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대 검은토끼님의 작성글입니다
너의 뒤에는 누구? - 이성
'
'
'
'
'
따듯한 온천 덕분에 기분이 좋아진 아이들은 거실에 모여 앉아 TV를 보거나 짝을지어 수다를 떨기도 했다. 하나같이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피어있었고, 예지는 몸이 개운하다는 듯 일어서서 허리를 좌우로 힘껏 돌려 보이기도 했다.
“지금 몇 시야?”
그때, 종완이가 벽시계를 찾는 듯 이리 저리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
“새벽 1시. 어?‥.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자신의 손목시계를 보며 재홍이가 말했다.
“벌써? 그럼 우리 이제 슬슬 들어갈까?”
제법 시간이 늦음을 느끼고, 차가워지는 밤공기에 몸을 떨던 원석이가 남자 방문을 열며 말했다.
“아, 그럴까? 나도 슬슬 졸려오는데‥‥.”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종완이가 말했다.
“에이! 너희들이 먼저 자면 우리가 놀 재미가 없잖아, 나도 잘래!”
피식 웃으며 '끙'이라는 소리와 함께 동건이가 일어서며 말했다.
“뭐야! 왜이리 체력이 부족해?”
아쉬움이 담긴 목소리로 수지가 말했다.
“아, 그러세요? 그쪽이 비정상이라는 생각은 안 드시나 보지?”
지훈이가 비꼬는 듯 한 표정으로 강하게 손을 위아래로 내저으며 말했다.
“그러지마, 수지야‥. 나도 사실 좀 졸려‥.”
어느새 눈꺼풀이 반 쯤 감긴 영은이가 수지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하‥. 뭐 그럼 어쩔 수 없지. 우리도 자러 들어가자.”
마지못해 수지가 수긍했다. 그 말에 여자아이들은 서 있는 남자아이들을 뒤로 한 채 빠르게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제법 졸린 아이들이 많았나 보다.)
“안 잔다더니, 우리보다 더 빨리 잠들었네?‥.”
어이없다는 듯 원석이가 실실 웃으며 말했다. 잠시 후, 남자아이들도 마찬가지로 이불을 깔고 각자 자리에 누웠다.
“이야!- 편하다!”
몸을 좌우로 뒤척이며 준혁이가 말했다.
“근데‥. 동혁이는?”
그때, 종완이가 생각났다는 듯 얼굴을 힘껏 찌푸린 채 물었다. 그 말에 갑자기 아이들이 눕다말고 벌떡 일어나 서로를 조용히 쳐다보았다. 그리고 잠시 뒤, 누가 먼저라 할 거 없이 입을 열어 호들갑을 떨기 시작했다.
“동혁이 아직도 안 돌아왔어!?”
재홍이가 다급하게 물었다.
“그러고 보니 아까 우리 이야기할 때도 없었어!‥‥.”
조금씩 상황파악이 되어가는 듯 지훈이가 소리쳤다.
“이 자식, 온천에 살림 차렸나? 왜이리. 안와!”
종완이가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그러게, 온천 들어갔다 온지 4시간이나 지났다고!”
도가 지나치다는 듯 준혁이가 입술을 곱씹으며 말했다.
“데리러가자! 얘 쓰러진거아냐?”
원석이가 다급하게 제안했다.
“아씨‥. 얘는 도대체가 도움이 안 돼!”
동건이가 짜증을 내며 자리를 강하게 박차고 일어났다.
'
'
'
“달칵‥‥.”
혹시나, 누군가 깨서 소란스러워짐을 대비하여 살며시 문을 열고 거실에 나와 보니 뜻밖에 혜원이가 자지 않고 여전히 TV를 보고 있었다.
“어?”
놀란 듯 몸을 부르르 떨며 지훈이가 작게 신음을 내질렀다.
“안자고 뭐해?”
그 소리에, 빠르게 고개를 돌려 지훈이와 눈이 마주친 혜원이가 '아, 너구나' 라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게‥. 실은 동혁이가 돌아오지를 않아서‥.”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푹 내쉬며 종완이가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뭐?‥ 정말이야?‥”
그 말에 갑자기 안색이 파랗게 질린 혜원이가 벌떡 일어나 종완이를 바라보며 작게 물었다.
“괜찮아, 지금 부터 찾으러 갈‥.”
그런 반응에 놀란 재홍이가 커진 두 눈을 깜빡이며 조용히 말했다.
“거짓말이지?‥‥.”
혜원이가 물었다. 그러나 종완이는 고개를 푹 숙이고 한숨을 내쉴 뿐 이었다. 그 반응에 갑자기 종완이를 밀쳐내더니 혜원이가 머리를 두 손으로 잡고 크게 '거짓말'이라고 소리를 질렀다. 동시에 혜원이의 눈동자에 초점이 사라지고 퀭한 눈동자로 변했다.
“진정해! 여자아이들 다 깬다고! 지금 우리 이럴 여유 없는 것 네가 더 잘 알잖아! 부탁해 혜원아!”
동건이가 다급히 혜원이의 두 팔을 잡고 귀에 조용히 속삭였다. 그제야, 혜원이의 풀린 눈동자가 초점을 찾고는.
“빨리 데리러가자‥.어서!”
라고 말했다.
“탁‥.”
다시금 최대한 소리를 줄이며 현관문을 닫고 복도와 마주하니, 아까와는 달리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어둠이 복도에 짙게 깔려있었다. 그 때문인지, 살짝 불어온 차가운 바람에도 몸이 강하게 떨리고 오싹오싹한 느낌에 소름이 쑥쑥 돋았다. 그러나 혜원이는 춥지도 않은지 말없이 남자아이들을 제치고 빠르게 복도를 걸어갔다.
“어? 왜 이렇게 축축해?”
얼마쯤 걸어가다 준혁이가 이상하다는 듯 멈추어 서며 말했다. 보통이라면 느껴지지 않아야 할 습기가 온천과 제법 떨어진 복도에 까지 뻗어 나와 벽을 축축하게 만들었던 것이었다. 때문에 곰팡이가 피어 있었고, 악취가 나기 시작했다.
“아씨‥. 강동혁 이 자식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그런 환경에 불쾌감을 느꼈는지 통 볼 수 없는 짜증을 내며 동건이가 투덜거렸다. 그런데, 이런 환경을 걷고있자니 문득 동건이의 마음속에 '불길함'이 싹트기 시작했다. 이런 감정을 애써 무시하려는 듯 동건이는 내심 고개를 좌우로 힘차게 흔들어 보였고, 그런 동건이의 행동을 준혁이가 안쓰러운 듯 쳐다보았다. 이윽고, 아이들이 온천 앞에 다다랐을 때쯤이었다.
“헉!”
갑자기 숨쉬기가 곤란한 듯 종완이가 갑자기 코를 손으로 재빠르게 막으며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왜그‥‥. 콜록! 콜록! 이게 무슨 냄새야?‥”
그런 모습을 보고 지훈이가 다가가 왜 그러는지 물으려다 말문을 막고는 종완이와 같이 코를 막고 콜록거리기 시작했다.
“뜨거워‥‥.”
그때, 냄새 따위 나지 않는 듯 표정 한 번 찡그리지 않던 혜원이가 남자아이들과 훨씬 떨어진 온천 입구에 거의 다다르자 뿜어져 나오는 텁텁하고 뜨거운 공기에 놀라 몸을 움츠리며 말했다.
“뭐야? 왜 이렇게 뜨거워!”
뒤늦게 뛰어온, 원석이 또한 그 열기에 굉장히 놀란 듯 주춤하더니 더 이상 가지 않고 멈추어 섰다.
“아씨‥. 어쩌지?”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원석이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때,
“이걸로 코 막고 들어가자!”
뒤에서 재홍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뒤를 돌아보니 재홍이가 벽에 걸려있던 수건을 주변에 무수히 깔려있는 습기를 흡수시켜 축축하게 한 다음 코를 막는 시늉을 하고 있었다.
“좋은 생각이야!”
그제야, 처음으로 혜원이가 눈웃음을 싱긋 지으며 빠르게 재홍이에게 달려가 물수건을 받고는 코를 막았다.
“어때?”
효과를 알기위해 동건이가 뒤에서 크게 물었다.
“살이 조금 뜨겁긴 한데‥. 숨은 잘 쉴 수 있어‥.”
그 물음에, 왜인지 다시금 기운 빠져 보이는 혜원이가 조용히 대답했다. 그리고 곧 남자아이들은 수건으로 코를 막은 뒤 남탕으로 조심스럽게 들어갔다.
“아무것도 안보여!”
천장의 환풍기가 닫혀버렸는지, 주변은 온통 하얀 수증기로 뒤덮여있었다. 그런 시야에 답답함을 느꼈는지, 다짜고짜 종완이가 신경질을 냈다.
“드르륵……”
그때, 다행스럽게도 혜원이가 왼쪽 벽장문을 찾아 열었다. 동시에 시원한 바람이 빠르게 빨려 들어와 하얀 연기를 몰아내기 시작했다.
“하하! 역시 박혜원이군!”
텁텁함이 풀려 상쾌한 듯 지훈이가 웃으며 말했다.
“현명해! 큭큭‥.”
원석이도 웃으며 말했다. 그러나 무언가 이상했다. 수증기가 사라지는 순간부터 아까 복도에서 나던 참을 수 없는 악취가 다시 코를 강하게 자극하기 시작했다.
“뭐야?‥. 이게 대체 무슨 냄새야‥.”
종완이가 코를 막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역시 다른 아이들도 냄새를 느꼈는지 하나같이 모두 코를 막고 있었다.
“저거 뭐야? 야! 강동혁! 너냐?”
그제야, 온천에 온 목적이 자각되었는지 지훈이가 동혁이의 이름을 크게 불렀다. 그러나 응답 따윈 없고, 서서히 보이는 온천탕만이 지훈 이를 반겨줄 뿐 이었다.
“야, 강동혁! 너 왜 안나‥‥. 읍!!”
원석이가 뿌옇게 탕에 보이는 둥근 '무언가'를 보고 소리치다 말고, 구역질이 올라왔는지 입을 막았다. 이윽고, 수증기가 모두 사라지고 탕의 모습이 들어났다.
“거짓말‥‥.”
혜원이가 힘없이 주저 앉아버렸다. 다시금 혜원이의 두 눈은 초점을 잃어버렸고, 이내 비 오듯 눈물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어?‥‥.”
재홍이가 작게 물음을 던졌다.
아직 상황 파악이 되지 않는 듯 지훈이는 탕을 멍- 하게 바라볼 뿐 이었다. 다른 남자아이들도 그저 바라보고만 서 있었다. 탕 안은 그야 말로 '지옥탕' 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짙게 붉었다. 어떠한 붉은색도 이보다 더 붉을 순 없었다. 또, 끓을 리 없는 뻘건 액체가 마치 물 끓듯 끓고 있었다. 더군다나, 증발이 잘 되지 않는 지 날아가기는 커녕 넘쳐서 탕 밖으로 일정 규칙에 따라 떨어지고 있었다.
“아니야‥‥.아니야‥‥.”
혜원이가 중얼거렸다. 그때, 물이 아래에서 위로 강하게 끓어올랐다. 결국, 검게 썩어 '삶아져버린' 지방덩어리들이 둥둥 뜨기 시작하더니 살점이 다 벗겨져 시뻘건 근육과 흐물거리는 척추가 보이는 등짝이 쑥 올라왔다.
“꺄아악!!!!!!!!”
갑작스럽게 혜원이가 일어서서, 두 발을 쿵쿵거리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두 눈에서는 여전히 눈물이 줄줄 흐르고 있었고, 너무 소리를 질러 목이 나가버렸다. 그러나 그 원망의 비명은 줄어들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혜원아!! 진정!‥‥.”
바라보고만 서 있던 지훈이가 혜원이의 어깨를 잡았다. 그리고 그 순간.
“컥……”
혜원이가 빠르게 어깨에 걸쳐진 손을 쳐내며 지훈이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닥쳐!‥.닥쳐!‥닥쳐!‥닥쳐!!!”
혜원이의 두 눈썹이 사납게 꺾여있었다. 그 때문인지 초점 없는 눈에 살기가 가득 느껴졌다.
“컥‥ 혜원아‥‥ 이것좀‥.”
괴로운 듯 혜원이의 두 손을 잡고 힘을 주어 빼내려 애를 썼지만, 굉장한 힘이었다. 반드시 죽이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너지?‥그렇지?‥너가죽인거지!!!”
혜원이가 다시 한 번 목을 잡은 손에 힘을 주며 소리쳤다.
“난 아냐‥‥.”
침이 가득 담겨 새어나오는 입으로 지훈이가 힘겹게 말했다.
“그만 둬!”
멍 하게 바라보고만 있던 종완이가 혜원이의 그런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 달려와 지훈이에게서 떨어뜨리기 위해 허리를 잡고 뒤로 끌자, 그제야 혜원이가 잡고 있던 손에 힘을 풀었다.
“미쳤어!?”
사태가 조금 완화되자, 종완이가 다짜고짜 윽박지르기 시작했다.
“혜원아, 너 마음 상태는 잘 알지만‥ 일단 진정‥.”
“넌 이 꼴을 보고 진정하라는 말이 나와!?”
동건이가 살며시 위로의 말을 건네자,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혜원이가 꽥- 소리를 질렀다.
“동혁아‥.동혁아?‥일어나‥. 장난치지 마‥. 일어나‥어서!!”
조용히 동혁이를 부르던 혜원이가 결국 이성을 놓아버린 듯, 탕으로 뛰어가 두 팔을 넣고 휘젓기 시작했다.
“어디있는거야? 동혁아? 내가 구해줄게‥‥.동혁아?‥.동혁아!!”
그러나 혜원이의 손을 따듯하게 잡아주는 동혁이의 손길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단지 찢어 발개져 조각나버린 동혁이의 무수히 많은 살점들이 타들어가는 온도와 함께 혜원이의 손을 감돌뿐이었다.
“싫어!!!빨리 내 손을 잡아달란말이야!!”
두 팔을 탕에 넣은 채, 계속해서 휘저으며 천장을 향해 '격정'적인 감정을 토해냈다.
“동혁아‥.”
“우웩-!”
혜원이가 탕의 붉은 액체를 조금 들이 마시며 중얼거렸다. 또, 그런 행동에 구역질을 참지 못한 원석이가 바닥에 토하기 시작했다.
“함께 있는 거지?‥ 그렇지?‥.”
그런 원석이의 상태가 보이지 않는 듯, 혜원이는 계속해서 휘젓던 팔을 조심히 멈추고는 떠오른 동혁이의 등을 손바닥으로 내리치더니 조심스럽게 척추를 뽑아 볼에 문지르며 속삭이듯 중얼거렸다.
'
'
'
'
'
이후, 조금은 진정된 혜원이가 잡았던 척추를 탕 안으로 넣고는 힘없이 온천을 나와 복도로 걸어 나왔다. 주변에는 여전히 차가운 습기가 넘쳤고 걸어오는 내내 혜원이는 계속해서 눈물을 흘렸다. 또, 입에서는 계속해서 '동혁아‥.' 라고 중얼거릴 뿐 이었고 남자아이들은 말없이 뒤를 조용히 따라오고 있었다. 그 자신들도 현실을 인정할 수 없다는 듯, 이따금씩 머리를 세차게 흔들어 보기도 하고 볼을 꼬집기도 했다. 이윽고 호실에 도착했고, 빠르게 각자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다른 아이들한테 말 안 해? 신고는?‥.”
방으로 돌아와 아이들이 멍 하게 있을 때 종완이가 물었다.
“지금은 자자‥. 자고 싶어‥. 정말로‥. 제발‥.”
동건이가 점차 줄어드는 목소리로 말했다. 또 동건이의 목소리는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다.
“아, 응‥. 미안해‥‥.”
종완이의 말을 끝으로 서로 말없이, 몸을 강하게 떨 뿐이었다.
'
'
'
'
'
달은 여전히 밝았다. 또 그런 달을 어느새 거실로 다시 나온 혜원이가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바라보다 화상을 심하게 입어 표피가 벗겨진 두 팔목을 어루만지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저의 이 죄, 책망 받을 이 죄를 당신은 알고 있다면, 부디 절 벌 해주세요‥.”
'
'
'
'
'
“뚝‥‥. 뚝‥‥.”
그때, 혜원이의 귀에 울리 듯 선명한 물소리가 들려왔다. 이 물소리가 혜원이 자신에게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인지, 다른 소리인지 구분이 가지는 않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