임 훈 박진만 권용관을 삼자범퇴시켰다. 김광현은 한순간의 방심으로 위기에 빠졌다. 3회 선두타자 나성용에게 던진 초구 커브가 한가운데 높은 곳으로 들어갔다. 결국 110m짜리 좌월솔로홈런으로 연결됐다. 흔들린 김광현은 3실점했다. 폭투도 2개나 기록했다. 안방을 든든하게 책임지던 정상호를 3회 백업포수 김정남으로 바꾼 영향도 있었다. 4이닝을 소화하려던 김광현은 신경현에게 중전안타를 허용한 뒤 무사 1루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와야만 했다. 오후 2시부터 시작된 민방위 훈련때문에 경기가 잠시 중단됐기 때문이다. 두 선수 모두 완벽한 컨디션은 아니었다. 하지만 류현진의 부드러움과 김광현의 강렬함이 극적으로 대비된 빅이벤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