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Q 1호실.
김대명 하사가 침상 위에 누워 있었다. 그의 표정은 편안해 보였다. 마치 지겨운 모든 것들을 이제는 깨끗이 떨쳐 버리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단잠에 빠진 듯......
영민과 전빈영 하사는 어제 밤에 그랬던 것처럼 또다시 문가에 나란히 서서는 고른 숨을 내 쉬고 있는 김대명 하사의 평화로운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영민은 문득 전빈영 하사를 바라보았다. 그의 옆모습이 보인다. 불꺼진 1호실엔 커튼까지 쳐져 있어 암실처럼 캄캄했다. 그러나 그는 전빈영 하사의 표정을 어느 정도는 읽을 수 있었다. 아무런 표정은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짙게 음영이 진 그의 얼굴에서는 옅은 만족감이 배어나고 있었다. 뭔가를 해 냈다는 무언의 기쁨.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었던 것을 자신의 손으로 바로 잡았다는 당당하고도 뿌듯한 감정을 영민은 느낄 수 있었다.
이윽고 전빈영 하사가 성큼 돌아선다. 영민도 따라 나선다. 그러다가 다시한번 잠든 김대명 하사의 얼굴을 찬찬히 내려다보았다. 그는 이제 완전히 돌아온 것이리라. 예전의 멋진 김대명 하사로. 영민의 입가에서도 만족스런 웃음이 희미하게 감돌았다.
BNQ 건물 옆 사이드 외부 계단.
전빈영 하사와 영민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영민의 뒷목엔 커다란 대일밴드가 붙어 있었다.
"목은 좀 어떻냐?"
전빈영 하사가 길게 연기를 내뿜으며 묻는다. 영민은 얼른 담배를 등 뒤로 가리며 전빈영 하사를 바라본다.
"괜찮습니다. 그냥 약간 스쳤던 모양입니다."
"발목은?"
"예?...... 예. 발목도 괜찮습니다."
전빈영 하사는 그런 영민의 대답에는 처음부터 별 관심이 없었다는 듯 적당히 인상을 구기며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목은 정말 괜찮았다. 전빈영 하사가 건네준 연고를 바르고 밴드를 붙이자 금방 피도 멎었고 상처도 아무는 듯 했다. 하지만 발목은 아니었다. 뭔가가 단단히 잘못 된 게 아닐까 걱정이 될 만큼 퉁퉁 부어 올라 있었다. 빠른 시간 내에 의무실로 달려가 봐야만 할 것이었다. 하지만 그에 대해 전혀 내색을 않고 있는 영민이었다.
그런 영민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별 관심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여 주던 전빈영 하사가 마지막 한모금의 연기를 깊이 빨아들이고는 꽁초를 튕겨 날린다. 그리곤 하늘을 본다. 영민의 시선도 무심결에 따라갔다. 어느샌가 하늘빛은 밝아지고 있었다. 내리던 빗줄기도 점점 더 가늘어지면서 서서히 멎고 있는 듯 했다. 작전도로 배수로 작업을 나간 장병들의 수고가 좀 덜어질 것이 분명 했다.
한동안 그렇게 하늘만을 바라보며 침묵하던 두 사람 중에서 먼저 입을 연 이는 영민이었다. 그는 사실 궁금한 게 한 두 가지가 아니었었다.
"저...... 전하사님."
그러나 여전히 대답도 없고 돌아보지도 않는 전빈영 하사. 하지만 영민은 그런 전빈영 하사의 옆모습에서 무언의 대답을 느낄 수가 있었다. 가만히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폼이 영민의 다음말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영민은 계속 입을 열었다.
"김대명 하사말입니다. 괜찮은 겁니까? 아까 머리에서 피가 그렇게......"
"이게 뭐라고 했지?"
전빈영 하사가 느닷없이 영민의 말을 끊으며 아까부터 한 손에 쥐고 있던 몽둥이를 들어 보였다. 말을 멈추고 몽둥이와 전빈영 하사를 번갈아 멍하니 바라보는 영민. 무어라고 대답을 하려는데,
"귀신잡는 몽둥이라고 했었잖아. 기억나지?"
"......"
"지금까지 이게 사람을 잡은 적은 한번도 없었어."
"예?"
"귀신에겐 치명적이지만 사람에겐 그렇지 않아."
"그...... 그럼......"
영민은 기억을 되살려 보았다. 언젠가 한밤중에 김대명 하사는 전빈영 하사에게 저 몽둥이로 호되게 맞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 때 김대명 하사의 상처는 불가사의할 정도로 크지 않았었다. 며칠이 지나자 그나마 작은 상처들도 모두 씻은 듯 깨끗이 나았었다. 지금의 김대명 하사도 그렇다. 4호실 사투때 머리가 터지면서 대량의 피가 솟구쳤었는데도 불구하고 1호실로 그를 옮길 때 그의 머리에는 전혀 상처를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영민은 새삼 전빈영 하사가 쥐고 있는 몽둥이를 경의롭게 바라다보았다.
정말 귀신잡는 몽둥이였구나......
영민은 전빈영 하사의 옆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니 그의 심연에 가라앉아 있던 의혹들이 본격적으로 물밀 듯이 밀려와서는 머리를 치켜들기 시작했다.
"전하사님."
"뭐?"
"그 귀신 말입니다. 도대체 어떻게 아신 겁니까?"
그러자 전빈영 하사가 대답대신 영민을 잠시 바라보더니 코웃음을 친다. 의아한 영민. 전빈영 하사는 다시 하늘을 바라본다. 빛이 번지기 시작하는 옅은 구름들을 바라보는 그의 눈길이 전에 없이 온화해 보인다.
"난 말야. 좀 이상한 능력이 있어든."
영민은 그러나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귀신 보는 능력......"
저도 모르게 불쑥 입을 열었다가 멈칫 하는 영민. 개의치 않고 계속 하늘만 바라보고 있는 전빈영 하사.
"그래. 귀신 보는 능력...... 놀랍게도 우리집안 사람들은 대대로 그런 능력을 타고났어. 난 아버지로부터 수많은 귀신들과 싸웠다는 조상들의 이야기를 무슨 전래동화처럼 들으며 자라났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귀신을 때려 잡는 다는게 나에게 있어서 하나의 사명감처럼 자리를 잡아갔던 것이지...... 하지만 아버지나 할아버지 혹은 그 윗대 조부들처럼 난 그다지 그 일에 열성을 가지진 않았어. 그도 그럴 것이 나에게 있었어 그러한 특수 능력은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나를 고립시키고 비정상적인 길로 몰아 갔기 때문이지. 초등학교때만 해도 잘 몰랐는데 중학교,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그 악영향은 더욱 심해져 갔다. 그 때문에 난 줄곧 외토리였어."
영민은 이해가 갔다.
전빈영 하사는 내친김에 뭔가를 더 이야기를 하려 했다. 아마도 홀로 지내온 자신의 쓸쓸한 학창시절과 그에대한 삶의 역경들에 대해서 였을 것이다. 그러나 문득 진지한 눈빛의 영민을 바라보고는 그만둔다. 쫄병에게 그런 이야기를 주절거린다는 건 영 거북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그러자 영민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말입니다. 김대명 하사의 몸 속에 있던 그 귀신은 정말 2년 전에 거울 속에서 튀어 나왔다던 4호실의......"
"거울 따윈 처음부터 아무 것도 아니었어."
"예?"
조금 단호하고 경직된 표정으로 돌아온 전빈영 하사.
"문제는 거울이 아니라 4호실´ 그 ´자체´였던 거야."
영민으로선 무슨말인지 언뜻 이해가 안갔다.
"鬼氣(귀기)라는게 있지. 내가 2년 전에 처음 여기로 전입을 왔을 때 BNQ 4호실에서 그 귀기를 강하게 느낄 수가 있었다. 그리고 얼마후 그곳에서 떠도는 혼령 하나를 보았지. 쉽게 말해 귀신 말야...... 그런데 특이한 것은 그 귀신이 그냥 귀신이 아니었다는 거다."
"예? 그냥 귀신이 아니었다뇨?"
전빈영의 하사의 이야기는 천천히 그리고 자세히 계속되었다.
"불완전한 靈(영), 未靈(미영)이라고 하는 게 있다. 인간이 죽게되면 원래의 靈(영)으로 되돌아가게 되어있어. 그래서 돌아간 영은 새로운 영을 탄생시키며, 다시 인간으로 되돌아오는 환생의 길을 걷게 되지. 하지만 인간의 靈魂(영혼)에서 영이 혼을 완전히 벗어나야만 이것이 가능한 거야.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환생은 없는 거야. 쉽게 말해 미영이란 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구천을 떠도는 미숙한 혼령을 말하는 거다."
"그럼 그 귀신이 미영이었다는 겁니까?"
전빈영 하사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영민은 잠깐 생각에 잠겼다.
-원한이 있어서가 아냐! 나도 이젠 그만 떠돌고 싶어서지.
영민을 죽이려던 그 귀신의 마지막 말이었다.
"그런데 그것들이 온전히 영으로 되돌아가기 위해선 방법이 하나 있어. 다른 온전한 영과 합쳐지면 가능하지. 만일 그러지 못하면 영원히 구천을 떠돌다가 결국 소멸되어 버리고 말아. 넌 아직 죽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자신의 영이 환생도 못한 채, 영원히 소멸되어 버린다는 것의 고통과 슬픔을 잘 모를 거야. 누구라도 그렇게 영원히 소멸되고 싶어하진 않겠지. 환생만 될 수 있다면 정말 지푸라기 하나라도 힘겹게 잡고 늘어지려고들 한다는 거야. 하지만 그런 미영들이 다른 영과 합쳐진다는 것 또한 쉬운 게 아니야.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면 돼. 나도 여기 BNQ 4호실을 보기 전 까진 그런 일은 절대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왔으니까."
"그럼......"
"BNQ 4호실은 이상하리 만큼 귀기가 센 곳이어서 떠돌던 미영들이 산자의 육신을 지배할 수가 있었고 혼과의 접속 또한 가능한 공간이었지. 어떤 연유로 그곳이 그렇게 귀기가 세어져 버린 것인 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내가 지금까지 느꼈었던 귀기중 가장 크고 강한 귀기가 4호실을 온통 지배하고 있었었다. 2년전, 당시의 4호실엔 세 개의 미영들이 머물고 있었던 거야. 그 미영들이 어떻게 해서 그곳에 모여들었는지는 나도 알 길이 없었지만 내가 안 것은 그런곳에서 신임하사의 담력 테스트가 이루어졌던 것이지. 그것도 귀기가 가장 센 새벽시간에 말이지."
영민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4호실에서 기회를 노리던 미영들은 늦은 새벽, 즉 귀기가 가장 강한 시간을 틈타 그 신임하사의 몸으로 들어갈 수가 있었고, 하나의 미영이 그 몸을 지배하여 나중에 들어온 고참하사들을 죽여버리자, 남아있던 두 미영은 기다렸다는 듯 죽은 이들의 영속으로 즉시 흡수되어갔고......
그 순간 그 신임하사는 얼마전의 김대명 하사와 다를 바가 없는 것이었다. 인간이 아니었던 것이다.
"아무튼 그렇게 둘은 영으로 돌아갔는데 신임하사의 몸 속에 들어있던 마지막 하나는 아직 흡수될 곳을 못 찾고 있었고 그 때 한꺼번에 들이닥친 고참들에 의해 그 신임하사 녀석은 붙들리고 말았던 거다. 그리되자 육신을 잃은 그 미영은 다시 BNQ 4호실로 돌아왔어. 미영은 그 자체로는 아무런 힘을 발휘 할 수가 없어. 누군가의 몸을 지배해야만 그 몸으로 다른 누군가를 죽일 수 가 있었던 거야. 그리고 그 모든 일들은 오직......"
"오직 BNQ 4호실에서만이 그 모든일들이 가능했었던 거군요?"
고개를 끄덕이는 전빈영 하사. 그는 귀신잡는 몽둥이를 만지작거리며 계속 말을 잇는다.
"난 이런 사실들을 이 곳으로 전입을 오자마자 곧바로 알 수 있었다. 그리고 홀로 놈을 처치하려 했지만 실패했지. 상황이 좀 어려웠어. 그때 내 포지션이 지금의 너와 같았으니 말야."
영민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BNQ 최고참 하사인 전빈영 하사지만 그도 역시 영민과 같은 신임하사 시절을 지내왔었던 것이다.
"Q장에게 사실을 이야기하고 도움을 청하려 했었지만 쉽지 않았었다. 너도 알다시피 BNQ Q장들은 신임하사의 말이라면 죽어도 안 듣거든......"
영민은 그만 픽, 웃음이 나오려고 하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전빈영 하사의 얼굴은 잠깐 과거의 일들을 회상하고 있는 듯 했다. 아마도 자신이 영민과 같은 신임하사 시절이었을 때의 일들이었으리라.
"언젠가 한번 Q장을 찾아갔었지."
전빈영 하사가 입을 열었다. 그의 머릿속은 아직 과거에서 돌아오지 않은 듯 했다.
"4호실을 폐쇄시켜야 합니다."
전빈영 하사가 이 곳으로 전입을 해 온지 일주일쯤 지났을 때, 4호실의 상황을 모두 알아버린 그는 당시 Q장이었던 권하사을 찾아가서는 대뜸 한 소리였다. 4호실이 기분 나쁜 곳이란 것은 Q장도 이미 잘 알고 있었던 터라 그 소리가 물론 그렇게 뜬금 없는 들리진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Q장으로서는 전빈영 하사의 언행이 내심 놀라고 어이없게 받아 들여 졌다.
"뭐야 임마? 그게 무슨 소리야?"
"4호실은 위험합니다."
"이자식...... 너 누구한테 무슨 소릴 들은 거야?"
4호실에서 일어났던 끔찍한 사건에 대해서 새로운 신임 하사들에게는 단 한마디의 언급도 하지 말라는 자신의 지시 사항이 분명히 몇 차례나 있었다. 아니 신임 하사들에게 뿐만 아니라 더 이상 그 일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에게도 이러쿵저러쿵 떠벌리고 다니지 말라고 강력하게 당부했었다. 모두들 이 부대에 있는 한, 아니 BNQ에서 생활하는 한, 그 날의 사건은 머리 속에서 잊고 지내라고......
BNQ 영내 하사들에게 있어서 Q장의 지시사항은 참모총장의 지시사항보다도 더 무서운 것이었다. 그런데 그런 자신의 지시사항을 누군가가 거역하고 전하사에게 그 얘기를 해 줬다는 것에 대해서 먼저 화가 났고, 그 얘기를 들었다면 분명 입 조심을 하라는 고참의 당부가 있었을 것인데도 불구하고 버젓이 Q장인 자신에게로 와서는, 그것도 이제 갓 전입 온 새파란 신임하사가, 건방지게 그 일에 대해서 왈가왈부 지껄여 댔다는 것에 대해서 이차적으로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었다.
그러나 전하사는 Q장의 표정이 험상궂게 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완강한 의지로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모두 털어놓고 있었다. 그의 신임하사답지 않은 당당하고 거침없는 태도와, 알게 모르게 주위를 수축시키고 있는 차가운 풍채는 사실 그가 전입을 해온 첫날부터 Q장의 눈길을 조금 거슬리게 하고 있었었다. 그 모습이 자신과 좀 흡사했기 때문이었다.
"누구한테 뭘 들은 게 아닙니다. 제 느낌일 뿐입니다. 하지만 제 느낌이 빗나간 적은 지금껏 단 한번도 없었습니다. 4호실은 아주 위험한 상태입니다. 이대로 두었다간 누군가 한 사람이 또 당하고 맙니다."
"뭐야?"
전빈영 하사의 말이 Q장에게 깨끗이 무시당하고 얼마 후, 그는 드디어 불길한 기운을 감지했다. 언제나 4호실을 떠돌던 미영이 어느 순간부터 보이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렇다면 그것이 누군가의 몸 속으로 이미 들어가 버렸을 가망이 컸다. 전빈영 하사는 그때부터 사방을 유심히 경계하기 시작했었다. 또 한 명의 희생자가 나오기는 이제 시간문제인 것이었다. 누군가의 몸을 지배한 이상 미영은 더 이상 시간을 끌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전빈영 하사는 잠들 때도 항상 몽둥이를 손에 쥐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며칠이 더 지나고 어느 날 밤.
BNQ 3층 건물 전체가 유령의 집처럼 음산하고 고요하기 그지없는 시간.
모두의 수면을 방해라도 하겠다는 듯이 매서운 기세로 퉁, 퉁, 유리문을 공격해 대는 겨울 바람이 유난히 심했던 그 날.
BNQ 4호실.
모두가 잠들었었지만 전빈영 하사는 눈을 뜬 채 숨을 죽이고 누워 있었다. 그는 직감적으로 오늘밤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몽둥이를 움켜 쥔 그의 주먹은 바르르 떨리고 있었다. 바람소리는 점점 더 커져만 가고, 퉁, 퉁 거리는 소리도 더욱 빨라졌다.
어느 순간 시간은 자정을 넘어섰고, BNQ 4호실의 문은 조용히 열렸었다.
삐이이이익......
이어서 누군가가 조심스레 들어왔다. 전빈영 하사는 그의 몸 속에 미영이 들었음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4호실을 들어온 미영의 눈과 전빈영 하사의 눈이 정면으로 마주쳤던 것이다.
미영의 눈. 그것은 바로 BNQ Q장의 눈, 권하사의 눈이었던 것이다. 전빈영 하사에게는 상대가 미영이라는 것보다 Q장이라는 것이 너무도 충격적이었다. 아무리 대단한 전빈영 하사라도 그는 신임하사였고, 신임하사에게 Q장이란 하늘보다 높고, 호랑이보다 무서운 존재였던 것이다. 전빈영 하사는 Q장의 몸 속으로 미영이 들어 갔으리라곤 상상도 못했었다.
Q장의 모습은 순간순간 끔찍하게 뒤바뀌고 있었다. 본래의 미영이 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처참하게 죽었던 미영의 모습과 무섭게 노려보는 Q장의 얼굴이 교차되어지며 형언할 수 없을 만큼 기묘하고, 끔찍한 몰골을 연출해내고 있었다.
그렇게 서로를 노려보며 팽팽한 긴장감만을 자아내던 전빈영 하사와 Q장의 눈싸움은 잠시 후 어이없이 끝나 버리고 만다. 누군가가 잠결에 Q장의 얼굴을 보고 만 것이었다. 그리고 곧바로 심장마비를 일으켰다.
전빈영 하사는 자리에 꼿꼿이 누운 채로 그 다음 상황들을 그저 지켜보고만 있었다. 죽은 이의 영과 Q장 몸 속의 미영이 하나로 합쳐지는 모습을...... 그리고 막 잠에서 깨어난 듯 멍한 얼굴이 되어 다시 4호실을 나가는 Q장의 모습을...... 그의 뒤로 합쳐진 하나의 영도 스르르 빠져나가는 모습을......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몽둥이를 움켜 쥔 채 그저 지켜보고만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