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첫사랑이자 마지막사랑★9탄 가지마 태우야

리효니 |2011.08.04 19:37
조회 314 |추천 2

망연자실한 태로 집에 돌아왔다. 정말 오랜만에 온 집...

방도 그대로다... 눈을 감은채 피아노 건반을 손으로 따라간다...

나 : 먼지가 많네...

책상 위에 올려져 있는 가족사진... 엄마, 아빠, 그리고... 해맑게 웃고있는 나...

다시 이렇게 웃을 수 있을까.

 

똑똑똑...

나 : 들어와...

엄 : 효니야.

나 : 엄마... 태우씨... 암 말기래... 3개월이래...

엄 : 어머.... 어떡하니

나 : 나... 그 사람 마지막까지 지켜줘도... 되지?

엄 : 하지 말란다고해도 할거잖아.

나 : 응... 엄마... 불쌍한 사람이야 태우씨.

엄 : 에휴... 효니야.....

나 : 나... 병원에서 지낼게.. 회사도 .... 오늘 그만뒀어.

엄 : 뭐? 회사까지? 아예 그만뒀다고?

나 : 나도 이제 다 컸어. 어른이야. 지금 만큼은 내가 하는일 믿고 맡겨줘.

엄 : 그래... 너도 오죽하겠니....

나 : 엄마..

엄 : 힘내, 내 딸.

엄마를 꼬옥 끌어안는다. 이렇게 따뜻한 품 안에서 놀던 어릴 때가 생각이 난다.

나 : 엄마, 고마워... 잠시만 기다려줘... 얼마 안남았어...

 

 

그 다음날 모든 짐을 챙기고 병원으로 갔다.

나 : 태우씨. 나 왔어.

전 : ......

산소호흡기를 한 채로 대답없이 누워있는 태우씨. 특별이 부탁해서 중환자실에서 특실로 옮겼다.

남은 시간을 단 둘이 보내고 싶었다. 주위를 둘러보다가 선반 위의 낯선 가방을 본다.

어머님이신가 보다.

나 : 오빠... 미안... 말 하고 싶지?... 미안해... 이렇게 답답하게 해서...

병실 안에는 나의 흐느끼는 소리와 심장 박동기 소리만 들린다.

그 때 태우씨 어머니께서 들어오신다.

 

나 : 안녕하세요, 어머니. 저번에 인사 드렸던 이효니 입니다.

태우어머니 : 그래요... 반가워요.

태우씨 아버님과 몇 년전에 재혼을 하신 어머니.

태우어머니 : 태우 아버지는 일 때매 못와요.

나 : 참 좋으신 어머니를 만나셨어요, 태우씨가.

태우어머니 : 태우에게 새엄마라고 불리기 싫었어요. 진짜 엄마가 되고 싶었죠... 나에겐 하나뿐인

                  소중한 아들이니까... 그래서 정말 잘해주려고 노력했는데... 이렇게 된게...

                  다 내 잘못인것만 같아서...

나 : 어머니 왜 그런 생각을 하세요... 태우씨 좋아질거에요 분명히...

태우어머니 : 태우에게 평소에 아가씨 얘기 많이 들었어요... 태우가 힘들때마다 의지했단것도 알구요.

 

나 : 제 얘길... 많이 했어요?

태우어머니 : 그럼요... 아가씨 만나고 오는 날은 당연하고 그렇지 않은 날도 매일 얘기했죠...

나 : 뭐라고 하던가요?

태우어머니 : 고맙고, 미안하다고...

나 : 저도 어머니 얘기 많이 들었어요...

태우어머니 : 내 얘길 많이 했어요?

나 : 그럼요!

태우어머니 : 뭐라고 하던가요?

나 : 고맙고, 미안하다고...

태우어머니 : 아휴... 효자네 우리아들... 울지마요 아가씨... 이리와요 나한테 안겨요...

태우씨 어머니 품에 안겨 한참을 울었다...

참 좋으신 분이다...

 

 

태우씨가 의식을 잃은지 세 달이 지났다.

의식이 돌아오지 않은 상태에도 항암치료는 계속되었다.

12차 항암치료까지 마친 그의 몸은 이제 더이상 그의 몸이 아니었다.

 

3개월이라던 시한부인생을 꽉 채워서 하루하루 힘겹게 더 살아가고 있는 태우씨.

병원 쪽에선 이제 완전히 손을 뗐다.

산소호흡기 하나에 의존한 채 언제 사그라들지 모르는 생명의 불꽃을 태우고 있었다...

 

병원에서의 병간호도 이제 일상이 되어버렸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나를 보고 동정의 눈빛과 걱정의 말을 건네는것도 이젠 익숙하다.

언제 갈지 모르는 태우씨. 한 순간도 눈을 뗄 수가 없다.

 

나 : 태우씨... 우리 여행가자... 내가 계획 세웠어...

전 : ......

나 : 우선 영국으로 비행기 타고 갈거야... 오빠 2층 버스 타고 싶어 했잖아.

전 : ......

나 : 그리고나서 스페인으로 가서 투우 경기를 볼거야. 프랑스 파리 에펠탑에서 기념사진도 찍자.. 어때?

전 : ......

나 : 독일가서는 맥주 먹자! 우리 맨 처음 만났던 것처럼 클럽도 오랜만에 가보자... 좋지?

전 : ......

나 : 그리고 우리나라 다시 와서... 우리 첫 데이트 했던 남산케이블카 타자...

전 : ......

그는 말이 없다.

 

나 : 그 전에 해야 될 거 있어... 혼인신고... 내꺼랑 오빠꺼 다 썼어... 이제 도장만 찍으면 끝나.

주머니에서 인주를 꺼내 태우씨 손가락에 묻힌다.

떨리는 손으로 혼인신고서에 손가락을 갖다 댄다.

나 : 이제 우리 부부된거야... 오빠... 아내 기다리게 하지 말고 얼른 돌아와...

전 : ......

나 : 태우씨... 사랑해.

그의 눈에 입을 맞춘다.

 

 

띠/띠/띠/띠

심장박동기계가 조용해지고 있다... 점점... 느려진다.

나 : 오빠... 어디 갈거야? 가지마... 아직 안돼...

띠...............    띠..............       띠..............

이제 정말 느려졌다.

나 : 오빠... 가지마...

여전히 말이 없는 그...

나 : 나 오빠한테 할 말이 너무 너무 많은데... 오빠랑 가고 싶은 곳,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것도

      아직 다 못했는데 벌써 가버리면 안되지 오빠........ 정신 차려봐... 한번만 눈을 떠봐...

내 눈물이 태우씨 얼굴에 떨어진다...

 

나 : 오빠... 1초만... 1초만... 한번만... 한번만이라도 내 얼굴 봐주면 안돼? 나 이렇게 기다렸잖아...

전 : ......

나 : 말 하고 싶잖아... 3개월동안 말 못했잖아... 일어나고싶잖아.... 밖에 나가고 싶잖아....

전 : ......

나 : 내 말 들려? 들리면 대답 좀 해봐... 오빠.......

전 : ......

나 : 오빠..................................

전 : ......

나 : 사랑해.........

다시 한번 입을 맞춘다. 입. 코. 눈... 눈이... 젖어있다.

태우씨는 눈물을 흘리고 있다...

말은 못해도... 볼 수는 없어도... 눈물은 흘리고 있었다...

그 동안 나에게 준 상처에 대한 사과의 의미였을까.

아니면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 것에 대한 작별의 인사였을까.

그렇게 태우씨는... 내 곁을 영원히 떠나버렸다...

 

 

태우씨의 발인식날이다.

태우씨가 뜨거운 곳으로 간다. 육체가 사라지고 뼛가루만 남긴채로...

나 : 태우씨... 잘가...

태우어머니 : 태우야... 미안하다 정말... 못난 어미를 용서해줘...

태우아버지 : 전태우 이자식아... 부모보다 먼저가는 못난 자식이 어딨어!! 이놈아.... 전태우 이놈아...

조 : 나 남덕이야!! 전태우 이새끼야!!! 일어나! 일어나라고 이 개자식아!!!

나 : 태우씨...........

 

태우어머니 : 효니 아가씨 왔네요...

나 : 네...

태우어머니 : 정말 아가씨한테는 할 말이 없어요...

나 : 영정사진 속에서 웃고있는 오빠 모습이... 참 예뻐요...

태우어머니 : 고마워요... 효니양... 부탁 하나 해도 될까요.

나 : 네...

태우어머니 : 태우 화장 다 마치면... 효니양 혼자 처리해줘요... 태우가 정말 가고 싶어했던 바다에...

나 : 어머니... 그래도 될까요?

태우어머니 : 태우 마지막 가는길... 태우가 정말 사랑했던 사람이 지켜줬으면 해요... 다 동의했구요...

나 : 어머니... 감사합니다... 흑... 정말 감사합니다...

 

 

 

태우씨가 가고 싶어했던 바다...

태우씨는 깊은 곳을 좋아했다.

-회상-

전 : 난 깊은 바다가 좋아.

나 : 왜? 무섭잖아.

전 : 아니. 깊은 곳은... 계속 내려가면 내려갈수록 참 많은 것을 볼 수 있어...

나 : 응?

전 : 수압 때문에 아직 인간이 닿지 않는 곳이 많잖아... 무궁무진한 그 깊은 바닷속에 뭐가 있는지,

      어떤 생물체가 살고있는지는 아무도 모르잖아...

나 : 그래도 난 무서워....

전 : 나도 너에게 그렇게 깊은 바다가 되었으면 좋겠다.

나 : 응?

전 : 하루하루 만날때마다 매번 색다른 느낌을 줬으면 좋겠어...

나 : 오빠...

-회상 끝-

 

나 : 그래 오빠... 우리 깊은 바다로 가자...

우선 태우씨가 한번도 타지 못한, 그리고 그렇게 타고 싶어한 비행기를 타고 영국으로 날아갔다.

2층 버스를 타고 런던 시내 한 바퀴를 돌고... 스페인에 가서 투우 경기도 같이 봤다...

파리 에펠탑 앞에서 사진도 같이 찍었다... 그리고 귀국을 했다...

 

나 : 이제 마지막으로 갈 데 있지?

남산 케이블카...

오늘 하루 내 적금을 깨서 남산 케이블카를 빌렸다.

정말 오랜만에 단 둘이 온 남산.

나 : 우리 다시 돌아왔다... 처음처럼... 오빠... 처음처럼 마지막도 오빠랑 나랑 끝내자...

오빠는 여전히 말이 없다...

나 : 오빠랑 손 잡고 싶은데... 끌어안고싶은데...

케이블카 구석구석을 본다... 낙서가 참 많다...

슬기♥승준... 유미♥용석... 예지♥용직... 그리고...

 

나 : 효니♥태우...

그 옆에 써있는 한 마디...

나 : 효니야 사랑해... 영원히...

주저앉을 수밖에 없다...

나 : 오빠...........................................

너무 늦게 와버렸다. 이곳을...

오빠가 살아 있을 때 둘이 한번 왔어야 할 곳이었다.

난... 너무 늦어버린것이다...

 

나 : 오빠.........

추천수2
반대수1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