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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지암 정신병원의 미스터리 , 그마지막 이야기

유현영 |2012.01.28 02:54
조회 6,823 |추천 8

Epilogue. 恨

 

여기서부터는 에필로그입니다. 꼭 읽어주십시오.

취재 과정에서 마을 주민부터 읍사무소 공무원, 경찰 등 여러 사람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정신병원에 대한 몇 가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는데요.

가장 솔깃한 내용은 20년간 병원을 방치했던 건물주 홍씨 형제 중 한 사람이 지난 6월 국내에 입국해 마을을 방문했다는 겁니다. 홍씨는 다시 미국으로 돌아갔지만 그 이후 병원에 변화가 불기 시작했고, 법의 처벌수위도 한층 높아지게 됐습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그동안 이 병원은 사람이 살지 않고, 전혀 관리가 되고 있지 않았던 ‘폐건물’에 불과했기 때문에 경찰 입장에서는 흉가체험자들이 무단침입을 하더라도 경범죄처벌법에 의한 훈방조치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제는 명백히 주거침입죄로 다스릴 수 있는 조건이 성립된다고 하는데요. 형사입건이 가능하다는 말입니다.

곤지암지구대장을 맡고 있는 정수현 경감은 “전에는 건조물이 전혀 관리되지 않고 방치 수준에 불과해 흉가침입을 하더라도 처벌이 애매하기 때문에 형사입건은 단 한 번도 할 수 없었다”면서 “앞으로는 무단침입 후 발각될 경우 주거침입죄로 처벌받을 수 있으니 주의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주거침입죄의 성립이 가능해진 이유는 건물 관리가 시작됐기 때문인데요. 국내에 방문했던 홍씨가 병원 상황을 알게 되면서 대전에 사는 처남에게 관리를 위임했고, 현재 처남이 관공서의 조언에 따라 내부 정비를 하고 건물 입구를 폐쇄하는 등 특단의 조치를 취하게 된 겁니다.

특히 부지 내에 전기를 공급해 조명과 CCTV를 설치할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그것도 모자라 병원부지 내에 초소를 만들어 인력을 배치하는 등 24시간 감시체계를 갖춰 흉가체험자들의 방문을 원천 차단한다는 계획입니다.

“그냥 건물을 철거해 버리지 굳이 저렇게까지 할 필요 있나?”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 있을 텐데요. 철거를 하게 되면 철거비용도 부담이지만 매매할 때 30억 정도의 세금을 내야 한다는 점 때문에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는군요. 건물을 철거하고 나대지가 되면 30억대의 양도소득세가 부과해야 하는데, 그게 부담스러웠던 겁니다.

어쨌든, 혹시라도 흉가체험을 계획하고 계신 분이 있다면 지금 당장 생각을 접으세요. 자칫 전과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지금부터는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된 배경을 설명해 드리고자 합니다.

건물주는 병원 내부에 알바생을 고용해 초소까지 세울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오죽하면 그런 선택을 하게 됐을까요. 알고 보니 경찰과 읍사무소, 마을 주민들의 강력한 요구가 반영된 결과입니다.

곤지암읍사무소 황병열 읍장과 이곳에서 오래 근무한 정희정씨에 따르면 그동안 관에서도 정신병원은 골칫거리였습니다. 흉가체험자들에게 발생하는 소음문제로 하루에도 몇 번씩 민원이 빗발쳤기 때문인데요. 급기야 마을 이장의 요구를 받아들여 병원 주변 철조망 울타리를 세워주기까지 했습니다.

 

경찰의 고생도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곤지암지구대는 약 1년 전부터 이곳을 집중 관리지역으로 정해 하루 30분 단위로 순찰하는 한편 매일 밤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4시까지 전의경 4명을 주변에 상주하도록 고정 배치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행정력 낭비가 아닐 수 없는데요. 이렇게 되기까지는 노이로제에 걸릴 정도로 피해를 입고 있는 이 마을 이장을 비롯한 주민들의 목소리가 크게 작용했습니다.

정신병원에 대한 주민들의 한(恨). 이제 그들의 한풀이를 들어볼까 합니다.

 

먼저 앞서 만난 연립주택 주인 이씨입니다. 이씨는 이 마을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정신병원 바로 옆에 위치해 밤낮으로 고통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여기 집 사가지고 이사 온 지 11년이 됐어요. 원래 성남 살았는데, 위암선고를 받고 공기 좋은 곳을 찾다 보니 이곳으로 와서 건강이 많이 좋아졌죠. 그런데 요즘 하도 열이 받아서 끊었던 술, 담배도 하고... 피해, 말도 못합니다.”

역시 가장 큰 피해는 소음 문제인데요. 새벽에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라는군요. 그 시간에 하루 100명도 넘는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고 합니다.

“지난 금요일에도 100여명이 와서 동네를 시끄럽게 하고 갔어요. 오토바이 마후라 소리부터 고성까지 정말 사람 돌아버리겠어요. 그 때마다 경찰에 신고하고, 집 사람은 밤에 보초까지 서는데 벌써 1년이 다 됐어요.”

이씨같은 경우 경제적인 피해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저는 월세를 받아먹고 사는 사람이에요. 내년에 나이가 70이라 이것만 바라보고 살아야 하는데, 세입자들이 얼마 못 버티고 나가버리니 손해가 막심하죠. 집 앞에 10년 동안 가꾼 밭도 다 망가지고, 피해가 보통이 아니에요. 빨리 모든 것이 완료되면 주거침입죄로 잡아 넣어야 합니다.”

 

인터뷰를 하는 내내 마음이 답답하더군요. 어느 정도 주민들의 피해는 예상했지만, 직접 이야기를 들으니 생각보다 심각했습니다. 조용하던 마을이 언젠가부터 새벽만 되면 시끄러워졌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흉가체험이 젊은이들에게는 단순한 ‘흥미 즐기기’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과정에서 마을 주민들은 고통으로 인해 삶 자체가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무거운 마음을 안고 이 마을 이장을 만나 대화를 나눠 봤는데요.

 

마을 정자에서 만난 신대리 이장 김강수(56.남)씨는 방송매체 때문에 마을이 피해를 입게 됐다고 주장했습니다.

“4년 전에 케이블 방송에 정신병원이 소개된 적이 있어요. 그 때부터 사람들이 조금씩 오더니 지금은 관광지 수준으로 변해버렸죠. 그 이후에도 계속 여러 방송사에서 섭외 요청이 들어오는데 모두 거절하고 있어요. 어제도 모 방송에서 귀신이 없다고 소개하겠다며 촬영요청이 왔는데 단호하게 거절했죠. 내용은 중요하지 않고 방송 타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겁니다.”

한 번은 SBS 인기 예능프로였던 <패밀리가 떴다> PD와 두 시간 넘게 싸운 적도 있었다고 하는데요. 막무가내로 들어가려고 해서 농기계로 도로를 막기까지 했답니다.

그 정도로 방송사에 대한 적대심을 갖고 있는 김 이장은 “앞으로 어떤 내용이든 촬영 자체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간곡히 부탁했습니다.

 

콘크리트를 새로 바른 길에 흉가체험자들의 발자국이 남아있다.

그는 또 흉가체험자들에게도 간절히 호소했습니다.

“학생들은 호기심에 재미삼아 오지만 여기 주민들은 피해가 막심합니다. 잠도 못자고 실생활에 굉장히 어려움이 많아요. 주민들도 이제 한계에 달했고, 무엇보다 앞으로는 들어갔다가 적발되면 경범죄가 아니라 주거침입죄 등 무거운 벌이 적용되니 오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제발 오지 마세요.”

이곳을 찾는 흉가체험자들은 소음피해뿐만 아니라 무리를 지어 돌아다니기 때문에 주민들에게 공포심 또한 유발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심야 시간에 마을 곳곳에서 술을 먹는 등 동네 분위기마저 해치고 있다는군요.

이날 인터뷰를 하던 장소인 정자 바로 옆에서도 이들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요. 바닥에 빈 술병과 음료수병 등 쓰레기가 널려 있는가 하면 경운기 뒷 적재함은 쓰레기통이 돼 있을 정도였습니다.

 

 

사실 이번 취재를 통해 정신병원의 괴소문을 추적하면서 실체가 벗겨질 때마다 후련하다는 마음보다는 답답하고 씁쓸한 감정이 더욱 커져만 갔습니다. 그 속에 숨어있는 사회문제를 발견했기 때문인데요. 이것은 바로 우리의 문제였습니다.

오싹한 사진과 함께 사실 확인 안 된 내용들이 인터넷 상에 무분별하게 게재되고, 그것이 또 지나치게 확대 재생산 되면서 공포의 덩어리만 커져 버렸다는 사실.

기사를 쓰는 입장에서 오늘은 더욱 친절해지고 싶습니다.

누군가에 의해 시작됐느냐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지 않습니다. 악성루머와 악성댓글로 대표되는 인터넷 부작용은 지금도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해내고 있는데요. 이번 경우도 인터넷을 이용하는 몇몇 사람의 무책임한 행동이 불씨가 돼 평온하던 한 마을을 뒤흔든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분명 이 문제는 이곳 신대리 한 마을만의 문제는 아닐 텐데요. 1차적으로 건물을 방치하는 건축주의 무책임이 근절돼야겠고, 이를 막기 위한 법 개정 또한 필요해 보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근거 없는 루머를 양산하는 네티즌들의 자성과 자제, 이를 부추기는 방송 및 언론매체의 책임이 뒤따라 다시는 ‘곤지암 정신병원’과 같은 사례가 없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저부터 반성합니다.


글·사진 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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