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 N Q 1호실을 나서는 영민.
그러나 그 순간, B N Q 2호실의 문이 살며시 닫히고 있는 걸 영민의 두 눈은 놓치지 않는다.
B N Q 2호실!
그곳은 전빈영 하사가 머무는 곳이다. 그런데 누군가가 지금 막 안에서 문을 닫고 있는 것이다. 좀 전까진 분명 아무도 없었는데......
'설마......'
설마 전빈영 하사가 안에 있는 것인가? 분명 근무장으로 가는 걸 영민이 똑똑히 봤었는데.
의아해하면서 영민은 살며시 2호실로 다가갔다. 그러나 이내 발길을 거둔다. 생각을 고쳐먹는다. 문을 열어서 정말로 전빈영 하사가 있는 걸 확인하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다. 아니 더 정확히 그와 눈이 마주치기 싫었다. 그 섬뜩한 눈동자와......
그대로 방향을 바꿔 BX로 달려가는 영민. 뛰어가면서 그는 생각한다. B N Q 1호실 문밖에서 조금 전 Q장과 박원 하사가 하는 이야기들을 세심하게 엿듣고 있는 전빈영 하사의 노기 띤 모습을......
영민은 진저리가 쳐진다.
박기우 하사는 입원한 지 닷새만에 깨어났다. 담당 의사의 말에 따르면 다행히 심각한 내상은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박기우 하사가 깨어나고 그가 드디어 입을 열자 사건은 조금 엉뚱한 방향으로 치닫게 된다.
그 전에 병원을 찾은 주임원사와 Q장은 담당의사와 대면하게 된다.
그런데 담당의사의 말에 따르면 그동안 박기우 하사가 의식 불명이었던 건 외부손상으로 인한 과다출혈 때문이기도 했지만 사실상 더 큰 이유는 따로 있었다는 것이었다.
" 박기우씨 같은 경우엔 외상이나 내상이 아닌 정신적인 쇼크로 혼수상태가 되었던 겁니다. "
" 예? "
의사의 이 같은 진단은 일차적으로 사건의 방향을 흐트려놓고 있었다. 정신적인 쇼크라니?
" 그 친군 누군가에게 외부적 가해를 받으면서 동시에 커다란 정신적 충격을 입었습니다. 그 충격이 뇌를 자극시켰고 마침내 그를 위험한 혼수상태로까지 몰아가게 했던 것이죠. 그의 몸에 가벼운 멍과 타박상도 있었던 걸로 보면 그는 그 충격적인 무언가로부터 도망가거나 맞서 싸우려는 움직임을 보였었고 그 과정에서 린치가 가해졌고 바닥과 벽에 수차례 넘어지고, 부딪혔을 겁니다. 그리고 날카로운 무언가에 찢어진 배와 가슴에서 이후 꽤나 많은 양의 출혈이 있었던 거구요. 하지만 그 상처들은 그렇게 대단한 게 아닙니다. "
" 그럼 지금 기우 상태는 어떻습니까? "
" 겉보기엔 많이 멀쩡해 졌습니다. 하지만 말씀 드린대로 정신적 충격에선 아직 못 벗어난 상태입니다. 어쩌면 외상이 회복되는 대로 정신과로 옮겨야 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
Q장 배승환 하사는 오히려 마음이 더 무거워졌다.
정신적인 충격! 그렇담 사건은 이제부터 시작일 수도 있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박기우 하사의 병실에는 마침 부모들이 잠시 자리를 비우고 없었다. 주임원사와 Q장이 들어서자 그들을 알아본 박기우 하사는 그 와중에도 경직된 얼굴로 경례를 하려 했다.
" 아냐, 됐어 그대로 누워있어. "
Q장이 급히 저지하며 다가갔다. 겉보기엔 정신도 멀쩡해 보였다. 오히려 미라처럼 붕대에 칭칭감긴 몸과 링거 주사바늘에서 상당한 이질감까지 느끼게 했다.
" 야, 박기우 몸은 좀 어때? 어? 나 알아보겠지? "
주임원사가 먼저 입을 열자 박기우 하사는 그를 조금은 멍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아닌게 아니라 며칠 사이 상당히 야위어 있었다. 그것이 정신적인 충격으로 말미암은 것이란 말인가......
" 예. 저 이제 멀쩡합니다. "
정말 박기우 하사는 멀쩡하게 대답을 해댔다.
" 그래? 부모님들은 어디 가셨네? "
" 식사하러 가셨습니다. 저 때문에 제대로 식사도 못하셔서 말입니다. "
" 어...... 그래? "
주임원사는 애써 입가에 미소를 띄워주었다. 그런데 옆이 있던 Q장이 더 이상 못 기다리겠다는 투로 불쑥 물었다.
" 기우야. 말해봐. 누구냐? 누가 너 그랬어? "
" ...... "
그러자 다시 그 때의 일이 상기되어졌는지 잠시 말을 멎고 숨을 고르는 박기우 하사.
" 괜찮아. 얘기해 봐. 그 새끼 내가 그냥 안 둘테니...... "
Q장이 조금 흥분하여 언성이 높아지자 주임원사가 목소리를 가라앉히며 끼어든다.
" 그래. 얘기해 봐. 너어겐 절대 아무 일 없을 거라고 내가 장담하지. 넌 이제 의병제대(병이나 신체, 정신상의 문제로 인한 조기제대) 될 테니 걱정 말고 다 얘기해 봐. "
" ...... "
" 어차피 특수반 오면 다 얘기해야 할 거야. 우리한테 먼저 얘기해주면 여러 가지로 더 좋아지게 돼. 꼭 우리들 뿐만 아니라 너나 너희 부모님들에게도...... "
그러나 바르르 떨리는 박기우 하사의 입술은 좀체 열리지 않는다. 그러자 Q장이 슬쩍 그를 떠본다.
" 빈영이지? "
놀라는 주임원사와 비교적 담담한 표정의 박기우 하사. 조금 확신에 찬 목소리로 다시 묻는 Q장.
" 그렇지? 전빈영 하사가 그랬지? 어? "
서서히 두 눈이 휘둥그래지는 박기우 하사. 그리고 그런 박기우 하사 못지 않게 휘둥그렇게 치켜 뜬 눈으로 그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Q장과 주임원사.
그러나,
박기우 하사는 고개를 젓는다. 아니라는 뜻이다! 전빈영 하사가 아니라는 뜻! 갑자기 맥이 풀린 듯 허망한 심정에 휩싸이는 Q장.
그럴리가......
" 괜찮아, 임마. 바른대로 말해봐. 그 새끼가 너한테 협박하데? 말하면 죽여버린다고? 야 임마. 넌 이제 제대한다니까. 엉? 뭐가 두려워? 뭐가? 어서 다 털어놔 봐, 사실대로...... "
다시 흥분하는 Q장. 그러나 곧 침착을 되찾은 박기우 하사의 나직한 음성이 들린다.
" 정말로 전하사님이 아닙니다. "
" .....! "
이제 더 이상 감이 안 잡히는 Q장. 황황하게 다시 묻는다.
" 그럼... 누구?... 누구야? 어? 누구야?... "
" ...... "
" 어? 창우? 아니면 동수? ...... 아니면...... "
" 저도 모르겠습니다. "
" ......! "
그만 말문이 막혀 버리는 Q장.
모르겠다니......
" 야, 기우야...... 무슨 소리야 그게? "
" 그 얼굴은 처음 보는 끔찍한 얼굴이었습니다. "
" 뭐야? "
" 사람의 얼굴이...... "
말을 이어가면서 박기우 하사의 숨소리가 점점 불규칙적으로 변해간다. 식은땀을 흘리며 초점을 잃어가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 야, 기우야! "
" 사람의 얼굴이 아니었어요.... 그.. 그 모습은... 으... 으으.... "
" 기우야! 박하사! "
" 그건... 분명 귀신... 귀신이었어요... 으으으... "
" 야 임마! 정신차려! "
박기우 하사는 점차 의식을 잃어가고 있었다. 몸은 다시 경련을 일으키면서 서서히 경직되어져 갔다.
" 야, 빨리 의사 불러! "
놀란 주임원사가 황급히 외쳤고 Q장은 부리나케 병실을 나간다.
" 으.. 으아악! 귀신이야!... 날 봤어요! 그 귀신이... "
마침내 박기우 하사는 발악을 해댄다. 주임원사가 급히 그의 몸을 붙든다. 그러나 요동치는 박기우 하사의 전신을 감당하기엔 무리였다.
이내 침대를 박차고 뛰쳐나가는 박기우 하사.
" 여기까지 왔어요...... 여기까지...... 살려주세요! "
주임원사가 박기우 하사의 옷자락을 힘겹게 붙들었으나 이내 옷자락은 찢어지고 박기우 하사는 밖으로 뛰쳐나간다.
" 박하사! "
주임원사가 목청껏 불러보지만 그 소린 그저 허망하게 공중으로 묻힐 뿐이다. 그러나 박기우 하사도 멀리 가진 못했다. 문밖으로 두어 걸음 내딛던 그의 다리가 이내 푹 꺾인다. 그리고는 차가운 병원 복도 바닥에 얼굴을 처박곤 정신을 잃고 만다.
이어서 의사와 간호사들이 달려오고 응급처치가 다시 진행되어진다. 놀랍고 무시무시한 박기우 하사의 반응에 주임원사와 Q장은 당혹스럽다 못해 멍한 표정이 되어버린다.
Q장의 머리속을 다시 파고드는 불길한 예감. Q장 배승환 하사는 기원했다. 이것이 시작일지도 모른다는 자신의 불길한 생각이 제발 틀려 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