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결혼한지 두달된 20대후반여성입니다
고민이 있어요
행복한 순간만들만을 꿈꾸며 했던 결혼은 아니었습니다
힘든 일도 있을것이고 책임질것도 많을것이라 각오했죠.
하지만 둘이 함께라면 할수 있으리란 자신감이 있었구요
그렇게 굳게 각오를 했음에도 지금에 와서 괴로운것은
'둘이 함께'는 오직 나혼자만의 생각일 뿐이었던 것이에요
적어도 집안일과 가족들 대소사에서는요
우리는 맞벌이 부부인데 빨래며 설거지는 왜 내일인건지
왜 적어도 하루에 두시간은 싱크대 앞에서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야하는건지
결혼전 엄마가 해주는밥 먹기만 하던 것도 남편이나 나나 똑같고
결혼하면서 더욱 성인이 되고 자신에대해 책임져야되게 된것도 똑같은데 적어도 똑같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왜 나는 그예전 엄마의 역할을 떠맡고
남자는 옛날 아들역할을 그대로 하는지ㅡ
모르겠어요
사실 이런생각이 들때마다
나의 생각은
처음엔 더러운 인습과 부당한 차별, 잘못되고 저질적이고 미개한 우리나라의 사회 풍토가 원망스럽고 화가 나다가
결국 나중엔 그것에 반항하지못하고 또 순종하고만 있는 나의 탁상공론이 한심하고 비참해서 죽고싶다는 생각으로 옮겨갑니다
오늘따라 이런생각때문에 평소보다 더 잠못이루고 슬픈것은
두가지 일 때문인것 같네요
토요일 남편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제사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어요.
요즘 추세가 그렇다던데 아니나 다를까 몇몇 사람들이 자기집은 제사를 줄인다거나 약식으로 하거나 다른곳에 맞긴다는등의 얘기를 했죠. 물론 우리 시댁은 그럴집은 절대아니에요 ;; 우리남편이 그얘기가 나오자 마자 나에게 상기시켰듯이 말이죠 ,ㅡㅡ. 하지만 제사이야기가 나온김에 물었어요. 우리친정집에도 제사가 있는데 당연히 거기도 가야하는것이 아니냐고.
기가차게도, 혼자가라는 말만 들었죠
사실 오라고 하지도 않잖아요. 남편말처럼 나는 '외인'이라고 친정쪽 친척들도 생각을 하니까.
하지만 제사 많은집 남자들이 흔히들 말하는것처럼 제사가 조상의 넋을 기리고 가족이 모이는 기회가 되는 좋은것, 꼭 지켜야 하는것이라면 나는 왜 여성이기 때문에 내가 자라면서 봐왔던 우리 가족들과 그 기회를 나의 배우자와 누릴수 없는것인가. 나에겐 그들의 조상들보다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가 소중하고 기억속에 있는분이며 그들의 그것 만큼이나 나의 친척들과 만나고 함께할 기회가 소중한데ㅡ 왜 내가 여자라는 생물학적 성을 타고났기때문에 그모든 기회를 박탈당해야 하는가.
하는거죠.
겨울이 되고 김장철이 왔어요. 저는 오후부터 밤12시까지 일하는 학원강사인데 새벽부터 김치를 담그러 오라고 호출이시네요. 그래, 나도 먹을 김치인데, 돈들이지 않고 노동좀하고 얻어오자. 사실 이렇게 생각해도 충분한일이고 불만가지지 않을 법도 하지만 또다시 저는 "그런데 왜 여자만?"
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여자들이 여자가 되기로 결정하지 않았잖아요.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정해진 것, 나의 선택이 아닌 것에 대해서,
그것을 기반으로 하는 차별을 견뎌야 한다면, 이런 성차별은 보이지 않는 폭력이라 생각합니다.
'왜?' 라고 하는 여성들에게 "여자니까. 우리 엄마와 누나도 그렇게 살았으니까."라고만 하는 것은
그 옛날 흑인 노예들에게 "넌 피부색이 검으니까. 너의 엄마아빠도 다 그렇게 살았으니까."라고 말하는것과 무엇이 다르냔거죠.
이쯤되면 저는 또 저 스스로가 싫어집니다.
나는 이렇게 분명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그에 부합해 살아가지 못하고.
남들이 나를 좋아했으면 하는 정신적으로 미숙한 집착과 남편과의 불화에 대한 두려움, 비겁함같은것들에 붙잡혀 나는 또 순응하고 살아가고 있구나, 하구요
아무리 아는척해도 실제로 주장하는 바를 살아낼수없는 이사회나 나나 똑같다는 좌절감에 오늘도 삶에 대한 열의가 또 조금 떨어집니다.
결혼한 여자분들이시라면 이런걸 느낄일이 제가 언급한것보다 훨씬더 많다는거 아실거에요
다른 분들은 이런생각이 드실때 어떻게 대처하시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