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사람 對 유령 여론조사

으따따 |2011.12.08 06:58
조회 224 |추천 2
얼마 전 정치권에선 대선 여론조사를 둘러싸고 난데없이 '유령(幽靈)' 논란이 벌어졌다. 박근혜한나라당 대표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의 양자(兩者)대결 조사에서 뒤처지는 것과 관련, 친박(親朴)계 한 의원이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치판에 나오겠다고 얘기한 적도 없는 사람, 즉 유령 같은 사람과 여론조사 해서 나온 수치를 읽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말한 게 발단이었다. 여당 내에서도 즉각 "안 원장은 유령이 아니라 실체"란 반박이 나왔다. 박 전 대표도 지난 1일 TV조선 인터뷰에서 여론조사 구도에 대해 "국민의 마음이 나타난 것 아니냐"고 말했지만, 친박계는 요즘 여론조사 결과를 접하면서 불편해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언론이 여론조사에서 뜬금없이 안철수 원장을 대선 후보로 넣은 것은 아니다. 그가 지난 9월 초에 "서울시장 보선 출마를 고민 중"이라고 했을 때 GH코리아 조사에서 서울시장 후보로서 지지율이 55%에 달했다. 안 원장은 결과적으로 출마하진 않았지만 수도(首都) 서울의 시장 후보로 경이적인 지지율을 기록했고, 그의 멘토라는 인물들을 통해 정치참여설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에 대선 여론조사에 후보로 넣지 않을 이유가 없다.

언론은 대권 도전 의사를 직·간접적으로 밝혔거나 타천(他薦)으로 거론되는 유력인사 중에서 예비후보를 선정해 지지율 조사를 실시한다. 여야(與野) 지도부나 시·도지사 등 주로 정치인이 선정되지만, 14대 대선 때의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이나 지난 대선 때의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처럼 기업인도 때때로 대상이 된다.

이 과정에서 언론은 당사자에게 여론조사에 후보로 넣을지 여부를 사전에 묻지 않는다. 그렇지만 본인이 후보 명단에서 빼달라고 모든 언론에 공식요청할 경우엔 계속 조사할 필요가 없어진다. 선거에 나오지 않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다. 올해 초 한 신문의 대선후보 다자(多者)대결 조사에서 반 총장은 12%로 박 전 대표(30%)에 이어 2위에 올랐다. 그러자 유엔 사무총장 연임을 앞두고 있던 반 총장은 "국내 정치에 전혀 관심이 없다. 대선 여론조사의 후보 명단에서 제외해달라"고 요청했고, 이후 여론조사에서 그의 이름은 사라졌다.

이와는 달리 안철수 원장은 대선 후보로 올라 있는 여론조사 결과가 석 달가량 쏟아지는 동안 한 번도 "내 이름을 빼달라"고 말한 적이 없다. 그는 지난 10월 말 "대선후보 지지율 1위로 꼽히는 것에 대해 한 말씀 해달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미소를 지으며 "당혹스럽다"고만 했다. 지난 1일엔 신당(新黨) 창당과 내년 총선에서의 서울 강남 출마설을 명확히 부인하면서도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결국 안철수 원장은 당분간 정치에 본격적으로 참여할 생각은 없지만, 대선 여론조사에서 이름을 빼달라고 할 생각도 없어 보인다. "아웃복싱 정치로 대선 직행을 노린다" "유령처럼 떠돈다"는 해석이 나올 만도 하다. 하지만 이처럼 정치적 검증을 가급적 늦춰보려는 신비주의 전략을 계속해서는 '안철수 바람'이 더 이상 탄력을 받기 어려울 수도 있다.
추천수2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