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장군, 독살되다!
그날은 연수영이 평양성으로 들어온 당일 무장해제를 당하고 내사부의 감옥에 갇힌 지 보름째 되던 9월 5일이었다.
그동안 수영은 반란죄든 역모죄든 그 어떤 혐의로도 단 한 차례의 조사도 받지 않았다. 아무도 그녀를 심문하기 위해 밖으로 불러내지도 않았고, 또 오라비 연개소문이나 연정토가 찾아온 적도 없었다. 그렇게 그저 감옥에 가두어놓기만 했던 것이다. 다만 연수영의 친위군이며 심복인 낭자군 다섯 명이 하루에 한 명씩 교대로 감방에 들어와 시중드는 것만은 허용했다.
그렇게 잊힌 존재를 만들어 죽을 때까지 감옥에 가두어두는가 했는데 그날 마침내 누군가가 찾아온 것이었다. 그는 연개소문의 심복으로서 왕궁 경호와 군내 정보 수집 총책임자인 내사부 군주 술탈이었다. 해가 저물고 얼마 되지 않은 시각에 술탈이 부관 한 명만 대동하고 오더니 연수영을 감방에서 꺼내었다. 그리고 자신의 집무실로 데리고 갔다. 다른 사람들을 모두 밖으로 내보내고 나서 술탈이 수영에게 차를 권하며 입을 열었다.
“연 장군, 고생이 심하지요?”
“괜찮소이다.”
잠시 뜸을 들이더니 술탈이 다시 말을 이었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잘 들으시오. 이건 대막리지(大莫離支) 합하(閤下)의 뜻을 받들어 하는 말이오. 연 장군이 지금 반란 혐의로 하옥되어 있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겠지요?”
연수영은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내가 정말 죄가 있는지 없는지는 오라버니가 잘 알 거예요. 술탈 장군도 이미 조사를 해볼 만큼 해봤을 테니 잘 알겠지요? 나에겐 조금도 사심이 없어요. 나 또한 고구려의 장수로서 목숨을 바쳐 당적과 싸운 죄밖엔 없어요! 오라버니나 술탈 장군이 정말로 이 몸에게 죄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냥 빨리 죽이세요! 조금도 원망하지 않겠어요. 이게 내 운명이거니 하고 그대로 받아들이지요.”
“운명이라……. 하지만 연수영 장군을 이대로 둘 수는 없게 되었소이다. 사실이야 어쨌든 장군은 이제 반란의 수괴가 된 셈이니까요.”
“호호호……거창하구려! 반란의 수괴라니. 내가 수괴라면 그 반란군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군사란 말이오?”
“연 장군 휘하의 요동수군이 아니겠소이까?”
“흥! 그건 나의 병사들과 요동수군에 대한 모욕입니다! 우리 군대는 오로지 충성심으로 뭉쳐서 목숨 걸고 당나라의 오랑캐들과 싸웠어요.”
“그건 연 장군의 생각이고, 지금 조정에선 전혀 그렇게 보고 있지 않소이다. 이런 이야기로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소이다. 그러니까 내 말을 잘 들으시오! 어제 어전회의에서 결정을 내렸소이다. 연 장군을 반역죄로 참수형에 처하기로……. 태왕 폐하께서도 윤허하셨소이다.”
“이미 짐작하고 있었으니 별로 놀랄 것도 없군요! 그래, 언제 내 목을 벨 건가요?”
“모레 새벽이오!”
“그런데 이 일을 굳이 내사부 군주인 장군께서 몸소 찾아와 통보를 하시는 이유는 뭔가요?”
“그렇소! 이제부터 그 이유를 일러줄 터이니 잘 들으시오! 이건 대막리지 합하의 뜻이오. 연 장군이 선택할 길은 이제 세 가지밖에는 없소. 첫째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자결하는 거요. 둘째는 반역죄를 인정하고 참수형을 받는 거요. 셋째는 목숨을 구해서 멀리 달아나 조용히 숨어 사는 거요. 죽을 길을 가겠소? 아니면 살 길을 택하겠소?”
“결국은 나 연수영은 하찮은 여자니까 군사든 정치든 민생이든 모든 것에서 손을 떼고 세상에서 영영 사라지라는 말이군요?”
“그렇소! 이제 이 나라에서 연 장군이 할 일은 없소이다! 아니, 연 장군이 있을 자리도 없어진 거요. 태왕 폐하도, 대막리지 합하도, 또 대소신료 모두가 당신의 존재를 부담스러워하고 있소! 그런데 그대를 해직하여 수군 총지휘관의 자리에서 조용히 물러나게 하기엔 그대의 정치적, 군사적 위상이 너무나 높아진 것이 탈이 된 거요. 이젠 알겠소?”
“그랬구려! 아하, 그렇게 된 셈이구려! 이건 단순한 토사구팽(兎死狗烹)이 아니라 세상을 지배한다는 사내들의 알량한 자존심의 문제였구려!”
“해석은 그대 마음대로 해도 좋소. 하지만 어쩔 수 없소이다! 이건 연 장군이 백제나 신라, 당나라 혹은 왜국에서 태어났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오.”
“우스운 노릇이군요? 신라는 덕만(德曼:善德女王)에 이어 이번에는 승만(勝曼:眞德女王)이 왕위에 올라 두 명의 여주(女主)를 등극시켰는데도 어찌하여 나라가 망하지 않았단 말인가요? 신라는 여자가 둘씩이나 임금 노릇도 하는데 우리 고구려는 여자가 장수 노릇도 하면 안 된다는 말이오?”
“그렇지만 신라는 김유신(金庾信)이란 걸출한 사내가 대장군으로서 모든 군대를 총지휘하고 있으니 막강한 군사력을 지닌 백제의 끊임없는 침공에도 불구하고 살아남는 것이 아니겠소? 어떤 나라도 그대처럼 여자가 장수가 되어 수만 군사를 거느리고 호령하지는 않소이다.”
“그렇구려! 결국 이 몸이 하찮은 여자로서 군사들을 거느리고 전장에 나가 군공(軍功)을 세우는 것이 못마땅하다는 말이구려! 그냥 군복을 벗기면 부하들과 모의하여 반란을 일으킬지도 모르고, 그렇게 되면 내 오라버니인 대막리지와 서로 칼끝을 겨누게 될지도 모른단 그 말이지요? 이젠 알겠소이다! 술탈 장군과 이런 문제로 더 이상 이야기 해봐야 아무 쓸모가 없겠네요…. 하지만 이 몸은 자살은 하지 않겠소이다! 어떤 억울한 경우를 당해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겁한 도피행은 하지 않겠소이다! 사람은 여자든 남자든 천명을 거스르고 천수(天壽)를 스스로 앞당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 내 생각이외다!”
“그럼 두 가지 길이 남았군요?”
“장군은 내가 하지도 않은 반란죄의 억울한 누명을 쓴 채 죽기를 바랄 것 같소?”
“그렇다면 살 길을 따르시오!”
“어떻게 하면 되오? 먼저 들어봅시다.”
술탈이 설명했다. 그것은 조정에서 연수영의 처형이 결정된 뒤 연개소문과 술탈이 비밀리에 머리를 맞대고 짜낸 방법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바꿔치기였다. 여죄수 가운데서 수영과 체격과 용모가 비슷한 여자를 골라서 연수영의 옷을 입히고 대신 처형한다는 것이었다.
“잠깐 바깥에 나갔다 올 터이니 지금 입고 있는 옷을 벗고 심복이 가져다주는 옷으로 갈아입으시오. 죄수에게 그대의 옷을 입혀야 하니까…….”
술탈은 그렇게 지시하고 문 밖으로 나갔다. 곧이어 낭자군인 연미경이 옷보퉁이를 들고 술탈의 집무실로 들어와 옷을 갈아입는 것을 거들었다.
“이 옷은 어디서 난 거냐?”
연수영이 그때까지 입고 있던 옷을 벗고 연미경이 가지고 들어온 옷으로 갈아입으면서 연미경에게 물었다. 새 옷은 검정색 바지와 저고리, 남장이었다.
“오늘 새벽에 내사부 군주님의 지시를 받고 마련한 겁니다.”
“또 무슨 지시를 받았느냐?”
“앞으로 계속해서 연 장군을 따르라는 말을 했습니다. 장군을 보호하여 지금 곧바로 길을 떠나라고 했습니다. 저희 다섯 명이 모두 불려왔습니다.”
“나를 보호하라고? 나머지는 바깥에 있느냐?”
“네, 모두 길 떠날 차비를 하고 왔습니다.”
그렇게 옷을 다 갈아입고 잠시 앉아 있으려니 술탈이 다시 들어왔다.
“그럼 이야기를 마저 하겠소이다. 연 장군은 심복들을 거느리고 지금 즉시 왕성을 떠나시오!”
“어디로 가란 말이오?”
“성문을 나서면 곧장 북쪽으로 가시오. 계속 북상하여 마자수(馬資水)를 건너시오. 도중에 그 어떤 성이나 마을에도 들리면 안 되오! 아니, 이제부터 연 장군은 그 어떤 성이나 마을에도 들어서면 안 되고, 사람들 앞에 나서서도 안 되오! 불가피한 일이 있으면 심복들을 시켜야 하오. 또 남쪽으로는 마자수 이남으로 넘어오지 말고, 서쪽으로는 요동으로 가서도 안 되오! 물론 요동 바다로 돌아가서는 절대로 안 되오! 또한 두말할 나위도 없지만 다른 나라로 망명해서도 안 되오! 이 지시는 반드시 지켜야만 하오. 알겠소?”
“흥! 그럼 도대체 이 세상 어디로 가란 말이오?”
“그대가 알아서 하오. 다만 사람들이 살지 않는 곳으로 멀리, 그리고 깊이 들어가 숨어 살기 바라오. 앞으로 두 번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서는 아니 되오! 알겠소?”
“내가 그걸 지키지 않는다면 어쩌겠소?”
“반드시 지켜야만 하오! 만일 이 지시를 한 가지라도 어긴다면 연 장군에게 가장 귀중하고 소중한 아이의 목숨도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되오!”
“뭣이라고! 그렇다면, 내 딸 양희를 인질로 삼겠단 말이오?”
“어쩔 수 없소!”
연수영은 분노에 못 이겨 고함치며 발로 탁자를 걷어찼다. 쨍그랑, 쨍! 찻잔들이 마구 굴러 떨어져 깨졌다. 수영이 악을 썼다.
“이, 이런 악랄한 인간들! 이럴 수가! 그렇다면 차라리 나를 죽이는 게 나을 거다!”
술탈이 고개를 돌려 미경에게 지시했다.
“모시고 나가라!”
“장군! 일단 나가시죠?”
“아니다! 내 오늘 여기서 죽겠다! 구차하게 살고 싶지 않구나.”
연수영은 사랑하는 딸 양희의 목숨을 걸면서까지 굳이 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거듭되는 권유에도 출옥을 완강하게 거부했다. 술탈과 미경이 서너 차례 더 권했지만 수영은 그 자리에서 더 이상 움직이지 않고 대답도 하지 않았다.
술탈은 하는 수 없이 부관을 불러 수영을 감방으로 되돌려 보냈다. 문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낭자군 다섯이 그 뒤를 따랐다.
연수영이 독살당한 것은 그 이튿날 저녁이었다. 처형을 앞둔 마지막 저녁이었다. 그날 당번은 전혜원이었지만, 마지막 밤이라서 다섯 명 모두 감방 앞에 모여 있었다. 술탈이 병사들을 데리고 다시 찾아왔다. 서너명의 내사부 병사가 감방 안으로 들어와 탁자 위에 풍성한 음식상을 차렸다. 서너 가지 요리 접시에 술도 한 병 있었다.
“이게 뭐요?”
난데없는 상차림에 의아해서 수영이 술탈을 쳐다보며 물었다.
“합하께서 마지막 정을 베푸신 거요. 잘 먹고 잘 가오!”
“이게 정말로 큰오라버니가 보낸 음식이오?”
연수영의 물음에 술탈이 일순간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 그렇소. 합하께서 보낸 음식이오.”
“내가 장군에게 한 번 더 묻겠소. 혹시 정토가 보낸 게 아니오?”
“어째서 태대형 대감이 보냈다는 생각을 하시오?”
“개소문이든 정토든 어차피 내일 새벽이면 내가 죽을 몸인데 굳이 맛난 음식을 먹여 보낼 생각을 했겠소? 그런 혈육의 정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는 사람들이라면 나를 이렇게 함정에 빠뜨리지도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드는구려! 이 독주를 개소문이 보냈든 정토가 보냈든 이젠 별 차이가 없소! 원하는 대로 죽어주면 그만 아니겠소?”
“그런 사정은 내가 알 수 없소이다. 나도 인정상 보낸 음식이라 그대에게 전해주는 거요.”
그 말을 남기고 술탈은 병사들을 거느리고 돌아가버렸다.
“장군! 아무래도 수상합니다. 잡숫지 마세요!”
전혜원이 말했다. 다른 낭자군도 같은 말을 했다. 연수영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정말로 큰오라버니인 연개소문이 보낸 것인가? 미안한 마음이 들어 마지막 한 끼라도 잘 먹고 가라는 뜻인가……? 그게 아니라 연정토가 보낸 음식이라면 십중팔구 독을 넣은 것이겠지. 처형을 당하는 것도 모자라 아예 독살을 하려는 건가? 이렇게 꼭 제 손으로 죽여야만 속이 시원할 만큼 내가 미웠던가……?
“내다 버릴까요?”
“아니야!”
연수영은 고개를 흔들었다.
“어차피 죽을 몸, 하룻밤 일찍 간들 무엇이 다르겠느냐?”
연수영의 말에 낭자군들이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울지 마라! 그래봐야 남들보다 조금 먼저 간다는 것뿐이야! 다만 장수답게 싸움터에서 전사하지 못하는 것이 서럽다면 서러운 점이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 그동안 너희와 고락을 함께 하고, 함께 목숨을 걸고 싸울 수 있어서 행복했다. ……정말이지 너희 모두 내 친동생처럼 생각했어……. 못난 이 언니를 따르느라 정말 고생들 많이 했다.”
낭자군들이 더 큰 목소리로 울음을 터뜨렸다. 잠깐 한숨을 돌린 뒤 수영은 다시 말을 이었다.
“내가 죽고 난 뒤에 혹시 술탈 장군이 내 시체를 내준다면 너희들이 잘 묻어주기 바란다. 이왕이면 비사성이나 석성에 묻히고 싶지만, 뭐 거기까지 가지고 갈 수는 없겠지. 하다못해 바다에 수장이라도 시켜주면 좋으련만…. 그것도 힘들 테니까 멀리 갈 것 없이 성 밖으로 나가면 그냥 패수 강변에 묻어다오. 그러면 큰 비가 내릴 때 큰물에 휩쓸려서 바다로 떠내려가지 않겠느냐?”
연수영의 유언에 여자들이 마침내 주저앉아 발을 구르고 엉엉 소리치며 통곡했다.
연수영은 술부터 한 잔 따라 마셨다. 그릇 뚜껑을 열고 젓가락을 집어 들었다. 안주로 구운 돼지고기를 집어먹었다. 정토의 살코기를 씹는다고 생각했다. 다른 음식은 손대지 않았다. 다시 한 잔 더 마시고 또 돼지고기를 씹었다. 이번에는 개소문의 살코기를 씹는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두어 잔을 더 마시자 드디어 온몸에 독 기운이 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저승에 갈 때는 아무것도 지니고 가지 말자! 맨몸으로 가야지……. 연수영은 천천히 옷을 벗기 시작했다. 독이 온 몸에 퍼졌을 때 그녀는 실오라기 한 올도 남김없이 모두 옷을 벗고 알몸으로 침상에 비스듬히 누웠다. 감옥 바깥에선 천둥번개가 연거푸 치고 세찬 비바람이 마구 몰아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연수영의 한 많은 삶은 막을 내리고 말았다. 그때에 그녀의 나이 서른일곱 살이었다.
연수영이 죽자 술탈은 낭자군들의 부탁을 들어 시신을 내주었다. 다섯 명의 낭자군은 연수영의 전라시신(全裸屍身)을 큰 자루에 담아 어둠을 틈타 감옥 밖으로 들고 나갔다. 바깥에는 비바람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었다. 이들은 술탈의 배려에 따라 평양성 남문 밖까지 무사히 나갔다. 모두가 평소처럼 남장을 하고 있었다. 이들을 성문 밖까지 호송한 내사부의 병사들은 군관의 인솔을 받아 왕궁으로 돌아갔다. 일행이 어둠 속에서 패수 강변에 이른 것은 밤이 깊어 축시(丑時)가 다 되어갈 무렵이었다.
그런데 이들이 성문을 나설 때부터 어둠 속에 몸을 숨긴 채 따라붙은 자들이 있었다. 두 명이었다. 낭자군들이 휴식을 취하는 것을 보자 미행자 두 명 중 하나가 몸을 돌려서 오던 길을 되짚어갔다. 단단한 체격에 행동이 민첩했다. 그 자가 지원군을 이끌고 다시 돌아온 것은 두어 시진 뒤였다. 살수(殺手)들은 열 명 정도였다. 암살단은 강변에 이르자 연수영의 시신을 묻으려는 낭자군들을 앞뒤에서 포위하고 일제히 공격했다.
“네놈들은 뭐냐?”
정체불명의 괴한들이 앞뒤에서 나타나 에워싸자 연미경이 고함쳤다. 낭자군 다섯이 순식간에 단도(短刀)를 빼들고 전투태세를 갖췄다. 대답 대신 어둠과 빗줄기 속으로 십여 개의 수리검(手裏劍)이 날아왔다. 첫 번째 공격에 부경화·고정림·전혜원 세 명이 급소를 맞고 쓰러졌다. 다섯 명 모두 무기라고는 단도 한자루씩밖에 지니지 않았으니 낭자군들의 무술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당할 도리가 없었다.
“피하라!”
원신영이 날아오는 수리검 하나를 손바닥으로 후려치고 또 하나는 몸을 틀어 피하면서 소리쳤다. 곧이어 두 번째 수리검 공격이 쏟아졌다. 두 여자는 날쌔게 몸을 날리고 단도를 세우며 보호막을 형성했다. 하지만 이미 앞뒤로 포위당한 불리한 상태에서 전진도 후퇴도 할 수 없었다.
연정토가 큰돈을 내리고 선발해서 보낸 살수들인 만큼 모두가 일당백의 고수였다. 차 한 잔 마실 시간도 지나지 않아서 낭자군 다섯은 모두 땅바닥에 나뒹굴고 말았다. 여자들이 모두 쓰러지자 살수들은 재빨리 달려들어 하나하나 심장을 찔러 목숨을 완전히 끊었다. 전문적인 살수들답게 확인 살해를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강변 모래밭을 파고 시체를 모두 묻어버렸다. 사전에 철저히 훈련받은 탓인지 그 동안 입을 여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여자들을 모두 파묻은 살수들은 연수영의 시신에서 목을 잘라 준비해온 가죽자루에 넣었다. 이는 연수영의 사망을 분명히 확인하려는 연정토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 살수들은 머리가 없는 연수영의 알몸 시신도 강변 모래밭에 깊이 파묻었다. 목적을 달성하자 살수들은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고 다시 어둠 속으로 재빨리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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