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연구소=연구팀] 사랑에 관한 철학적인 보고서,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이다.
책의 제목부터 거창하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이다. 그렇다, 이 책은 도대체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지를 설명하려는 다소 오만한 시도를 해본 책이다. 과연 사랑을 설명하는 것이 가능할까. 사랑하면 사랑하는 것이지, 그것이 왜인지를 풀어보려는 책이 있었던가. 우리가 좋아하는 수많은 드라마에서도 사랑을 이야기하는 것은 너그럽고 빈번하다.
그러나 사랑을 설명하는 것은 인색하다. 또, 사랑을 설명하는 수많은 책 중에서도 성공적이다라고 평할만한 책을 접해본 적도 없다. 그런데 이 책은 남성과 여성의 사랑의 시작과 끝을 해부함으로써 사랑을 설명하려한다. 그러고 보니 샤갈의 산책을 차용한 저 책표지도 왠지 거슬린다. 신성한 사랑을 ‘분석’해서 적당히 책을 팔려는 술책으로만 보인다. 왜 그런 책들 많지 않은가. 적당히 사랑에 대해 쓰고 적당히 자기 얘기 좀 써서 적당한 디자인의 표지로 책을 파는 그런 책들 말이다. 이 책도 그런 책은 아닐까.
그러나 아니었다. 이 책은 달랐다. 실제이야기가 아닐까 추측되는 매우 현실적인 이야기가 매우 부드럽게 흘러간다. 그리고 그에 따라 사랑에 대한 해석과 분석이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사랑이야기와 그에 대한 묘사와 해석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발을 맞춘다.
예를 들어 처음 여자주인공인 클로이를 보고 사랑에 빠지는 순간에 대한 묘사를 보자. 주인공은 공항에서 세관 통과의식을 거치고 클로이는 먼저 공항 밖으로 나가는 상황이다. ‘그때 나는 밖에서 그녀가 보이지 않으면 죽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아침 11시 30분에 내 인생에 들어왔을 뿐인 누군가 때문에 죽을 것 같은 느낌.’이라는 묘사가 등장한다.
사랑에 빠진다는 것을 이렇게 정확하게 묘사할 수 있을까. 사랑에 빠지기 전에는 그 사람이 자기 인생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았다. 그러나 사랑에 빠지고 난 이후에는 그 사람 때문에 ‘죽을 수도’ 있을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이렇게 사랑에 빠지는 순간부터 사랑이 끝나고 난 이후까지를 세밀하게 묘사하고 해석한다. 그 묘사와 해석 속에는 인문학적, 철학적 지식이 덧붙여진다. 철학적인 묘사는 곳곳에서 등장한다. 그 범위도 넓고 깊어, 소크라테스와 아리스토텔레스를 거쳐 프리드리히 니체까지 등장한다.
다만 이런 점이 역자 후기에도 나와 있듯 다소 현학적으로 비쳐지지는 않을까 걱정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그런 철학적 지식과 인문학적 지식을 지식의 과시로서만 비난할 수 없게 매우 잘 포장하였다.
왜 우리는 관심의 대상을 A에서 B로 B에서 다시 A로 바꾸지 않을까, 나는 너에게 사랑을 주지만 너는 나의 사랑을 거부하는 일들을 철학적으로 분석한다. 그 분석이 맞는지 틀린지는 철학을 제대로 배우지 않았기에 잘 모르겠다. 그러나 명쾌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분석들이 명쾌하다고 표현한다면, 클로이를 아메바로 묘사한 클로에바라거나, 낭만적 테러리즘이라는 이야기들은 새롭다. 뻔 하기만한 사랑이야기 속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이 통찰력은 대단하다.
역자도 말했듯이 새롭고 굵직굵직한 것에서 통찰력을 보여주는 것은 놀랍지만, 연애라는 케케묵은 문제를 놓고 비상한 통찰력을 보여주는 것은 더욱 놀라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명쾌한 철학적 지식과 새롭게 바라보는 통찰력이 우리에게 사랑에 해답을 제시하기 보다는 사랑을 자세히 설명해준다. 그렇게 두 가지 능력이 조화롭게 이 소설을 빛내고 있다.
사랑을 설명하려는 이 시도는 마치 연기를 잡으려는 것처럼 다소 허황돼 보였다. 그러나 연기를 잡지는 못하지만 그것을 병에 가둬서 우리에게 보여주는 단계에는 이르는 듯하다. 그리고 사랑이라는 연기가 다 빠져나갔을 때의 공허감까지 보여준다. 그렇다면 설명하려 했던 사랑이라는 연기가 빠져버린 다음은 무엇일까.
대답은 간단하다. 아프다. 많이 아프다. 살인에서도 가장 많은 경우가 치정살인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그러나 다시 그 연기가 시나브로 스며들기 시작한다. 그렇게 곧 새로운 사랑이 시작된다. 마치 인생의 수많은 것들이 몇 번 지나간다 해도 다시 오듯이 그렇게 인연은 반드시 다시 온다.
그때가 되면 사랑을 이리저리 관찰하거나 철학적으로 분석하는 것은 뒷전으로 두고 다시 그 사람만 보게 될 것이다. 사람은 다시 또 사랑에 빠진다.
‘사랑이 무엇인지 아픔이 무엇인지 아직 알 순 없지만’이란 노랫말처럼 우리는 사랑을 알지 못한다. 만약 누군가가 당신에게 사랑을 설명해보라고 했다고 하자. 아마도 당신은 한동안 할 말을 찾지 못하거나, ‘그런 것을 왜 묻냐’며 짜증을 낼 것이다. 혹은 ‘사랑이 그냥 사랑이지’라며 동어반복을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을 알고 싶어한다. 우리가 먹고 있는 음식을 분석한 영양분석표를 보기도 하고, 우리가 쓰는 전자제품에 성능은 어떻게 되나 꼼꼼히 따져 보기도 한다. 그에 비해 우리는 사랑이란 감정에 너무 무지 했던 것은 아닐까. 당신이 이제 사랑을 알아갈 준비가 되었다면 이 책이 그 ‘참고서’쯤은 될 수 있을 듯하다. 모범답안은 아닐지라도 궁금한 것에 대해 충분히 참고할만한 그런 참고서 말이다.
별점 ★★★★☆
사랑을 설명하려는 수많은 책 중에서 가장 성공적이며 통쾌한 책임이 분명하다.
3줄요약 미궁 속에 갇힌 미노타우루스 같을 때가 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났을 때, 헤어졌을 때와 같이 이제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는 때가 있다. 그런 때 읽으면 좋을 책이다. 내가 지금 어디쯤 있는지 알게 하는 나침반이 될 수도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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