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죽는 일. 생물이 생명이 없어지는 현상.
죽음의 사전적 정의처럼, 세상의 모든 생물은 누구나 한 번씩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하지만 이 자연스럽게 인간의 삶과
맞닿아 있는 죽음에 대해서 사람들은 무거워진 마음으로 이야기를 꺼내기 조차 불편한 단어로 규정해버린다.
도대체 죽음이란 무엇일까? 삶을 살아감에 있어 피할 수 없는 마지막 순간인 죽음을 우리는 어떻게 맞이해야 할까?

죽음이라는 아이템을 가지고 뭉친 원플러스 원 삼인방, 과연 그들이 생각했던 죽음이란 무엇이었을까?
취재 전 죽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우쭈쭈)
"난 군대에서 연평도 포격사건을 경험했을 때 죽음에 대해서 깊이 고민해봤던 것 같아. 16시간 동안의
야간근무를 마치고, 근무취침을 하다가 웅성대는 소리에 깨서 우연히 뉴스를 봤더니 연평도 인근의
바다에서 해전이 일어났다는 소식이었어. 포탄 200여발이 떨어지는 큰 규모의 사건이었기에 난
처음에 이게 꿈인가 했었지. 비장한 각오로 철모를 쓰고, 군장을 싸고 대기하면서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더라고. 다른 건 다 괜찮은데 지금 죽는다면, 부모님과 전화 한 통이라도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더라. 부모님 얼굴이 떠올랐고, 날 아끼고 좋아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미안하더라고. 그래서
그런지 난 죽음은 주변사람들에 대한 미안함이라고 생각해. 언젠가 훗날 내가 세상을 떠나게
된다면 주변 사람들에게 이렇게 얘기해주고 싶어. '난 괜찮다고'"

(멜리사_)
"사실 난 살면서 장례식장을 가 본적이 없어. 그래서 죽음은 나에게는 절대 해당되지 않는 일이라는
생각을 했었거든. 근데 한 번 심하게 아팠을 때, 절망감에 사로잡혀 ‘아 나도 죽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그 이후로는 나 스스로를 잘 돌 보고 건강을 챙기려고 노력하지. 만약에 당장 내일
죽게 된다면 너무 아쉬울 거 같아. 마치 피면 얼마나 아름다울지 아직 모르는 꽃 봉오리가 죽어버리는
것처럼 말이야. 그래서 사실 죽음을 뭐라 정의할 수는 없을 것 같아. 사후세계를 인정하는 말 같긴
하지만, 죽음이 이승에서의 끝일지는 몰라도, 저승에서는 시작일 수도 있으니깐 말이야.
피할 수 없는 운명이기 때문에 받아들여야 하고, 언젠간 죽음을 통해 자신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느낄 수도 있지 않을까?"

(잇힝만)
"난 고등학교 때 친구의 죽음을 통해 죽음이 나에게 아주 먼 얘기만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던 것
같아. 그 전 까지는 죽음이라 하면 정말 몇 십 년 후에 늙은 노인이 되어서야 현실로 다가오는
일이라고 생각했었거든. 근데 죽음은 정말 언제 어디서 어떻게 찾아올 지 모르는 것이더라고.
그 당시에는 괴로워하는 가족과 슬퍼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그 친구가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언제
다가올 지 모르는 것이 죽음이기 때문에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삶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한 번 밖에 주어지지 않는 거니깐."

상례사
전반적인 장례절차와 상담절차 등 장례에 대한 전반적인 업무를 맡는 전문직
서로가 생각하는 죽음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눠 본 세 사람, 과연 죽음과 항상 맞닿아 있고, 죽음을 자주 접하는
분들은 죽음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실지 궁금해진다. 그래서 찾아간 곳은 삼성서울병원의 장례식장,
검은 양복을 입은 유가족들, 경황이 없이 가족의 죽음을 맞이한 그들에게 자세히 장례절차와 일정에 대해 꼼꼼히
체크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계신 상례사분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장례 절차를 진행하다 보면 고인들이 노환, 질병, 사고사 등 다양한 이유로 죽음을 맞이하곤 해요.
그럴 때마다 저희는 항상 상황에 맞는 서비스를 실시하려고 하죠. 특히 안 좋은 일로 고인이 되신 분들의 장례를 진행할
때는 언행에도 조심하려고 신경을 쓴답니다. 이처럼 저희도 죽음에 대해 무거운 감정이 있는 것은 사실이에요.”

“하지만 장례식장의 풍경을 보면 항상 무겁고 슬픈 것만은 아니에요. 흔히 호상이라고 하죠?
2~3년 정도 전에 장례식장에 아흔이 되신 할머니 한 분이 돌아가셔서 오신 적이 있었는데요. 장례준비를 마치고 나니,
옆 호실에 다른 새로운 할머니가 들어오시더라고요. 양 쪽의 유가족들이 깜짝 놀라기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고인이 되신
이 두 분이 알고보니 자매시더라고요. 공교롭게 한 날에 같은 곳에서 장례를 치르게 된 것이죠. 양 가족은 경황이
없어서 연락을 아직 못한 상황이었고요.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할머니 자매가 살아 생전에 우애가 참 깊었다고 해요,
그래서 한 날 한시에 같이 외롭지 않게 세상을 함께 떠날 수 있지 않았나? 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다음 날 입관식도 시간 격차를 두어 모든 유족분들이 입관식을 같이 지켜볼 수 있게 진행을 한 적이 있죠.
양쪽 상가집에 많은 손님들이 두 곳을 드나들며 서로 이야기도 나누고 어둡지만은 않은 이런 장례식을 보고 나면
죽음에 대해 또 새롭게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실 저도 예전에 상례사라는 직업을 가지기 전까지는 죽음이라 하면 생각조차 하기 싫은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저랑은 동떨어진 이야기라고 생각했고요. 그런데 제가 직접 입관도 하고, 죽음을 항상 옆에서 맞이하다 보니 죽음에 대한
의미가 조금씩 바뀌더라고요. 죽음이란 건 멀지 않은 곳에 있고, 행복한 죽음을 맞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죠.
자신을 돌아보고,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마지막 시간을 보내는 것이 가장 행복한 죽음을 보내는
방법이더라고요.”



상례사님에게 죽음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나니 다시 새로워지는 기분이다. 죽음은 그리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삶의 소중함을 느끼게 하는 자체임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문득 오늘 하루가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생각이 문득 떠오른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떠날지 모르는 인간의 삶.
우리는 죽음을 최대한 간접적으로 경험해보면서 새로운 의미를 찾기 위해 강남의 한 복지관을 찾았다.



방문을 들어서자 고요함을 넘어서 엄숙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하늘 여행이라는 타이틀을 건 이곳에서 먼저
체험을 위해 간단하게 인적사항을 기입하고, 자리 한 쪽을 차지하고 앉았다. 낯선 분위기에 조금은 신비감마저 느껴진다.
마음을 가다듬고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 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니 한편으로 차분해지면서 침착해지는 것 같기도
하다. 미리 받은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는다.


자리에 놓여진 프린트에 적혀진 질문을 확인하며 본격적으로 나의 인생을 되돌아 본다. '나의 인생 자서전쓰기'
막상 마음을 먹고 나의 인생에 대해 되돌아 보니 쓰기가 쉽지 않다. 난 도대체 20년이 넘는 삶 동안 무엇을 했나.
진지하게 내 삶에 이렇게 돌이켜 본 적은 처음인 것만 같다. 내 삶의 점수를 매기라는 칸에 난 75점이란 숫자를 기입한다.
객관적인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자, 내 자신이 발가벗겨진 것 같은 느낌이다. 질문 하나하나에 살얼음을 걷는 심정으로
조심스럽게 하나하나 써내려간다.

내 자신에게 가장 소중했던 것이라는 질문을 받는다. 내 인생에서 진정으로 소중했던 것은 무엇이었나?
하나하나 평소에 내가 욕심을 부리고 챙기려고 아등바등했던 것들이 부질없던 것으로 느껴지는 순간이다.
내 자신, 가족, 친구들, 그리고 나의 꿈, 정말 소중한 것들은 나와 항상 함께 있었기에 별로 소중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 같아 후회스럽다. 왜 난 항상 부질없는 것들, 진정으로 나에게 소중하지 않은 것들을 얻기위해
아등바등하면서 살아왔던가.

만약 나에게 삶이 6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면 꼭 해보고 싶은 세 가지는?
이 질문을 받고, 곰곰히 고민해본다. 왜 나는 평소 나의 살아있음에 대해 무딘 생각을 가졌을까. 왜 하루하루를
허무하게 최선을 다하며 보내지 못했을까. 온갖 생각들이 내 머리를 스친다. 내 삶이 6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면
나의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해야지, 조심스럽게 가족들과 함께 떠나는 마지막 여행, 지인들에게 접대하는 따뜻한 식사,
그리고 하루하루를 돌이켜 볼 수 있는 일기 작성과 유서라고 기입한다.

나의 삶을 다 돌이켜보고 난 후, 드디어 간단한 주의사항과 함께 본격적으로 죽음명상에 돌입한다.
죽음의 의미에 대해 되돌아보고, 다른 사람 이야기들 가쉽거리들이 아닌 온전히 내 자신,
스스로에게 주어진 의미를 되돌아 본다. 난 어떤 삶을 살아왔는가, 왜 난 항상 내 자신 깊이 자리한 내면의
이야기를 듣지 못하고, 주변의 시끄러운 무의미한 일에만 집중했는가.

본격적으로 나의 사망기를 작성한다. 내 자신이 스스로 나의 죽음에 대해서 쓰려고 하니
펜이 잘 안 떨어진다. 마음을 추스르고, 담담히 작성하기 시작한다. 가슴에서 왠지 모를 뜨거운 감정이 벅차오른다.
지난 삶에 대한 아쉬운 마음 때문일까. 감정이 나도 모르게 격해진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주변사람들에게 남기는 편지를 작성한다.
기분이 뭔가 이상하다. 죽음을 앞두고 용서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당장 죽음을 앞두고 있다고 하니,
미움으로 가득했던 사람들이 조금씩 이해가 되고 용서할 수도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든다.
세상을 떠나는 마지막 날에 모든 사람들에게 나쁜 마음을 남기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일까?
나를 좋아했던, 좋아하지 않았던 모든 사람들에게
한 번 스치는 것도 인연이라 하거늘, 좋든 나쁘든 나와 관계를 맺었던 경험이 있다는 건 정말 큰 기적이고
인연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다시는 볼 수 없겠지만, 또 다른 세상이 있다면, 그리고 인연이 닿는다면,
다시 웃는 얼굴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고, 언제나 행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나를 잊을 수도 있다는 거
당연히 이해하지만, 가끔은 아주 가끔은 괜찮은 사람이었다고 기억해줄 수 있었으면...
고맙고 사랑합니다..

하늘로 향하는 여행을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최후의 식사를 즐긴다.
소박한 식사지만, 왠지 모르게 생전의 마지막 식사라고 하니 큰 의미로 다가온다.
삼각김밥 하나가 나에게 이렇게 큰 의미로 다가올 수 있을까?

참된 삶을 맛보지 못한 자만이, 죽음을 두려워 하는 것이다. - 제이메이 -


이제 드디어 정말 세상을 떠날 시간이다. 저승으로 갈 때 입어야 할 삼베옷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왠지 모르게 기분이 찹찹하고, 정말 세상과 단절된다는 것이 실감이 안 간다.
나의 삶은 이렇게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는구나.

우리를 저승으로 인도해줄 저승사자가 나타나 저승으로 갈 때 필요한 노잣돈으로 생쌀을 조금씩 나누어준다.



저승사자를 따라 조심스럽게 내가 평생 잠들어야 할 곳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걸음 걸음 발을 내딛을 때마다, 나의 이승에서의 삶이 떠오르며 가족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딱 한번만 볼 수 있으면 좋을텐데, 그렇다면 사랑한다고 말해 줄 수 있을텐데,


훌륭하게 죽는 법을 모르는 사람은, 한 마디로 살았을 때도 사는 법이 나빴던 사람이다. - 토마스 풀러 -
드디어 내가 평생 잠들 장소에 도착한다. 너무 비좁아 보이는 것이 집이 그리워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죽음은 피할 수 없는 것, 손과 발을 묶어 자세를 고정하고 내가 앞으로 평생 살아야 할 관 안으로
몸을 집어넣는다. 불편한 가운데, 머리속에서 이승에서의 추억이 파노라마처럼 스쳐지나간다.
내 삶은 과연 어떠했는가, 이렇게 정말 사랑하고 소중한 사람들과의 인연은 마지막인것인가?


이승과의 단절을 확인시켜주기라도 하듯이, 관 속에서 대못을 박는듯한 소리가 쾅쾅 들리고 가슴은 더욱 긴장된다.
정말 난 이제 세상과 단절 되었구나, 마치 군대에 입소하여 입소대대에서 첫날 밤을 보냈을 때의 느낌이다.
그 때도 그렇게 오랫동안 사회와 단절되어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 못했는데.. 이제 난 이 곳에서 얼마 동안이나
사랑하는 사람들과 만날 수 없는 것일까?

꿈과 현실 사이에서 머리가 복잡해진 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구원의 손길이 들린다.
관을 열어주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다. 마침내 나의 손과 발은 자유가 되었고, 나의 몸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었다.
그렇다, 다시 세상과 소통할 수 있게 돌아온 것이다.

체험장으로 다시 돌아와, 내 삶에 있어서 버려와 할 것, 그리고 꼭 이루고 싶은 일을 기록한다.
상처에 딱지가 앉고 다시 새 살이 돋아난 것 같은 상쾌한 느낌인 지금, 삶은 의욕으로 다가온다.
다시 나에게 삶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못하는 것이 어디 있을까? 진심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하나하나 작성한다.

이 세상에 죽음만큼 확실한 것은 없다. 그런데 사람들은 겨우살이 준비하면서도 죽음은 준비하지 않는다.
- 톨스토이 -

평소의 삶에 대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던 우리들.
하루하루의 소중함에 대해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가슴으로 와닿았던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항상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에 대해, 그리고 사소한 사건들 걱정들로 내 자신에 대해 집중하지 못하였고,
내 자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지 못했다. 하지만, 죽음을 경험하고 다시 깨달았다.
죽음은 우리에게 언제 어디서 어떻게 올지 모르는 우리 삶 속에 존재하는 것임을.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우리에겐 소중한 것이고, 행복한 죽음을 맞기 위해 우리는 매사에 최선을 다해야 함을.
그렇기에 내 삶은 항상 언제나 생이 다하는 날까지 끊임없이 달려야 한다는 것을.

귀천(歸天)
- 천상병 -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본격 감성열리] 죽음, 그 쓸쓸함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