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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B.N.Q13

농구왕김타자 |2011.03.17 14:41
조회 822 |추천 9


일요일이 지나고 다시 월요일이 되었다.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면서 B N Q도 지난 밤의 불미스런 기억들을 어느 정도 떨쳐내고 조금의 활기를 찾아가고 있었다.
김대명 하사도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와 동기들과 이런 저런 잡담을 나누기도 하면서 의식적으로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행동을 하고 있었다. 다른 이들도 그의 행동에 맞장구를 쳐주며 그가 어서 그 일을 잊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전빈영 하사도 마찬가지였다. 그 역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 있었다. 여전히 어두운 표정으로 아무런 말 없이 2호실에만 틀어박혀 있었다. 그가 2호실 밖으로 얼굴을 내밀 때는 근무장으로 상,하번을 할 때 뿐이었다.
박기우 하사 때와 마찬가지로 B N Q는 이번에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그렇게 빠른 속도로 원래의 색깔을 찾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다만 영민의 행동에만은 남들과 달리 확연히 달라진 게 있었다. 물론 그것은 장하사 외엔 누구도 눈치를 못 채고 있었다.
그는 전빈영 하사뿐만 아니라 이젠 김대명 하사까지도 슬슬 피했다. 될 수 있으면 그와도 마주치지 않으려고 애를 쓰게 되었다. 그것의 뚜렷한 원인은 없었다. 단지 일요일 새벽의 그 끔찍했던 사건 이후 김대명 하사에 대해 본능적으로 강한 거부감이 생겨난 것이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영민이 B N Q 내에서 가장 좋아했던 이가 바로 김대명 하사가 아니었던가. 그런데 상황이 이렇게 순식간에 반전되어 버린 것에 대해서 영민 자신도 믿어지지가 않았었다.


" 이하사님. "

근무장에서 멍하니 딴 생각에 빠져있는 영민을 누군가가 나직이 불렀다. 얼른 돌아보니 같은 근무장 병(兵)인 도기석 병장이 영민을 빤히 바라보고 있다. 그는 영민과 동갑내기로 부대 내에서 가장 친한 병이었고 영민이 근무를 처음 배울 시기에 여러모로 많은 도움을 주기도 했었다. B N Q 생활이 답답할 때면 가끔 그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위로를 받기도 했었다.

" 응, 왜? "

" 무슨 생각하세요? "

" 응? 아냐... "

그러자 도기석 병장은 의미심장한 표정이 된다.

" 이하사님, 그 일은 어떻게 되었어요? "

" 뭐? "

순간 화들짝 놀라면 주위를 둘러보는 영민. 그러나 주위 사람들은 아무도 영민과 도기석 병장의 얘기에 관심이 없었다.

" 일은 무슨 일? "

영민이 시침을 떼고 정색을 하지만 그는 제대로 포커 페이스가 되고 있지 않았다. 눈치챈 도기석 병장이 싱긋 웃으며 잠시 시계를 보더니,

" 이하사님 담배 한 대 안 피시겠습니까? "

한다. 아닌게 아니라 영민도 좀 전부터 담배 생각이 간간이 나던 중이었다. 영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저, 담배 한 대만 피고 오겠습니다. "

그러자 저 쪽에서 신문을 보고 있던 운영계 선임하사가 농담 섞인 목소리로 말한다.

" 두 대 피고 와도 돼. "

선임하사는 영민의 근무태도나, 생활모습을 상당히 좋게 보고 있던 터였다. 그러자 가볍게 미소를 띄우는 영민과 도기석 병장.

" 예. "


운영계 본관 건물 옆 흡연 장소로 나온 영민과 도기석 병장.
도병장이 담배 하나를 건네고 불을 붙여준다. 영민은 담배를 물자마자 두,세 모금 급하게 연기를 들이마신다. 폐 속 깊이까지 담배연기가 들어갔다가 그 안을 휘젓는가 싶더니 어느 순간 빠르게 역류하며 목을 타고 다시 밖으로 뿜어져 나왔다.
그렇게 좀 시간이 지나자 갑자기 숨통이 확 트이는 느낌이 드는 영민. 담배는 도저히 못 끊을 것만 같았다. 영원히.

" 이하사님. 전빈영 하사님 어떻게 됐습니까? "

" 뭐? "

영민이 반쯤 타 들어간 담배에서 이윽고 입을 떼고는 도기석 병장을 돌아본다.

" 저희도 다 알고 있습니다. 그 날 일... "

" 야, 도병장. 너 입 조심해. 응? 그거 주임원사나 헌병반장 귀에 들어가면 골치 아파져. "

영민이 흥분 섞인 목소리로 떠들다가 문득 주위를 살피며 숨을 죽인다. 그러자 도기석 병장이 안심하란 듯 고개를 끄덕인다.

" 걱정 마세요. 제가 애들 입 단속 확실히 시켰으니까요. 그 일 부대장 알면 우리들까지 다 피곤해지는데요 뭐. 가뜩이나 저 제대도 얼마 안 남았는데... "

도기석 병장은 제대를 3개월 남짓 남겨둔 말년 병장이었다. 도기석 병장은 한층 목소리를 죽이며 영민이게 다가왔다.

" 이하사님. 전하사님은 아직도 귀신 못 잡았답니까? "

" 뭐? "

" 전하사님 귀신 볼 줄 알잖아요. 예전부터 B N Q 4호실 귀신 잡는다고 그러더니 아직 못잡았나 봅니다? "

영민은 눈이 휘둥그래졌다.
'도병장이 어떻게 그런 걸......'
그러나 그럴 법도 했다. 도기석 병장은 벌써 이 부대에서 2년 동안이나 생활하고 있다. 아직 두 달도 채 안된 영민보다 부대 전반적인 것들에 대해 당연히 더 많이 알고 있을 것이었다. B N Q에 대해서까지도......
순간 영민의 눈이 반짝였다.

" 도병장. "

" 예? "

" 너 여기 온지 2년 됐지? "

" 예, 2주일 후면 꼭 2년입니다. "

" 그래? "

영민은 장하사가 예전에 자신에게 해주었던 B N Q 4호실의 괴담이 생각났다. 아니 괴담이 아니었다. 그것은 분명히 실화라고 했었다. 하지만 또 모를 일이었다. 장하사마저도 잘못 알고 있던가 아니면 그가 지어냈을 수도 있으니...

" 너 그럼 B N Q 4호실 얘기도 알고있니? "

영민이 조심스래 물어보자 도기석 병장은 다시 싱긋 웃는다.

" 알죠 그럼. "

" ......! "

" 제가 여기 신병으로 막 왔을 때 한참 그 얘기 때문에 난리였어요. 거기서 3명이 죽었잖아요. "

" 정말이야? "

정말 사실이었구나......
영민은 새삼 넌덜머리가 났다. 그렇다면 이건 진찌 공포의 B N Q가 아닌가!

" 그 때도 대단했었어요. 얼마 전에 박기우 하사님 사건은 거기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죠. 그땐 정말 부대가 발칵 뒤집혔었어요. 그 때 아무 것도 모르는 신병이었던 제가 얼마나 무섭고 어안이 벙벙했는지...... "

영민은 그런 도기석 병장을 가만히 바라본다. 이해가 갔다. 지금의 영민 심정이 그러하니......

" 그런데 전빈영 하사님 말입니다. "

" 어? "

" 전하사님이 제가 여기 오고 한달 정도 있다가 아마 여기로 자대배치를 받았을 겁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서 우연히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다가 그 사람과 만났었는데, 저한테 대뜸 이러는 겁니다. "

" 뭐라고? "

" B N Q 4호실에서 최근에 누가 죽었냐는 겁니다. "

내심 놀라는 영민. 도기석 병장의 말은 계속되었다.

" 그래서 저 사람이 누구한테 무슨 얘기를 들었구나 생각하고 별 생각없이 그렇다고 그랬죠. 그런데 또 대뜸 하는 얘기가 그 때 거울 속에서 귀신 하나가 빠져나갔다는 겁니다. 얼마나 기가 차던지...... 그리고 계속 하는 얘기가 그 귀신이 아직 B N Q를 떠돈다는 겁니다. "

" 너하고 좀 친했었니? "

" 전하사님요? 아닙니다. 그 때 저도 첨 봤었어요. 그래서 전 당연히 이 사람이 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나 했었죠. 그런데 그 때 전하사님이 이러는 겁니다. 그 귀신이 4호실로 다시 올 거라는 거에요. 세명의 목숨을 가져가야 되는데, 아직 하나가 남았다는 겁니다. 글쎄..... "

" 그럼......? "

" 예. 그 때까진 아직 두 명만 죽은 상태였었죠. 그런데 전하사님이 그 말을 하고 나서 일주일 정도 지났는데 아닌게 아니라 4호실에서 자고 있던 하사 한 명이 또 죽어버린 겁니다. "

영민은 할 말을 잃었다. 지금 도기석 병장의 얘기가 모두 사실이라면, 전빈영 하사. 그는 정말 누구인가?

" 그리고 즉시 4호실은 폐쇄되어 버리고, 이후 2년간 아무런 일도 없었죠. 그 때부터 전 전빈영 하사님이 참 대단해보이더라구요. 아하 저분은 정말 귀신을 볼 수 있는 사람이구나. "

영민은 그만 한숨이 나왔다.
그러자 도기석 병장이 영민을 슬쩍 바라보며,

" 전하사님 아무 일 없는 거지요? "

" 응? 어 그래. 그 일 잘 마무리 됐어. "

" 그런데 참 이상하데요. B N Q에선 모두 전하사님을 되게 싫어하대요. 왜 그러는 건지... 이하사님도 전하사님 싫어하세요? "

" 뭐? 아, 아냐...... 난. "

영민은 다시 담배가 그리워진다. 급히 주머니를 뒤적거려 새 담배 하나를 꺼내 무는데 도기석 병장은 슬슬 들어간다.

" 저 먼저 들어갈게요. 천천히 오십시오. "

" 어, 그래. "

추천수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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