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누군가를 미친 듯이 기다리며, 하루종일 전화만 보고 있다면_ <단순한 열정>과 함께.

정작가 |2011.10.17 19:34
조회 28 |추천 0

 

단순한 열정 국내도서>소설 저자 : 아니 에르노 / 최정수역 출판 : 문학동네 2001.06.27상세보기


 

" 나는 한 남자를 기다리는 일, 그 사람이 전화를 걸어주거나 내 집에 와주기를 바라는 일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p.9)

'나'는  '그'를 위해 옷을 사고 화장을 하고, 혹여 자리를 비운 사이 그가 나를 찾을까봐 어떤 약속도 잡지 못한다. 

"그 사람의 전화만 기다리며 고통을 겪는 일이 너무나 끔찍해서 그와 헤어지기를 원했던 적이 수도 없이 많았다. 그럴 때면 나는 그 사람과 헤어지는 순간을 머릿속에 그 려보았다.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으며 사는 나날들이 되풀이 되겠지. 나는 결국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그 사람에게 다른 여자, 아니 여러 여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과의 만남을 계속하기로 했다. 모든 것이 사라질 것을 예감하면서도, 지금이 오히려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특권일 수도 있는 질투 때문에 미칠 듯이 그 사람과 끝내버리기를 원하는 현재의 상황이. 그런 날이 온다면 그것은 의지 때문이 아니라, 그 사람이 나를 떠나는 바로 그날일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아니라 그 사람이."(p.43)

그 열정은 '나'의 삶 전체를 잠식하고, 또한 '나'를 전혀 다른 세계에 살게 했다, '그 사람'으로 부터 시작하고 '그 사람'으로 끝나는 삶을.

저자 아니 에르노는, "내가 직접 체험하지 않은 허구를 쓴 적은 한 번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 이라고 자신의 작품세계를 스스로 정의하며 소설과 자전의 경계를 허문다. 

이 작품이 더욱 주목을 받은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연하의 유부남 동구권 대사관 직원과 사랑에 빠진 작가이자 대학교수인 화자 '나'의 이야기는 지독하리만큼 사실적이다. 그것은 '공정'하다거나 '객관'적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독자는 '그'로 불리는 남자의 상황이나 의견, 생각은 전혀 들을 수 없다.  저자는 온전히 '나'의 관점에서 그에게 집착하며 그를 생각하고, 열망했던 순간들을 대담하게 적어 나간다. 

그래서 더 사실적이다.

읽는 내내 마치 숨겨놓은 일기장을 보는 듯이 -그 누구에게도 절대로 들키고 싶지 않은 - 가슴을 어루만지면서 그 짧은 문장들을 내내 곱씹으며 읽게된다. 

그러나 "그것이 정말 사랑이었을까?" 라는 질문에 - 윤리적인 회한이나 후회, 부끄러움 앞에서-  우리는 굳이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그 맹목적이고 열정적이었으며 뜨거웠던 '무엇'이 단순한 욕망인지 열정인지 혹은 사랑이었는지 재단할 필요는 없다. 

'나'는 그저 그 시간을 온 몸으로 느끼고, 정직하게 반응했을 뿐이다. 세상 누구도 동감할 수 없고 동참 할 수 없었던, 오직 나만이 경험할 수 있었던 세계.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 시간들은 다시 오지 않는다.  그에게도 나에게도.

대신 다른 형태로 반복될 뿐.

우연히 아버지의 서재에서 <단순한 열정>을 읽은 필립은 소설에 너무 매료된 나머지 자신보다 33살 많은  책의 저자 아니 에르노와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그녀와 5년 동안의 나눈 실제 사랑의 기록을 <포옹>이라는 책으로 옮겼다. 이제 필립이 "나"가 되어 아니 에르노에게 집착하며 갈망하며 '단순한 열정'을 내뿜는다. (참고로 아니에르노는 1936년 생으로 단순한 열정이 1991년에 출간되었으니, 이때 그녀의 나이 50대 중반이었다.)

포옹 (양장) 국내도서>소설 저자 : 필립빌랭 / 이재룡역 출판 : 문학동네 2001.06.01상세보기



그러나 여기까지다.

나는 이제 충분하다. 어떤 것이 더 뜨겁고 어떤 것이 더 가슴을 옥죄였는지 더 이상 알고 싶지 않다.

결국 모든 것이 삶이 일부라는 사실이, 또한 모든 것들은 언젠가는 삶 속에서 직면할 수 밖에 없다는 진실이 -

단순한 열정을 넘어 나를 '지금, 여기에' 살게 한다.


------------

판타스틱 멜랑꼴리 직장인 북클럽은 매주 금요일 8시 "꿈꾸는 도서관 <달과 6펜스>" 5층에서 진행됩니다.

몹시 정교하고 환상적인 커리큘럼에 따라 매주 한 작품씩 읽고 오셔서,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때론 낭독하며

우리의 삶을 확장시켜 나가는 북클럽입니다. 다과도 나누며 따뜻한 분위기에 진행됩니다.

특별한 참여 기준은 없습니다.

좌파우파, 직장인, 노총각, 노처녀, 아줌마, 아저씨 누구나 환영합니다.
 
특히 풍부한 감수성과 따뜻한 마음을 가진 '당신'을요.


자세한 내용과 참가신청 http://cafe.naver.com/moonand6/163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