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는 말을 잘 하지 못하는 남자라 했다.
여자를 다정히 감싸주는 남자가 아니라 했다.
무뚝뚝하고 애정표현도 하지 않는 목석같은 남자라 했다.
그냥 그런가보다. 했다
그동안 인연의 끈을 잡은것도, 놓은것도 대부분 내가 아니였다.
그저 상황에 수긍하기만 했을뿐
그런데 그녀를 본 이후,
몸도 마음도 너무나 아팠다.
그녀를 가져야만 나을수 있을것 같았다.
봄비가 내리던 그날 이후, 그녀는 나에게 신이였다.
손짓하나 표정하나에 나는 삶과 죽음을 오갔다.
눈을뜨면 모든것은 그녀를 향해 있었고,
눈을감는 시간엔 그녀를 향하지 못해 불안해 했다.
나는 발가벗겨져 있었다.
그녀가 있는곳이라면, 누구의 시선도 필요치 않았다.
세상은 그녀만이 사는곳이였으니까.
그녀도 알고 있었으리라,
잠시만 시간을 갖자고 했다.
이성을 완전히 잃은 나를 어르고 달래었다.
그녀의 연락을 기다렸다.
밥을 먹을때도, 잠을잘때도 손에 꼬옥쥔 휴대폰은 단 1분이라도 그녀의 연락을 놓칠수 없었다.
그녀의 기다려 달라는 말은 너무나 가혹한 형벌 같았다.
나는 그녀를 사랑함으로써 일분 일초가 이렇게 힘이 드는데,
기다려 달라고 말하는 그녀가 너무나 야속했다.
"이렇게 당신만을 사랑하고, 그 사랑에 아파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것은 절대 변치 않을 진실입니다."
나를 믿지 않는것 같았다. 나를 믿지 않아서, 믿지 못해서 그러는건 아닐까
수많은 생각들은 항상 나를 조급하게 채찍질 해댔다.
그녀와의 만남은 그런식이였다.
나는 항상 조급했으며, 그녀의 사랑을 갈구했고, 그녀의 마음을 확인하고자 했고
그녀는 이런 나를 어르고 달래었다.
더이상 가까워지지 못하고 겉만 도는 우리의 만남에 지쳐갈때쯤
그제서야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했던 말들도,
그녀는 나에게
내 삶의 전부가 자신이 되는게 싫다 했다.
그녀가 나의 삶 자체가 되는게 싫다 했다.
그녀는 다른 생각도 하지 못하고,
아무런 생활도 못한채 그녀에게만 매달리는
나를 기다려주겠다고 한것이였다.
그걸 깨달았을때,
난 고개를 들수 없었다.
한참을 서럽게 울었다.
이렇게 막무가내인 나를 배려해준 그녀가 고마웠고,
뒤돌아본 나의 모습들은 내가 경멸했던 그런모습에 닿아 있었기 때문이였다.
오로지 나만을 위한 이기적인 시간들뿐이였다.
다시 고갤 들어 그녀를 봤을땐
이 세상에 그녀만이 사는것이 아니였다.
부끄러웠다, 어디론가 도망치고 싶었다.
그녀를 사랑하지만, 또 다시 이기적인 놈이될까봐 겁이났다.
사람들이 그녀에게 손가락질 할까봐 무서웠다.
또 그녀를 힘들게 할까봐 두려웠다.
그토록 사랑한다 했던 그녀에게 떠난다 했다.
그녀는 가지말라했다.
이대로 지내자 했다.
그런 그녀에게
다시 몹쓸말을 했다.
너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감정의 극단을 치닫는 나를 경멸하고
너의 표정 하나에 수만가지 생각으로 자해하는 나를 경멸하며
너의 사랑 하나에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조차없는 나를 경멸한다고,
스토커 같다고, 난 너를 사랑하는게 아니라 스토킹 하는것 같다고
너에게 상처를 주고 말거라고, 그러니 이대로 끝내는것이 맞다고
그렇게 뛰쳐나왔다.
그녀와 나만 존재했던 세상에서
참 홀가분 했다.
봄의 햇살이 조금 따까워지기 시작하는 무렵
선선한 바람도, 향긋한 풀내음도 좋았다.
내가 대견스러웠다. 그녀를 위해 좋은일을 한것만 같았다.
그렇게 행복한 생각과 가벼운 발걸음으로 세상을 방황했다.
시간이 있을때마다
그녀를 생각하고, 나를 생각했다.
수많은 상상들로 존재하게 될지도 모를 미래를 꿈꿧다.
아니 앞으로 만들어갈 미래를 꿈꿧다.
좀더 멋진 모습으로, 좀더 성숙해져서 그녀와 사랑을 하겠다고..
그런날을 만들어 그녀앞에 다시 나타나리라고
그러던 어느날 그녀에게서 연락이 왔다.
"만나서 할얘기가 있어"
휴대폰을 확인하는 손에선 땀이 흐르고, 심장은 또다시 미친듯이 두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