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나에게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잘 한 일이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주저하지 않고 바로 국토대장정 갔다온 일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리고 이 대답은 나이가 먹어서도 best3에 드는 일 이라고 생각든다.

처음에는 부모님께서 많이 반대하셨다.
평소에 운동을 하던 아이도 아니고, 그 무더운 여름에 걷는다는게 걱정 되실 만도 하셨다.
하지만 지금 아니면 왠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참 심난해 하던 때라 나를 되돌아 보면서, 나를 성장시키고 싶었다.
뭐든지 작심 3일이라고 말씀하시는 가족들 그리고 나 자신에게
나도 마음먹고 하면 할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난 그리 약하지 않다고, 나도 한다면 할 수 있다고.
나는 끝까지 부모님의 걱정스러운 말씀을 뒤로 한채
설레임 반 걱정 반으로 출발지인 목포로 떠나게 되었다.

떠나기 전에 운동을 좀 하고 가긴 했지만 별로 안한 탓일까.
무거운 가방을 메고 걷는 다는건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힘들었다.
앞을 보면서 걸을 경황도 없었다. 무조건 앞사람 발만 보거나 땅만 보고 걸었다.
너무 힘들어서 거의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렇게 힘들게 첫째날 묶게 될 장소에 도착 했을 때는 감동이 벅차올랐다.
매일 매일 이런 기분을 맛보겠구나 하는 생각에 설레이기도 하면서
앞으로 남은 기간을 생각하니 아찔하기도 했다.
바닥에 철퍼덕 앉아 휴식을 취하는데 아이스크림을 나눠줬다.
태어나서 그렇게 맛있는 탱크보이는 처음이었다.
같이 걸은 모든 분들이 같은 생각을 하였다.
(이 맛은 그 날 이후로 다시 느껴보진 못했다)
처음으로 쳐보는 텐트.
처음이라 그런지 너무 어렵고 오래 걸렸다.
그리고 샤워는 너무 충격적이었다.
20명 넘게 샤워부스에 들어가는데 샤워기는 달랑 3~5개
그것도 5분안에 샤워하라는 것이다.
다들 미친듯이 씻었다.
물론 국토하면서 제대로 씻는다는건 포기하고 가긴 했지만
처음 겪는 장면에 다들 놀랜 눈치였다.
하지만 사람들의 적응력이란게 참 신기하게도
둘째날, 셋째날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텐트 치는 속도는 점점 빨라 지고
다들 자기만의 방식으로 빠른 시간안에 샤워도 하고 나왔다.
(씻으러 들어 가기 전에 머리에 샴푸를 뿌려 놓기도 하고 서로 씻겨주기도 하고^^;)
초기에는 물을 별로 안주셔서 다들 물 달라고 애원(?)했지만
나중엔 물 조절도 하게 되고, 수돗물도 막 마시게 되었다.
(서울 쪽으로 가면서 수돗물은 마시지 못하게 제재하였다)
발만 보고 걷던 사람들이 점점 대화도 나누고 노래도 부르면서 풍경을 느끼기 시작했다.


물이 너무 소중했다.
바람이 너무 감사했다.
밥을 남기는 일도 없었다.
처음 수박을 받았을 때는 평소에는 먹지 않던 수박 밑 흰색 부분까지 긁어 먹었다.
쉬는 시간만 되면 바닥은 나에게 의자가 되주기도 하고 침대가 되주기도 하였다.
땀을 많이 흘려도 이곳에서는 그것이 전혀 지저분해 보이지 않았다.
얼굴은 점점 검해지고 물집으로 인하여 못생겨진 발을 아무도 부끄러워 하지 않았다.
서로 손을 잡아 주기도 하고 짐도 들어 주기도 했다.
그렇게 서로 힘이 되주고 협동심을 몸소 배우면서 또 다른 가족을 만난 기분이었다.

우비는 생각보다 무거웠다.
비가 내리면 시원해서 좋은 면도 있었지만 빨래도 마르지 않고 쉬는시간이 와도 불편했다.
내가 참여했을 때의 목포 루트는 비에 대한 추억이 남다르다.
하루는 텐트를 치고 자는데 비가 너무 많이 내리는 것이다.
텐트 안은 점점 물에 잠기고 결국 우리는 한밤중에 대피하는 소동이 일어났었다.
텐트와 짐은 우선 냅두고 몸만 피한 우리들.
이 날은 스텝분들도 너무 고생하셨고 대원분들도 너무 고생하셨다.
대장님은 다음날 많은 대원들이 감기에 걸리지 않을까 걱정하셨는데 아무도 걸리지 않았다.
이 때 대장님,스텝,대원들 모두 우리의 건강한 모습에 놀랐었다.
그동안 걸으면서 우리의 몸이 많이 강인해 졌었나 보다.

다른사람들도 힘들기는 마찬가지겠지만
개인적으로 국토대장정이 더 힘들었던 이유 중 하나는
시작한지 몇 일 안되서 꼬리뼈 쪽이 다쳐서 걷는데 너무 불편했다.
처음엔 너무 아파서 눈물만 나고 밤에 잠도 자지 못했다.
국토 끝날 때 까지 똑바로 누워서 잠들지 못했던 나.
다치고 나니 걸음걸이가 이상해 져서 물집도 심해지고 보는 사람들이 말릴 정도였다.
하지만 난생 처음 느껴보는 그 기분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약간 무리하게 걸은 날에는 도착지에 도착하고 나면 다리가 안움직여질 때도 있었다.
그럴때면 나도 순간 무섭기도 했지만 끝까지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믿음이 있었다.
걸음걸이로 인하여 꼬리뼈, 할머니라는 별명도 얻었지만 그 덕분에 모르는 분들이 오셔서
(200명 정도 되는 인원이 조별로 나눠져 있어서 말 한마디 섞어보지 못한 사람들도 은근히 많다.)
힘내라고, 나를 보면서 자기도 열심히 힘내고 있다고 지지하고 응원해 주는 분들이 생겼다.
그 뿌듯함이란 말로 표현 할 수 없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독하다는 소리도 들었다.
독하다는 소리가 이렇게 기분 좋게 들리는 적은 처음이었다.
++ 특히 많은 힘을 준 우리 조원들에게 너무 고맙고
중간중간 나를 챙겨 주던 스텝분들에게도 감사하다 .
국토 끝나고 나서도 걸음걸이는 한동안 좋아지지 않았고
구두를 자주 신던 나에게 의사선생님께 구두 금지령도 받았지만
푹 쉬니 조금씩 회복되어 지금은 아주 잘 걸어 다니고 구두도 잘 신고 다닌다^^

힘들게 걷다 보면 언제 쉬냐고 사람들의 불만이 높아지지만
쉬는 시간에 음료수 하나만 받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금방 웃으며 행복해 했었다.
지나가던 행인들이 힘내라고 소리 지르는 분들도 계시고
"이런 건 젊으니까 할 수 있는거야. 난 지금 하고 싶어도 못하지"라면서
아쉬움을 비추던 할머니 할아버지께 새삼 많은 것을 생각하기도 했었다.
단체생활이란 무엇인지 배우고
협동심과 배려하는 마음이 얼마나 중요한지 배우고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는 것을 배우고
포기하지 않으면 못 할 것이 없다는 것을 직접 느끼게 되는 국토대장정.
도착지가 점점 가까워 질수록 그렇게 힘들기만 하던 날들이
행복한 추억이 되고 정든 사람들과 헤어진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최종 목적지 임진각에 도착했을 때는 남녀 불구하고 눈물 흘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감동에 벅차 올라 끌어 안고 소리 지르고 서로 고생했다면서 격려했다.
거의 한 달 동안 동거동락한 사람들에게 빛이 나고 아름다워 보였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너무 많은 감정들을 느끼게 해주고
소중한 인연들을 만나게 해주고 많은 경험을 겪게 해준 국토대장정.
나에게 이런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해 준 국토대장정이 너무 고맙고
다른 분들에게도 추천해주고 싶은 일이다.

++국토 대장정을 하시려는 분들에게 드리는 tip
1. 짐은 무조건 조금만~!!!
이것저것 필요할 것 같아서 많이 챙겨서 가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 거의 가는 길에 짐을 버리게 된다.
침낭이랑 텐트만 해도 그 무게가 꽤 나간다는 것을 잊지 말자!
여벌의 옷도 필요 없다. 어짜피 행군 중에는 지정해 준 단체 옷을 제외하곤
입지도 못하고 잠잘 때도 단체 옷 입고 자게 될 테니까^^;
2. 일반 양말보다는 발가락 양말을~!!!
물집 잡히는 것을 최소화 하려면 발가락 양말이 최고다
발가락 양말 다음으로 좋은 것은 스포츠 양말이나 등산용 양말이다.
평소에는 베이비파우더를 바르고 비가 올 때는 바셀린을 바르고 신으면 좋다.
물집 잘힐 것 같은 부위에 미리 밴드를 붙여도 좋다.
3. 컨버스 운동화는 금물~!!!
국토대장정에서의 가장 중요한 물품 중 하나가 바로 운동화!
컨버스 말고도 밑창이 얇은 운동화는 신고 가지 말자!
간혹가다 아무리 좋은 신발이라도 초기에는 발이 까지는 경우가 있는데
가기 전에 신고 걸어보면서 길들여 놓자!
4. 수건은 스포츠 타올이 최고~!!!
스포츠 타올은 금방 마르고 가볍기 때문에 국토할 때 사용하기엔 아주 좋다.
일반수건도 1개 가져갔었는데 결국 한번도 사용 안하고 버리고 왔던 기억이 ^^;
스포츠 타올 2개면 충분하다!
5. 여성분들 씻을 때는~!!!
YGK로 가시는 분들은 각 루트마다 방법이 다르겠지만
초기에는 시간안에 어떻게 씻어야 할지 당황해 한다.
특히 여성분들은 평소에 샤워할 때 오래 걸리는 경우가 많으니..
한 샤워 부스기에 따라서 몇 명 맡아서 서로 10초 동안 돌아가면서 씻는다.
그리고 머리나, 등 같은 경우는 서로 씻겨준다.
그렇게 돌아가면서 하다 보면 시간안에 충분히 씻을 수 있다
(물론 완벽히 깨끗하게 씻을 수는 없지만 그건 감안하셔야 겠지요?^^;)
이 밖에 혹시라도 궁금한 사항이 있으시면 질문 하셔도 괜찮습니다^^
국토대장정에 도전하시는 모든 분들 힘내시고 꼭 완주하시길 기원합니다 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