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50대 주부입니다.
20대 초반에 서울로 상경해서 뭣모르고 남편을 만나 바로 결혼해서 슬하에 아들둘을 두었습니다.
없는 집에 시집와서 줄줄이 시동생 넷 뒤치닥거리하고 시누이 셋등살에 하루도 편할날이 없었으며,
근 십년간은 시부모병치레와 나이 40이 넘도록 결혼도 못한 시동생 둘을 치닥거리하며 살고있습니다.
그나마 결혼초반에는 남편이 직장생활을 해서 월급을 받아오는것과 저도 부업같은것을하며
차곡차곡 돈을 모아 결혼 15년쯤엔 작은 식당도 개업했습니다.
대신 우리집을 포기하고 방한칸, 시멘트부엌의 화장실도 공동으로 쓰는 월세집으로 이사가야했지요.
그렇게 저는 애들을 데리고 좁은집에서 아둥바둥 지낼때
남편은 작은 식당 사장이라고 차도 뽑고 무슨 모임에 회장을 하고 여기저기 쏘다니다가
개업한지 5년만에 무리하게 확장하려다 말아먹고 지방으로 잠시 도망갔습니다.
그 일을 수습하려 집에서 살림만하고 간간이 부업이나 하던 저는
생활전선에 뛰어들어 남편이 벌려놓은일 수습하고 일수에, 사채에, 이리저리 빌린돈들을 갚아나갈때쯤
남편은 가진도 없고 남은건 몸뚱이 뿐인지라 영업택시일을 시작했습니다.
그사이 애들은 대학도 못보내고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취직을 하여
애들 스스로 대학도 가고 직장생활도 잘해 애들문제는 한시름을 덜고
오히려 애들이 번돈을 집에 보태주어 빚도 거의 갚고
집도 전세집으로 옮기고 몇년전에는 무리하여 개인택시도 사게되었습니다.
그뒤로 몇년간은 남편도 열심히 일해주었고 저도 빌딩청소를 하며 돈을 모아
대출을끼고 작은 빌라를 하나 사게 되었습니다.
근데 남편은 젊은시절부터 무협지를 읽는것을 좋아했었는데
처음엔 간간히 취미로 읽더니 형편이 좀 나아진후... 그러니까 전셋집으로 옮긴후 부터는
일하는 시간을 제외한 모든시간을 책만 봅니다.
계속 누워서 책만보고 아무것도 하려하질 않습니다.
그러다가 빌라를 사서 이사오게 된 이후로는
이사한지가 석달이 되어가는데 석달동안 일한건 30일도 채 되지 않습니다.
일좀 하라고 얘기라고 꺼내면 자기가 운전하다 길거리에서 죽어야 속이 시원하겠냐며
술을 마시길하냐, 담배를 피길하냐 책보는것도 이해못하냐고 하는데
정말 속이 터질꺼 같습니다.
어지간해야 그것도 이해하지 하루 이틀도 아니고 종일 거실에 누워 다른 식구들은 쇼파에 앉지도 못하게
길게 누워있고 티비는 맨날 바둑채널을 틀고 과일달라, 빵달라, 뭐 먹고싶다, 불은 왜 안껐냐,
설겆이해라, 집 좀 치워라! 하루 종일 잔소리에 온갖참견을 합니다.
누서워 책들고있는채로 입만 움직입니다.
전 고혈앞에 하루에 30알가까이 되는 약을 먹으며 빌딩청소를 하고 있는데
남편은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아무것도 하질않고 쇼파에 누워 책만 봅니다.
자식 셋중 첫째아들은 같이 살고, 둘째아들은 군대를 갔는데
지금 같이 사는 큰아들도 아버지와 갈등이 깊어 대화조차를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아들이 여자친구는 있는지 밥은 먹는지 무슨직장을 다니는지 관심조차 없고
오로지 관심사는 그 무협지입니다.
집에 쌀이 떨어지건 집이 더럽건 큰아들과 제가 퇴근하고 와도 그대로 누워서 힐끔 보고 말고
혼자 밥먹은거 그대로 있고 물컵하나 치워놓지 않고 설겆이는 한가득 쌓인채로
누워서 책만 보고 있습니다.
외출할때라고는 책가져다 주고 다시 빌릴때 말곤 없습니다.
큰아들은 이제 저꼴 못보겠다며 이혼이라도 하라고 하는데
이혼녀가 되는게 자신이 없습니다.
이런 제가 답답하시겠지만 책만 보는 버릇 고칠수없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