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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가 가지고오는 무서운이야기49

ABC |2011.07.28 14:56
조회 1,998 |추천 4

감은 눈에 벌겋게 햇살이 비치는 걸 보니 벌써 아침인 것 같았다. 나는 잘
떠지지 않는 눈을 억지로 비벼 뜨고는 흐린 시선으로 천장을 바라보았다.
역시나 같은 모양의 벽지가 내눈에 가득 들어왔다. 누렇고 때에 쪄든 빛
바랜 낡은 벽지가...

애써 몸을 일으켰다. 요즈음은 몸이 더욱 약해진 것 같았다. 벌써 반년
째, 내 오래된 친구인 '암'이라는 질병은 어제 밤에도 어김없이 내 오른
쪽 폐를 갉아 먹고 있었을 것이다.

목이 말랐다. 아니 더 정확히 얘기하면 갈증의 욕구보다 입이 심심하다
는... 나는... 담배가 피고 싶은 것이었다.

"여보... 여보..."

걸걸한 내 목소리를 나자신이 들은 지가 무척이나 오래된 듯 느껴졌다.
하기야 요즈음 같이 집에서 혼자 있을 때가 많은 나로서는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사치일지도 몰랐다.

"여보... 벌써 나간 거야?"

언제나처럼 아내는 직장에 나가고 없는 듯했다. 왠지 모를 안타까움이
가슴에 저며들었다. 아내는 내가 병석에 누운 이후로 생활을 꾸려나가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늦은 밤까지 일을 해야 했다.

항상 웃는 낯으로 나를 대했지만 그녀의 심정은 찢어질 듯 고통으로 바
래져 있다는 걸 나는 잘 알 수 있었다.

나는 손을 뻗어 머리 맡에 있는 담배를 찾아 한 대 꺼내 입에 물었다.
요즈음 보기 힘든 팔각성냥에서 동강이 난 성냥개피를 한개 꺼내 갈색
몸통에 그어댔다.

잠시후 병든 나를 조롱하듯이 '피식'하는 소리와 함께 성냥에 푸르스름
한 불이 붙었다.

"후~~"

담배에 불을 붙이고 망가져 가고 있는 폐속으로 깊숙이 집어 넣었다가
내뱉었다. 통증이 왔다. 그러나 이 통증이 오히려 내게는 쾌감이 된 지
오래다.

얼마전만 해도 아내는 내게 담배를 피지 못하게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내 병에 담배는 휘발유에 불을 붙이는 것과 같으니까... 그러나 언제 인
가부터 아내는 하루에 한갑씩 꼬박꼬박 담배를 사서 내 머리맡에 놓아
주었다.

어차피 죽을 사람, 하고 싶은 일... 마음껏 하라는 뜻에서 였을까...
아무튼 나는 그런 아내가... 우습게도, 감사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따르릉, 따르릉-

방구석에 놓인 전화기에서 요란하게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나는 한
모금에 지친 담배를 손에 멍하니 들고 앉아 전화기를 그저 바라만 보았
다. 열번이 울리고 나서야 엉금엉금 기다시피 전화기로 다가가 수화기를
들었다.

"여... 보세요?"
"여보, 괜찮아요? 오늘 당신이 일어나기 전에... 일 때문에 나와서...
미안해요."
"아냐... 당신이 고생이지 뭐..."
"오늘은 좀 늦을 것 같은데... 어쨌든 끼니 거르지 마시고요..."

나는 매일같이 비슷한 내용의 아내 전화에 몇마디 대꾸를 하고는 전화
를 끊었다. 아내는 혹시나 집을 비운 사이 내가 잘못될 까봐 항상 하루
에도 몇번씩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아내의 그런 전화가 나의 생명이 점점 사그러가고 있
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지옥의 전화처럼 들리고는 했다.

나는 천천히 일어나 거울을 바라보았다. 야윈 얼굴에 쾡해진 두눈...
그리고 검어진 피부색까지... 영락없는 내 모습이다. 익숙한 내 몰골이다.

'내가 어서 죽어야 되는데... 어서... 하루라도 빨리...'

이런 생각을 하니 울컥 서글픔이 밀려 왔다. 바로 반년 전 까지만 해도
그렇게도 다정스러운 부부였는데... 따쓰하고 사랑이 넘치는 가정이었는
데... 반년전 그날이 언뜻 머리에 스쳐갔다.


"여보... 나... 암이래... 폐암... 그것도 말기..."

병원을 몇군데나 다녀봐도 같은 대답에... 지칠대로 지친 내가 어느날
집에 들어오며 중얼거렸다. 아내도 각오를 하고 있었던 듯 고개를 끄떡이
며 나를 바라 볼 뿐이었다.

"여보... 미안해... 호강한번 제대로 시켜주지 못하고..."

모든 것을 체념한 내 말투에 그녀는 허탈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나는 세
상이 무너져라 한숨을 쉬었고 그녀는 아무말 없이 방을 나갔다. 내 앞에
서 우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은 듯 그녀는 한참동안 들어오지 않았다.

이윽고 방문을 열고 들어온 그녀의 표정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나는 알
수 있었다. 그녀가 나를 위해 억지 웃음을 짓고 있다는 것을... 그녀는
내 어깨를 살며시 껴안으며 말했다.

"어차피... 고치지 못할 병이라면 당신이 죽는 그날 저도 함께 따라갈 거
예요. 전... 당신 밖에 없어요. 당신 밖에는..."


반년전 그날 그녀의 그 말 한마디에 나는 삶의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내 인생이 헛되지는 않았구나. 내가 죽는다고 해도... 그렇게 서글프고
쓸쓸하지만은 않겠구나... 하는...

지난 반년동안 나는 아내를 위해서라도 어떻게든 병을 고치려고 애썼다.
좋다는 것은 전부 찾아 먹어보고 병원은 물론 희한한 민간요법까지 다
해보았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한 실망감만 안겨줄 뿐이었다.

결국... 죽음을 기다리는 공포가 나의 정신을 흐리게 하기 시작했고 내
아내는 그런 나를 안타까운 눈빛으로 지켜볼 뿐이었다. 불쌍한 아내...
결혼 한지 2년도 되지 않았는데...

나는 며칠 전부터 하나의 계획이 떠올라 그것을 실행하려고 마음을 다
잡고 있는 중이다. 그 계획이란... 하루라도 빨리 내가 죽어 버려야 한
다는 것이다. 많은 고민과 갈등이 있었지만 더 이상 아내를 고생시킬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차피 죽을 목숨, 내게 다가 올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내가 먼저 죽음을 찾아 가기로 한 것이었다. 그 편이... 나를 너무도 사랑
하는 아내를 위한 길이기도 했으니까...

그러나 정작 자살을 하려고 하니 어떤 방법이 가장 적당할까 하는 것에
서 내 행동이 머뭇거리게 되었다. 막상 나처럼 죽을 날을 받아 놓은 사
람이 죽음에 대한 공포가 건강한 사람보다 더 진하게 생각하게 되는 법
이다.

흔한 방법으로 목을 매달기에는 그 숨막히는 시간이 너무나 몸서리 쳐지
고 칼로 내 배를 주욱 긋는다는 건 내 소심한 성격상 도저히 말도 안돼
는 짓이었다.

또 빌딩 옥상 같은 높은 곳에서 떨어져 버리는 건 사랑하는 아내가 처
참하게 짓이겨져 버린 내 시신을 보고 오열을 할게 뻔하니 안되고...

그렇다면 결국 약인 셈인데... 사람들한테 들은 얘기로는 어설피 약을
먹었다가는 목적도 이루지 못하고 죽지 않는다면 하루하루를 고통 속에서
산다고 했다.

그래서 며칠을 고심한 끝에 내린 결론은... 두가지 이상의 방법을 병용하
는 것이었다.

다만 모진 목숨에 쉽게 실행하지 못하고 질질 끌어왔던 것인데... 오늘은
아내가 늦는다고 하니 실행에 옮기기로 마음 먹었다. 내가 생각한 방법
은 죽기까지 시간이 꽤 걸리기 때문에 아내가 늦는다고 한 오늘이 적당
할 것 같았다.

나는 장농을 열고 서랍에서 종이에 꼬깃꼬깃 싸 놓은 수면제를 꺼냈다.
며칠 전부터 동네 약국을 다 돌며 한, 두알씩 사서 모아 놓은 것인데...
양이 제법 되었다.

머리맡에 놓인 주전자의 물을 한모금씩 들이키며 한알씩 두알씩 삼키기
시작했다. 왠지 모를 눈물이 내 눈에서 흘러나왔다. 그러나 나는 아내의
얼굴을 떠올리며 그녀를 위해서라면... 하는 심정으로 한주먹이나 되는
수면제를 다먹고 말았다.

그리고 천천히 일어나 목욕탕으로 가서 세수대야에 따뜻한 물을 가득
받아 돌아왔다. 내 이부자리 옆에 세수대야를 살며시 놓고 커터칼을 찾
아 오른손에 쥐었다.

약기운이 벌써 퍼지는 지 눈앞이 희미해졌다. 어서 서두르지 않으면 안
돼겠다 싶어 왼쪽 손목에 커터칼을 갖다 대었다. 그리고는... 심호흡을
크게 하고 단숨에 그어 버렸다.

시뻘건 핏줄기가 내 얼굴에 튀었다. 그러나 생각처럼 아프지는 않았다.
나는 다시한번 심호흡을 크게 하고 피가 흘러 내리는 팔목 아래쪽을 다
시한번 그어 버렸다.

두번째가 더 깊이 베었는지 조금 전보다 더 많은 양의 피가 샘솟아 흘
러 나왔다. 나는 이불에 반듯이 누워 따뜻한 물이 담긴 세수대야에 왼쪽
팔목을 담갔다.

금새 물은 선홍색으로 번져갔고 나의 의식은 빠져나가는 혈액과 수면제
의 효과로 가물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기분만은 한없이 뿌듯하고 즐거
웠다.

내가 죽은 것을 발견하면 아내는 놀랄테지만 이 일은 전부 아내를 위한
것이라 생각하니... 나는 품속에서 아내에게 전하는 짧은 편지를 힘겹게
꺼내 펼쳐보았다.


[윤미에게...

이 편지를 볼때 쯤에는 내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겠구나. 많이 놀
랐겠지? 그러나 나로서는 이 방법이 최선이었단다. 너를 위하고...
이기적이지만 나를 위해서도...

내가 없더라도... 꿋꿋이 살아야 한다. 어떠한 어려움이 있어도 말이야.
만일 쓸데없는 생각으로 내뒤를 따르거려나 하는... 그런 어리석은 짓은
하지 말고... 내가 못다 살은 몫까지 살아주기를 바래. 할말은 많지만...
이만 줄일께... 늘...행복하고...

저 세상에 가서도 변치 않을 내 사랑아... 그러면... 안녕... 히.
형민이가... 씀...]


편지를 다시 고이 접어 머리 맡에 살며시 놓고 두 눈을 감았다. 심연 속
으로 빠져드는 야릇한 기분과 함께 온 몸이 새털처럼 가볍게 느껴졌다.

*************

아득하게 아내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연이어 내 몸을 세차게 흔
드는 느낌이 들었다. 곰곰히 생각해 보니 아직 내가 죽지 않은 것 같았
다. 아니면 죽어가고 있는 도중일지도...

어쨌든... 아내의 분주한 몸짓이 느껴져 왔고 어쩔줄 몰라 하는 목소리가
내 귓전에 울려왔다. 아내가 전화 수화기 드는 소리가 들리고 '삑삑'하고
버튼을 누르는 소리도 함께 들렸다.

아무래도 구급차를 부르려는 것 같았다. 나는 손을 들어 말리려고 했지
만 몸이 말을 窪?않았다. 거의 죽은 것은 확실한데... 어차피 이제
구급차가 온다해도 돌이킬 수는 없을 듯 보였다.

어서 목숨이 끊어지기를 간절히 바라는데 아내가 전화기로 얘기하는 것
이 얼풋이 귓전에 울려퍼졌다.

"아, 상규씨? 이거 어쩌지? 내 남편이 자살을 했어. 바보같은 놈...
어차피 죽을 텐데... 조금만 더 견디지 않고. 응, 그것 때문에 물어 보려
고 전화를 한 거야. 내가 자기한테 작년에 들은, 남편 생명보험 있잖아?
그거 본인이 자살하면 보험금 못타는 거지? 맞지? 그렇구나... 이런...
젠장... 기껏 잘해줬더니... 덜컥 자살해 버리다니... 돈만 날렸잖아?
휴~ 혹시라도 헛짓 할까봐 매일 확인 전화했는데... 응, 응, 그건 잘됐지
뭐... 일찍 죽어버렸으니... 남의 눈치 안 보고 상규씨와 함께 살 날이
앞당겨진 셈이야... 하하하. 그래... 나?.. 사랑해. 상규씨..."

아내의 그런 엄청난 얘기를 듣고 있자니 내가 지금껏 아내에게 속아왔
다는 울분보다는 오히려 잘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정으로 나만을 위했
던 착한 아내였다면 죽어가는 지금 이렇게 편안히 눈을 감지 못했을 것
이기에...

더불어 죽어서도 아내와 그녀의 정부를 복수할 수 있다는 생각에... 입가
에는 오히려 야릇한 미소까지 피어 올랐다. 왜냐하면...

'에이즈의 합병증으로 인한 폐질환'이라는 나의 간접적인 사인(死因)은
그녀와 그녀의 남자를 경악하게 만들 것이 분명하기에...

 

 

 

 

 

 

 

 

 

 

 

 

 

 

 

 

 

 

 

 

 

"후~ 힘들다. 그나저나 이 놈은 왜 아직 안오는 거야?"

형민은 새로 이사온 오피스텔에 짐을 나르며 이마에 흐른 땀을 닦았다.
뻐근한 허리를 한번 주욱 펴고는 어깨를 주무르며 중얼거렸다.

"이삿짐을 도와 준다고 한 놈이... 제 시간에 와야할 것 아냐? 그런데...
소식도 없고..."

그때 겸연쩍은 듯 상규가 불쑥 얼굴을 내밀며 소리쳤다.

"헤헤헤. 미안하다, 형민아. 내가 좀 늦었지?"
"조금 늦었다고? 임마. 약속한 시간보다 2시간이나 늦었으면..."
"아이고... 죽을 죄를 졌다. 후후후. 사실... 늦잠을 자서 말이야."
"됐다. 됐어. 어쨌든 남은 짐 정리 하는 거나 도와줘."

상규는 방안을 둘러 보다가 이상하다는 듯이 물었다.

"형민아, 그런데 정말로 이 방이 그 가격에 얻은 거야?"

어수선한 방바닥에 털썩 주저 앉아 담배를 빼어 물던 형민은 고개를 끄
덕이며 대답했다.

"응... 그렇다니까. 정말 싸지? 다른데 같았으면 전세는 커녕 월세로도
못 얻을 가격인데... 더군다나 저번 주인이 쓰던 가구들이며 다른 것들도
공짜로 준다하니..."

상규는 형민을 한번 힐끔 보고는 오피스텔 구석 구석을 살피기 시작했다.

"싼게 비지떡이라고... 뭔가 이유가 있겠지. 물이 잘 안나오던가...
화장실에 배수가 안된다던가..."

상규는 싱크대의 수도를 틀어 보기도 하고 화장실의 물도 내려보면서
정신없이 왔다갔다 했다. 형민은 피던 담배를 재떨이에 아무렇게나 비벼
끄며 얘기했다.

"괜히 트집잡지 말고... 부러우면 너도 나처럼 부모님에게서 독립을 하란
말이야. 맨날 백수로 지내지 말고..."
"하하하. 알았다. 알았어."

둘의 웃음 소리가 오피스텔에 가득히 울려퍼졌다.

****************

"으... 취한다. 나... 더이상 술, 못먹겠다. 형민아... 나... 이제 그만
갈께."

상규는 아직 덜 정리된 형민의 오피스텔에서 술을 먹다가 도저히 못 견
디겠다는 듯 잔뜩 혀꼬부라진 목소리로 더듬거렸다. 형민도 상규 앞에서
술에 취해 꾸벅꾸벅 졸고 있다가 게슴츠레하게 눈을 뜨며 말했다.

"어... 그럴래? 아이고 벌써 자정이 다 됐네? 자고 가지 그래?"
"아냐. 잠은 집에 가서 자야지. 어쨌든 내일 내가 다시 올테니 그때 마저
정리하자."
"응... 그래. 괜히 저녁먹다가 반주로 한, 두잔 시작한 것이.... 이 시간
까지..."

형민은 말을 끝맺지도 못한 채 방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상규는 흐린 눈
으로 형민을 바라보다가 억지로 일으켜 깨웠다.

"야, 침대에 올라가서 자라. 봄이라해도 아직 쌀쌀한데... 맨바닥에서
자면..."

상규가 간신히 부축을 하자 형민은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바로
곁에 놓인 침대에 털퍼덕 드러 누웠다.

"으... 응. 그래 내일 보자. 잘... 가..."

형민은 말을 채 끝맺기도 전에 코를 골기 시작했다. 상규는 되는 대로
이불을 덮어주고는 오피스텔을 나섰다.

****************

-따르릉, 따르릉-

열번이 넘게 전화벨이 울리자 상규는 졸린 눈을 억지로 비비며 일어나
수화기를 들었다.

"여... 보세요? 아, 형민이구나..."
"도... 와줘... 너무... 무서워..."

전화기를 통해 들린 형민의 목소리는 두려움으로 가득차 있었다. 간간히
떨리는 그의 목소리는 상규의 졸음을 일순간에 쫓아 버렸다.

"왜... 그래?"
"나... 지금 오피스텔에 있어... 제발 이리로 빨리 와줘. 어서..."
"아... 알았어. 갈께. 지금..."

너무도 다급한 형민의 부름에 상규는 이것 저것 생각할 틈도 없이 재빨
리 외출복으로 갈아 입었다.

****************

"도대체 무슨 일인데 그래? 새벽부터..."

상규는 향민의 오피스텔을 들어서자 마자 숨을 헐떡이며 물었다. 그러나
형민은 어두운 방구석에서 쪼그리고 앉아 부들부들 떨고만 있을 뿐이었
다. 상규는 방에 불을 켠 후 형민에게로 다가가 다시한번 물었다.

"형민아, 무슨 일이냐니까?"

여전히 형민은 희멀건한 눈망울만 이리저리 굴리며 턱을 덜덜 떨뿐 아
무 말도 없었다. 상규는 그런 형민의 뺨을 몇번 때리다가 씽크대에서 찬
물을 받아와 형민의 얼굴에 끼얹었다.

"사... 살려줘."

그제서야 상규의 얼굴을 알아 본 듯 정신을 차리며 조그마한 소리로 중
얼거렸다. 상규는 어쩔 줄 몰라하며 형민의 어깨를 흔들었다.

"자, 진정해. 나라고, 상규. 어서... 얘기를 좀..."
"으... 음..."

갑자기 형민은 긴장이 풀렸는지 그자리에 풀썩 쓰러지고 말았다. 상규는
한동안 형민을 바라보다가 안절부절하더니 재빨리 핸드폰을 꺼내 구급
차를 불렀다.

****************

"형민아 정신이 좀 드니?"
"음... 좀... 휴~ "

입원실에 반나절을 누워 있던 형민이 부시시 일어나자 내내 그의 곁에
서 간호를 하던 상규가 다가와 물었다.

"좀 더 누워 있어."
"괜찮아... 그보다..."
"그보다... 뭐?"

형민은 여전히 불안한 눈길로 병실을 두리번 거리다가 깜짝 놀라 침대
에서 뛰어 내리며 소리쳤다.

"사... 상규야... 혹... 시... 저 침대에... 뭐가 없나... 좀 살펴줘..."

너무도 두려움에 가득찬 형민의 시선에 상규는 아무말도 않고 침대를
살펴 보았다.

"보통... 그냥 철제 침대야.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데 그래?"

상규의 걱정스러운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형민은 벽에 바짝 붙어서 오
들오들 떨며 침대만 바라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어제... 말이야..."

상규는 형민에게 다가가 어깨를 다정히 안으며 쇼파에 앉혔다. 형민은
심호흡을 크게 하고는 말을 이었다.

"술에 취해 정신없이 자고 있다가 문득 목이 마르더라고. 그래서 일어나
려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는 거야. 술이 너무 과해 그런가 보다하고
억지로 눈을 뜨려고 했지. 그런데 눈조차 떠지지를 않는거야. 간혹 나는
가위에 눌려본 경험이 있어서... 아마 이번에도 그런가 보다 생각했지.
너도 알다시피 가위에 눌리면 각자들 하는 행동이 있잖니?"

"어떤...?"

"나같은 경우에는 두 주먹에 힘을 잔뜩 주고, 있는 힘껏 바닥을 밀어내며
일어나는 거야. 그리 쉽지는 않은 일이지만... 익숙해지면 그 방법이 가
장 괜찮거든? 그래서 어제도 두 손에 힘을 주고 침대를 밀치는데..."

"그런데...?"

상규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형민을 바라보았다.

"단단해야할 침대가 척척하면서도 물컹한 느낌이 들더라고. 처음에는 내
가 혹시 침대에다 토했나 생각했는데... 아무튼 재빨리 일어나 손으로
침대 위를 더듬어 보았지. 몽롱한 정신이라 불을 키는 것도 잊고는 말이
야... 그런데 컴컴한 방안이라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뭔가가 침대 위에
누워 있는 것 같더라고...

머리가 쭈볏서더구나. 얼른 일어나 벽을 더듬으며 스위치를 올렸는데...
반짝이는 형광등 불빛과 함께 그 물체가 스르르 없어져 버리는 거야. 순
식간의 일이라 확실히 보지는 못했어도... 너무 기분이 나쁘더라고...
그 왜 있잖아... 아주 오래 산 집이라도 그런 일이 생기면 섬뜩할 텐데...
이건... 이사 온 첫날이니..."

"그렇겠지... 그래서?"

"한동안 침대를 쳐다보다가 내가 잘 못 봤겠지라고 마음을 다 잡으며 화
장실로 향했지. 세수라도 해서 정신을 차릴 셈으로 말이야. 한참을 머리
에 찬물을 뒤집어 쓰는데... 침대 있는 곳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거
야..."

형민은 말이 계속 될수록 어제 밤의 일이 떠오르는 듯 간혹 몸서리를
쳤다.

"어떤...?"

"침대가 심하게 흔들리며 나는 삐걱,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어딨지?
어딨는 거야?' 이런 소리가 말이야. 그것도 들릴락 말락하게... 가녀린
여자 목소리였어.. 한참을 화장실에 멍하니 선 채 밖으로 나오지를 못했지.
주변이 환하다 쳐도 너무 오싹하더라고...

그렇게 한 십분쯤 지났는데 마루에 걸어 놓은 괘종시계에서 1시를 알리
는 종이 치더라고... 나는 떨리는 다리를 진정시키며 화장실 문을 조금
열고 밖을 내다 보았지... 그때 갑자기 정전이 되는 거야.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지. 한참을 소리치다가... 보니...

침대 위에 다시 희미하게 뭔가가 보이기 시작하는 거야. 너무 놀라 입을
다물고 한참을 쳐다보니까... 긴머리를 양쪽으로 빗어서 넘긴 잠옷차림의
여자의 뒷모습이었어... 그 여자가 내 침대위에 우두커니 앉아서 두리번
거리며 혼자 중얼거리는데..."

상규는 갑자기 '피식' 웃으며 형민의 얘기를 짜르듯 얘기했다.

"어릴때 많이 듣던 싸구려 귀신 얘기 같구나. 훗... 너 혹시 몽유병 있
냐? 아니면..."

형민은 고개를 세차게 젓고는 상규의 손을 꼭 잡으며 말을 이었다.

"정말이야. 너무도 무서워서 벌벌 떨고만 있다가 해가 뿌옇게 떠오를 때
쯤 그 여자 형체가 점점 없어 지더라고... 그래서 네게 전화를..."

상규는 형민의 진지한 표정을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하긴... 평소의 네 성격으로봐서는 거짓말 할리가 없긴 한데... 그래도
너무 황당한 얘기라서..."

아직도 입술이 파르르 떨리는 형민이가 조심스럽게 상규에게 말했다.

"정말로 말이야... 네 얘기대로 그 집이 너무 싸기는 했어. 더구나 전
주인이 누군지도 모르고 그냥 그의 가구들까지 내가 떠 맡은 것도...
어쩌지? 그냥 이대로 있을 수도 없고... 무서워서 집에 들어 갈 수도
없으니..."

한참을 골똘히 생각하던 상규가 조용하게 말했다.

"그러면 일단 오늘 나하고 같이 네 집에서 밤을 새보자. 또 무슨 일이
생기면... 그때 자세한 걸 알아보기로 하고..."
"난 싫어... 무섭단 말이야."
"짜식... 소심하기는... 그러면 평생 밖에서 맴돌거야? 기껏 독립했다고
좋아할 때는 언제고..."
"그래도... 나는..."
"좋아. 그러면 나 혼자라도 한번 가보지. 난 궁금한 건 못참는 성격이란
말이야."

자신감있게 일어서는 상규를 형민은 불안한 표정으로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었다.

****************

"도대체 뭐가 나온다는 거야? 새벽이 다 되도록 아무일도 없잖아?"

상규는 형민의 침대에 걸터 앉아 투덜대고 있었다.

"역시... 귀신이라는 건 없다니까. 형민이 짜식... 괜히... 아~함...
그나저나 나도 슬슬 졸려지는데?"

시간이 흐르자 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자정까지만 해도 초롱초롱하던 눈
이 조금씩 풀어지며 하품만 나올 뿐이었다. 상규는 크게 기지개를 한번
키고는 잠시라도 눈을 부칠 셈으로 방에 불을 끄고 침대에 벌렁 드러
누웠다.

"아이구... 모르겠다. 처녀귀신이 나오든 할머니 귀신이 나오든 잠이나
좀 자고..."

상규는 침대에 눕자마자 코를 골며 자기 시작했다. 얼마쯤 잤을까? 침대
위를 마구 헤매며 자고 있던 상규의 손에 물컹하고 뭔가가 느껴졌다.

문득 형민의 얘기가 생각이 나 등골이 오싹해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
다. 그의 곁에 누군가가 누워 있는 것 같았는데... 상규는 떨리는 가슴을
애써 진정시키며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때 어둠속에서 형민의 목소리가
은은하게 들려왔다.

"훗... 나야. 놀랐지?"
"엥? 네가 여기 왠일로... 휴~ 깜짝 놀랐잖아? 정말 너의 얘기처럼 귀신
이라도 나온 줄 알고..."
"헤헤헤. 사실... 전에 살던 이 집 주인에 대한 얘기를 들은 게 있어서...
너를 놀려 줄려고 일부러 그런 얘기를 한거야."

상규는 다소 안심을 하며 형민이가 있는 침대 곁에 다시 드러 누우며
싱겁다는 듯 물었다.

"짜식... 어쩐지... 싸구려 귀신 얘기더라만... 그나저나... 어떤 얘기를
들었는데?"
"예전에... 이 집에 못생긴 여자가 살았었데. 태어날 때부터 기형적으로
생겼는데... 그러니 성격인들 온전했겠어? 자신의 외모에 컴플렉스가 있
으니 밖에 돌아다니지도 않고 그냥 이 집에 틀여 박혀 살았데.

그러던 어느날 옆집에 이사온 준수한 젊은이를 사모하게 되었나봐. 며칠
을 고민한 끝에 용기를 내서 사랑고백을 했겠지. 역시나 거절 당한 건
물론이고 말야. 그녀는 너무 낙심을 해서 며칠동안 밥도 안 먹고 지내더
니만... 끝내 이 침대 위에서 홀로 죽고 말았데... 세상을 원망하며...
남자들을 원망하며... 또 못난 자신을 원망하며..."

상규는 코웃음을 치며 재미있다는 듯이 말했다.

"훗... 자기 분수를 알아야지. 못났으면 못난대로 꾸그려 박고 살던가...
하여간 재미있는 얘기이긴 한데..."
"아무튼 그 여자는 죽어가며 결심을 했데. 이 침대에 아무 남자라도 잔
다면... 그와 평생을 함께 하겠다고... 죽어서라도 말이야..."

점점 가늘어지는 형민의 말에 상규는 여전히 웃음을 띠며 주머니를 뒤
져 담배를 한대 꺼냈다.

"멍청한 여자 같으니라고... 그나저나 라이터가 어디있더라...?"

상규가 부시럭거리며 라이터를 찾아 막 불을 붙이려는 순간 품속에서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상규는 움찔하며 핸드폰을 꺼내 천천히 플립
을 열었다.

"아, 진한이구나. 이 밤중에 왠일로... 뭐야? 누가 죽어? 조금전에...
형민이가... 병원 창문에서 뛰어내렸다고? 무슨 소리야? 지금 내 옆에
형민이가... 있는..."

문득 싸늘한 기운이 느껴져 손에 들고 있던 라이터를 켰다. 흔들리는 손
길이라 몇번이나 라이터 돌 튀는 소리만 들리더니 이윽고 불이 붙었다.
그러자 어두컴컴했던 침대 주변이 푸르스름한 불빛에 다소 환해졌다.

"엇... 너... 너는... 아~ 악!!"

벌건 불빛에 반사되어 보이는 건 온통 일그러진 여자의 추악한 모습이
었다. 입술은 반쯤 말려 올라가 코 언저리에 붙어 있었고 눈은 흰자만이
번득거렸다. 상규가 너무 놀라 뒤로 물러나는데 그 여자는 손가락 마디
마디가 서로 엉겨 붙은 차디찬 손으로 상규의 어깨를 꽉 움켜 쥐고는
자신의 얼굴을 상규의 볼에 천천히 비벼대며 이죽거렸다.

"아까 그 얘기는 바로 내 얘기야... 키키키... 형민이란 놈은 조금전에
나를 보더니만 놀라서 도망가다가... 크크크... 아무튼... 너도 내 침대
에서 잠을 잤으니... 이제부터 너는 내꺼야... 평생... 너를 따라 다닐거
라고... 흐흐흐..."

 

 

 

 

 

 

 

 

 

 

 

 

 

 

지금 25살이니까 10년전이면 15살이네요.

그때 당시 할아버지 , 아버지 , 어머니 , 나 . 4명이서 빌라에 살았습니다.

할아버지는 거동이 불편하셔서 매일마다 집에계셨고 , 아버지와 어머니는 맞벌이를 하셨습니다.

저는 중학생이였구요

그래서 아침 8시~오후 4시까지는 집에 할아버지말고는 아무도없었죠.

어느날 할아버지혼자계시는데 누가 초인종을 누르고 손잡이를 막 이리저리 돌렸대요.

할아버지가 편찬으셔서 누워있는데 밖에서

 "아버지~~~" "저 xx(저희아버지이름)입니다 문열어주세요~~" 라고했대요.

저희집은 비밀번호치고들어가는거라서 초인종은 절대 안누르거든요

할아버지도 의심되서 저희아빠한테 전화를 했답니다

밖에서 문드리는거 너냐고. 안들어오고 뭐하냐고.

저희아빠 도둑인거 눈치채고 일하는도중에 바로 집으로 왔대요

오면서 할아버지보고 집안에서 미동도하지말고 소리도 내지말라하고..

아빠가 왔을땐 이미 문두드리는 그사람은 가고없었구요

일단 아빠가 집에오자마자 창문커텐 다 치고 저한테 전화를 했습니다

학교마치고 엄마랑 같이 만나서 오라고.

그때4시에학교마쳐서 6시까지 피시방에있다가 엄마랑 같이 집에왔었습니다.

아빠한테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문열때 비밀번호누르는게 막 눌려져있었다고 하더라구요.

지금은 전자식인데 그때는 수동식. 아실지 모르겠지만 번호 6개 누르고 레버돌리면 문이 열려요

근데 재질이 쇠라서 몇백번 누르다보면 손지문때문에 까져서 비밀번호를 얼추알아낼수있어요

그래서 도둑이 막 누르다가 안되서 그냥 간거였죠.

아무튼 가족들이 집에 다 모였을때 아빠가

 한번만 더 이런일있으면 경찰에 신고하자고 하고 앞으로 조심하라고 당부했습니다

저희아버지가 흡연자신데 옥상에서 흡연을 하세요 .

긴장이 좀 풀리고 담배필려고 옥상에 올라갔는데

저희집이 4층짜리 빌라중에 4층이에요. 그래서 바로 위가 옥상이죠

옥상문 입구에는 전등이 없어서 아주 컴컴했거든요

그래서 매일 후레시를 들고 갔었습니다

후레쉬들고 옥상에 올라가는데 갑자기 옥상문앞에 어떤남자가 쪼그리고 앉아있다가

아빠가 오니까당황했는지 애써태연한말투로 "하하 어두우시죠 어르신?" 하면서 폰플래시를 켜줬다네요

저희아빠가 놀래서 "누구야!!!!" 라고 소리치는 그순간 4층 복도창문에서 어떤사람 나와서 저희아빠 몽둥이로 뒷통수를 때렸어요

저희아빠 쓰러지시고 빌라사람들 부를려고 막 소리지르는데

 그남자둘은 뛰어서 도망가지도 않고 궁시렁궁시렁거리면서 걸어서 그냥 내려갔다네요

아빠목소리 듣고 놀라서 뛰쳐나가보니까 아빠가 피흘리면서

위험하니까 빨리집에들어가서 신고하자고해서 바로 경찰을 불렀어요

경찰이 대충 뭐 몇가지 묻고 갔었는데 결국 잡지는 못했고 그날이후로는

 그 도둑들도 우리집에 안오더라구요.

근데 그일이있고난후 몇달뒤에 엄마한테 들었는데

그일있기 몇주전에 2층에 혼자사는 청년이 이사를 왔는데

보통 남자혼자살면 반상회같은거 안하는데그 청년은 이상하게도 반상회때 참석을 했데요.

근데 거기서 아줌마들한테 뭐 자식몇살이냐, 가족몇명이냐 , 무슨일하냐 ,

 뭐 시아버지호칭이랑 뭐 이상할정도로 별걸 다 물었다네요.

그리고 일주일뒤에 이사를 갔답니다. 그 청년이 이사가고 난뒤 일주일뒤에 그일이 터졌구요.

여기까집니다.

인티분들도 개인신상 노출안되게 조심하세요

그리고 제작년에 서울로 이사왔는데

한번식 고향가서 그집 가보면 아직도 무서운게

4층복도에 알루미늄으로 된 손잡이같은게 있는데 누군가 매달린듯한 휘어짐(?)이 아직도 있다는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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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시작 59끝 정도 될거같아요 낮에는 한 50까지만 가고

밤에 계속 해드릴깨요

추천수4
반대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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