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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B.N.Q22

농구왕김타자 |2011.03.17 15:49
조회 756 |추천 9

정주행 하시는분들 이제 얼마안남았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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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4호실은 폐쇄가 되었다가 결국 창고가 되어 밤엔 항상 관건이 되었었고, 그렇게 지금까지 2년이 흘러간 것이다. 그동안 더 이상 미영따윈 보이지 않았었지만...... 난 그 때의 일을 끊임없이 후회하고 있었다. 왜 그 때 용기를 내어 Q장을 공격하지 못했었는지...... 그리고 사실 이런 의문도 든다. 그가 정말 Q장이었기에 공격을 못하고 가만히 있었던 건지, 아니면 Q장이 아니었더라도 그 때 난 아직 그 일을 할 용기가 갖추어지지 않았었던 건지......"

전빈영 하사의 회상은 그것으로 끝났다.
그런데 그의 이야기를 곰곰이 듣다 보니 영민은 자못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2년전에 세 개의 미영이 그런 식으로 결국 모두 다 떠났었다면, 그렇다면 이번에 나타난 귀신은 이 후에 또다시 새롭게 나타난 귀신이었단 말인가......
그러자 그런 영민의 마음을 읽은 듯 전빈영 하사가 입을 열었다.

"이번 미영은 니가 데리고 온 거야."

"예?"

소스라치게 놀라는 영민. 무슨 말인가? 내가 데려오다니, 그럼......

"니가 이 곳에 왔을 때 난 너의 주위를 떠돌고 있는 미영 하나를 보았다."

"......!"

전율이 전신을 휘감는다.

-조심해라. 너 주위에 하나가 맴돌고 있다.

영민은 생각났다. 언젠가 전빈영 하사가 자신에게 했던 말이......
새삼 등골이 오싹해진다. 너무도 충격적이라 할말조차 잃어 버렸다. 그런 영민을 잠시 바라보던 전빈영 하사가 시선을 돌리며 계속 말한다.

"처음엔 니가 걱정되었어. 그가 언제 니 몸을 지배할지 모른다고 생각했었으니...... 하지만 난 너도 곧 나와같은 특출한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지. 너도 귀신을 볼 줄 아는 능력이 어느 정도 있더군. 그런 너나 나의 몸속엔 미영이 들어오더라도 그 육신을 지배할 수가 없단 말야. 그러므로 난 그 미영이 곧 다른 사람의 몸을 지배할거라 생각했고 그 전에 없애 버릴려고 했지. 어느 날 밤 난 4호실의 문을 따고 놈을 유인했어. 끝장을 보려 했던 거야. 하지만 일이 틀어져 버렸어. 그날 밤, 넌 4호실이 열린 것을 보고는 호기심을 느끼며 들어오려 했고, 내가 미영을 처단하려는 순간 별안간 김대명이가 나타나 버린 거야. 그 즉시 네 주위에 있던 미영은 김대명의 몸 속으로 들어가 버린거야."

영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껏 BNQ에서 자신이 겪어왔던 모든 의문들의 뚜껑이 하나씩 열리고 있었다.
´그날 4호실에서 내가 보았던 누군가의 얼굴...... 그것은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도 아니었고, 내가 잘못 본 것도 아니었어.´

전빈영 하사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김대명의 몸을 지배한 미영은 끊임없이 4호실로 누군가를 끌어들이려 했지만 번번이 실패했지. 그 과정에서 박기우와 오창우가 다쳤고...... 그러자 놈은 BNQ 최고 쫄병이자 어느 정도 비밀을 눈치챈 너를 타겟으로 삼았어. 니 몸을 지배할 순 없었지만 김대명의 몸을 빌어 널 죽일 수는 있었으니...... 그러다가 결국 오늘 널 4호실로 끌어들이는데 성공을 했던 거야."

영민은 마른침을 삼키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녀석은 너무 성급했어. 겁 없이 낮에 행동을 했던 거지. 귀기가 약한 낮에는 녀석의 움직임이 둔해질 수밖에 없어. 그래서 손쉽게 잡을 수 있었지만...... 밤이었다면 녀석이 도망치는걸 절대 잡을 수 없었을 거야. 어제 밤 기억나지?"

"......"


전빈영 하사는 이윽고 길고 긴 이야기를 끝내고는 새로운 담배 하나를 꺼내 물었다. 그러고는 마치 질문받는 교사처럼 영민을 바라보며,

"뭐 또 궁금한거 있냐?"

한다. 영민은 대부분 의문이 다 풀렸으나 아직 개운치가 않았다.

"아까 제가 1, 2호실에서 끔찍한 장면들을 봤었는데 그럼, 그것들은 전부......"

"환상이었겠지. 널 4호실로 유인하기 위한...... 안 그래?"

다시 멍하니 고개를 끄덕이는 영민, 그러다가 갑자기 고개를 치켜들며 눈을 휘둥그래 떴다.

"근데 전하사님은 배수로 작업 나가지 않았었습니까?"

놀란 영민과는 달리 오히려 전빈영 하사는 별일 아니라는 듯 담담한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했다.

"중간에서 이탈했지. 영외거주 3개월도 안 남은 BNQ 고참하사한테 배수로 작업 좀 안했다고 누가 감히 뭐라겠냐?"

그러면서 전빈영 하사가 슬쩍 웃는다. 그러고 보니 그의 웃는 모습을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같이 따라 웃는 영민. 그러다가 금방 다시 심각한 얼굴이 된다.

"전하사님...... 그럼 오늘 죽은 미영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완전 소멸이 되 버린 겁니까?"

"......그렇지. 어찌보면 불쌍한 혼령인거야. 어쩌다 불완전한 미영이 되어서 환생의 기회마저 영영 잃고 말았으니......"

영민은 왠지 마음이 무거워 졌다. 고개를 돌려 다시 하늘을 바라본다. 비는 완전히 멎어 있었다. 바람이 잔잔히 불고 저편에선 구름을 가르고 태양빛이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나의 영과 합쳐져서 새로운 하나의 영으로 거듭나기를 바랬던 거구나.´

BNQ 4호실!
그곳은 영생의 길로 들어가지 못한 상처받은 혼령들의 휴식처였고, 동시에 인간의 몸을 지배하여 영생불멸로 돌아갈 수 있는 영생의 입구이자 구천의 출구이기도 했던 것이다.
전빈영 하사가 복도로 들어간다. 영민도 따라 들어갔다. 그런데 그 미영은 도대체 왜, 언제부터 영민을 따라다녔던 것인지...... 영민은 알 수 없었다.

BNQ 4호실의 문이 다시 닫힌다. 전빈영 하사가 열쇠로 관건을 한다. 그리곤 그것을 주머니에 넣으며 영민을 바라본다.

"사실 귀신들만 들락거렸던 게 아냐. 나도 틈틈이 이곳을 방문했었다. 여기서 밤에 담배를 피우면 그 맛이 정말 끝내주거든."

영민이 웃었다. 그러자 전빈영 하사가 다가와 영민의 어깨를 툭 친다.

"어서 순찰이나 마저 돌거라. 넌 지금껏 여기 없었던 거고 여기선 아무 일도 없었던 거다. 알겠냐?"

"예?"

영민은 그제야 자신의 어깨에 둘러진 완장을 새삼 바라보게 된다. 자신은 지금 순찰 중인 것이었다.
전빈영 하사의 뜻을 충분히 알아차린 영민은 그가 고맙다. 전빈영 하사가 닫힌 BNQ 4호실을 다시금 바라본다. 영민도 말없이 같이 본다. 그러자 전빈영 하사가 불쑥 입을 연다.

"또 찾아 올 거야. 아마......"

화들짝 놀라며 전빈영 하사를 쳐다보는 영민. 그러나 전빈영 하사의 시선에는 변함이 없었다. 별거 아니라는 표정이다.

"여전히 이곳은 귀기가 세거든. 사람보단 귀신들이 머물기에 더 좋은 곳이란 말이지...... 하지만 걱정마라. 점점 약해지고 있으니...... 또 미영이란 흔한 것이 아냐. 그리고 겁 없이 한밤중에 여기에 들어가는 사람도 없을 테고 말이다...... 나를 제외하곤......훗."

영민의 눈에 비친 전빈영 하사의 모습. 전혀 무섭지가 않다. 왜 자신이 그 동안 그토록 이 사람을 싫어하고 피했는지 지금에서 생각해보니 정말 모를 일이었다.

"저도 가끔 4호실로 놀러가도 되겠습니까?"

"안돼. 둘이 있으면 들킬 염려가 있으니...... 넌 3개월만 참아라. 내가 나갈 때 열쇠를 너에게 물려주지."

"예."

영민이 운영계를 나온 지 두 시간이 다 되어 가고 있었다. 이젠 정말 서둘러 순찰을 마쳐야 할 때 였다. 영민은 이윽고 돌아선다. 그러다가 생각난 듯 정색을 하며 다시 전빈영 하사를 바라본다. 그리고는 경건하게 경례를 한다.

"필승! 정말 고마웠습니다."

물끄러미 그런 영민을 바라보기만 하는 전빈영 하사. 그러나 영민도 이번만은 끝까지 손을 내리지 않고 버티고 있는다. 결국 마지못해 가볍게 손을 들어 경례를 받아주고는 2호실로 들어가는 전빈영 하사. 흐뭇한 마음으로 손을 내리는 영민. 돌아선다.
그러다가 어느순간 문득, 눈물이 핑그르르 돈다. 깜짝 놀라는 영민. 무슨 연유인가!
그제야 영민의 머릿속으로 끼어드는 상념 하나가 있었다. 영민을 순간 눈물짓게 했던 그 상념.
영민은 걸음을 멈춘다. 그리고는 뒤를 돌아다본다.
뒤에는 BNQ 4호실.
굳게 닫혀버린 BNQ 4호실!
그리고 이제는 소멸되어 버렸을 하나의 혼령......
´어쩌면......´
영민은 눈물을 닦는다. 그리고는 다시 걸음을 재촉했다. 이내 상념도 사라진다.
BNQ 건물을 서둘러 빠져나가는 영민. 드디어 엷어진 구름 사이로 해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영민의 머릿속에 잠깐 머물렀던 상념.
- 그것은 다름 아닌 예전에 어머니의 관 위에서 그가 보았던 어머니의 얼굴을 한 귀신. 어머니의 영정 속에서 나와 영민의 이름을 불렀었던 하얀 얼굴의 그 귀신이었다.
´엄마, 엄마는 미영이 되었던 건 아니지?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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