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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웃대 : 과메기의 꿈 님 >
** 작가님 화나셔서(제생각^^;;) 급하게 완결 내셨네요.. 아 슬프다.. **
2부-프롤로그
..그래.
지금 생각해보면, 참 대단했지.
사람이 사람을 잡아먹는다는 뉴스를 들은 날로부터 고작 일주일 정도 지났을까?
쪽지시험 하나 준비할 정도의 시간동안, 나름 선진국 축에 낀다는 한국은 이미 지옥이 되어버려 있었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가랑이를 긁으며 집에서 라면이나 끓여먹던 백수였던 내가,
그 며칠간 몇 명의 죽음들을 보았으며, 몇 마리의 괴물들을 죽였었는가.
정말이지 운 좋게도, 나의 가족들은 모두 외국에 가 있었고, 가장 친한 친구들은 그 때 나와 함께 있어주었다.
좀비사태가 일어나고 갑작스레 쏟아진 무차별 폭격.
어이없는 일이었지만 우리들은 살아남았고, 병 주고 약 주는 식으로 나라가 뿌려준 생존 매뉴얼에 따라 나와
동료들은 휴전선까지 대피할 계획을 세웠다.
꽤 고생을 했지만 우리는 그 계획의 실행을 위한 차를 얻었고, 덕분에 북상이 더욱 쉬워지게 될 것 같다
- 라고 당시의 나는 생각했던 것 같다.
그리고 차에 시동을 걸고.. 뭐 내가 아니라 수정형이 몰았지만..
그로부터 며칠 간, 나는 너무도 많은 일을 겪었다.
한국이 예전의 모습을 갖게 하려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 이젠 그런 것도 머릿속에 안 들어온다.
이젠 쉬고 싶다.
..하지만, 아직 할 일이 남아있다.
"사색은 끝났나?"
고무로 만들어진 6인승 보트의 끝자락을 잡은 채 눈을 감고 있던 내 귀로 네이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고작 요 며칠만에 완전히 조작을 익혀버린 Spas-12 샷건과, 예전부터 나와 함께 해 오던 도끼 등의
무기들을 집어들었다.
"대충요."
"적당히 해 둬. 우리는 그저 돈만 벌면 되는 거고, 꼭 성공하리라는 보장도 없으니 너같은 애송이는 안 가도
된다고 했잖아."
"확실히 나는 당신들처럼 전투에 능숙하진 않지만, 화를 풀 데가 필요해서 말이죠."
"요즘 애들은 영화를 너무 본다니까.."
내 말을 들은 에이프릴은 콧방귀를 뀌며 자신의 돌격소총을 만지작거렸다.
나는 그러는 에이프릴을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누나."
"뭐?"
"저 뒤를 봐요."
나는 고개를 돌리며 손을 서울 쪽으로 뻗었다.
에이프릴은 내 손끝을 따라가더니 갑자기 무슨 소리냐는 듯 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서울이 보입니까?"
"..뭐, 대충은."
에이프릴은 눈을 찌푸리고 언덕 너머 저편, 불타고 있는 서울의 빛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나는 손을 내리며 말했다.
"죄다 죽었어요. 죄다 망가졌고. 국회의사당, 청와대, 남산타워, 예술종합극장.. 그리고 우리 집까지."
에이프릴은 내 말을 듣고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다만 내 다음 말을 기다릴 뿐. 나는 조용히 말을 이어갔다.
"지옥이라구요, 지옥. 생지옥. 나름 선진국인 한국의 수도라는 서울이!"
나는 팔을 확 벌리고 마구 흔들면서 말했다.
그러나 내 외침에는 단순한 과장뿐만이 들어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느낀 에이프릴과 네이탄은 서울 쪽을
바라보고 있던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발로 천천히 흙을 긁었다.
"전 말이죠.. 서울이 별로였어요. 아니, 한국이라는 나라 자체가."
"한국 국민이면서?"
"내 말이요. 그래서 유학을 더 서둘렀는지도 모르죠."
나는 뒤통수를 긁적거리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불씨를 먹은 재가 번쩍거리며 하늘을 날고 있었다.
"오천년 역사네 뭐네 해도.. 죄 일제시대의 잔해 뿐인 도시와 볼만한 건 하나도 남아있지 않은 문화. 장소.
그리고 미래가 없는 제도. 하나하나 맘에 드는 것이 없었죠. 하지만.."
나는 잠시 말을 끊었다가 용병들을 곧바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말이죠.. 윤호랑 애들이랑 맨날 갔던 튀김집은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르게 맛있었고, 근처에 있는
모든 사람들 역시, 조금은 퉁명스러웠어도 땀에 찬 얼굴로 열심히 살아가는 분들 뿐이었어요."
"..."
"그런데 그거 알아요? 그 사람들, 지금은 서로가 자기 밥인 줄 알고 돌아다니고 있는 거. 하하.."
내 얼굴은 지금 웃고 있다. 왜일까?
왜 웃음이 나올까?
내 입에서 웃음이 터져나오는 소리를 스스로 듣는 즉시, 나는 얼굴을 확 구기며 소리쳤다.
"나는, 그걸, 절대로 용납할 수가 없단 말이야!! 저 썩어빠진 강아지들을, 내 손으로 죽여버리기 전엔, 절대로,
절대로 용납할 수가 없어!!"
십년 묵은 김이 몸에서 빠져나가는 것만 같이 소리를 지르자 내 근처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한 발짝씩
물러났다.
에이프릴은 그러는 나를 찌푸린 얼굴로 바라보았다.
그녀의 손가락은 여전히 돌격소총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나는 숨을 조금 몰아쉰 뒤, 심호흡을 한 번 하고 샷건을 다시금 집어들며 말했다.
"저 개자식들이 어떤 놈들이고, 도대체 무슨 이유로 한국을 이렇게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설령 죽을지라도
내 직접 콧잔등을 뭉개버리고 그 주댕이에서 서울을 이렇게 만든 확실한 이유를 듣기 전엔 절대 발 펴고 못
잔단 말입니다. 알았죠?"
2부 1화-출발 전, 시작 전
나는 거리에 서 있다.
한없이 어두운 거리.
빛이 비추고 있는 곳은 내 앞쪽 뿐. 나머지는 다 어둠이다.
나는 앞으로 내닫았다.
이 앞으로 가면 뭐가 있을까?
내가 채 두 걸음도 가지 않았을 무렵, 갑자기 앞쪽의 아스팔트가
- 언제부터 내가 아스팔트 길을 걷고 있었던 거지? - 뭉글뭉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뭐야 이건?
멍하니 그 장면을 바라보고 있자니, 그 아스팔트 안에서 검은 팔이 하나 올라와 나의 발을 붙잡았다.
나는 깜짝 놀라 다리를 털어내고 뒷걸음을 쳤다.
팔밖에 보이지 않던 그 물체는 점점 아스팔트에서 기어나왔다.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형상은, 다음 순간 윤호의 아버지 얼굴이 되었다.
"어.. 윤호 아버지?"
내가 깜짝 놀라 그를 쳐다보고 있는데, 뒤에서 또다른 형상이 일어났다. 이번엔 윤호의 어머니였다.
그 다음부터는 끝이 없었다. 태완이의 누나, 부모님, 내 친구, 선생님.. 심지어는 내 친구가 기르던 개까지.
"다들.. 어떻게 된 거예요?"
내가 입을 떼는 순간 다시 주변이 변했다.
어두웠던 공간은 흑적색의, 와인같은 색으로 변했고, 일어난 모든 인물들의 신체 일부분이 떨어져나가며..
머지않아 그들은 살아있는 시체가 되었다.
"뭐.. 뭐야 이게!"
나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뒤로 내빼려 했다.
하지만 뒤로 도니 언젠가부터 있었는지 거대한 벽이 내 퇴로를 가로막고 있었다.
"큭.. 제길! 내보내 줘!"
텁
내가 벽을 마구 두드리며 소리를 지르는 찰나 내 어깨에 묵직한 느낌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려보니 누군가 내가 알 법한 인물이 좀비가 되어 나를 끌어당기고 있었다.
나는 사색이 되어 외쳤다.
"우아아! 놔! 놓으란 말이야!"
힘이 엄청났다.
마구 몸을 흔들었지만 무리였다.
나는 그에 의해 몸이 젖혀져 좀비들의 한 가운데로 떨어졌다.
내가 욕설을 뱉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이번엔 오른손이 묵직했다.
오른손을 쳐다보니 어느샌가 손도끼가 쥐어져 있었다.
더 지체할 것도 없다.
나는 손을 높이 들어 내 앞에 있는 좀비의 정수리를 부숴버리려 했다.
그러나 내가 채 손을 휘두르기 직전, 나는 그 좀비가 내 동생의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도.. 동환아!"
퍼억
"큭!"
잠깐 지체한 사이, 나는 등 뒤를 떠밀려 다시 넘어지고 말았다.
몸을 채 가누지 못하고 있는데 귓속으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죽일 거냐?
"뭐?!"
나는 반문했지만 그 목소리는 내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재차 내게 질문했다.
- 죽일 거냐? 아는 사람이 앞에 있어도? 아는 사람이 좀비가 되었더라도?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 정에 휩쓸리는 건 죽는 날을 앞당길 뿐이라고 저번에 까불지 않았었나?
- 건방진 놈.
- 건방진 놈.
- 건방진 놈.
- 건방진 놈.
- 건방진 놈.
"아냐!"
- 그렇다면 죽일 건가?
내가 목소리를 견디지 못해 소리치자 목소리가 내게 즉시 물었다.
나는 다시 대답하지 못했다.
내가 우물쭈물 거리고 있자 다시 목소리가 들려왔다.
- 그렇다면 네가 죽어라.
"..뭐?"
그리고 고개를 돌리는 순간, 나는 누군가에게 내 목덜미를 뜯겨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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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
나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잠깐 눈을 뜨고 멍하니 있자니 침이 턱을 타고 아래로 흐르고 있는 게 느껴졌다.
나는 팔짱을 끼고 있던 팔을 풀어 턱을 닦아내고 게슴츠레한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라디오가 있는 직원 전용 방에 앉아 잠을 자고 있었던 것 같았다.
꿈인가..
"하아-"
나는 길게 한숨을 뽑아내며 의자에 등을 털썩 기대었다.
별 궁상맞은 꿈도 다 있구만.
저번엔 애들 다 죽는 꿈을 꾸더니 이젠 그 가족들까지 나오고 지랄이야, 꿈자리 사납게.
가만히 천장을 보고 있자니 짤깍 짤깍 하며 시계의 초침이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시계를 쳐다보니 벌써 아침 9시 반이었다.
가만, 9시 반?
"제길!"
나는 욕을 뱉으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오늘은 여기에 붙어있을 수 있는 마지막 날이다.
오늘 내로 동료 가족들을 모두 보러 가야 하는데 이렇게 늦잠을 자고 있었다니!
내가 몸을 돌려 방에서 나가려고 하는데 계단 위쪽에서 누군가가 후다닥 뛰어내려왔다. 나라였다.
"어.. 오빠 일어났다!"
"나라 일어났구나. 위에서 뭐했어? 위험하게."
"다들 위에 있는데?"
"뭐?"
나라가 옥상을 가리키며 말하자 나는 깜짝 놀라 되물었다. 다들 위에 있다니 무슨 소리야?
나라는 뭔가 먹을 것을 가지러 내려온건지 문을 열고 편의점 홀로 나가버렸다.
나는 녀석을 쫓아가 어떻게 된 일인지를 물어보려다 고개를 흔들고 위로 올라갔다.
그냥 내가 올라가는게 빠르지 아무렴.
내가 쏜 총에 의해 문고리가 박살난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자 나라의 말대로 모두가 옥상에 올라와 있었다.
수정형이 나를 발견하고 손짓을 하자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모두에게 다가갔다.
동료들은 가운데 지도를 펼쳐놓고 각자 이것저것 짐을 늘어놓은 채 무언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다들 뭐 하는 거야? 나 빼놓고."
"우리가 옥상으로 우르르 올라갈때도 못 일어나길래 그냥 뒀지. 안 그래도 너 깨우려고 나라 보냈는데, 걔는
뭐해?"
서영이가 말하자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몰라. 아침 먹으려나."
"뭐 잘 왔어. 이제 어떻게 움직일까 의논하던 차였으니까. 일단 가족들을 찾으러 간다고 했었지?"
수정형이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제 리스트 다 받아놨잖아요, 서로. 더 지체하지 말고 빨리 출발하죠."
어제 새벽, 나와 태완이, 수정형이 귀환한 뒤 미리 얘기했던 계획대로 좀비무리가 이쪽까지 올라오기 전
남은 기간인 오늘 하루동안 가능한 한도 내에서 우리 생존자 그룹들의 가족들을 찾기 위해, 우리는 원래
살던 집들의 주소를 교환해 리스트를 만들었었다.
나는 혹시 밖에 좀비가 있나 입구쪽을 내려보며 기웃거렸다.
"아침은 먹어야지."
윤호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모두가 있는 쪽으로 돌아가며 대답했다. 좀비는 없다.
"물론 밥은 든든하게 먹어야 해. 이럴 땐 먹는게 제일 중요.. 아, 이재복 너는 괜찮은 거야?"
먹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니 자연스레 상처를 입은 재복이가 연상되어 나는 지도 옆에 앉아있는
재복이를 불렀다.
아니나다를까 반쯤 일어나 있거나 아예 일어나 있는 다른 모두들과는 달리 재복이는 앉은 채 물병을
손에 들고 있었다.
녀석은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그럭저럭.."
별로 그럭저럭 같지가 않은데 말이지.
재복이 녀석은 하얀 안색을 하고 있었다.
다이렉트로 수혈을 할 수 없는 이상 비타민 등을 공급할 신선한 음식이 필요한데..
사실 출혈에 의한 건강상실은 죽음과 생존의 이지선다라 아직까지 저렇게 서 있는 걸 보면 비교적
괜찮을지도 모르지만, 빨리 좋은 음식을 보급해 예전의 혈색과 기운을 되찾는 것이 나쁠 리가 없다.
문제는 서울이 이렇게 된지 벌써 나흘째인데, 어저께 갑작스런 정전도 그렇고 녀석에게 보급할만한 좋은
식재료가 아직도 남아있을까 라는 건데..
뭐 팩으로 된 샐러드라던가 뿌리류의 야채라면 아직도 괜찮겠지.
녀석도 녀석이지만 우리도 이런 식으로 인스턴트만 먹는다면 나중에 영양실조가 올 수도 있다.
혹시 지나가다 야채노점같은게 보이면 당근뿌리라도 씹어먹어야지 원.
투두두두
"응?"
굉장히 익숙치 않은 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어떻게 보면 익숙한 소리일까?
굉장히 확실하게 들려온 소리이기에 우리 일동은 다들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소리의 크기를 봐선 상당히 멀리서 들린 소리였다.
이건 분명히..
"기관총 소리잖아?"
게임에서나 들었을 법한 콩 볶는 소리.
그냥 환청이라고 치부하기엔 너무나 확실하게 들렸고, 동료들이 모두 들었다는 점에서도 무시할 수 없다.
그렇다면 군대가 벌써 내려온 건가?
"군대다! 군대가 벌써 내려온 거야! 야호!"
서영이가 방방 뛰며 반색을 했지만 태완이가 얼굴을 찡그리고 먼 곳을 살피며 녀석을 가로막았다.
"글쎄. 군대가 내려왔다면 저렇게 한 차례만 소리가 들릴 리가 없어. 그리고 여긴 홍대 근처 거리인데.. 서울
중심부 중 한군데인데 아직까지 우리 시야에 아무런 변화도 없다는 건 이해가 되지 않아."
"그럼 뭔데?"
"그걸 알면 참 좋겠는데 말이지.."
태완이는 손톱을 깨물며 재차 주변을 살폈다.
총소리의 근원을 찾으려는 듯 했다.
하기사 이 곳은 이층이니 웬만한 집들의 지붕은 다 보이고, 사이사이 골목이 보이는 곳도 있다.
나는 태완이의 등을 툭 쳤다.
"그걸 알려면 나가보는 수밖에 없지. 준비하자."
2부 2화-고민
"마지막 만찬이 될지도 모르니까 든든하게 먹어둬, 다들."
"우리 배 불려봤자 좀비들이나 좋아하지 뭘."
내가 천하장사 소시지를 손가락에 끼운 채 새우탕에 햇반을 말아먹으며
(전자렌지도 안 돌아가서 찬밥인 채로 먹고 있다) 모두에게 말하는데 윤호놈이 초를 쳤다.
내가 윤호를 째려보자 녀석은 내 시선을 느끼고 어깨를 으쓱하며 몽쉘을 하나 뜯었다.
일단 앞으로의 계획은 이렇다.
이제 아침을 먹고 식량과 필수품을 챙긴 뒤 차에 싣고 곧바로 출발.
초저속 아니면 초고속으로 거리를 돌파해 동료들의 옛 집을 돌아본 뒤, 결과여하에 따라 바로 휴전선으로
북상하거나, 어딘가에서 묵거나, 최후의 수로 여기로 귀환.
마지막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을 거라 생각하지만 설마가 사람잡는다고, 어떻게 될 지 모르니까..
대략적으로 서로의 집위치를 확인한 뒤 정리해본 바로는 아래와 같다.
아름 - 홍대 남서 (이곳에서 가장 가깝다)
수정 - 홍대 북 (지리상으론 위지만 거리상으론 두번째)
재복, 서영 - 망원역 뒤 (전쟁을 치뤘던 망원역으로 되돌아가게 생겼다)
차 연료는 물론 확인했다.
꽉 찬 상태는 아니지만 절반보다 한참 차 있는 상태니 이 동네 다 도는 건 거뜬하고, 연료를 더 넣어야겠지만
혹시나 좀비에게 쫓겨 이 근방의 주유소에서 넣을 수 없게 되더라도 서울 톨게이트까진 거뜬할 것이다.
"그러니까 이렇게 하자는 거지? 차에 짐 싣고, 우리 옛날 집들 돌아보고 가망이 없어보이면 바로 후퇴, 상황이
괜찮으면 어떻게든 내려서 집을 조사한다."
수정형이 스니커즈 초코바를 손에 들고 우물거리며 내게 말하자 다른 녀석들도 나를 다같이 쳐다보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맘속에서 죄책감이 피어오르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사실 내가 혼자 세운 거나 다름없는 저 주먹구구식 계획엔 큰 함정이 하나 있기 때문이었다.
바로 '어떻게든' 이라는 구절.
조폭들에게서 차를 얻어오다 사투를 벌이며 느낀 인간의 무력함.
특히나 변종좀비 (특히 리스너) 의 존재는 나를 절망에 빠뜨리기에 충분했다.
한때 열에 받혀 '모두의 가족을 꼭 구하던가, 하다못해 안부라도 확실히 알아보아야 한다' 라는 말을 했었지만,
그 많은 일을 겪고 난 뒤 오늘아침에 꾼 꿈까지 더해 나는 점점 확신을 잃어갔다.
과연 혈기와 의욕만으로 우리가 원하는 모든 일을 해낸 뒤 생존까지 도달할 수 있을 것인가?
아마도 대답은 NO 겠지.
그래서 나는 어떻게든 이라는 구절을 우리의 계획 안에 집어넣은 것이다.
자동차의 존재에 힘입어, 내가 그렇게 말해두면 모두는 무작정 밀어붙히다 보면 어떻게든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것이라 생각하겠지만, 실제로 밖에 나가본 뒤 좀비에게 쫓기다 보면 현실을 직시하게 되고 포기하게 될 것
이다 라는 계산을, 나는 해버리고 만 것이다.
내 가족이 미국에 있기에 이딴식으로 잔머리를 굴리는 건가, 김진환?
이기적인 놈이군..
나는 스스로를 꾸짖으며 헛웃음을 지었다.
그래도..
살고는 싶은 걸.
"..환아, 진환아!"
내가 쭈그려앉아 바닥을 내려다보며 한참 자기혐오에 빠져있자니, 귓속으로 나영누님의 목소리가 빨려들어와
나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올려다보니 모두들 자기 짐을 챙기느라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나영누님이 자기 옆에 붙어서있는 나라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내게 말했다.
"뭐하는 거야? 빨리 준비하자."
"네."
"말만 앞서는 변태."
오랜만에 들려오는 나라의 독설이다.
녀석이 불퉁한 표정으로 누나의 뒤에 선 채 나를 째려보자 나는 하하거리며 멋적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뭔가 녀석의 말이 내가 방금전까지 하고 있던 고민과 겹쳐 나를 더 무겁게 짓누르는 것만 같다.
뭐 사실일지도 모르지.
그리고 나는 멀어져가는 나라의 뒤통수를 보며 저 녀석에게는 도대체 어떤 변명을 해야 하나
- 라는 생각에 다시금 빠져들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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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그 칼로 괜찮겠어?"
"그럭저럭."
태완이가 내게 묻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새로운 식칼창.. 아니, 회칼창을 까딱거렸다.
지금까지 나와 함께 해 온 식칼창과 손도끼를 잃어버린 탓에 무기가 없어져서 곤란해하던 찰나,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조폭들과 싸울 때 태완이가 한 조폭의 손에서 떨어뜨린 회칼.
편의점의 현관 앞에 떨어져 있는 그것을 본 나는 곧바로 편의점 안에 있던 대걸래에서 걸랫대를 뽑아
회칼창을 만들었다.
뭔가 이전에 쓰던 것과는 밸런스랄까 느낌이 많이 다르지만,
원래 이 무기 자체가 견제를 위한 것이니 굳이 상관은 없다.
우리는 다시금 옷을 제대로 입고, 각자 짐을 진 채 현관 앞에 모여섰다.
나는 배낭에 식량만을 구겨넣은 채 식칼창을 꼬나들었고, 태완이는 구조물품 상자에 들어있던 물건들과
의약품을 짐가방에 넣고 진검은 검집에 넣은 채 목검을 들고있는 상태다.
윤호는 쇠빳다를 무기로 들고, 배낭에는 식수를.
수정형은 지도와 총만을 가진 채 운전수를 맡는다.
아름이는 타정총을 무기로, 짐에는 비상식량 (건식품이나 단것) 을 넣고 있다.
서영이는 재복이를 부축한 채 예전부터 써오던 서바이벌 나이프를 끝에 단 막대창으로 자신들의 몸을
지키기로 했고, 많이 움직일 수가 없는 관계로 우리가 거점을 잡은 채 흩어질 상황이 오면 거점에 남아
연락망을 담당. 나라와 나영누님은 태완이나 나눠준 목검과 남은 하나의 막대창으로 호신을 하고,
짐에는 남은 잡동사니들과 식량, 식수.
"대충 끝났으면 가자."
윤호가 말하자 모두는 서로 시선을 교환하고 끄덕인 뒤 문을 열고 나왔다.
여러가지 의미에서 어젯밤이 상당히 길었던 관계로, 왠지 오랜만에 밖으로 나오는 듯 한 기분이 들었다.
조용히 걸어 어느덧 차가 세워져 있는 골목 어귀까지 나온 우리들은 나와 태완이, 윤호, 수정형을 필두로
잠깐 멈춰섰다.
혹시나 뭔가 차 근처에 있나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상하게 조용한데."
태완이가 검집을 만지작거리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도 그럴 것이 이쯤 되면 좀비 한 마리쯤은 눈에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안 보인다면야 만사해결이지만 세상일이 그렇게 일방적으로 좋게만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서 말이지.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이 있기 마련이다.
우리에게 불행이 일어나고 있지 않다면 그건 이 근처 어딘가에서 다른 이가 그만큼의 불행을 겪고 있을 수가
있다는 뜻이다.
"오른쪽엔 아무것도 없어."
"왼쪽 이상무."
편의점에서 나온 뒤 왼쪽으로 돌아 골목의 끝까지 가면 (편의점에서 나오면 오른쪽은 막다른 골목이다)
좌우로 길이 펼쳐져 있는데, 차는 그 한 가운데쯤에 서 있었다.
윤호와 태완이가 차 옆으로 빠지며 한마디씩을 외친 뒤 차의 다른 편 쪽으로도 돌아가보았지만
그곳에도 역시 좀비는 없었다.
이어서 양 옆의 멀리까지 시야를 넓혀 대충 훑어보았지만 당장에 불길한 인영은 보이지 않았다.
"일단은 출발하죠."
"응."
내가 수정형에게 말하자 형은 고개를 끄덕이며 뒤로 돌아가 남아있는 모두에게 손짓을 했다.
그새 짐을 내려놓고 있던 나머지 모두는 형의 손짓을 보고 짐을 다시 짊어지시 시작했다.
태완이와 윤호가 차의 트렁크를 열고 짐을 싣고 있는걸 기다리고 있는데 수정형이 총가방의 지퍼를
깔짝거리며 내게 물었다.
"그런데 그 총소리는 뭐였을까?"
물론 오늘 아침에 옥상에서 들었건 콩볶는 소리에 대한 거다.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글쎄요. 어디 서브머신건이라도 가진 경찰서가 있었겠죠."
나는 아무렇지고 않게 말하며 짐을 트렁크에 실으려다 퍼뜩 뭔가를 깨닫고는 고개를 홱 돌려 수정형과
마주보았다.
때마침 수정형도 나와 같은 깨달음을 얻었는지 형 역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 그게 사실이라면.."
"굳이 휴전선까지 올라가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잖아요!"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은 말에서 이렇게 큰 힌트가 튀어나올 줄이야.
만약 그정도로 중무장이 된 경찰서가 있다면 거기에 눌러앉는 게 백배 안전할 것이다.
쇠문 걸어잠그고 유치장에 누워서 식량 거덜내며 한달 있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
물론 휴전선으로 올라가서 팔찌를 보여주면 그즉시 구조활동 선발리스트에 올려준다는 이야기는 있었지만
그런 것보다 목숨이 먼저니까.
"그림자가 있으면 빛도 있다는 건가."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다 거든?"
"나도 알아 띨구야. 그냥 현재 우리 상황은 반대되는 거니까 그렇잖아."
윤호가 던진 말에 내가 핀잔을 주자 녀석이 입을 내밀고 말했다.
실로 그렇다.
희망은 사그라들고 있는 것만이 아니었다.
중무장이 된 경찰서 지하만큼 안전한 곳이 또 있을까.
또한 그런 곳이라면 의사도 있을 테니 재복이를 봐달라고 할 수도 있겠지.
재복이 녀석을 돌아보자 녀석은 힘겹게 걸어와 짐을 트렁크에 싣고 차에 몸을 맡겼다.
사람이 망상을 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다지만,
한시라도 빨리 재복이를 완전치유할 기회가 생긴다면 정말 좋을 것이다.
다만 그 총소리를 낸 자가 전의 조폭들과 같은 악인이라면 정말 맥빠지는 일이겠지.
"자 그럼.."
수정형이 차키를 꺼내 딸랑거리며 말했다.
"아름이 집부턴가."
완결-레알
아름이는 집 근처에도 못가서 패닉 - 나중에 진환이랑 플래그
수정형은 집에 들어가보았지만 암것도 없음. 제리 구출몬함
용병들을 만남 (2부 2화 총소리 떡밥)
- 외국들이 고용한, 정규군들이 움직이기 전 미리 투입해 남들보다 먼저 정보를 얻기 위한 수단. 어찌어찌하다 합류.
윤호는 부모님 다 돌아가셨고
태완이는 엄마, 누나만 살아남음
휴전선까지 올라가면서 사투 (고속도로, 도중의 시, 구 이름등등 삭갈려서 똥뺐음)
나영누님, 나라는 묻힘. 죽지는 않음.
진환 한번 더 폭주 뒤 더 초인됨.
그룹이 리스너와 정면승부 한 번 한뒤 수정형이 권총 총알 다쓰며 자폭. 죽이긴 함.
경찰들이 진치고 있는 곳에서 체육관 멤버들과 만나나 헤어짐
어찌어찌 안전지역으로 가는데,
인천 해안선 너머 한 섬에 좀비바이러스 퍼뜨린 주모자 그룹이 있다고 하는 걸 들음
용병들이 보너스를 위해 그 섬을 따로 치려고 하고, 진환 등 몇몇 멤버 합류
가보니 인체개조된 놈들 등 괴물들이 산재
작가의 힘으로 아무도 안죽고, 적 리더를 진환이 어찌어찌 잡으며 열폭.
폭풍감동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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