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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B.N.Q11

농구왕김타자 |2011.03.17 14:31
조회 917 |추천 7


영민은 집으로 뛰어가고 있었다. 주위는 칠흙같이 어두운 밤거리.
'엄마!'
영민은 어머니의 부고를 전해 듣고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았다. 영민이 가출을 한 지 꼭 일주일만의 일이었다.
어떻게 알고 찾아왔는지, 법대에 다니는 영민의 이종사촌 형이 어느 날 무서운 표정으로 영민이 기거하던 친구 집의 대문 앞에 서 있었다. 그에게서 어머니의 부고를 듣게 되었다.
전날 밤 친구와 난생 처음으로 소주를 마셨던 영민인지라 아침까지 정신이 몽롱했었다. 그래서 처음엔 사촌형의 얘기가 무슨 뜻인지를 알아차리지 못했었다. 그러나 점점 숙취는 사라져갔고, 알코올의 기운이 얄미운 종달새처럼 훌쩍 날아가 버리자 남아 있는 것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받아들일 수가 없는 슬픈 현실 뿐이었다.
'그럴 리가 없어.'
영민은 이미 술기운이 다 사라졌다는 것을 알았지만 끝가지 사촌형의 말을 못알아듣는 척 했다. 그게 무슨 소리냐고......
묻고 또 묻고......
하지만 그런다고 현실이 바뀌어지진 않았다. 그리고 그것을 절실히 느끼는 영민이었다.
영민의 가출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는 사촌형을 제치고 미친 듯이 집으로 뛰었다. 뛰면서도 그는 혹시나 하는 헛된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었다.

일주일 전만 해도 아무렇지도 않았던 어머니...... 나하고 싸울 때만 해도 힘이 펄펄 넘치셨던 어머니...... 그런 어머니가 이다지도 갑자기 세상을 뜨실 리가 없어...... 그럴 이유가 도대체 없잖아...... 모든 게 거짓이야...... 나를 집으로 돌아오게 하려는 거짓말!

영민은 그렇게 억지스레 믿으며 어둔 거리를 쉬지 않고 달리고 또 달렸다.
그러나 집에 도착했을 때 영민은 마침내 현실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그것은 참으로 참담한 현실이었다. 마치 입구 없는 동굴 속에 불쑥 갇혀버린 듯한 기분......

" 엄마! "

집에는 등불이 켜져 있었고 고인(故人)은 이미 입관(入官)된 후였다. 주위엔 친척들이 가득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영민을 무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그러나 영민은 그냥 있을 수가 없었다. 단숨에 집안으로 뛰어 들어가 안방 문을 확 열었다. 어머니의 시신을 자신의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아야만 정말로 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 엄마!...... 헉! "

그러나 영민은 문을 열자마자 기겁을 해버렸다. 누군가가 어머니의 관 위에 동그마니 앉아 있다가 영민이 들어서자 갑자기 뒤를 홱 돌아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돌아보는 이는 다름아닌 영민의 어머니였다! 죽었다고 했던 영민의 어머니. 그녀가 관 위에 우두커니 앉아서 영민을 빤히 바라다보고 있는 것이었다.

" 어...... 엄마...... "

하지만 뭔가 이상했다.
예전의 어머니 모습이 아니었다. 유난히 하얀 얼굴이며 붉은 빛이 감도는 둥그런 눈동자며 거기다가 서서히 입 언저리가 찢어 올라가며 싸늘한 미소를 짓는 그 냉기 가득한 모습!

" 영민아. "

그녀가 그 싸늘한 미소로 나직하게 영민을 불렀다. 하지만 영민은 속지 않았다. 얼굴은 어머니였지만 어머니가 아님을 그는 직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직감이 들자마자 '저건 귀신이구나'하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그러자 다음 순간, 영민은 밀려오는 공포감을 무릅쓰고 용감히 귀신을 향해 돌진했다.

" 꺼져 이 귀신아! "

그러나 영민은 곧 관에 걸려 넘어지고 만다. 무릎의 통증을 미처 인식하기도 전에 영민은 다시 고개를 치켜들었다. 관 위엔 아무 것도 없었다. 영민은 놀란 눈으로 사방을 둘러보았다.

" 이익~ "

어머니의 모습을 한 귀신은 어느새 천장 위에 딱 달라붙어서 영민을 바라보고 있었다. 예의 그 미소를 여전히 흘리며......

" 영민아, 왜그러니? 엄마야...... 엄마라구...... "

" 으으...... "

소름이 끼치는 영민. 정신을 제대로 가눌 수가 없을 정도로 머리가 복잡해졌다.

" 아냐...... 당신은 엄마가 아냐...... 아니라구...... "

순간 영민은 관을 쳐다보았다. 그것을 열어봐야만 했었다. 확인하고 싶었다. 정말 저 안에 자신의 진짜 어머니가 여기 누워 있는지, 아니면 저 요상한 모습의 귀신이......
영민은 단숨에 관 앞으로 다가섰다. 그리곤,
쾅!
이내 관뚜껑이 열리고, 안을 들여다본 영민은 저도 모르게 움찔 몸을 떨었다. 관 안엔 정말로 어머니의 시신이 반듯하게 누워 있었던 것이다. 잠을 자듯, 가만히 눈을 감고 누워 있는 어머니의 모습. 영민은 전율 속에서도 한줄기 슬픔이 터져 나옴을 느꼈다.

" 엄마! "

그러나 관 속의 엄마는 대답이 없었다. 대신에 천장에서 다시금 웃음소리가 내려왔다.

" 영민아 엄마 여기 있다...... 엄마랑 같이 가야지...... "

영민이 다시금 놀란 눈으로 천장을 쳐다 보았을 때, 그는 기겁을 하며 비명을 내지를 수 밖에 없었다. 천장에 붙어 있던 또 다른 어머니의 두 손이 엿가락처럼 길게 늘어져서는 영민의 상기된 볼을 어루만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 으아악! "

영민의 괴성에 놀란 친척들이 안방 문을 열고 뛰쳐 들어옴과 동시에, 천장에 붙어 있던 그것은 기분 나쁜 웃음을 흘리며 다시 관 속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그것이 어머니의 관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영민은 똑똑히 보았다.

" 너 이자식! 이게 무슨 짓이야? 응? "

열린 관 뚜껑을 보며 누군가 버럭 소리를 질렀고, 사람들의 억센 팔이 영민을 밖으로 밀어냈다.
그러나 영민은 그대로 물러날 수 없었다. 다시 확인하고 싶었다. 그 요사스런 귀신이 어머니의 몸을 어떻게 할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어쩌면 그것이 어머니의 목숨을 앗아간 정체였는지도 몰랐다. 그것을 어머니의 관 속에서 몰아내야만 했었다.

" 귀신이에요! 엄마의 관 속으로 귀신이 들어갔어요! "


" 이자식이 돌았나? 빨리 밖으로 데려가! "

영민은 목청껏 소리쳐 댔으나 그 말은 무시당한 채, 친척들에게 떠밀려 점점 밖으로 밀려났다.

" 안돼! 저 귀신을 몰아내야 돼! 어쩌면 엄마가 저것 때문에...... "

" 이 자식이 정말! "

" 저 귀신을 죽이면 엄마가 다시 살아날 지도 몰라! "

" 닥치지 못해! "

영민이 세차게 주위의 손길들을 뿌리치고 다시 안방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뒤통수가 묵직하게 저려왔다. 눈앞이 캄캄해지며 다리에는 힘이 풀렸다. 그대로 그는 안방 문앞에서 쓰러지고는 정신을 잃었다.
누군가가 영민의 뒤통수를 내려친 것이었다.


" 엄마! "

나직한 외침과 함께 영민이 눈을 떴다.

" 야, 이영민, 괜찮냐? 응? "

Q장 배승환 하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어서 장하사의 목소리도 들렸다.

" 이하사! 정신이 드냐? 내가 누군지 알겠지? "

영민은 누운 채 고개를 돌려 주위를 살폈다. 그 곳은 자신의 집, 안방이 아니라 B N Q 1호실이었다.
B N Q 1호실.

" 이하사! "

" 예...... 예에! "

갑자기 정신이 확 들어온 영민은 급히 몸을 일으켰다. 그러나 이내 윽, 하는 신음소리와 함께 다시 쓰러진다. 뒷덜미에 예리한 통증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 야, 야, 그냥 누워있어. 응? 누워! "

Q장이 급히 다가와선 영민을 똑바로 눕혀준다. 옆에서 장하사가 거든다. 영민은 머리까지 묵직하게 아파옴을 느꼈다. 그러나 정신을 차리고 다시금 찬찬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린 미등만이 켜진 1호실 안엔 Q장 배승환 하사와 장하사, 그리고 누워있는 영민 뿐, 다른 이들은 아무도 없다. 침구는 모두 그대로 있는데 몸들만 어디론가 가버리고 없었다.
모두들 어디로 갔나?
자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
아니 자신이 정신을 잃은 후 무슨 일들이 더 일어났었나?
영민은 잠시 생각의 늪 속으로 빠져든다.
그 나름대로 이 밤에 일어났던 상황을 정리해 본다.
'어떻게 된 일인가.'

-피범벅의 김대명 하사가 한밤중에 나를 찾아왔었다.
-그는 B N Q 4호실 귀신이 자신을 죽이러 온다고 말했었다.
-그리고 그는 조금 이상했다. 아무리 보아도 정상으로 보이진 않았다. 그는 내게 같이 귀신을 죽이자고 제안했었다. 그 귀신이란 바로 전빈영 하사였고......
-그러는 찰나에 전빈영 하사가 1호실로 들어왔고...... 그가 불을 켰다.
-그리고 그가 나를 향해 몽둥이를 휘둘렀다.
-그리고 피가 튀었고...... 내가 비명을 질렀던가? 아무튼 나는 정신을 잃고,
-그리고 그 다음엔...... ?

" 이하사. 괜찮지? 응? "

" 예? "

번뜩 생각의 늪에서 빠져 나온 영민은 걱정스런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장하사의 큰 눈을 본다. 그에게 상황을 물어보는 수밖에 없을 듯 싶었다.

" 어떻게 된 겁니까? 장하사님. 김하사님은? 또..... 전하사님은......? "

영민은 장하사가 자신의 끊어진 기억을 붙여주길 바라며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러자 장하사의 얼굴에 난처한 기색이 띈다. 어찌 보면 불안함 같기도 하고, 그러면서 말이 없다.

" 장하사님...... "

답답한 영민이 아직도 여리게 통증이 느껴지는 뒷덜미를 문지르며 애원하듯 장하사를 본다.

" 제가 전하사님에게 맞지 않았습니까? 그 몽둥이로...... 그 다음엔...... "

" 니가? "

" 예? "

니가? 라니...... ?
아주 의외란 듯한 그 목소린......?

"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니가 왜 맞아? "

" ......? "

" 맞은 건 김하사님이지. "

" 예? "

영민은 다시 기억을 되살리려고 머리를 쥐어 짜본다. 미간이 형편없이 구겨진다. 그러자 떠오르는 것들이 있다. 자신이 정신을 잃으려는 그 찰나에......
비명소리와 피!
그렇다면 그것들이 자신의 것이 아니었단 얘긴가? 영민이 다시 눈을 휘둥그래 치켜뜨며 장하사를 바라본다.

" 그럼...... 전하사님이 제가 아니라 김하사님을 몽둥이로 쳤던 겁니까? "

" 그래. "

당연하다는 투로 두 눈을 휘둥그래 뜨는 장하사. 그러다가 슬쩍 Q장의 눈치를 본다. 그러면 영민도 그의 시선을 따라간다. Q장은 조금 떨어진 곳에 서서 아까부터 영민과 장하사의 얘기를 꼼꼼히 듣고 있었다. 장하사가 난처해하고 불안해하는 이유를 영민은 너무나 잘 알 것 같았다.
자신에게 옮겨지는 시선들을 느낀 Q장은 그것들이 좀 부담스러웠던지 가벼운 헛기침을 하며 외면한다. 그러더니 담배 하나를 꺼내문다.

" 장하사. "

" 예. "

" 난 3호실에서 잘테니까 넌 영민이 잘 보살펴주라. 응? "

" 예. 알겠습니다. 주무십시오. Q장님. "

그러자 Q장은 흘끔 시계를 보더니 인상을 찌푸린다.

" 얼마 자지도 못하겠네...... 휴우...... "

그러면서 물고 있던 담배에 불을 붙이며 1호실을 나간다. 그렇게 비틀거리듯 나가는 Q장의 뒷모습이 상당히 초라해 보였다. 영민은 잠시 그런 Q장이 참 측은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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