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2011-10-16]
월가 점령시위 전세계로 확산
각국 이해관계 넘어선 공통목표 있어야
올해 초 아랍권 전역을 휩쓸었던 민주화 혁명, 이른바 `아랍의 봄`의 기운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월가 점령 시위를 의미하는 `뉴욕의 가을`이 찾아왔다.
오는 17일이면 한 달째를 맞는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시위는 이제 미국을 넘어 유럽과 아시아 등 전 세계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세계인들은 빈부격차에 대한 반감과 상대적 박탈감을 시위로 풀어내려 하지만 각자의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 만큼 시위가 지속될 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 80여 개국 1500여 개 도시에서 동조 시위
로이터와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이 시위 주최 측을 인용, 보도한 데 따르면 15일(현지시간) 전 세계 80여 개국 1500여 개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반 월가 시위가 벌어졌다. 미국에서는 시위의 진원지인 뉴욕을 비롯해 워싱턴 D.C.와 보스턴 등 100개 주요 도시에서 시위가 발생했다. 뉴욕의 경우 도시의 상징인 타임스퀘어에서 6000여 명이 모여 월가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아시아에서도 시위의 물결은 나타났다. 한국과 일본, 대만, 홍콩 등에서는 수백 명 단위의 시위가 펼쳐졌고 호주와 뉴질랜드 등 오세아니아 지역에서도 산발적인 시위가 있었다.
유럽에서 발생한 시위는 미국보다도 더 격렬했다. 수만 명이 거리로 나선 이탈리아 로마에서는 시위대와 경찰 간의 충돌로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밖에 독일과 영국, 스페인 등 유럽 각국에서도 대규모 시위가 진행됐다.
◇ 글로벌 이슈로 정착?..지속 가능성 관건
▲ 출처: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
시위가 일파만파 확산되면서 전 세계의 관심은 이번 시위를 계기로 자본주의 문제점이 해소될 수 있을지에 모이고 있다. 하지만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무엇보다 시위의 목표가 불분명하다는 이유에서다.
당초 반 월가 시위는 금융자본주의의 탐욕을 규탄하고 사회계층 간의 불평등을 고발하고자 일어났다. 사회에 대한 불만을 표출해 공감을 얻어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시위를 통해 얻고자 하는 점에 대해서는 여전히 명확한 답이 없다. 이는 곧 시위의 불씨가 쉽게 꺼질 수 있다는 관측을 낳는다. 일부 과격론자들이 주장하는 자본주의의 붕괴 역시 현실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인다.
민주화에 대해 한목소리를 냈던 아랍의 봄과는 달리 각국의 시위 구호가 모두 다른 점도 눈에 띈다. 미국에서는 반전 구호가 등장한 반면 재정위기의 늪에 빠진 유럽에서는 정부의 긴축 재정과 복지 혜택 축소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크다. 이는 이번 시위가 각국 이해관계에 따라 산발적인 수준에 그칠 가능성을 내포한다.
전문가들은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짧은 기간 내에 이 정도의 공감을 이끌어낸 것만 해도 시위의 효과는 상당하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지만, 아랍의 봄처럼 구체적인 성과를 거두기 위해선 공통적인 새 동력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이데일리 김기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