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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누이 덕분에 친정에 왔습니다.

숏컷 |2011.09.13 02:25
조회 87,943 |추천 362

결혼하고 첫 명절이어서 남편도 저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랐지만

남편도 저도 시댁 다음에 친정이라는 생각은 같았습니다.

시댁이 제사를 지내는 집안은 아니지만 고모님들과 사촌시누이와 사촌시동생들이 시댁에서

모이기 때문에 음식장만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하루 전에 가서 어머님을 도와 음식을 해 놓고 오늘, 그러니까 추석 당일 아침이 되자

모두 모이시더라구요.

같이 아침겸 점심을 먹고 치우고 과일도 깎아 먹고 나니 시간은 1시정도 됐습니다.

 

지금이 조금 이르긴 하지만 친정에 가야할 시간인거 같아 남편한테 조심스럽게 얘기를 꺼냈습니다.

이제 우리 집에 가야하지 않겠냐고..

그랬더니 남편이 조금만 더 기다렸다가 누나를 보고 가자고 하더라구요.

시누이도 시집을 갔기 때문에 그 집 행사를 보내고 그 다음에 친정으로 오는 거겠지요.

조금 섭섭했습니다.

저도 저희 집 딸인데.. 명절이니까 시누이를 봐야 하는게 맞긴 하지만 시누이가 시댁으로 오는 것처럼

저도 집으로 가고 싶었습니다.

결혼하고 첫 명절이었으니까 부모님이 더 뵙고 싶었습니다.

시어머니도 이제 친정으로 가라고 했지만 남편이 누나는 보고 가야겠다고 해서 시어머니도 그러라고

하셨고..

남편말도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한 한시간 정도 더 기다렸더니 시누이가 오더라구요

 

 

시누이가 놀라더라구요.

왜 집에 있냐고...

저야 당연히 형님 보고 가려고 기다리고 있었지요.. 했습니다.

그러더니 시누이가 그 어른들 많으신데서 제 남편 등짝을 때리는 거였습니다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누나의 인사를 기다리던 남편에게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었습니다.

대화체로 쓰겠습니다.

"엄마는 올케한테 친정 가란말도 안했어?"

어머님도 어벙벙하시게 했다고 근데 우진이가 너 보고 가겠다고 했다고 말했더니

남편이 또 한대 맞았습니다.

"니가 언제부터 날 그렇게 챙기고 신경썼다고 이러냐?

친정에 오는 것처럼 니 안사람도 친정에 가고 싶은거다. 첫 명절부터 이게 뭐냐.

괜히 나 기다리다가 친정에 계신 부모님께 늦게 가게 되잖아. 올케 친정이 서울이야?

그것도 아닌데 다 같이 모여서 아침 먹었으면 됐지, 한시바쁘게 처가에 내려가서

사돈 어르신들 편하게 딸 보게 해드려야지.. 넌 남편으로써 생각하는게 왜 그렇게 짧아!"

하고 소리치셨습니다.

 

딸이 남동생에게 훈계하는거라 시댁 어른들은 말리시지도 못하고 그래도 누나 보겠다는 동생한테

너무한거 아니냐고 하자 시누이가

"딸 보고 싶은 마음은 엄마랑 고모들 뿐이냐고.. 그 분들도 딸이 얼마나 보고 싶겠냐고"

말해주셨습니다.

뒤 이어서 사촌 시누이가 오자 시누이의 목소리를 더 커졌습니다.

 

"지금 당장 가. 내 얼굴 봤음 됐고, 앞으로 나 기다릴 필요 없이

다같이 모여서 밥 먹고 정리 끝냈으면 그냥 가. 올케는 내 얼굴 보고 싶거든 연휴 끝나고

주말에 잠깐 밥이나 같이 먹어. 올케나 나나 시댁에서 일하고 피곤한데

각자 친정에서 좀 쉬고 주말에 가뿐한 얼굴로 보자구. 남편 이럴 때 잘 길들여놔야해.

초장에 잘못 잡으면 평생 올케 고생이야. 그리고 명절 선물 제대로 해가.

괜히 과일 쪼가리 들고 가지 말고 한우 들고가."

이렇게 말해주는거였습니다.

 

평소 싹싹하고 성격 좋은 시누이라 어른들께 사랑을 많이 받아 집에서 큰 소리를 낼 수 있었습니다.

그런 시누이 덕분에 저도 입 한번 안 열고 깔끔하게 친정에 올 수 있었구요.ㅋㅋ

 

친정에 가는 차 안에서 남편이 미안하다고 사과했습니다.

결혼하고 첫 명절이라 들떠서 너랑 같이 누나보고, 시어머니보다 더 어렵다는 시누이한테

너 잘했다고 칭찬받게 해주고 싶었다고.. 근데 된통 혼났다고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그리고, 누나 말처럼 다음부터는 처가를 더 생각해서 일찍 일어나겠다고

누나가 밑밥 심하게 깔아놔서 일찍가도 혼나지 않겠다고 웃었습니다.

 

 

아...

속으로 섭섭함을 담아 놓을 수도 있었는데 쿨한 시누이 덕분에 편하게 친정도 가고

안그래도 좋은 시누이가 더 좋아졌습니다.

가는 길에 한우 직판장이 있길래 한우도 샀습니다.

앞으로 명절도 진짜 시누이 덕분에 편해질 것 같습니다.

 

음식하는거 어렵지 않습니다.

아버님이 어머님을 도와주고 저도 잘은 못하지만 어머님이 시키시는거 잘 하려고 노력하니까요..

음식준비는 정말 기쁜마음으로 했습니다.

 

명절에 부부간에 다툼이 많다고 하는데 저는 시누이 덕분에

싸움없이 무언의 룰을 만들 수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남은 연휴 즐겁게 보내세요~

사랑하는 시누이!! 사랑하는 형님!! 더 사랑합니다!!!!!!!

추천수362
반대수11
베플봄꽃비|2011.09.13 07:26
우리부터 저런 시누가 됩시다 짝짝짝
베플ㅎㅎ|2011.09.13 23:08
우리 새언니.. 마음같아선 애기데리고 얼른 친정가라고 하고싶지만.. 국제결혼을 한 우리 새언니 ㅠㅠ.. 그냥 빨리 빨리 애기데리고 올라가서 쉬라고 하는것밖에 못하는데 ㅠㅠ.. 이놈의 오빠란 인간은 언니 부엌일하고 애기보는데 팔자좋게 드러누워서 씻어준 과일이나 잡수며 컴퓨터를 하시길래, 코드를 뽑아버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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