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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B.N.Q18

농구왕김타자 |2011.03.17 15:14
조회 828 |추천 10

B N Q 3호실.
문이 열린다.
전빈영 하사와 영민이 안을 들여다본다. 영민은 계속해서 전신을 떨고 있었다. 전빈영 하사가 3호실 안으로 들어서지만 영민은 그러질 못하고 있다. 그런 영민을 한번 힐끔 바라보기만 하는 전빈영 하사. 신경쓰지 않고 3호실에서 자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을 이리저리 살펴댄다. 모두 곤히들 자고 있었다. 이리저리 자는 이들의 얼굴을 살펴보던 전빈영 하사가 누군가의 앞에서 딱 멈춘다. 그리고는 문 밖에 서 있는 영민을 쳐다보며 가만히 검지 손가락을 까닥인다. 이리 오라는 뜻이다.
영민은 정말 무거운 발걸음이 되어 겨우겨우 3호실 안으로 들어선다. 그리고 이내 전빈영 하사 옆으로 갔다.
그리고는 소스라쳐 놀라는 영민.
전빈영 하사가 바라보고 있는 사람. 곤히 자고 있는 그는 다름아닌 김대명 하사였다. 조금 전까지 4호실에 뒷모습을 보이며 떡 하니 서 있었던 김대명 하사.
기가 막히는 영민이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전빈영 하사를 바라보면 그는 그저 말없이 자리를 뜨고 있다. 놀라 허겁지겁 그의 뒤를 따르는 영민. 이윽고 B N Q 3호실의 문이 다시 닫힌다.

라이터가 켜지고 담배 끝에 불이 붙는다.
크게 한모금 연기를 빨아들이는 전빈영 하사. 그리고는 천천히 다시 내뿜는다.
전빈영 하사의 앞에는 그와는 반대로 급하게 연기를 빨았다가 내뱉기를 반복하고 있는 영민이 있다. 영민은 그렇게라도 해야만 불안한 심정이 조금이라도 떨쳐질 것만 같았다.
어느덧 새벽이 밝아오는 시간이었다.
그들은 그렇게 화장실 창가에 서서 담배를 피워대고 있었다. 영민은 언뜻 지금의 상황에서 너무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전빈영 하사와 마주한 채 담배연기를 들이마시고 있는 바로 이 순간까지도.

" 니가 아까 본게 뭔지 알겠냐? "

영민이 막 세 개비 재 담배에 불을 붙이려 할 때, 전빈영 하사가 입을 열어 조용히 물었다.
영민은 엉겁결에 담배를 입에 문 채로 전빈영 하사를 바라본다. 그러다가 이내 자신의 위치를 상기시키곤 얼른 물고 있던 담배를 빼내어 휴지통에 쳐넣었다. 공포감에 질려 잠시 전빈영 하사가 B N Q 고참이란 사실을 잊었던 것이다. 고참도 그냥 고참이었던가.
그러나 전빈영 하사는 그런 영민을 그저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제야 전빈영 하사가 자신에게 뭔가 질문을 했음을 알게 되는 영민.

" 예...... 저...... 잘 모르겠습니다. "

그러자 전빈영 하사는 영민에게서 시선을 거두곤 아직까지 손에 쥐고 있던 몽둥이를 바라본다.

" 그럼 이건 뭔지 알겠냐? "

황급히 전빈영 하사가 쥐고 있는 몽둥이를 바라보는 영민.
저게 뭐냐구? 그냥 몽둥이가 아닌가......
그러나 그렇다고 그냥 몽둥입니다 라고 대답하기도 뭣한 일이었다.
전빈영 하사는 끈질기게 영민의 눈을 바라보며 그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을 눈치채곤 얼른 입을 여는 영민.

" 그...... 그것도 잘 모르겠습니다. "

전빈영 하사는 몽둥이를 치켜든다. 움찔 놀래는 영민. 그러나 전빈영 하사의 시선은 다시 몽둥이에만 고정되어 있다. 그것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자못 진지하다. 그리고 역시 진지한 목소리로 입을 연다.

" 이건 몽둥이야. "

" ...... "

좀 어이가 없는 영민. 그러나 전빈영 하사의 말은 이어졌다.

"귀신 잡는 몽둥이. "

" ...... "

그의 뒷말에 어이없음이 순식간에 달아나버리는 영민.
귀신 잡는 몽둥이라니......
전빈영 하사의 말은 계속되었다.

" 아까 니가 4호실에서 본 건 김대명이가 아냐. "

" ...... "

" 물론 그 시각 3호실, 좀 전에 니가 봤던 그 자리에 김대명이는 없었어. 즉 우리가 4호실에서 김대명이를 봤을 때 김대명은 3호실에 없었고, 4호실에서 우리가 봤던 김대명은 김대명이 아니었단 얘기야. "

머리가 빙빙 도는 영민. 도대체 지금 전빈영 하사가 무슨 소리를 해대고 있는지 감이 안잡힌다.
그런데 그에 대한 설명은 거기서 끝이었다. 전빈영 하사가 자신을 외계인이라도 구경하듯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는 영민을 마주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마지막 멘트를 날렸다.

" 너라면 잘 알거야. 상황이 어떤지를 말야. "

그러나 영민으로선 답답할 뿐이었다.
'너'라면 이라니...... ?
자기가 뭘 안다는 것인가?
더 이상 전빈영 하사의 입은 열리지 않았다. 그는 성큼 몸을 움직여 화장실을 나가고 있었다.
도무지 알 수 없는 말들만 나열해 놓곤 정리도 안해주고 자리를 뜨는 전빈영 하사의 뒷모습을 조금 황당한 눈초리로 바라보는 영민.
'상황이 어떻다는 거지?'
영민은 머리를 갸웃거렸다. 좀 전에 4호실에서 보았던 김대명 하사의 뒷모습은 무엇이며, 돌아선 그의 앞모습은 또 무엇이었으며, 이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3호실, 자기 자리에서 곤히 자고 잇던 김대명 하사는 또 무엇인가?
그리고 마치 모든 걸 꿰뚫고 있는 듯한 언행을 보이는 전빈영 하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영민은 다시 담배 하나를 꺼내문다. 그 때 누군가가 화장실 안으로 들어온다. 깜짝 놀라며 담배를 빼내는 영민.

" 필승! "

" 어, 너 영민이 아니냐? "

부스스한 얼굴로 잠에 취한 듯 비틀비틀 들어서는 이는 장유정 하사였다. 그는 영민을 보곤 뜻밖이란 듯 감기려던 눈을 치켜떴다.

" 너 여기서 뭐하냐? 지금 야근 끝나고 하번하는 길이야? "

" 예?...... 예에. 지금 막 하번하면서 담배나 한 대 피우고 들어가려고 말입니다. "

영민은 대충 둘러대면서 어느새 자신의 둘러대기 실력도 많이 늘었구나 하고 순간 생각했다.

" 비 많이 오는가 보구나. 지금 뇌우 2단계 들어갔지? "

" 예. "

" 그래, 그럼 들어가 쉬어라. 어? 내일 분명히 부대 작전도로 작업 있을건데, 잠 좀 자둬야지 응? 피곤할 건데..... "

장하사가 그렇게 말하곤 다시 눈을 반쯤 감으며 화장실을 나간다.

" 예. 그럼, 주무십시오. 장하사님. 필승...... "

영민은 다시 담배를 물었다.
창밖에 빗소리가 줄어들고 있다. 대신 바람이 더욱 거세지고 있었다. 악령의 울부짖음 같은 바람소리......
휘~ 이이이이잉~ 이잉~ 이잉~
으으으으으으~

 


딩 동 댕 동~
부대 전달사항을 알리는 차임벨이 울리고 이어서 운영계장의 허스키한 보이스가 방송을 탄다.

" 아, 아, 운영계에서 전달한다. 부대 작전도로 배수로 작업이 있을테니, 각 근무장 최소인원, 최, 소, 인원을 제외한 나머지 전 장병들은 14시까지 작업 도구를 챙겨서 대대본부 앞으로 집결할 것 . 다시 한번 전달한다. 부대 작전도로...... "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다. 다만 그 줄기가 상당히 가늘어져 있었다. 바람도 상당히 수그러 들었다. 13시 30분을 기하여 부대 내에 발령되었던 뇌우 경보가 해제되었었다.
무시무시한 위력으로 북상해 오던 제 8호 태풍 지니도 12시를 넘어서면서 한반도 내륙에 상륙되어 급격히 그 힘을 잃어가다가 급기야 소멸이 되면서 일본 북서쪽 해협으로 빠르게 사라져 버렸었다. 그러나 그 여파인지 아직 비는 내렸고 잔잔한 바람도 불어오고 있었다.
이정도 날씨면 공사판 잡부들의 일손을 놓게 만들기엔 충분했다. 그러나 군인에겐 통하지 않는 날씨였다.

" 야, 딱 작업하기 좋은 날씨지? 안 그래? 여름인데 덥지도 않고 말야. 좋잖아. "

삽이며 괭이 따위들을 들고 하나 둘씩 모여드는 장병들을 바라보며 장교우의로 무장한 운영계장이 떠들어댄다. 그러나 그 소리에 맞장구를 쳐주는 이는 아무도 없다. 그렇다고 대놓고 불만을 토로하는 이도 없었다.

" 자, 다 모였으면 출발하자구. "

부서별로 인원 점검까지 마치자 수송트럭이 장병들을 뒤에 싣고 하나 둘 부대를 빠져나간다.

" 야, B N Q는 왜 인원이 이것밖에 안돼? 응? 배하사? "

마지막으로 B N Q 영내 하사들을 실은 트럭이 출발하려고 하자 운영계장이 인상을 찌푸리며 다가온다.
그러자 괭이를 움켜쥔 Q장 배승환 하사도 같이 인상을 구기며 입을 연다.

" 다 나온 거에요. 근무장 최소 인원들만 빼구요. 여기 제 동기들 안보이세요? 영외 두 달도 안 남은 최고참들까지도 다 나왔구만..... "

Q장의 목소리엔 어느 정도 노기가 서려 있었다. B N Q 하사들이 모두 투덜대고 있음을 알아챈 운영계장은 더 이상 인원에 대한 말은 않고 그저 싱긋 웃으며 Q장을 툭 친다.

" 야, 나도 너희들 B N Q는 빼주고 싶었는데, 대대장님이 영내자들은 하사까지 한 명도 열외없이 다 내보내라고 하는데 어쩌냐? 수고 좀 해줘. 응? 오늘 작업량이 좀 많을거야. "

" 예에. 압니다. "

Q장은 운영계장의 허스키 보이스가 더 이상 듣기 싫다는 듯 건성으로 대답하며 운전석으로 시선을 돌린다.

" 야, 운전병, 빨리 출발해. "

B N Q 인원을 모두 실은 트럭이 마침내 부대 정문을 빠져 나가자 시끌벅적했던 대대본부 앞이 다시 조용해진다. 홀로 남아 사라지는 트럭들을 바라보던 운영계장도 이내 짜증난다는 듯이 몸서리를 치며 안으로 들어간다.
그러면 이내 부대 전체가 고요해진다. 비소리와 바람소리만이 종종 나직히 들려올 뿐......


" 기석아 커피나 한잔 마시자. "

운영계에는 운영계장과 도기석 병장, 그리고 영민만이 남아 있었다. 원래는 선임하사가 최소 인원으로 남아있어야 했는데, 그가 안색이 안 좋은 영민을 남게 해준 것이다. 영민은 어제의 무서웠던 기억들에 대해 곰곰히 상기해볼 여유가 없을 정도로 밀려있는 보안감사 준비에 바빴다.
수많은 서류들을 수정, 보완하고 아예 없던 로그들을 새로 만들기도 했었다.
영민과 도기석 병장이 바쁘게 손을 놀려대고 있는 반면에 운영계장은 꽤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며 신문을 보고 있었다.
따르르르릉......
전화벨이 울리자 운영계장은 자신이 손수 받았다. 그러면서 상당히 인심을 쓰는 척 했다.

" 예, 운영계장입니다...... 예! 필승! "

갑자기 허스키 보이스의 톤이 올라가자 영민과 도기석 병장은 뭔일인가 싶어 하던 일을 멈추고 운영계장을 바라본다. 영민은 이내 눈치를 차렸다. 대대장이구나.

" 예. 대대장님. 예. 예? 순찰일지 말입니까? 예...... 예 알겠습니다. 예, 필승 계속 근무하겠습니다. "

전화를 내려놓는 운영계장의 얼굴빛이 밝지 않은 걸로 봐선 뭔가 귀찮은 지시가 떨어진 것이었다.
잠시 생각에 잠기던 운영계장은 이내 영민을 바라본다. 그리곤 좀 미안한 듯 입가에 미소를 띄우며,

" 이하사. 미안한데 말야. 안전순찰 좀 갔다와라. 응? "

" 예? "

영민의 미간이 절로 찌푸려졌다. 운영계장도 덩달아 인상을 찌푸린다.

" 아이~ 갑자기 오늘 하번 시간에 대대장님이 직접 검토하신다지 뭐냐? 미안하지만 이하사가 수고 좀 해줘. 대충대충 돌지말고 전체적으로 꼼꼼하게 체크해가면서 돌고 온 다음에 여기 일지까지 작성을 좀 해줘. 알았지? "

영민은 어쩔 수 없이 쥐고 있던 펜을 놓고 완장을 찬다. '안전순찰'이라는 완장을.
아무리 안전 하사관이지만 영민은 비오는 날의 순찰은 정말 싫었다. 더군다나 그것은 원칙적으로 운영계장이 직접 해야하는 것이었기에.
우의를 걸쳐 입고 대대건물을 빠져나오는 영민. 빗줄기가 좀 전보다 더 굵어져 있었다.
영민은 주위를 둘러 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그는 재빨리 주머니에서 담배 한 대를 꺼내 물었다. 한 대 피우고 순찰을 시작하고 싶었다.
대대본부 1층 복도, 흡연 구역.
담배연기를 깊이 들이마셨다가 길게 내뿜고, 니코틴의 기운이 온몸으로 나른하게 퍼지자 영민의 머리속엔 변화가 생기고 있었다.
기억이 왠일인지 점점 더 거꾸로 회전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의 한 시점 속으로......
영민이 어머니의 혼령을 두번째로 본 것은 장례식이 끝나고 열흘 정도 지난 후였다.
혼령이라기보다 그것은 귀신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했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왜 그때의 공포스러웠던 기억이 다시 상기되어지는 지는 영민으로서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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