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햇살속에서도 봄비가 내리던 그날 아침,
분주히 도서관 층계를 뛰어 올라가던 나의 시선에
귀여운 리본이 달려있던 조그마한 구두가 들어왔다.
가지런히 앞을보며 서있는 그 구두앞에 멈춰선채로
내 시선은 구두위로 뻗은 하얗고 가느다른 다리를 지나 나풀거리던 원피스 자락에서 잠시 멈춘뒤
긴 생머리를 귓가로 넘기는 조그만 손을 따라 그녀의 궁금증이 섞인 눈동자에 도달했다.
그때부터 시간이 급속도로 느려지기 시작했다.
옆 창가에는 태양이 내려앉은듯 햇살이 머리위로 쏟아져 내리고 있었고
세상에 가득했던 공기는 무거워지더니 발밑으로 내려앉아 숨을 쉬기 어려웠다.
귓가에 가득했던 봄의 재잘거림은 더이상 들리지 않았다.
세상의 모든것들이 조용히 지켜보고 있는듯
긴장감이 손으로 심장을 꽉잡아쥔것처럼 옥죄어왔고 금방이라도 멈출듯했다.
"살려주세요"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뱉지 못하고 있었다.
"혹시..."
작은입에서 흘러나온 그 한마디에 난 현실로 돌아올수 있었다.
생명의 은인이였다.
심장은 고삐풀린 망아지처럼 미친듯이 뛰어댔고
머리는 바보가 되어 아무런 생각도 할수 없었고
입은 갓 말을 배운 어린아이의 말을 따라하고 있었다.
믿을수 없었다.
첫눈에 반한다는 말
미칠듯한 사랑이라는 말
죽을것같은 사랑이라는 말
평범하게 연애만을 하고 살아왔던 나에겐,
감성이 흘러 넘치고 넘쳐나는 바보들의 바보같은 말이라 생각했던 그런일이 벌어질 줄이야.
지나간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 했던가?
그순간 이미 지났던 사랑의 추억들은, 사랑이 아닌 그저 추억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확신에 찬 사랑이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