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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차별인가? 점점 화난다

개키워 |2012.01.19 14:09
조회 205 |추천 0



 시간 지나서 보면 이런 고민 한심해 보이겠지만 그래도 어떡해요 언제나 '지금 고민'은 지금 해야 하는 고민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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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겐 오빠가 하나 있는데요 오빠는 지금 군대에 가 있어요. 내심, 현역으로 간 오빠가 자랑스러워요. 그런데 사탕 뺏긴 어린애처럼 이 나이 돼서 오빠가 다시 미워지려고 해요. 누구 탓을 해야겠는데 마땅한 사람이 없거든요. 

 저는 재수생이었는데, 아버지가 더 좋은 학교에 갈 수 있다고 부추겨서 어쩌다 보니 삼수생이 되었어요. 저 자신도 미래가 불투명해 보여서 확신 없이 이리저리 휩쓸려 다니는 것 같아요. 고등학생 때 한국가이던스에서 검사를 했는데 필히 상담 요망이라고 나왔어요. 저 자신도 아무래도 조울증이 아닐까 생각해요. 기분이 좋다가 한없이 우울하다가를 반복하는 게 벌써 몇 년 째인지 모르겠지만, 부모님께는 제 기분에 대해 한 마디도 안 했어요.  그분들은 맞벌이 하시느라 십년여 넘게 아침 저녁에만 얼굴 볼 정도로 바쁘시거든요. 라고 말하지만 사실 말해봤자 상담하는 데 돈도 들고 하니까 결국 제가 알아서 해결해야한다는 걸 알아요.
 그래서 몇 년 전에 오빠가 수술을 받았을 때 저는 다른 의미로 마음이 좀 아팠어요. 귀가 한 쪽이 잘 안 들리는 것 같다고 하니 부모님이 호들갑을 떨며 큰 병원으로 보냈는데, 중이염이 악화되서 큰 수술을 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고  정말 몇 달간 온 가족이 오빠 하나에 매달려서 극진히 보살폈어요. 그런데 저는 오빠 간호를 하며 한편으로는 서러웠어요. 저는 지병이 있어서 심장이 좀 안좋은데, 가끔 심장이 아프다는 얘길 해도 부모님은 "유전이라 그런가봐, 엄마도 그래" "너 고혈압 조심해야겠다" 는 답을 할 뿐 진단을 받아보라고 적극적으로 권유조차 하시지 않아요.  제가 몇 일 정도 입원했을 때도 '빈혈이 심해서' 라는 말만 들으셨겠지요. 실제로 그랬으니까요. 아마 제가 잠자리에서 심장이 아파서 옆으로 돌아눕지도 못하고, 뛰면 남들보다 배로 더 힘들고, 카페인 같은 각성제는 먹지 못하고, 홀로 병원에 가서 약을 지어다 먹었다는 사실을 모르실 거에요. 말한 적이 없으니까요.
 왜 말하지 않았느냐 하면, 가난하니까 괜히 큰 돈 쓰게 만들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었나 봐요.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강하게 제 주장을 피력할 걸 그랬어요.

 부모님이 저와 오빠를 무슨 조선시대마냥 차별하냐고 하면 그건 아니지만,  딸을 평등하게 존중하는 게 아니었다는 걸 새삼 느껴요. 오빠는 친척 중에 장손이고, 집안을 이어받을 귀한 아들이라고 떠받들여져 자랐지만 (그래서 성격이 그 모양인가 봐요) 딸 부잣집에서 저같은 딸 하나는 웃어른들에게 별로 특출난 존재가 아니긴 해요. 하지만 부모님께는 아들과 딸 둘인데, 가끔(혹은 자주) 제 존재를 존중해 달라고 외치고 싶어요.
 아주 어렸을 때는 잘 몰랐는데, 오빠는 늘 새 옷을 입고 전 늘 친척언니가 입고 해진 옷을 물려입었어요. 오빠는 남자니까 여자 옷을 물려입을 수 없대요. 그럼 오빠 옷을 제게 물려주는 행위는 뭔가요. 십 년 동안 부모님이 제 앞으로 사 주신 옷이 세 벌이라는 걸 알고 좀 충격받았어요. 제가 직접 산 것까지 합해도 몇 벌 안 되네요. 저는 더 이상 친척들이 물려준 반짝이 옷이나 헐렁하고 긴 바지를 끌고 다니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언젠가 아르바이트를 해 번 돈으로 마트에서 세일하는 옷을 조금 사고, 한 켤레에 만 원 하는 싸구려 운동화도 샀어요.  그런데 그걸 본 어머니의 반응이 이러했어요. "못 보던 거네? 얼마야?" "만 사천원? 너 엄마가 얼마나 일해야 만원을 버는 지 알아 몰라? 피땀흘려서 번 돈이 홀랑 날아갔네?" 오빠가 산 20만원짜리 겉옷은 멋있다면서요. 오빠가 모은 돈은 용돈을 모은 거고, 제가 모은 돈은 일해서 번 돈이에요. 저는 늘 제 돈을 제가 쓰는데도 5000원짜리 우동 한 그릇, 7천원짜리 영화 티켓 한 장 사는것을 부모님에게 들키지 않을까 걱정하곤 해요. 늘 저런 레퍼토리거든요. 오빠가 방 가득 만화책과 소설을 사던 시절에도 잔소리 몇 번 하고 그쳤으면서, 저에겐 "넌 돈 쓰고 남는 게 없어"라고 하세요. 왜 남는 게 없나요?  거리에 돈을 뿌리더라도 줍는 사람에게 기쁨을 줬다는 보람은 남겠어요. 저도 친구들과 외식하고 싶고, 영화도 보고 싶고, 하다못해 교통비만 써도 5천원은 금방이에요.
  오늘만 해도 내일 친구와 만나서 쓸 외식비와 새로 살 교재값 등을 계산해 아버지께 12만원을 받았는데, 어머니가 아시고 득달같이 전화해 마구 화를 내시면서, 자신이 얼마나 일해야 12만원을 버는 지 아냐고 하시며  마치 제가 하루만에 12만원을 허공에 날린 듯이 쏘아붙이셨어요. 제가 교제값도 포함되어 있다고 하니 이번엔 무슨 교제값이 그렇게 많이 드냐, 작년에 쓰던 것 위에 다시 풀어라, 네가 5수 7수할때도 또 책을 그렇게 살 거냐고 비꼬셨어요. 5수 7수할 것이 아니다, 어떻게 말을 그렇게 하느냐, 작년 책은 모두 풀었다고 했더니  이번엔 저를 얌체같이 돈 타갈때만 착한 척 하는 년으로 몰아가시더군요. 저는 착한 척 하지 않았어요. 저도 돈 버는 게 얼마나 힘든 지 알아요. 용돈 타가는 게 정말 죄송하지만 없으면 교통비도 못 쓰잖아요. 아끼고 아끼다가 두 달만에 말한건데. 이건 아들 딸 차별이 아니더라도 너무한 것 아닌가요. 전화 끊고 많이 울었어요.  오빠가 2주일에 10만원씩 타가도, 방에 안 푼 문제집을 산더미처럼 쌓아놓아도, n수를 해도 별 말씀 안 하셨으면서 저에겐 너무 가혹하신 것 아닌가요. 대학 합격했는데도 삼수하라고 물심양면 도와주시겠다고 하셨으면 학원도 안 보내주시면서 책 살 돈은 지원해주셔야죠. 전화 끊으시면서 집에 가서 다시 얘기하자고 하시는데 지금 어머니는 종일 화를 내며 여기저기서 받은 스트레스를 감정의 하수구인 제게 화풀이하려고 준비하고 계실거에요.
 가장 충격받은 때는 이것이었네요. 7-8년 전에 오빠와 싸우다가 얼굴에 생채기를 하나 냈는데 아빠가 마구 화를 내면서, 식칼을 들고 제 못된 손을 잘라버리겠다고 난리를 치셨어요. 제 손목을 잡고 식탁 위에 마구 칼을 내려치는 시늉을 하는데 어린애가 얼마나 겁을 먹었겠어요. 정말 기절할 뻔 했어요. 식탁과 칼은 망가져서 버렸어요. 부모님께 매 맞고 자라지 않은 분들에겐 더 충격이겠네요. 오빠가 제 뺨을 마구 쳐서 시퍼렇게 멍이 들었을 땐 그냥 넘어갔는데 말이에요.
 오빠가 입대하면서부터 이런 차별은 점점 더 심해지고, 저는 더 이상 참고 있을 수가 없어요. 오빠만 입이고 저는 주둥이라서 저한테만 설거지를 시키시나요? 오빠는 만화책을 사고 저는 외식을 해서 그렇게 아까우셨을까요? 오빠는 멀리서 고생하고 있으니 사랑해야 마땅하고, 전 집에서 핀둥핀둥 놀고 있으니 미워해야 마땅한가요?
 저도 저보고 그렇게 공부 안 하면 파출부 된다고 막말하는 아버지나, 딸년 키워봤자 시집가면 끝이라고 입이 닳도록 각인하는 어머니와 오래오래 같이 살고 싶지 않네요.  오래 전부터 외국에 나가 살고 싶다 생각했는데 요즘엔 독립하는 날을 손꼽아 기다려요. 떨어져 있으면 그때서야 서로에 대해 애틋해질테니까요.


 저의 부모님께, 당신이 주신 사랑은 알고 있지만 언젠가 꼭 이 말은 하고 싶네요. 저는 늘 외로웠고, 지금도 외롭고,  사회에 있을 때 적어도 집에서보다는 행복했었다고요. 그리고 언젠가 슬하를 떠나게 된다면, 그들의 그 매사에 부정적이고 못된 심보 때문에 가세가 점점 기울 뿐이었다는 것도 꼭... 말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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