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석 달 전 남자친구랑 헤어졌었어요.
제가 일방적으로 헤어지자고 했어요. 그땐 정말 남자친구의 매정함과 무심함 때문에 사귀는 것자체가
너무 고통스러워서, 그 고통으로부터 해방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있었어요.
헤어지자고 했고, 남자친구가 처음엔 매달리더니 알았다고 수긍했어요.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전화를 끊은 뒤로, 문자도 전화연락도 없었어요-
저는 그전부터 이별을 마음먹었었기에, 너무 홀가분했어요.
약 이주 전 너무 헤어지고 싶고, 그 남자 하는 행동들이 너무 경멸스럽고, (제 나름의 기준에서 볼 때)
인격적으로 너무 덜 되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사랑하느냐 안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성격 자체가
이기적이고 못됐구나 싶은 그런 마음요.
한달 반 동안 연락이 없었어요.
여기 게시물에 보면 자신이 매달리니까 찬 연인이 몹시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이별을 끝까지 고수해서
슬프다는 분들, 너무 안타까워요. 제가 찬 연인의 심정을 너무 잘 아니까요. 그건 공격이 아니라
자기 방어 같은 거에요. 더이상 "끝이 보이는" 사랑 하기 싫다. 무섭다. 더이상 이렇게 살수는 없다,는
상처의 생생함.
그러다가 한달 반이 흘렀어요. 이상하게 외로워지고, 그 사람이 그렇게 인격적으로 모자란 사람이 아니라
내가 잘못한 것도 일정부분 보였어요. 그리고 그 사람이 무섭고 싫지 않아졌어요. 내가 잘못해서
그런 부분이니까 제가 고칠 수 있다면 그 사람도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싫고, 정말 역겹고 짜증나던, 만약 나에게 매달리고 칭얼대고 울고 찾아오고 했더라면
정말 소름이 끼쳤을 그 사람이, 갑자기 보고 싶어졌어요, 생각이 났어요. 심지어 다른 여자가 생겼으면
어쩌지, 걱정이 되었어요.
그리고 두달 쯤 뒤에 그에게 연락이 왔어요. 술에 취해서, 정말 미안하고 반성했다고 이제 다른 사람이
되겠다고요. 근데 그게 왜 밉지 않고 뭉클하고 눈물이 나던지요, 그 사람이 정말 많이 달라졌구나, 싶은
감동이 그 사람과의 재회를 다시 가능하게 했어요.
여기에 차이신 분들 많으시죠? 차였다는 것 때문에 속상하고 비참하다고 여기시죠?
상황은 다르겠지만(바람난 것 같은 상황은 저는 잘 모르니까요) 근데 찬 사람 심정,
정말 사랑했는데, 진심으로 내 삶의 한때 전부였던 그 사람을 내 손으로 도려내야할 만큼,
더이상 이 진저리나는 상처에서 벗어나야겠다고 몸부림치며 헤어짐을 택해야 했던 그 찬 사람 심정.
그게 꼭 가해일까요? 전 아니라고 봐요. 서운해서 속상해서 사랑해서 더이상 나가면 내가 죽겠기에
헤어지자고 한 거니까요.
찬 거든 차인거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것은 어차피 겉에 보이는 것 뿐이죠.
실상은 먼저 이별의 원인을 제공한 사람이 애초에 보이지 않게 조금씩 조금씩 상대를 밀어낸 거죠.
"더이상 오빠처럼 무심하고 예의없고 약속을 지키지 않은 사람과 못사귀겠어!" 라고 못박은 여자가
오빠 뭐해? 잘지내? 연락하는 거 얼마나 비참한가요. 그것은 더 최악의 결과를 만들었겠죠.
전 찼지만 연락할 수 없었어요. 찼지만 진정한 피해자가 저라고 여겼으니까요.
한두 달 시간을 갖고 멀어져 있으면서 이별의 원인을 제공한 사람이 연락하는 것, 그것이 최선이니까
차이신 분들 절대 매달리고 연락하지 마세요. 저는 오히려 그 사람이 매달리고 연락하지 않아준 게
고마워요. 그랬으면 그 사람 싫어했던 마음이 더 격렬해졌을 것 같아요ㅠ
다시 만난지 꼭 한달째네요. 저에게 많은 위로를 주셨던 분들에게 빚을 갚는 마음으로 글을 남깁니다
모두들 헤어져있었던 기간 만큼 뭉클한 재회가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