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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인 저도 명절이 싫어요.

BE |2011.09.10 12:58
조회 1,916 |추천 7

안녕하세요 19살 여학생이에요.

 

저희 아버지는 큰아들입니다. 어머니는 당연히 큰며느리구요.

아버지 아래로 남동생과 여동생이 한 명씩 있습니다.

외국에 살고 있는 고모네와는 만날 일 자체가 거의 없지만

명절때나 가족 행사날에 작은아버지 내외는 항상 마주칩니다.

 

저희가족은 뼛속까지 유교사상이 뿌리깊게 내린 집안이라서

아직도 명절에 큰집에 가면 남자 상, 여자 상이 따로 마련되어서

여자들은 주방, 남자들은 거실에서 식사를 하곤 합니다.

 

장손인 우리 오빠가 지금 군대에 가 있기 때문에

6살짜리 사촌동생 (작은아버지 막내. 큰 아이는 딸입니다)가

상 가운데서 주인노릇하는 웃기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어려서부터 명절은 '일하는 날', '구박 받는 날'

큰집이란 '가기 싫은 곳', '숨막히는 곳' 이라 느끼고 있었고,

 

남들 다 받는 용돈, 세뱃 돈 한번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못난 아들이지만 끔찍하게 사랑받는 우리 아버지는

본인의 아내와 자식들에겐 아무런 관심이 없고

오로지 자기 위신을 세울 역량으로만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우리 어머니.. 정말 옛날부터 구박 많이 받으셨습니다.

어쩔때는 정말 가족이고 뭐구 엄마를 데리고 도망가고 싶을 때도 많았습니다.

 

앞서 말한 우리 아버지, 거의 폐륜아나 다름없지만

아버지의 모든 흠과 잘못은 엄마의 탓이 되더군요.

 

아버지가 잘못한 것 어머니 탓,

오빠가 공부를 못해도 어머니 탓,

제가 실수를 하면 무조건 어머니 탓...

 

노총각이었던 아버지 때문에 거의 할머니의 강제로 결혼한 우리 어머니.

여자는 바깥에 나가면 안된다는 말때문에

좋아하시던 일도 그만두셔야 했던 우리 엄마.

오빠와 제가 조금 크고 난 후 아버지 몰래

그토록 하고싶어하시던 일을 하다가 들켜서 경을 치게된 어머니..

 

그럴때마다 저는 큰집을 더 싫어하게 되구요....

 

작은아버지 내외의 문제도 있습니다.

작은아버지는 지금 서울 하위권 대학의 교수를 하고 있고

작은엄마는 전역주부입니다.

 

작은아버지는 장남인 우리 아버지의 기에 눌려

항상 그늘에서 자라시던 분입니다.

어려서부터 부모님에게 대접받지 못하고 자란 작은아버지는

50이 넘은 지금도  제 아버지를 싫어합니다.

 

그때문인지 아직도 자격지심에 꽁꽁 묶여서

어떻게든 우리 아버지를 끌어내리려는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명절은 긴장의 연속이구요.

 

하지만 작은어머니에 비하면 작은아버지는 양반입니다.

작은어머니는 둘째 며느리라는 자기의 지위를 앞세워

집안 일, 음식, 걸겆이 등등 모두를 우리 어머니에게 떠맟깁니다.

(죄송합니다. 최근 5년간 한국인 없는 아프리카에서(혼자) 살았기 때문에 맞춥법이 미숙합니다)

 

명절이 되어도 모든 음식 장만, 상차리기는 모두 어머니의 몫입니다.

작은어머니는 그저 과일 한박스 사온 것으로 며느리의 임무를 다 했다는듯이

방에 들어가 혼자만의 시간을 가집니다.

 

또한 본인의 중학생 딸도 주방에 들어오지 못하게 합니다.

모든 명절요리는 어머니와 제 몫입니다.

 

할머니는 주방에 들어오지 않은 지 거진 20년이 다 되가기 때문에

어떻게 되어가는지 모를 뿐만아니라 신경도 쓰지 않습니다.

 

또한 작은어머니가 제게 우리 어머니 이야기를 할 때마다 항상 호칭을

"니네 엄마", 혹은 "느이 엄마"입니다.

라고 합니다.

 

어려서는 별 거부감 없이 듣고지내왔지만

머리가 굵어지면서 점점 이 호칭에 반감이 생기더군요.

 

니네 엄마 라니... 아무리 아이에게 하는 말이지만

"너희 어머니" 도 아닌 "니네 엄마"라니...

하루는 저 또한 제 사총 여동생에게 작은어머니를 지칭하며

"니네 엄마는 ~" 라고 운을 틔어보았더니

 

그 말을 고대로 작은어머니에게 바치더군요.

물론 저는 혼났구요.

 

억울합니다.

저희 어머니가 이혼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지는 않습니다.

어느날 아버지에게 심하게 모욕을 당하시고는

저에게 와서 울면서 하시는 말씀이

 

어서 빨리 나 좀 데리고 나가달라고...

지금은 자기가 능력도 없고 가졌던 재능도 다 잃어서

미치도록 나가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다고 하시더군요..

 

우리 어머니는 제가 죽어도 호강시켜드릴겁니다.

지금 할수 있는것은 공부밖에 없지만

10년 안에 반드시 우리 어머니 데리고 나올겁니다.

 

올 명절도 끊임없는 일의 연속이겠군요...

 

좋은 추석 보내세요 모두

 

 

 

 

 

추천수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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