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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사과장수 이야기.

유지종 |2011.06.17 22:28
조회 399 |추천 2

- 어느 사과장수

 

 

 

 

 

10년 전 나의 결혼식이 있던 날이었다.

 

결혼식이 다 끝나도록

 

친구 형주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이럴 리가 없는데.....

 

정말 이럴 리가 없는데.....

 

식장 로비에 서서

 

오가는 사람들 사이로 형주를 찾았다.

 

형주는 끝끝내 보이지 않았다.

 

 

바로 그 때

 

형주의 아내가 토막 숨을 몰아쉬며

 

예식장 계단을 허위적허위적 올라왔다.

 

"철환씨, 어쩌죠. 고속도로가 너무 막혔어요.

 

예식이 다 끝나버렸네...."

 

"왜 뛰어왔어요. 아기도 등에 업었으면서.....

 

이마에 땀 좀 봐요."

 

 

초라한 차림으로 숨을 몰아쉬는 친구의 아내가

 

너무 안쓰러웠다.

 

 

"석민이 아빠는 오늘 못 왔어요. 죄송해요."

 

친구 아내는 말도 맺기 전에 눈물부터 글썽였다.

 

엄마의 낡은 외투를 덮고

 

등 뒤의 아가는 곤히 잠들어 있었다.

 

 

친구가 보내온 편지를 읽었다.

 

 

 

< 철환아, 형주다.

 

나 대신 아내가 간다.

 

가난한 내 아내의 눈동자에 내 모습도 함께 담아 보낸다.

 

하루를 벌어야지 하루를 먹고 사는 리어카 사과장사가

 

이 좋은 날, 너와 함께할 수 없음을 용서해다오.

 

사과를 팔지 않으면 석민이가 오늘 밤 분유를 굶어야한다.

 

철환이 너와 함께 할 수 없어 내 마음 많이 아프다.

 

어제는 아침부터 밤 12시까지 사과를 팔았다.

 

온 종일 추위와 싸운 돈이 만 삼 천 원이다.

 

하지만 슬프진 않다.

 

잉게 숄의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을

 

너와 함께 읽으며 눈물 흘렸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기에 나는 슬프지 않았다.

 

아지랑이 몽기몽기 피어오르던 날

 

흙속을 뚫고 나오는 푸른 새싹을 바라보며

 

너와함께 희망을 노래했던 시절이 있었기에

 

나는 외롭지 않았다.

 

사자바람 부는 거리에 서서

 

이원수 선생님의 <민들레의 노래>를 읽을 수 있으니

 

나는 부끄럽지도 않았다.

 

밥을 끓여먹기 위해

 

거리에 나 앉은 사람들이 나 말고도 수천 수만이다.

 

나 지금, 눈물을 글썽이며 이 글을 쓰고 있지만

 

마음만은 너무 기쁘다.

 

"철환이 장가간다..... 철환이 장가간다..... 너무 기쁘다."

 

어제 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밤하늘의 오스스한 별을 보았다.

 

개 밥그릇에 떠있는 별이

 

돈보다 더 아름다운 거라고 울먹이던 네 얼굴이

 

가슴을 파고들었다.

 

아내 손에 사과 한 봉지 들려 보낸다.

 

지난 밤 노란 백열등 아래서 제일로 예쁜 놈들만 골라냈다.

 

신혼여행가서 먹어라.

 

철환아, 오늘은 너의 날이다. 마음것 마음껏 빛나 거라.

 

친구여..... 이 좋은 날 너와 함게 할 수 없음을

 

마음 아파해다오.

 

나는 항상 너와 함께 있다.

 

해남에서 형주가>

 

 

편지와 함께 들어있던 축의금 만 삼천 원...

 

만 원짜리 한 장과 천 원짜리 세장....

 

형주가 거리에 서서

 

한 겨울 추위와 바꾼 돈이다.

 

나는 겸연쩍게 웃으며 사과 한 개를 꺼냈다.

 

"형주 이 놈, 왜 사과를 보냈대요. 장사는 뭐로 하려고....."

 

씻지도 않은 사과를 나는 우적우적 씹어댔다.

 

왜 자꾸만 눈물이 나오는 것일까....

 

새 신랑이 눈물 흘리면 안 되는데......

 

다 떨어진 구두를 신고 있는 친구 아내가 마음 아파 할 텐데......

 

이를 사려 물었다.

 

 

멀리서도 나를 보고 있을 친구 형주가 마음 아파할까봐

 

엄마 등 뒤에 잠든 아가가 마음 아파할까봐

 

나는 이를 사려 물었다.

 

하지만 참아도 참아도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

 

참으면 참을수록 더 큰 소리로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

 

어깨를 출렁이며 울어버렸다.

 

사람들 오가는

 

예식장 로비 한 가운데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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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친구 철환이가 형주에게-

 

친구야 술 한잔하자

 

우리들의 주머니 형편대로 포장마차면 어떻고 시장 좌판이면 어떠냐?

 

마주보며 높이든 술잔만으로도 우린 족한걸

 

목청 돋우며 얼굴 벌겋게 쏟아내는 동서고금의 진리부터

 

솔깃하며 은근하게 내려놓는 음담패설까지도

 

한잔술에겐 좋은 안주인걸

 

 

자네가 어려울 때 큰 도움이 되지 못해 마음 아프고

 

부끄러워도 오히려 웃는 자네 모습에 마음 놓이고

 

내 손을 꼭 잡으며 고맙다고 말할 땐 뭉클한 가슴

 

우리 열심히 살아보자

 

찾으면 곁에 있는 변치않는 너의 우정이 있어

 

이렇게 부딪치는 술잔은 맑은소리를 내며 반기는데

 

 

 

친구야! 고맙다

 

술 한잔하자

 

친구야 술 한잔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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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환 작가의 수기

 

 

 

 

 재밌는 내용은 아니지만

 

마음이 지친 사람들을 위로해 줄 수 있을거 같아서

 

올려봅니다.

추천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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