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엔 아버지가 무서웠어. 때리거나 하시지 않았지만 무뚝뚝하고, 내 공부든 운동이든 잔소리를 하더라도 더 신경써주는건 어머니였거든.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아버지와는 말수가 줄었어. 목욕을 가서도 "요즘 공부 잘되냐?" "응" "학교에 친구들은 잘지내고?" "그렇지 뭐" 정도의 대화
어머니와는 엄청 싸우기도(반항이었지만), 때론 서로 삐죽거리기도, 즐겁기도 하며 그렇게 아웅다웅 지내왔는데, 그럴때마다 아버진 한쪽에서 가만히 듣고 계셨지.
차라리 가만히 있어주시는 아버지가 나았어. 나한테 뭐라 그러질 않았거든, 웬만한일로는...
이제 나도 서른이 다되어간다. 어쩌면 결혼을 하고 곧 아버지가 될지도 모르지.
그런데 요즘, 우리 아버지가 다시보여. 너무 작아지셨어. 몸이 작아진게 아니라... 그냥... 그냥 작아지셨어.
그런데 더 죄송스러운건... 무슨 말을 걸어야할지도 모르겠다는거야. 늘 그래왔으니까. 억지러 이런저런 이야기를 걸어보지만 길게 연결되지 않네.
결혼할 땐 결혼자금 모으느라 힘들고 내가 생기곤 내 분유값 때문에 힘들고, 내가 커갈땐 공부시키고 키우느라 힘들고, 다컸다 싶으니 등록금대느라 힘들고, 졸업하니 아직 결혼이 남았네.
내가 너무 한심해 보이는 한 줄이지만 실상 대부분 가정의 아버지들이 이렇지 않을까
간혹 아버지의 젊은시절 사진을 보다 거울을 보게된다.
그리고 다시 사진을 바라보면... 사진을 본다는 느낌이 아니다. 그 사진은 거울일지도 모른다.
늦지않았지. 오늘 쐬주한병 사서 들어가 아버지께 한말씀 올릴란다
"아부지 쐬주 한잔 하입시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