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미국에서 유학을 하고있는, 한국나이로는 스물하나지만 이곳에서는 열아홉살로 겨우겨우 10대 소리 듣고있는 건장한 남아 입니다.
평소에는 그냥 읽기만 하다가 처음으로 글 써보네요 ㅋㅋ
한국에서 오랜만에 아버지가 오셔서 같이 소주 한잔 했는데 잠은 안오고 . .
그러다가 대략 1년 4개월 전에 헤어졌던 여자친구가 생각나서 이렇게 안쓰던 글을 끄적여봅니다.
제가 한국에서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중일 때 12월달 후반 쯤 저희 체육관에 그 친구가 처음 들어왔습니다. 태권도 장이었지요 ㅋ 두살 어린 체육관 후배 한놈이 무너져가는 체육관을 살리니 뭐니 헛소리 하면서 자기 학교 친구 두명을 체육관에 데리고 온거였어요. 그 두명 중 한명이였지요 ㅋ
그 친구를 처음 봤을 때의 느낌은 정말 그냥 '어려보인다' 이거 하나 였습니다. 나중에 사귀면서도 친구들이나 주위 사람들이 다 처음 볼땐 정말 어려보인다고 했어요. 심지어는 초등학생으로 오해하는 사람도 있었구요. 어쨌든 키도 작고 몸도 말랐고 얼굴도 정말 애기같았어요.
음 . .
사회 나오면서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제가 그때만 해도 처음보는 사람이랑 정말 잘 못친해지는 성격이었습니다. 그 친구랑도 처음엔 참 많이 어색했지요. 얘기도 안하고 눈도 마주치려고 하면 저절로 피해져 버리고 . .
그래도 역시 시간이 약이었는지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 가까워졌습니다. 영화도 가끔 같이 보고, 서로 문자도 하고...ㅋㅋ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저는 계속 제자리였는데 그 친구가 다가와 줬던 것 같아요.
어느 날 그 친구 학교에서 졸업소풍(?) 식으로 롯X월드를 갔다왔습니다. (아, 당시 그 친구 나이는 졸업을 코앞에 둔 중학교 3학년이었습니다ㅋ) 그 친구가 갔다와서는 기념품이라면서 쑥쓰러운 기색으로 핸드폰 고리를 하나 건네주더군요. 알고보니까 커플 핸드폰 고리였어요.
그때까지도 눈치를 못채고 있었죠. 제가 눈치가 좀 없거든요 ㅋ 기분좋게 그냥 그러려니 하고 받고 넘겼어요 ㅋㅋ
그 고리를 받고나서 좀 지난 뒤에 그 친구가 갑자기 묻더군요.
"만약 오빠는 제가 사귀자 하면 어떨거같아요?"
전 그 당시 고3 막 올라가기 전 이었고 주위 사람들이 다들 고3때 여자친구 사귀는건 인생 말아먹는 일이라는 식으로 겁을 주는 바람에 대답을 잘 못해줬지요.
그때서야 확신은 못했지만 이 친구가 절 좋아하고 있다는걸 눈치챘지요. 참 느리죠 -_- ㅋ
그러나 대답이 시원치 않았던 그날 이후에도 저에 대한 그 친구의 태도는 바뀐게 없었습니다.
그리고나서 다시 한달 후, 같이 영화를 보고 헤어져서 집에 왔는데 문자가 왔어요.
"오빠 우리 그냥 사귀면 안되? 사귀자." (언제부턴가 말을 놨더군요 ㅋㅋ)
고 3이라 안된다느니 뭐니 하는 머릿속의 압박들로는 막을 수 없을만큼 이미 그땐 저도 그 친구를 정말 좋아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날부터 사귀기 시작했죠.
그 친구랑 사귀면서는 하루하루 정말정말 좋았습니다.
서로 연애경험이 별로 없어서 그랬는지 서로 서툴렀지만 정말 알콩달콩이었지요. 사귄지 한달 정도 되서 집에 데려다 줄때 처음 이마에 뽀뽀하는데 왜 그렇게 심장떨리던지.. 그 친구도 많이 부끄러워했구요. 그날 잠 자기 전까지 계속 생각나더군요 ㅋㅋ
매일 체육관도 같이가고, 더블 데이트라는것도 해보고, 그 친구 고등학교 찾아가서 커다란 발렌타인 초콜릿 상자도 줘봤고, 영화도 영화관 가서 같이 본것만 60편쯤 됬고...첫키스도 그 친구랑 했고..
그때 당시 친구들이 저희 사귀는거보고 예쁘다고 표현해줬습니다 ㅋㅋ
사귀는 동안 서로 싸운적도 없었습니다. 물론 중간중간 보이게 안보이게 서로한테 안좋은 모습도 보였겠지만..적어도 그 친구가 저한테 안좋은 모습 보인건 지금 제 머릿속엔 없네요. 제가 보인 안좋은 모습들만 마음에 남아서 그저 후회할 뿐이죠.
그렇게 1년 사귀는 동안은 지금 생각해도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고 친구들 표현을 빌어 가장 예뻤습니다. 그런 감정에 대해서 제 자신에게도 가장 솔직했던 시간들이었구요.
사귄지 네달쯤 됬을때 제 유학행이 그로부터 5개월 뒤로 결정이 되버렸었습니다. 솔직히 그 5개월 이라는 선고를 받았을 땐 5개월이 그렇게 짧을줄은 상상도 못했었어요. 실감을 못했다고 표현해야 되나? 아무튼 그냥 쉽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5개월이란 시간은 정말 미친듯이 빠르게, 하지만 평소와는 다를 것 없이 흘러갔습니다.
비행기타기 24시간 전, 그 친구를 만나서 평소처럼 데이트를 하며 놀았습니다. 그리고 그 마지막 하루는 평소처럼, 그리고 평소보다 빠르게 지나가 버렸어요.
서로 집으로 들어가기 전에 저는 그 친구를 데리고 처음 키스를 했던 장소에 갔습니다. 그리곤 . .
정말 미친듯이 껴안고 울었습니다. 그 장소에 가기 전까진 아무렇지도 않았었는데 그곳에 가서 둘만 남고 어둠만 남으니까 갑자기 터지더라구요. 막 울었어요 정말. 사귀는동안 슬픈영화를 보던 뭘 하던 절대 눈물은 안보였었는데 . . 그날은 울면서도 창피하다고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실컷 울고난 다음, 전 제 커플링을 그 친구에게 줬고 제가 그 친구 커플링을 가졌습니다. 그 친구한테는 편지 여러장을 받았구요. 많이도 썼더군요. 롤링페이퍼니 뭐니 다양하게 . .
그리고는 이곳 미국에 왔습니다. 오는 비행기 안에서 주위사람들 모르게 계속 자는척하면서 혼자 울었어요. 미국 와서 싸이를 켜보니 제가 비행기 안에 있는 동안 엄청나게 방명록을 남겨놨더군요.
미국에 와서 세달간은 서로 전화통화하고 싸이에 글 남기면서 연락하면서 지냈습니다. 깨지고 온건 아니었으니까요.
그리고 나서 400일 거의 다 됬을 쯤에 그 친구에게 갑작스럽게 이별통보를 받았습니다.
Out of sight, Out of mind . . 란 말이 머릿속에 갑자기 떠오르더군요.
전 잡지 않고 그냥 보내줬습니다. 정말 아무 것도 없이 이유도 묻지 않고 그냥 보내줬습니다. 그동안 행복했고 고마웠다는 말만 하고 좋게 헤어졌습니다.
갑작스러워서 실감을 못했는지, 전 헤어진 그 날도 아무렇지 않았고, 그 다음날도 아무렇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아픔이라는게 저에겐 정말 천천히 찾아 오더군요. 아무렇지 않은 듯 했는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자꾸 생각나고 . . 생각 날 때 마다 가슴은 계속 아리고 . . 그런데도 아무 대책은 없고 . .
그러다가 헤어진지 3개월 뒤 쯤, 제가 큰 실수를 하나 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그때로 돌아가서 그 실수를 되돌리고 싶네요. 설명하자면 길지만 간략하게 줄여서...
제가 여기 오기전 서로 교환했던 반지를 보내달라했습니다.
제 나름대로는 정말 그냥 막연하게 반지 두개가 다 제 손에 들어오면 제 아픔이 나아질거라 믿었지요. 말도안되죠. 그땐 그냥 막 뭐든 해서 제 마음을 달래려고 했던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말도안되는 이유로 반지 돌려달라하고..참 이기적이었죠. 헤어졌다 해도 그 친구한테 있어서 그 반지가 큰 의미 있는 물건이었을지도 모르는데..
아무튼 그때 제 행동이 그 친구한테 정말 안좋았나봐요. 좋게 헤어졌는데 결국 그 사건으로 전 그 친구에게 아주 나쁜 전 남자 친구가 되버렸지요. 결국 현재까지 서로 그냥 남남인거죠 ㅋ
제가 나쁜놈이 된 그 직후에도 전혀 전 아무 느낌 없었습니다. 미안함도 없었고...그저 약간의 씁쓸함 정도였지요. 그 씁쓸함은 헤어졌을때의 아픔이랑 같은 놈인지 서서히 강해지더니 나중엔 너무 써서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질 못하겠더군요.
그래도 전 그냥 머릿속으로 '괜찮다 괜찮다' 라는 말만 반복하면서 참았습니다. 지금까지도요. 아무렇지 않은것처럼 행동하고, 티도 안내고.. 그런데 감정은 역시 머리로 컨트롤되는게 아니더군요. 지금까지 그렇게 노력했는데도 아직 생각나면 아리고...비슷한 이름만 봐도 철렁대고...하는 것 보면..
평상시에도 이러는거보면 아버지랑 마신 술기운 탓은 아닌것 같네요. 다만 그 술기운때문에 지금은 평소보다 약간 더 감정적이라는거 빼곤 . .
헤어진지 1년 4개월이나 됬는데 아직도 그 감정들은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그냥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그때 바로 직접 얘기하지 못해서 제 효과를 못낼지도 모르고, 꽤 오랜시간이 흘러서 그 친구한테는 그냥 나쁜놈이 나쁜짓 했던것 처럼 되버렸을지도 모르지만 . .
그냥 그때 제가 그 친구 기분은 생각도 안하고 그냥 내가 아프다해서 이기적으로 행동했던 것에 대해서 사과하고 싶었어요.
염치도 없고 용기도 없어서 직접 사과하진 못하고 이렇게 공개적으로나마 글을 올립니다. 이런식으로라도 제 감정을 표현해야 그나마 조금 나아질것 같아서 . .
제 글을 읽고 소설이라 하셔도 좋고 욕을 하셔도 좋습니다. 그냥 그 친구 눈에 우연히라도 띄어서 읽어줬으면 하는 바램에서 올리는거니까요. 혹시라도 우연히 그 친구가 이 글을 보면 본인 이야기 인줄 알아 볼거라고 믿어요. 좋았을때의 감정은 다 잊었을지 몰라도 적어도 머리로나마 기억은 하고 있을거라 믿어요. 그냥 막연한거죠 ㅋㅋ
쓰다보니 길어져버렸네요. 재미도 없는 제 얘기를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
마지막으로 HJ아 . . 정말 미안했고, 아직도 미안하다. 그때 부터 지금껏 계속 사과하고 싶었어. 이렇게 늦게 사과하게 된것에 대해서도 정말 미안하다. 고 3이라 늘 힘들텐데 힘내고 잘지내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