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부모님께 말씀드렸어요.

Kelly |2012.01.09 20:27
조회 269,310 |추천 556
제목 그대로 부모님께 말씀드렸어요.결혼 엎으면서 제일 마음에 걸렸던 게 부모님께 말씀드리는 거였고, 점심시간에 그 꼴을 본 후엔 그 남자에 대해선 아무 마음이 안 남았으면서도 끝까지 그게 걸리긴 하더라고요. 구정 때 뵐 테니 그때 얼굴 보고 말씀드릴지 어쩔지 고민하면서 마음 무거워 했는데 어쩌다보니 상황이 말하게 되어버렸습니다. 가족들 반응이 또 의외라서 정말 인연이 아니었나보다, 그런 생각이 드네요. 4년 인연이 풀리려니 또 이렇게 빨리 정리되기도 하는군요. 될 일은 되고 안될 일은 안된다 류의 말 별로 안 믿었었는데 그게 있기는 있나 봅니다.
점심 굶고 후기 쓰고 나서 일하고 있는데, 과장님이 제 자리로 오시더니 오늘 휴가 내고 싶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힘들지 않냐고. 사실 전 업무엔 아무 지장 없었지만(그놈 덕분에-_-) 휴가 마다하는 직장인이 어디 있겠습니까.ㅎㅎ 또 너무 아무렇지도 않으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볼까봐 그러겠다고 했습니다. 
나오는 길에 룸메에게 메시지도 남기고, 모처럼 햇빛 있을 때 집에 와서 주말에 못했던 밀린 빨래와 청소도 하고, 먹고 싶었던 스파게티도 해 먹으면서.... 하여간 연애 쫑난 여자 치고는 지나치게 태평하게 빈둥거렸습니다. 일주일 전만 해도 신혼집은 어쩌고 저쩌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저 자신이 스스로 생각해도 괴상하네요. 그러던 중에 룸메가 전화 와서 둘이 짧은 포풍 수다를 떨며 그 남자 뒷담을 까고ㅋㅋ 룸메는 메시지 듣고 엄청 놀랐는데 목소리는 너무 멀쩡해서 그래도 안심이라 그러더라고요. 그런데 오늘 밤 야근이 잡혀있다고ㅠㅠ 영화는 좌절됐지만 대신 밤에 치맥 먹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엄마가 전화를 하셨어요. 구정 때 예비시댁-_-;에 가봐야 하는 거 아니냐, 일정이 어떻게 되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그 순간 정말 난감했습니다. 얼굴 보고 말씀드리겠다고 막연히 맘먹고 있었는데 타이밍도 참..... 거짓말 하기도 그렇고요. 제가 우물쭈물하니까 눈치를 채시고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거냐고 물으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말해버렸습니다. 헤어졌다고요. 하지만 난 괜찮다고 계속 강조하면서요. 
어머니 반응이 정말 의외였어요. 상견례는 안 했지만 저희 둘은 서로 양가 부모님께 인사 다 드렸고, 명절 때는 양가 서로 선물도 교환하시고, 하여튼 거의 가족 된 분위기였어서 또 제 나이 많다고 늘 걱정하시던 분이어서 제 결혼 엎어진 거 굉장히 속상해하실 줄 알았거든요. 나중에 통화 된 아버지는 그래도 좀 안타까워하는 어조셨는데, 어머니는 그냥 쿨하게 '너가 괜찮으면 됐다'고 하시고 말더라고요. 이유 같은 것도 안 물어보시고.... 조금 있다 소식을 들었는지 동생한테도 전화가 왔습니다. 괜찮냐고 물어보면서 하는 말이, 사실 자기랑 엄마는 그 남자가 별로 탐탁치 않았답니다. 동생이 저보다 먼저 상당히 일찍 결혼해서 조카가 이제 세 살인데, 그런 자기가 보기에는 그 남자 인상이 좋은 신랑이 될 거 같은 느낌은 아니었답니다. 그래도 제 얘기로는 잘해준다 하고 또 자기가 받은 인상과는 많이 다른 거 같아서 굳이 반대하진 않았다고요. 외려 잘됐다는 식으로 얘길 해서 놀랐어요. 새삼 제가 그 남자에게서 뭘 본 건지, 그리고 뭘 보지 못한 건지 생각하게 되었어요. 가족과 대화가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는 생각도 했고요.  

마지막 후기를 쓰려고 판에 들어와서 댓글 꼼꼼하게 다 읽고, 댓댓글들도 다 읽어보았습니다. 나름 세상 사는 데 멍청하지는 않다고 자부했는데, 댓글들 보니 그것도 아닌 거 같아요. 전 아직도 그 남자가 저를 간보려고 한 건지 아니면 진심으로 그런 얘기를 한 건지 긴가민가 합니다. 그런데 그게 명백하게 보이나요?ㅠ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제 와선 상관없는 일이긴 하지만요.
그리고 대부분 제 편을 들어 주셨지만 둘이 서로 양보할 줄 모른다고 말씀해주신 분도 계셨는데..... 글쎄요, 그런 건지도 몰라요. 다른 어떤 분은 제가 지나치게 무난한 스타일이라 남자 본성을 볼 기회가 없던 것 아니냐고 하시던데, 맞습니다. 저는 언성 높이는 것도 싸우는 것도 싫어해서 왠만하면 상대방한테 맞춰 주는 편이에요. 저뿐만 아니라 저희 가족 성향이 다 그렇습니다. 상대방이 고집 부리면 맞서기보다는 그냥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으로 물러나버리는 일이 많아요. 그런 식으로 그 남자한테도 많이 맞춰줬던 것 같습니다. 그 남자가 원해서 연애 초반에 어려운 그집 어른들한테 인사가기도 했고(저희 부모님께는 작년 초에야 인사드렸습니다), 이벤트니 그런 거 좋아해서 귀찮더라도 해준 적도 많고요. 저는 그렇게 떠들썩한 건 별로 안좋아했거든요. 그런데 부모님에 관련된 일은.....제가 정말 양보 못하는 몇 안 되는 것 중에 하나였어요. 솔직히 서운하고 괘씸한 마음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내가 그렇게 양보했는데 자기는 그거 하나 못 들어주나 싶었어요. 저 저희 부모님 챙기는 만큼이나 나름 그 남자 부모님도 챙겼습니다. 그 남자가 자기 가족 챙긴 것보다 제가 챙긴 게 더 많았을 걸요? 신혼집 아파트 자기 집에 가까운 데로 구한다 했을 때도 그냥 그러려니 넘어갔습니다. 무엇보다, 그 댁 형편이 저희 집보다야 낫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주 좋은 것만도 아닙니다. 그런데 그 남자는 이상하리만큼 자기 가족을 안 챙기더군요. 부모님이 별로 여유도 없이 사실 때도 그 남자는 자기 입고 먹고 치장하는 데 돈 펑펑 쓰고 다녔어요. 그 남자가 사는 아파트에서 그넘이 모는 차 가진 사람 없어요. 그렇게 사치를 부렸으면서도 집에 돈 보탠 적도 별로 없었던 주제에, 제가 제 부모님께 드리는 돈 가지고 왈가왈부 했다는 게 너무 괘씸합니다. 제가 어디까지 양보를 해줘야 하나요? 
그리고 헤어지자고 서로 말한 주제에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 지껄이고 다닌 것도 용서가 안 돼요. 의견충돌 있을 때마다 자기 분 못 이기고 해도 될 말 안해도 될 말 사방에다 하고 다닐 거 아닙니까. 그런 남자를 믿고 어떻게 사나요. 자기가 그런 것까지 제 탓인양 몰아가는 그놈을 보고 든 생각이 그거였어요. 

어쨌든 변명 아닌 변명을 하면서 하고 싶은 말을 하니 후련하긴 합니다. 이제 홀가분한 솔로로 지내겠네요. 새로 생긴 시간에 하고 싶은 일이나 찾아보렵니다. 댓글 달아 주신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추천수556
반대수22
베플강희원|2012.01.09 20:43
아 이언니 진짜 멋있다. 잘못된것 알면서도 이리저리 휘둘리는 시친결 답답한 여자들보다 훨~씬 멋있고 좋아보여요. 언니는 이것보다 멋진남자에게 더큰 사랑 받으면서 살 자격이 있는 가치있는 사람이자나요? 똥차가고 벤츠올거예요. 언니 화이팅~!
베플동원참치|2012.01.09 22:43
어머 왠 베플이....ㄳ♥ 여잔데 왠지 글쓴이 마음에 든다♥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