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돈돈거려 질린다는 남편 뒷이야기 입니다.

.. |2012.03.06 19:25
조회 85,789 |추천 45

돈돈거려 질린다는 남편 글쓴이입니다. 기억하실지 모르겠어요. 여러 톡커분들께서 조언해주신 게 감사해서 후기랄 것도 없는 글 남기려고 합니다.

 

친정부모님 모르게 하려고 했는데 싸우게 된 거 알게 된 시어머니께서 친정에 연락하는 바람에 온 가족이 다 알게 됐네요. 처음엔 남편 얼굴 쳐다도 보기 싫어서 연락을 피했었는데 부모님도 알게 되시고 온 집안이 난리가 나는 바람에 남편과 만났습니다. 저 때문에 전화통 불나는 동생과 부모님께 죄송하기도 했고 어차피 해결해야 할 거 피할 수만은 없다 싶었습니다. 친정엄마께서 본인 때문에 사단이 난 것 같다고 오히려 미안하다고 하시는데 정말 눈물나서 혼났습니다. 못난 딸 때문에 가슴 아프게 해드려서요.

 

딸 아이는 친정에 맡기고 남편과 둘이 만났어요. 우선 둘이서 해결해야 하는 게 맞다는 생각에서요. 제 편 되어주지 못한 남편이 미워서 먼저 화를 낸 것도 저였고 화 못 참고 따귀를 먼저 때린 것도 저였으니 그 점에 대해서는 사과를 했습니다. 늘 이성적인 편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감정조절이 안 됐었죠. 남편도 감정적으로 맞대응한 것에 대해서는 사과를 해서 그 문제는 얼추 해결이 됐습니다. 서로 너무 격해져 있었던 건 사실이니까요. 

시어머니께서 경제활동을 하고 계시긴 하지만 수입이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고 도련님은 수입이 전혀 없으니 결혼 후에도 남편의 벌이 중 일부를 생활비로 보냈었습니다. 맞벌이었고 여태껏 남편 키워주신 어머니에 대한 당연한 도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일을 관둔 이후에도 생활비 안 드릴 수 없어 조금 줄이긴 했지만 계속 보내드렸구요. 친정 부모님의 경우에는 앞선 글에서도 썼듯이 오피스텔에서 받는 월세가 있어서 저희가 용돈을 보내드리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었구요. 게다가 게임 중독에 빠진 도련님, 결혼 전부터 때려도 보고 타일러도 보고 해도 안 고쳐져서 거의 포기를 했습니다.   

이런저런 상황에서 남편이 자격지심을 느꼈다고 하네요. 어머니께 보내는 용돈은 저 역시도 당연한거라고 생각했는데 남편은 그마저도 자존심이 많이 상했대요. 그 돈 정신 못 차리는 도련님 밑으로 들어가는 거 알지만 그거 없으면 어머니 상황이 너무 안 좋아지니까 안 보낼 수도 없고. 그래서 커피숍 달라는 얘기 나왔을 때 차라리 잘 됐다고 생각했대요. 그 커피숍 도련님한테 맡기면 도련님에 대해서 더 이상 신경 안 써도 되겠다구요.

그래서 말했습니다. 그 커피숍은 우리 부모님이 피땀 흘려 일군 재산의 일부고 그걸 도련님한테 고스란히 갖다 바치고 싶진 않다구요. 만약 도련님이 뭔가를 해보고자 하는 의지가 있어서 뭘 배우거나 하겠다고 하면 그건 지원해 줄 수 있지만 그냥 먹고 노는데 도움을 줄 수는 없다구요. 늙어 죽을 때까지 도련님 뒷바라지만 할거냐구요. 남편도 그 점에 대해서는 미안하다고 생각이 짧았다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돈돈거려 질린다는 말, 정말 상처 받았거든요. 그 부분에 대해서도 얘길 했습니다. 남편이 저 만나기 전에 만난 여자가 경제관념이 좀 부족한 편이었대요. 그래서 저 알뜰한 점이 참 좋다고 그것 때문에 결혼도 확신한거라고 했었거든요. 펑펑 쓰고 살진 않았지만 그래도 필요한 데는 써가면서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배신감을 많이 느꼈다고 말을 했죠. 남편이 그 점에 대해서 사과를 하더라구요. 너무 화가 나서 감정적으로 말한거라고. 허투루 돈 안 쓰고 알뜰하게 가정 꾸리는 거 고맙다고 하더라구요. 남편이나 시댁이나 허술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경제관념이 좀 약한 편이라.

대화를 하다보니 둘 사이의 오해도 풀리고 남편이 저나 친정집에 대해서 자격지심을 느끼고 있었다는 게 마음이 안 좋더라구요. 아무리 둘 사이는 풀렸어도 어머니나 도련님에 대해서는 확실히 해결해야 하는 게 맞는 거 같아서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시댁 문제도 정리를 하기로 했습니다.

 

남편 쉬는 날 맞춰서 시댁에 갔습니다. 남편이 도련님께 그날 집에 있으라고 할 말 있다고 집에 있으라고 했다는데 또 피시방에 가고 없더라구요. 참 답이 안 나와서.. 도련님 불러서 말씀 드렸습니다.

 도련님 때문에 이혼할 것 같다. 스스로 인생 망치는 거 뭐라고 하지 않는다. 그런데 왜 형 인생까지 가로 막나. 앞으로 뭘 배우거나 하고 싶은 게 생기기 전까지 커피숍에 와서 일을 하면 일을 한 만큼 급여를 주겠다. 그리고 어머니도 도련님이 계속 헤매는 거 보고 싶지 않으면 도련님 감싸고 도는 거 그만하시고 용돈 끊으시라고. 어머니께서 도련님 감싸고 도는 게 도련님 망치는 길인데 평생 도련님 능력없이 이렇게 게임만 하고 있는 거 보고 계실거냐고. 다시 한 번 우리 부부가 도련님 때문에 싸우는 일이 벌어지면 전재산은 물론 위자료까지 청구해서 남편은 빈털털이로 쫓겨날테니 그 꼴 보고 싶지 않으면 도련님은 당장 내일부터 커피숍 나와서 청소를 하든 뭘 하든 일을 하라고. 그리고 도련님이 일할테니 보내드리는 용돈 줄이겠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속사포처럼 할 말 다했습니다. 중간에 다른 말 섞이면 생각했던 말 다 못할 것 같아서 끼어들 틈도 없이 쏟아냈습니다. 제 할 말 다 하고 나니까 속이 후련하더라구요. 도련님은 말씀 없으시고 어머니는 미안하다고 하시더라구요. 심하게 다툰 걸 알다보니 할 말이 없으셨겠죠. 그리고 말씀 안 드렸지만 줄인 용돈만큼은 차곡차곡 저축해서 나중에 큰 돈 필요하실 때 드릴려구요.

 

어쨌든 저와 남편 당사자들의 문제만이 아닐 뿐더러 배신감도 느끼고 화도 났지만 그래도 여전히 많이 사랑하기 때문에 오해 풀고 다시 잘 지내고 있습니다. 이혼이 쉬운 세상이고 또 누구나 이혼이혼 입에 달고 살지만 그래도 저희에게 이혼은 어려웠어요. 하지만 한 번 더 이런 문제가 생기면 이혼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을 거 같네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기 위해서 서로 배려하고 노력하려구요.

 

도련님은 그 날 이후에 커피숍에 나오긴 합니다. 어머니께서 억지로 보내시는 것 같더라구요. 아무래도 제가 도련님이 일하는 걸 직접 봐야 할 것 같아서 도련님이 나올 시간에 저도 커피숍에 나가 있습니다. 싹싹하게 일을 잘 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지각은 하지 않네요. 언제까지 커피숍에 아르바이트생으로 쓸 수는 없으니 손님 없을 때 도련님과 이 얘기 저 얘기 해보고 있습니다. 뭐 아직까진 답이 나오진 않지만 그래도 일하는 시간만큼 게임은 덜 하니 속은 좀 편하네요.

 

어쨌든 많은 조언 감사드립니다. 제가 답답하게 느껴지실 분도 계시겠지만 그래도 이혼보다는 서로 한 번 더 이해를 하려고 노력하는 게 쉬운 것 같아요. 정말 감사드립니다.

추천수45
반대수16
베플|2012.03.06 19:31
시동생을 왜 또 커피숍에 끌어들입니까. 그렇게 몇년 일하고 나면 어떻게 나올지 아십니까? 그동안 자기가 여기서 힘들게 일했고 자길 부려먹었으니 커피숍에 대해 권리 있다 란 개소리 할껍니다. 실제 그런 경우 봤구요. 애초에 커피숍에 얼씬도 못하게 해야하는데.. 글쓴님 하는 걸 보니 몇년 후에 커피숍을 그냥 내 드리겠네요. ㅉㅉ 그러라고 님 부모님이 피땀흘려 번 돈으로 차려준거 아닐텐데..
베플그노무돈|2012.03.06 19:49
시어머니나 도련님이나...그렇게 하면 가게 준다고 착각하고 그런게 아닐까 싶군요. 그건 님이 애초에 잘못한것 같으니 앞으로 선을 딱 긋고 하시는게 좋을것 같아요. 이전글에 본인 가게도 아니고 친정엄마 가게를 도련님한테 넘긴다고 했을때 진짜 뜨헉했습니다. 일이 그렇게까지 된것에는 본인 책임도 있어보이니 앞으로도 긴장 늦추지 마세요~
베플|2012.03.07 09:27
결신친 댓글들은 어떨땐 공감이 가다가도 왜이렇게 부정적이냐.. 저번에 누가 그러더라. 결시친엔 결혼 실패한 사람들 모인 집합소 같다고..-_- 내 보기에 글쓴이님 참 잘하신거 같소. 사람도 딱 부러지고, 가족이라고 내사람 보듬을 줄도 알고. 결정적으로 여기서들 흔히 지껄이는 '호구'처럼 덥석 도련님께 카페 내어줄 사람도 아닌거 같고.. 있는 사람이 없는 사람한테 선의를 내보이며 살아갈 줄도 아는 것 같고. 돈 많은 사람이 세금 더내듯이, 돈 없는 시댁에 좀더 보듬고 가는게 무에 그리 나쁜지 나는 모르겠다. 이게 왜 답답한 후기인줄도 모르겠고. 그러면 매정치게 도련님이고 시댁이고 다 인연 끊고, 남편하고도 이혼했어요! 이게 속시원한 후기란 말인가?? ㅉㅉㅉ.. 심보들 그렇게 쓰는게 아니네. 나도 소싯적 게임좀 한다는 도련님을 4년간 사람 만들어서, 지금은 어엿하고 번듯한 직장인으로, 시어머님보다도 나를 더 챙기는 사람으로 만든 사람으로서, 글에서 풍기는 단호하고 이성적인 느낌에서 보아하니 훨씬 나보다도 똑똑한 글쓴이 님이 알아서 잘 해결할 수 있을거라 생각이 됩니다. 여기 베플들이나 답답하다는 글들 신경쓰지마시고, 그래도 내가족, 내사람인데 보듬고 정 안되면 그때 내쳐도 나쁠거 없지 않소. 그렇게 영리하게, 따뜻하게, 행복하게만 사는 모습 잃지 마시길..^^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