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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B.N.Q8

농구왕김타자 |2011.03.17 14:04
조회 1,020 |추천 8


박기우 하사의 일은 그냥 흐지부지 넘어가지지 않았다. 절대 그럴 수 있는 성격의 일이 아니었다. 대대장 입장에선 부대 내에서 조용히 처리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쉽사리 처리될 만큼 사건이 만만하지 않았다.
의식불명의 혼수상태에 빠진 박기우 하사는 일단 부대 의무실로 옮겨졌었으나, 그런 곳에서 치료가 될 리 만무했기에 곧바로 제법 큰 시내 종합병원으로 다시 이송이 되었고 그 곳에서 정밀 진단에 들어가게 되었었다. 그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가족에게 연락을 취하게 되었고, 놀란 부모들은 한걸음에 병원으로 들이닥쳤었다. 일단 박기우 하사들의 부모들이 안 이상 부대 안에서만 입다물고 쉬쉬하며 대충 넘어갈 수가 없게 된 것이었다.
박기우 하사는 가슴과 어깨 복부 등이 날카로운 흉기에 의해 수차례 베어졌었고 그 상처들로부터 엄청난 양의 출혈이 있었다. 이런 상처는 누가 보아도 그저 단순 구타의 수준이 아닌 잔인 무도한 살인미수의 혐의를 씌우기에도 충분했다. 이런 아들의 끔찍힌 상처를 부모들이 보고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사건의 전말은 결국 단 본부로까지 알려지고, 울며 겨자 먹기로 단장은 또다시 참모총장에게 보고하기에 이르른다. 여차하다간 대통령의 귀에까지 들어가 버리게 될 상황이었다.
국방부 장관이나 대통령의 귀에까지 들어가 버리면 사건은 정말 걷잡을 수 없을만큼 골치가 아파지며, 관련자 전원의 불명예 제대라는 초유의 불상사까지도 일어날 수 있었다. 이에 지레 조바심을 탄 참모총장은 될 수 있는 한 비밀리에 사건을 종결시키라고 단장에게 특별 지시를 내렸고, 사건 수사와 가해자 색출을 위해 공본에서는 특별 수사대를 영민의 부대로 급파시켰다.
결국 사건 발생 삼일만에 전 공군 비행단, 사이트 부대로 이 소식이 문서화되어 퍼지게 되었지만 그 내용은 상당히 축소되어져, 모르는 이들은 그저 별 대단치 않은 구타사건의 하나 정도로만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내용이 타군들에게 가서는 '부주의로 인한 사고사' 정도로 더욱 축소, 변질되어져 버렸다.
언론의 개입도 철저히 원천 봉쇄시켜 매스컴과 여론의 비난도 가까스로 모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박기우 하사의 가족들이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순식간에 뒤바뀔 수 있는 문제였다. 그들이 마음먹고 떠벌리기 시작하면 그것을 막을 길은 도저히 없는 것이었다.

B N Q 1호실 문이 벌컥 열리며, 완전 저기압이 되어 버린 Q장 배승환 하사가 씩씩거리며 들어왔다.

" 씨팔. 영외 3개월 남겨 두고 이게 무슨 개같은 날벼락이냐, 그래. "

그는 오늘도 하루 종일 특별 수사대에게 끌려가 지루하고 진땀 나는 곤욕을 치르고 돌아온 것이었다.
들어오자마자 Q장은 침상에 걸터앉으며 안그래도 잔뜩 찌푸려진 인상을 더 구겼다. 그러자 침구에 기댄 채 누워있던 그의 동기 박원 하사가 슬며시 다가온다.

" 글마들 뭐라카던데? B N Q 인원들 일일이 다 심문할 거라카면서? "

" 몰라. 짜증나...... "

" 근데 진짜 누고? 기우 누가 그랬던 거고? 진짜 기우 글마한테 물어보는 수밖에 없는 기가? "

" 야, 빈영이 지금 어디 있냐? "

Q장이 날카로운 눈초리로 영민을 향해 나직이 묻는다. 영민은 마침 그 날 비번인지라 하루종일 B N Q 1호실에서 전화 받는 일을 하고 있었다.
전빈영 하사. 그가 아까 점심을 먹고는 바로 근무장으로 향하는 걸 봤던 영민.

" 근무 상번 하셨습니다. "

" 언제? "

" 예...... 아까 점심 드시고 바로 가셨던 것 같습니다. "

" 그래? "

Q장은 다시 목소리를 한층 더 낮추더니 박하사에게 묻는다.

" 야, 너 생각은 어떻냐? 빈영이 걔 짓 같잖냐? "

선뜻 대답을 못하며 한숨을 내쉬는 박하사. 대답은 안했지만 박하사의 그 한숨이 이미 Q장의 말에 동의를 하고 있었다.

" 뻔하잖아! 걔말고 어떤 새끼가 겁대가리 없이 그딴 짓을 하겠어? "

" 하기사...... 것도 그렇지. "

" 빈영이 그 새끼 말고 누가 있냐? 나 참...... 저 또라이 새끼가...... 빨리 자수를 할 것이지. 뻐팅기고 있어. 시발...... 괜히 나만 피곤하게 말야. "

" 근데 또 아일 수도 있다 아이가. 글마도 미치지 않은 이상 설마 그렇게까지 애를 심하게 팼을라고...... "

박하사가 고개를 약간 갸웃거리며 대꾸하자 Q장은 대번에 답답한 소리 말라는 표정을 짓는다.

" 야, 니 눈엔 빈영이 걔가 정상으로 보이더냐? 걔하고 2년 가까이를 같이 생활하면서도 걔를 아직 몰라? 걔 말고는 없어. 정말 걔가 아니라면 이건 B N Q 하사들 짓이 아닌거야. "

그러자 다시 동조의 빛을 띄며 고개를 끄덕이는 박하사. 문득 생각났다는 듯,

" 참, 기우는 어째 됐노? 글마 아직 정신 안 깨어났나? "

" 깨어나면 가해자가 누군지 바로 알게 될텐데 특수대가 우릴 닥달하고 있겠냐? "

" 하기사...... "

" 근데 특수대는 기우 깨어나기 전에 가해자 잡아내겠대..... 그 바람에 우리만 더 피고해지게 될 거다. 아마 오늘 저녁 때도 계속 개인 심문 있을 걸. 어쩌면 밤샐 지도 몰라. "

" 진짜가? 와, 미치겠네...... "

Q장도 미치겠는지 씨팔, 하며 나직히 욕지거리를 내뱉더니, 그만 뒤로 벌렁 눕는다.

" 큰일이다. 큰일이야...... B N Q 무기한 외출, 휴가 캔슬에다가 대대장 모가지 되기 직전이고 윗 대가리들이 기우 부모들한테 기름칠 잘 하고 있지만 언제 언론에서 알아버릴 지 모르는 일이고...... "

" 참, 기우 부모들이 그냥 참는다고 했다면서? 진짜가? "

"그러니까 지금까지 대대장 모가지가 무사한거지. "

그러자 박하사가 기가 차다는 듯 고개를 내젓는다.

" 야, 참...... 기우 부모들도 대단하다. 내같으면 돈을 아무리 많이 준다케도 다 떠벌리겠다. 시발. "

" 돈도 액수 나름이지......그냥 사고사로 처리하게끔 눈감아만 주면 치료비에 보상금으로 억을 넘게 준다는데 솔직히 솔깃 안하겠냐? 그리고 의사말에 의하면 혼절 상태지만 완전히 의식이 나간 건 아니래. 외상도 그렇게 심한 건 아니라서 수술까지 들어갈 건 없고...... 천만원 정도면 기우 병원비 뒤집어쓰고, 기우는 자동 제대처리가 될 건데, 그 나머지 돈을 쉽게 포기할 수 있겠어? "

Q장의 말이 끝나자, 박하사가 두 눈을 뚱그렇게 뜨며 다시 한번 고개를 젓는다.

" 억? 보상금이 억대로까지 넘어간거가? 와...... 시발, 공군 돈 많네...... "

" ...... "

" 근데 그카다가 기우 그 새끼, 고만 죽어 버리빼면 어째되노? "

그러자 누워있던 Q장이 벌떡 상체를 일으킨다.

" 야, 빈 말이라도 너 그런 얘기 마.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가뜩이나 의사가 깨어날 때가 됐는데 아직 안 깨어난다고 해서 가슴이 조마조마한 판인데...... "

" 알았다. 그냥 함 해본 소리다. "

박하사는 Q장의 눈치를 슬금슬금 보면서 말꼬리를 낮춘다. 그러다가 별안간 영민을 바라다 본다.

" 어이, 이영민이. '

갑작스런 부름에 순간 당황하는 영민.

" 예? "

" 니 가서 아이스크림 좀 사 온나. 더운데 아이스크림이나 하나씩 묵자. "

" 아...... 예. "

박하사가 돈을 꺼내려고 하는데,

" 네 것도 하나 사고, 내 이름으로 전표 끊어라. "

누워있던 Q장이 건전지가 다 된 목소리로 힘없이 중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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