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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내가 하면 사랑! 너가 하면 불륜!

김형석 |2011.06.10 20:44
조회 72 |추천 0

뇌물에 대한 삼성의 잣대, 그 일관된 이중성

[이데일리 이진우 기자] 삼성테크윈 직원들이 저지른 비리를 두고 이건희 회장이 격노했다고 한다. "삼성의 자랑이던 깨끗한 조직 문화가 훼손됐다. 부정을 뿌리 뽑아야 한다"는 게 이 회장의 메시지다.

아니나 다를까. 그 다음날, 재벌 저격수로 이름난 경제개혁연대 김상조 교수가 한마디 했다.

"총수 자신과 가신들은 이 (비리 근절이라는) 원칙에서 예외라고 생각하는 것이 삼성의 지배구조가 갖는 가장 큰 문제점이다"

비자금을 만들어 검찰 국세청 언론 등에 검은 돈을 뿌린 것이 드러나 물의를 빚었던 장본인이 깨끗한 조직 운운하는 것은 앞뒤가 안맞는다는 비아냥이다. 요약하면 `당신이나 잘하라`는 일침이기도 하다.

일견 타당한 지적이다. 공직자들에게 뇌물을 줬다가 국민적 공분을 샀던 삼성이 부정을 뿌리뽑아야 한다고 당당하게 목청을 높이는 것은 분명한 이중잣대로 보인다.

그러나 앞뒤가 안맞는 것 같은 삼성의 이런 `방침`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나름의 탄탄한 논리를 갖추고 있다는 게 재미있는 포인트다.

삼성의 논리는 요약하면 간단하다. 뇌물을 주는 것은 잘못이 아니지만 뇌물을 받는 것은 잘못이라는 거다.

실제로 삼성은 이 나라 고위층에 치밀하게 뇌물을 뿌려왔던 게 사실인 듯하다. 삼성 비서실에서 검사들을 관리했다고 하는 김용철 변호사에 따르면 잘나가는 검찰 간부의 80% 이상이 삼성 장학생이었다고 한다.

그는 삼성의 최고위 인사로부터 이런 이야기도 들었다고 한다. "일본 미쓰비시가 어떻게 성장했는지 아나? 도쿄 검사장의 첩까지 관리했다. 그렇게 해서 발전의 터를 닦았다."

그런 삼성이 때로는 이런 모습도 보인다. 이건 얼마전 한 전산관련 업체 임원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보험회사들은 보험료를 카드로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대리점마다 카드 결제정보를 관리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밴(VAN)사의 단말기를 들여놓게 되는데 그 밴사들은 그 보험회사 덕분에 카드사로부터 수수료를 받습니다. 그래서 그 수수료의 상당액을 리베이트로 보험사에 주는 게 관행입니다. 뒷돈이 아니라 정당한 전산수수료 명목으로 세금계산서를 끊어서 줍니다.

그런데 어느날 삼성의 감사실에서 삼성의 한 보험 계열사 장부를 들여다보다가 그런 전산수수료를 받고 있는 걸 알아내곤 그 돈을 해당 밴사에 돌려주라고 했답니다. 이유야 어찌됐건 리베이트는 안된다는 방침 때문이었답니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리베이트를 환급(?)받은 그 밴사가 아주 당황해했다고 하더군요"

이건 이중적이거나 모순적인 행동이 아니다. 오히려 뚜렷한 원칙에 따라 움직인 결과다. 필요한 경우 뇌물을 주긴 하되 받지는 않는다는 것, 그게 바로 깨끗한 조직문화라는 원칙이다.

뇌물을 주는 것은 비도덕적이지만 조직에 이롭고 뇌물을 받는 것은 마찬가지로 비도덕적이지만 조직에 해롭다는, 지극히 상업적인 마인드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장사꾼의 윤리라는 건 대개 그 정도다. 윤리적인 장사가 목표지만 윤리보다는 장사가 먼저인 것도 분명하다.

그걸 고고하지 못하다고 비난할 수는 있을지언정 앞뒤가 안맞는다거나 표리부동하다고 비난해선 안된다. 일견 이중적이지만 나름 꽤 합리적인 잣대다. 이건희 회장이 `부정을 뿌리뽑아야 한다`고 당당하게 목청을 높이는 게 가능한 것은 그런 논리 때문이다.

오히려 이중적인 건 우리의 잣대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우리는 `촌지 교사`라는 말은 자주 쓰지만 `촌지 부모`라는 말은 잘 쓰지 않는다. 그 이면에는 촌지를 주는 것보다는 촌지를 받는 게 훨씬 나쁘다는 생각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그렇다. `교사가 촌지를 바라니까 주지 않을 수 없었다`는 학부모들의 하소연은 이해가 가지만 `학부모들이 자꾸 촌지를 주기 때문에 받지 않을 수 없었다`는 교사의 말은 뻔뻔스런 변명으로 들린다.

그러나 같은 상황이 삼성과 검사, 삼성과 국세청 간부 사이에서 벌어지면 비난의 화살은 오히려 촌지를 준 삼성으로 쏟아진다. 삼성 비서실이 검사들에게 명절때마다 수백만원씩 떡값을 돌렸다고 하면 그걸 받은 검사가 누구냐고 따지기 전에 그 떡값을 돌린 삼성의 임원이 누구이며 그걸 지시한 사람은 누구냐고 먼저 묻는다. 이중잣대라는 용어는 오히려 이런 경우에 더 잘 어울린다.

우리는 언젠가부터 검사나 공무원, 언론인보다 장사꾼에게 더 엄격한 도덕률을 요구하고 있는 듯하다. 검사나 국세청 공무원, 언론사 간부들을 관리해온 삼성이 나쁘고 관리 당한 그들은 피해자라는 생각까지 깔려있어 보인다.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선언 타이틀이 `국세청 간부 뇌물 수수 고발`이 아니라 `이건희 비자금 폭로`였던 게 그런 걸 보여주는 단면이다.

그러나 이런 이중잣대는 별 일관성조차 없는 것 같다. 똑같은 사건이 최근 금감원과 부산저축은행 사이에서도 불거졌는데 이번에는 그 타이틀이 `금감원 직원 뇌물수수 사건`이었다.

같은 뇌물이라도 대기업이 줬으면 준 놈이 나쁘고 중소기업이 줬으면 받은 놈이 나쁘다는 게 우리의 잣대인 듯하다.

무조건 받은 놈이 나쁘다는 삼성의 잣대가 이중적인가, 아니면 그때 그때 다르다는 우리의 잣대가 더 이중적인가.

삼성이 변해야 나라가 변하는가, 아니면 검찰과 국세청 언론이 변해야 나라가 바뀌는가. 과연 누구의 죄질이 더 무거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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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TO/Sergei Bizyae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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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의식이 있어야할 지도층들에게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도덕적 의무)를 부탁하는 게 아니라

모랄 해저드(moral hazard. 도덕적 해이)를 

국민들이 걱정해야 하는

아~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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