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장맛비가 주룩주룩 계속 내리는군요.
얼마 전부터 톡톡에서 눈팅만 하다가 큰 결심하고 여러분의 의견(욕)을 듣고 싶어서 글 쓰는
저는 30살 남자입니다(어머니의 주민번호 도용ㅠ)
제 고민거리가 결국 결혼과 관계된 것이어서 어쩌다보니 여기에 글을 올리게 되네요.
저에겐 9년된 여자친구가 있습니다. 그 친구 나이는 저보다 한살 어린 29살입니다.
처음 만난게 20살때였으니 알게 된건 10년이죠.
처음엔 이렇게까지 오래 만날 줄은 당연히 몰랐었죠. 하지만 서로 좋아했고 서로 너무 잘맞았습니다.
물론 사귀면서 두세번 정도 헤어졌다가 다시 만났습니다. 헤어질 땐 제가 헤어지자고 했습니다.
좋은 남자 만나라고.....나같은 거 만나지 말라고 하면서 말이죠. 그러다가 결국 다시 만났습니다.
그래도 만나면 정말이지 잘 해주는 편이었습니다. 아니 잘 해줬습니다.
제가 집안 형편이 안 좋습니다. 집있는 것 빼고 사실상 가진 거 없습니다.
저도 대학다니는 동안 뼈빠지게 과외해서 제 생활비하고 집에 생활비 조금 보태드렸습니다.
이런 저런 사정으로 제가 대학 졸업하고 군대를 가게 되었습니다.
제가 군대를 남들과 달리 좀 오래가야되서(6년ㅠ) 군대가기전 4개월전에 헤어지자고 했습니다.
그리고 군대가고나서 반년정도 지나서 뜬금없이 문자와서 어찌어찌 하다보니 다시 만났습니다.
그리고 나서 전 지방에서 근무를 해야되고, 휴가때 아님 볼 수 없어서 한달에 한번 만났습니다.
그러다가 2년전에 수도권으로 발령이 나서 특별한 일이 없으면 거의 매주 만났습니다.
이제 차츰 친구도 그렇고 그 친구 집에서도 저와 결혼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친구네 집에서 저를 어느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워낙 오래 만났었으니깐)
근데 전 그 친구한테 단 한번도 난 결혼할 생각이 없다라고 처음부터 얘기했습니다.
그 친구랑 결혼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난 아예 결혼할 처지가 안된다
그래서 결혼할 생각이 없다. 결혼 못한다는 것입니다.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저희 집 가난합니다. 부모님 집 빼면 가진 재산 없습니다.(객관적으로 봤을때)
2. 부모님 두분 다 연로하십니다. 아버지께서 내년에 칠순이십니다. 어머니도 4년 남으셨고
지금은 어머니께서 나이 속여 가시며 일하시고 제가 생활비 보태드려서 겨우 두분 생활하십니다.
아버지께서 일 안하신지는 거의 4~5년 되셨습니다.
3. 제가 여태껏 군생활하면서 모은 돈......사실상 없습니다. 올해말에 저희 2층집(저희집 단독주택)
전세 빠져나가는데 거기 전세금으로 제가 모은 돈으로 빼준다고 합니다.
사실상 저 여태껏 4년 일해서 남은 돈은 천정도 입니다.
4. 저 앞으로 부모님 두분 제가 모시고 살아야 됩니다. 어머니께서도 길어봤자 1~2년 더 일하시겠다는데
지금도 아픈 몸 이끌고 매일 일하십니다.(대한민국의 모든 어머니들은 위대하십니다.)
2년 뒤엔 제가 전역하니깐 집에서 같이 살며 부모님 모시고 살아가야 됩니다.
객관적인 얘기만 했지만 디테일한 것도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저 늦둥이여서 부모님 사랑
솔직히 남들보다 좀 더 격하게 받았습니다. 왠만한 여자랑 결혼해서 저희 부모님 모시고 같이 사는게
그러면서 고부간의 갈등 없이 산다는 게 과연 가능할런지......
그리고 설령 결혼한다고 해도 앞으로 어떻게 살지가 뻔히 보이는데 전 그거 싫습니다.
제가 제일 싫어하는게 가난의 대물림입니다. 진짜 무턱대고 결혼해서 애낳고 어찌 어찌 살다보면
요즘 같은 세상에 진짜 답이 안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쓰다보니 점점 길어지고 내용도 안드로메다로 가는 듯ㅠ
암튼 이제 그 친구한테 진짜 그만 만나자고 얘기 할라고 합니다.
막상 얼굴보고 얘기하면 그 친구 또 울고 그럼 저는 또 마음 약해지고.....(전에도 이랬음)
그래서 조만간 참 잔인하지만 편지로 작별을 얘기할라고 합니다.
"너도 이제 진짜 나같은 놈 만나지말고 제대로 된 괜찮은 사람 만나서 행복하게 잘 살아라
나랑 결혼해봤자 결국엔 너도 힘들고 나도 힘들꺼다...연애랑 결혼은 완전히 다른 거다."
암튼 저런식으로 얘기할라고 합니다. 막상 헤어질려고 생각하니깐 그냥 저도 슬퍼지더군요.
근데 진짜로 안 될꺼 같습니다. 그 친구를 위해서도 저를 위해서도 그 친구도 낼 모레면 서른이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