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발령을 앞두고 있는 공무원입니다. 남자친구에게 일방적으로 이별을 통보한지 딱 한 달이 지났네요. 전화기도 계속 꺼놓고 불도 켜지 않고 집에만 있으니 제가 살아있는 건지 죽은 건지 구분이 안갈 정도에요...
제겐 3년을 만난 남자친구가 있습니다. 저는 26살, 남자친구는 30살.
남자친구의 직업은 지방법원 판사입니다.
남자친구는 처음 만나자마자 결혼하자고 했고, 제가 수험생이라는 핑계로 매번 거절해 왔습니다.
사실 결혼하고 충분히 공부할 수 있고,
또 남자친구는 공무원 준비 하지 말고 집에서 하고 싶은 공부 하며 지내라고 했지만
그건 제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남자친구를 처음 만난건 제 대학 졸업식이었어요.
사촌동생 졸업식에 온 남자친구가 저를 보고 졸업식 내내 번호를 달라고 따라다니는 바람에
번호를 주게 되었고, 지방에서 공부하는 저에게 3년 동안 주말마다 지방으로 와서 맛있는걸 사주고
돌아갔습니다. 3년 동안 한 번도 싸운 적이 없었고 늘 한결같이 저를 사랑해준 남자입니다.
저는 집안이 넉넉하지 못합니다.
아빠는 청원경찰 일을 하시고 엄마는 마트에서 시급을 받고 일하세요. 대학생 동생도 둘이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늘 가족을 먼저 생각하고 희생하는 게 습관처럼 되어있습니다.
공무원이 아닌 대학원에 진학해 학자가 되는 게 저의 꿈이었습니다.
교수님도 저를 좋아하셨고, 교수님이 외국에 가 계신동안 비행기 표 값만 내고 저도 데리고 가주신다고
하셨을 때도 부모님께 손 벌리는 게 죄송해 거절했었고, 당연히 대학원 진학하라고 하셨을 때도 거절하고 공무원 시험 준비를 했습니다. 부모님께 부탁드릴 수도 있었지만, 둘이나 되는 동생들의 생활비 대는 것도 만만치 않으시니까요.
괜히 말씀드리면 해주지 못하니 속상해 하실 게 뻔해 말씀조차 드려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인지 부모님은 제가 공무원을 굉장히 하고 싶어 한다고 생각하십니다.
사 설이 매우 길었네요. 저는 학교다닐 때 교정을 지나다니면 학우 분들이 알아봐주실 정도로
활발하고 유명한 학생이었습니다.
이런 성격을 남자친구는 너무 좋아했고, 대학원 포기하고 친구들과 연락도 끊고 공부하면서
점점 말수가 줄어들고 우울증에 걸린 저를 늘 안타깝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더 결혼을 서둘렀고요, 남자친구는 아버님도 판사로 일하시고, 어머님도 대학 교수 이십니다.
처음에 이 사실을 숨겼고, 알게 된 건 6개월 전쯤이었습니다.
사실을 알게 된 후 저랑 사는 세계가 달랐기 때문에 몇 번이고 헤어지려고 했지만
남자친구 때문에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제가 시험에 합격한 후 본격적으로 결혼 얘기가 나오게 되었고, 집안 차이 때문에 망설이는 저를 남자친구가 괜찮다며 계속 설득해서 남자친구 부모님을 찾아뵈었습니다.
두분 다 정말 좋은 분들이었고, 저를 많이 예뻐해 주셨습니다.
순탄하게 흘러가던 결혼얘기가 멈추게 된 건 어머님의 전화 한통 때문이었습니다.
부랴부랴 약속장소로 갔더니 어머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제가 참 좋다고요,
근데 세상에는 아무리 좋아도 안 되는 일이 있다고 하십니다
. 아무리 제가 빈손으로 시집가는 걸 숨겨도 결국엔 주위에서 알게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버님 어머님은 지역 내에서도 유명하신 분인데, 저를 사람하나 보고 집에 들이는 게 조금 망설여진다고 하셨습니다. 어머님께 고민할 시간을 조금만 달라고 미안하다고 하셨습니다.
눈물을 참고 웃으면서 이해한다고, 알겠다고,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집에 와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는 수없이 생각했습니다.
제게 너무 과분한 저 사람과 훌륭한 부모님들을 아프게 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남자친구에게 일방적으로 니가 싫어졌으니 헤어지자고 말했습니다.
다른 남자가 생겼다고도 했습니다. 어이없어하는 남자친구를 두고 집에 돌아와서 전화기를 끄고는 한 번도 켜지 않았습니다. 어머님 때문이란 걸 알게 된 남자친구는 결국 집을 나왔으니 결혼하자고 매일 밤 일이 끝나면 저희 집 앞에 와 있다가 출근을 합니다.
유독 추위를 많이 타는 사람인데, 어쩌려고 저러는 건지........
참다 참다 걱정된 엄마께서 문을 열어 남자친구를 들였다가 제가 미친 사람처럼 날뛰는 바람에
이제 모르는 척 하십니다. 겉으로 말씀은 안하시지만 얼마나 가슴이 찢어지실지.....
못난 딸이 불효만 저지르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습니다.
저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이 될 거라 생각했던 그 사람을 떠나보내니.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세상이 이리도 가혹하다는 것을 알았다면 저희 부모님도 저를 낳지 않았을 텐데........
처음부터 시작도 하지 않았을 텐데,,,괜한 후회가 됩니다.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내야 저 사람도, 저도 온전히 새로워질 수 있을까요...
자기를 만난 건 내 인생 최고의 행운이었어.
남자는 다 똑같다고 생각하던 내게 자기는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특별한 사람이었고,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였고, 내 전부였어.
하지만 세상에 이루어질 수 없는 인연이란 것도 있는 거야.
제발 어머님 원망하지마.
나라도 그렇게 했을 거야.
나라도 인정하지 못 했을거야.
난 정말 괜찮아.
어떤 이별이든 시간이 해결해 주게 되어있어.
자기는 강한 사람이니까, 충분히 이겨낼 거야.
또 좋은 사람 만날 수 있을 거야.
많이 고마워
정말 많이 고마워
당신이 아니었음..난 ..견디지 못했을 거야.
버티지 못하고 부러져버렸을거야.
많이 사랑했어.
앞으로도 사랑할거란 말은 안 할거야.
그럼 자기를 붙잡아두게 되는 거니까.
나 잊고 좋은 사람 만나.
자기 향기. 웃음. 손의 온기..
어느 것 하나 잊지 못할 거야.
행복 해야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