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은 생각한다.
아, 멋진 세상이구나 찬란한 삶 사는 열아홉살의 우리들.
어? 저기 저 포장마차안에는 군인들이 있다. 옆 친구와 함께 신기한 시선을 던지며, 짧은 머리에 추레한 전투복차림인 그들을 비웃는다 .
군인들은 생각한다.
이번 휴가때는 꼭 잊혀지지 않을 추억으로 지난 군생활과 남은 군생활을 보상 받자. 그리고 어묵탕 국물이 기가 막히게 맛난다. 그런데 포장마차 안주는 너무나 비싸다. 시내 술집을 생각했었지만 전투복차림으로는 무리다.
지나가는 교복차림 무리를 보며 가장 고참이 말한다.
"캬, 저기 교복봐라. 전투복도 저 교복을 입을 때처럼 언젠간 그리울까? 절대 그럴리 없겠지. 짜식들 너희는 앞으로..ㅋㅋㅋㅋㅋㅋㅋ 너희 돈있냐? 오늘 좋은데라도 갈까? 에이 됐다. 술이나 마시자. 그리고 여자 좀 불러봐 임마! "
옆 전우와 함께 군인들에게 불쌍한 시선을 던지며, 어두운 미래가 기다릴 자신의 예전에게 안쓰러운 동정을 표한다. 그리고는 현재 어두운 자신의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노력한다.
예비역들은 생각할 겨를이 없다.
그저 다른 직장으로 옮기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지만 처음 만날 때와는 달라져버린 여자친구와의 데이트비용, 그리고 새로이 만날 여자와의 미래를 위한 저축, 각종 세금까지 이 모든걸 중단할 순 없다.
오늘도 출근해서 보람 없이 일했고 지겨운 시간이 흘러 퇴근한뒤 술을 마신다.
내일도 모레도 그 다음날도 앞으로 이 반복되는 일상은 영원히 바뀌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이 솟아난다.
마냥 꿀꿀하지만 그래도 오늘 포장마차의 꼼장어와 소주는 모든걸 잊게 해줄만큼 맛있다.
저기 다른 테이블에 군인들이 앉아 있다. 직장 선배가 말한다.
"그래도 저땐 몸은 힘들어도 별 생각 없이 살았는데, 오히려 지금보다 군대에 있을때가 나았던 것 같아. 안그래?"
"그래도 다시 가라면 안가실거잖아요?"
"당연하지!"
늦은 밤.
학생들은 헤어지기전 마지막으로 숨어서 담배를 피웠다.
군인들은 지나다니는 여자들을 보며 안구를 정화시킨다.
예비역들은 내일 출근을 위해 2차를 다음으로 약속했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지하철역을 들어서는 그들에게 한 중년쯤의 노숙자가 말을 했다.
"저.. 집에가려고 하다가 지갑을 잃어버려서 그런데, 혹시 차비 좀
줄 수 없소?"
학생은 생각했다.
'아우 냄세! 거지새끼가 집이 어디있다고? 나 쓸 돈도 없는데!!'
"저도 돈이 없네요. 죄송합니다."
노숙자는 매우 창피해하며 물러났다.
군인들은 학생들과 같은 생각을 했지만 이 한겨울에 노숙하는 거지를 보니 얼마 전에 있었던 혹한기 훈련이 생각이나 측은한 마음에 만 원짜리를 한장 건넸다.
노숙자는 매우 고마워하며 물러났다.
예비역은 생각했다.
'딱 봐도 노숙자구만.. 돈을 주면 분명 술 퍼먹는데 쓰겠지. 술 끊고 공사판에라도 뛰어들 생각은 안하고 쯧쯧, 불쌍해도 당신을 위해서 돈은 줄 수가 없습니다.'
"저도 마침 제 차비 밖에 남지 않았네요. 정말 죄송합니다."
노숙자는 실망스러웠지만 체념하고 물러났다.
노숙자가 가고난 뒤 학생과 군인 그리고 예비역들은 생각했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저렇게 비참한 삶을 살 수가 있는지, 그 긴 삶을 살아오는 동안 무얼하였길래 저리도 한심한지 모르겠다며 저마다 자신의 일행들과 함께 노숙자를 욕하고 비웃었다.
노숙자는 더 이상 사람들이 지나다니지 않자 신문을 덮고 누웠다.
오늘 저녁엔 다행이도 만 원을 얻어 저녁을 먹었다. 매 끼니를 빵 하나 혹은 컵라면 하나로 때운다면 이삼일은 버틸 수 있지만 오늘 저녁엔 조금 푸짐하게 먹었기에 내일 점심까지는 어떻게 가능하다.
든든한 배를 안고 잠을 청하면서 아까 저녁에 구걸했던 이들을 떠올렸다.
교복입은 학생들에게 구걸했을때는 너무나도 창피했었다. 자신이야 노숙자가 되기전엔 잘나갔으니 아들놈 공부하러 다닐 적에 어디가서 기죽지 말라고 항상 돈을 여유있게 주곤 했었지만 모두가 그런게 아니란 걸 알고 기대는 않했지만 역시나 허탕이였다.
내 아들은 잘 살고 있을까? 이제 결혼할 나이가 다 되었는데.
군인들은 역시나 착하다. 물론 지금뿐일 것이다. 군대가서 철들었던 자신도 전역 후 일주일만에 철부지로 돌아갔던게 생각이 났다.
셀러리맨으로 보였던 사람이 생각났다. 단돈 몇 천원이라도 없을 수가 있나? 하긴 요샌 다들 카드를 쓰니까 현금이 없을 수도.
노숙자는 생각했다.
그들이 나중에 꼭 자신처럼 되지 않기를 바라지만 세상은 무서운 곳이란 걸 자신은 뼈저리게 느꼈다. 그는 그들이 각자의 삶에 있어 조금 더 치열하게 살기를 바랬다.
자신 역시 치열하게 살아왔지만 이 지경에 이르렀다.
노력이 모자랐던 탓일까?
운이 나빴던 탓일까?
재기의 가능성은 있을까?
노숙자는 작았지만 중소기업 사장으로써 행복한 나날을 보냈던 과거를 떠올리다 바람과 함께 덮쳐오는 추위와 다시 배고픔을 호소하려는 배를 느끼곤 몸을 웅크리고 잠에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