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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총수 사과하세요 “쿨하지 못해 미안해”라고

김범용 |2012.02.08 15:00
조회 34 |추천 0

‘마초적인 진보 남성’들이 이런 일만 만나면 멍청해지는 이유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 기사로 채택되었습니다.

원문: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694793

참고로 저는 남자이고, 이성애자이고, 군필자입니다.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 미리 밝힙니다.

 

 

 

<닥치고 정치>에서 김어준 총수는 <나꼼수>를 방송할 계획을 밝히며 "태도 또한 컨텐츠의 일부"라는 말을 했다. 방송 처음부터 끝까지 쿨한 태도를 유지할 것이며 이 전략이 먹혀들어갈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그는 그렇게 했고 그의 예상은 정확히 맞았다. 많은 청취자들은 가카의 꼼꼼함에 대비되는 <나꼼수>의 쿨함에 열광했다. 그런데 ‘수영복 시위’가 논란이 되었을 때 <나꼼수>의 반응은 나꼼수답지 않았다. 전혀 쿨하지 않았다.

 

김 총수는 4일 열린 ‘시사인 토크 콘서트’에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 “성희롱에는 권력의 불평등 관계가 전제되어야” 하는데 <나꼼수>와 수영복 사진을 보낸 여성 사이에는 그러한 권력 관계가 없기 때문에 “성희롱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동시에 자신의 몸을 이용해 정치적 표현을 할 자유가 있고 그 권리도 인정돼야 한다. 자신이 불쾌하다고 이 권리를 제약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2012.2.5. <경향신문>)

 

이러한 김 총수의 설명은 <나꼼수>에서 보이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 항상 단순명료하게 설명하던 김어준 총수는 갑자기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엉뚱한 내용을 복잡하게 말한다. 논점을 벗어난 엉뚱한 말을 하는 것은 <나꼼수>를 옹호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영화평론가 이안은 <미디어오늘>에 기고한 글에서, 이번 사건이 문제가 된 것은 “‘나꼼수’는 ‘진보’여야하고, ‘진보’는 ‘엄숙’해야 한다는 오해 때문”이라고 했다. <나꼼수>가 즐겨 쓰는 “씨바”와 “쫄지 마”의 어원을 밝히고 거기에서 남성 사회의 상징 질서까지 이끌어냈다.(2012.2.1. <“가슴만 보려 하지 말고 언니들 진심을 보세요”>)

 

그는 번지수를 한참 잘못 찾아갔다. 진보는 엄숙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나꼼수>에게 근엄함과 엄숙주의를 요구하는 사람 또한 없었기 때문이다.

 

<오마이뉴스> 이희동 기자는 “해적방송의 특성상 <나꼼수>는 자극적이고 극단적일 수밖에 없”다면서 자신의 아내는 <나꼼수>의 팬이지만 “그들의 질펀한 욕과 음담패설이 귀에 거슬”려 <나꼼수>를 듣지 않으며 “대신 그녀는 나를 통해 그들의 이야기를 걸러 듣는다”고 했다(2012.2.4. <<나꼼수>에 엄격한 도덕성 잣대... 그게 맞아?>). 그는 <나꼼수>를 옹호하려는 기사에서 본의 아니게 <나꼼수>의 문제점까지 드러냈다.

 

 

  진짜 문제는 무엇이 문제인지 모른다는 것

 

이들은 배울 만큼 배운 사람들이고 분명히 주위에서 '똑똑하다', '글줄깨나 쓴다'는 소리를 들었을 사람들이다. 그런데 평소 똑똑하던 남자들이 이런 문제만 맞닥뜨리면 갑자기 논제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멍청이가 된다.

 

왜 그럴까. 놀라지 마시라. 이들은 무엇이 문제인지 모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모르는 척 하는 게 아니라 정말 모를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나꼼수>를 비판하는 논리는 일관되는데, <나꼼수>를 방어하는 논리는 사람마다 제각각이라는 사실은 이러한 심증을 뒷받침해준다.

 

대부분의 남성들은 자신이 어떤 시선으로 여성을 보는지 반성할 기회를 갖지 못한다. 대학에서 페미니즘을 접하는 일부를 제외한다면 대부분의 남성들은 페미니즘을 접할 기회가 거의 없다. 다른 학문과 마찬가지로 페미니즘에는 고유한 용어와 그 용어의 용례가 있기 때문에, 아무리 똑똑하고 많이 배운 남성이라고 해도 이에 익숙하지 않으면 처음부터 곧바로 이해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마초적인 진보 남성들은 자신들이 똑똑할 뿐 아니라 가부장제에서 벗어난 매너 있는 남성이라고 생각(또는 착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자신의 무지를 쉽게 털어놓지 못한다. ‘페미니즘이 말만 어렵지 사실은 별 거 아닌 것’이라는 선입견도 여기에 한몫을 한다.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나꼼수>를 옹호하기 전에, 사실은 무엇이 문제인지 모른다고 고백해야 한다. 그래야 대화가 된다. 하지만 자신의 무지를 드러내는 것이 두렵고, 또 이 무지가 지식의 결여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도덕성의 결여로 보일까봐 불안하다.

 

그래서 마초적인 진보 남성들은 이러한 논란이 벌어지면 상대 진영의 주장을 다시 한 번 설명 듣는 게 아니라 즉각 반박한다. 자신이 ‘쫄지 않았음’을 보이기 위해 대화가 아니라 논파를 시도하는 것이다.


 

  왜 여성들은 <나꼼수>에 불쾌함을 느끼는가

 

나 또한 남성이라 여성의 일차적인 감정 자체를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왜 그들이 <나꼼수>에 불쾌함을 느꼈는지는 알 수 있다.

 

어떤 여성이 자발적으로 수영복 사진을 보냈다. <나꼼수>는 그 여성을 성희롱했는가? 그렇지는 않다. 김어준 총수의 말대로 그 여성과 <나꼼수> 사이에는 권력관계도 없고 해당 여성도 불쾌함을 느끼지 않는다. 문제는 비키니 사진 자체가 아니라 비키니 사진을 보는 <나꼼수>의 시각이다.

 

<나꼼수>는 지난 방송에서, 사진을 동봉하는 여자분들에게 “정보량이 절대 부족”하니 얼굴 이외의 다른 신체 부분 사진을 보내 달라 하고(<봉주 1회 - 감옥으로부터의 사발>), 교도소에서 “밤새 외로움에 떨며 (묵음처리)를 치는 것이 국가 지도자의 위상에 걸맞는지를 고민”하다(<봉주 2회 - 봉주 동정>), 결국 “독수공방을 이기지 못하시고 부끄럽게도 성욕 감퇴제를 복용하고 계”시니 “마음 놓고 수영복 사진을 보내”라고 했다(<봉주 3회 - 봉주 동정 중에서>).

 

이러한 발언들은 여성을 성적인 욕구를 해소하는 대상으로 보는 시각을 전제한다. 성욕 감퇴제를 복용하고 있으니 수영복 사진을 보내라는 것은, 성욕 감퇴제를 복용하지 않는다면 수영복 사진을 보고 뭔가 다른 행동을 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이는 정봉주 의원의 석방을 바라는 여성들에게 할 말이 아니다. <나꼼수>의 발언이 '성희롱적'이라는 것은, <나꼼수>와 비키니 사진을 보낸 여성 사이의 문제가 아니라 <나꼼수>와 그것을 듣는 불특정 다수의 여성들 사이의 문제를 때문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도구가 아니라 목적으로 대접받기를 원한다. 수단이 아니라 주체로 대접받기를 원한다. 물건이 아니라 인격으로 대접받기를 원한다. 시급 5천원을 받아가며 아르바이트를 해도 주인이 나를 돈 버는 기계로 취급하면 화가 난다.

 

성적인 측면에서는 그 강도가 더하다. 자신이 누군가의 성욕을 해소하는 수단으로 취급받는다면 아르바이트하면서 돈 버는 기계로 대접 받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분노와 불쾌감이 든다. 여성들이 느꼈을 감정은 그런 것이었을 것이다.

 

<나꼼수>는 독백이 아니라 방백이다. 그들은 누군가가 듣는 것을 가정하고 말한다. 수많은 여성들이 <나꼼수>를 청취한다는 사실을 <나꼼수>도 알고 있다. <나꼼수>가 아무리 해적 방송이고 제제를 받지 않는 방송이라고 해도, 적어도 청취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있어야 한다.

 

거친 표현을 할 수도 있고 욕설을 할 수도 있다. 그것이 지금까지 문제가 되지 않은 것은 그 거친 표현과 욕설의 대상이 청취자가 아니라 권력이 있는 자, 부패를 저지르는 자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이번에 그 대상은 여성들, 그것도 <나꼼수>를 청취하고 지지하는 여성들이었다.

 

 

  <나꼼수> 형님들, 제발 좀 쿨한 모습을 보여주세요

 

사실 이번 일은 이 정도로 커질 게 아니었다. <나꼼수>는 평소처럼 쿨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했다. <나꼼수>가 빨리 잘못을 시인하든지, 솔직하게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겠다면서 비판자들에게 대화하려고 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들은 문제를 키웠고 결국 <나꼼수> 스스로 너무 큰 흠집을 냈다.

 

<나꼼수>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법적 책임을 지라는 것도 아니고 방송을 중단하라는 것도 아니다. 자신이 잘못했음을 인정하고 다시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라는 것이다. 만일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른다면 그것을 같이 알아보자는 것이다.

 

길 가다가 어깨를 부딪쳐도 사과를 한다. 의도한 행동이 아니었더라도, 상대방이 별로 불쾌해보이지 않아도 사과를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불쾌함을 토로하며 사과를 요구한다. 충분히 사과할 만한 거 아닌가? 이렇게 쿨하지 않은 모습은 <나꼼수>답지 않다.

 

김어준 총수가 이번 사건에서 쿨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쫄았기 때문이다. 쫄지 않은 척을 하기 위해 본의 아니게 쿨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늦기 전에 쿨하게 사과하기 바란다. 다음 방송 때 김어준 총수의 이런 말을 들을 수 있으려나?

 

“우리가 진작에 사과를 했어야 했는데 쫄아서 사과를 못했어! 미안한데 솔직히 우리가 뭘 잘못했는지는 아직도 모르겠어! 다음번에 게스트로 공지영 작가를 모셔서 대화를 나눌 거야! 하하하하!”

 

 

원문: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6947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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