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글 써봅니다.키작고 능력없는 20대 후반남입니다.먼저 제 얘기를 좀 할 게요.
전 조금 많이 보수적이에요.어렸을 때부터 많이 듣던 남녀칠세부동석을 실천해왔습니다. 또래의 여자들에게는 말도 안 걸고 낯도 많이 가립니다.20대 중반까지 연애는 아예 생각도 안 해봤고 여자에 대한 관심도 거의 없었습니다.
사람 만나는 것도 꺼려합니다.그래서 어떤 모임도 잘 나가지 않습니다.모르는 사람을 알아가는 게 불편하고 힘듭니다.말을 많이 하면 힘이 빠지고 괴롭습니다.혼자 있는 게 편하고 혼자라고 외롭다고 느끼지도 않습니다.
어떤 지인은 요즘에 저 같은 사람 처음 봤다고 그럽니다. 특히 인간관계 부분에서요.저는 먼저 다가가지 않습니다.보통의 관계는 자연스레 형성되고 예의를 바탕으로 유지됩니다.상대의 나이가 적든 많든 존댓말이 편하고 어느 정도 친해져도 말을 놓지 않습니다.
이런 제가 처음으로 다가가서 친해지고 싶은 여자가 생겼습니다.아직 그녀의 나이를 정확하게 알지 못합니다.대략 스무살 정도로 예상합니다.
처음 봤을 때, '순수한 아이' 라고 느꼈습니다.호리호리하고 아담하고 귀엽고 밝고 맑은 느낌이요.세상의 때가 묻지 않은 듯, 온실의 화초처럼 늘 사랑받고 자란 것 같은 여자아이였습니다.그때는 아직도 이런 여성이 있구나 하고 스쳐갔습니다.정말 드믈게 볼 수 있는 제 이상형이었지만, 늘 그랬던 것처럼 힘없이 고개를 돌렸습니다.
그녀와는 교회의 같은 부서에서 일하는 터라 가끔 마주칠 기회가 있었습니다.무의식적으로 눈길이 가서 바라보고 있을 때,그녀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그때의 그 모습을 뭐라고 표현하면 좋을지...눈동자에서 빛이 난다고 할까요?눈빛은 별이 빛나는 것처럼 초롱초롱하고그녀의 주변은 뿌옇게 가라앉아서 오직 그녀의 얼굴과 눈동자만 보였습니다.가슴이 뭉클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해서 스쳐가는 동안 눈을 내리깔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마 그때부터였을 겁니다.그녀가 제 마음에 자리잡게 된 것은...그러나 저는 그 마음을 애써 부정하고 감추고 지냈습니다.그 후로 그녀와 제대로된 대화 한마디 나눈 적이 없었고,눈길을 다시 마주치면 부끄러워서 얼른 피했습니다.
안 볼 때도 가끔 생각나고 또 보면 기분이 좋았지만 그렇게 끝날 줄 알았습니다.언감생심, 넘보기에는 너무 과분한 그녀니까요.
그러다가 어느 날,정말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우연히 그녀를 만났습니다.지나가고 있는데 그녀가 인사를 하며 붙잡았습니다.그때 제 표정이 어땠는지는 그녀만 알 겁니다.아마 반가움이 물씬 풍겨오는 얼굴이었겠죠.그녀는 일단 반가워서 붙잡기는 했지만 곧 어색해져서 어쩔 줄을 몰라했습니다.얼굴이 붉어지고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 채로 저와 대화를 했습니다.가끔 수줍게 웃어주기도 하고,화장을 안 했다며 얼굴을 가리기도 했습니다.그런 그녀의 수줍은 모습이 제 마음에 기름을 퍼부었습니다.너무 의외의 만남과 또 그녀의 사랑스러운 모습에,이것이 바로 운명적으로 다가온 사랑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 사건이 기폭제가 되어 그녀가 생각이 나면 가슴이 쥐어짜는 듯 답답하고 참기가 힘들었습니다.몇 주 동안 마음을 진정시켜 봤지만,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그녀에게 카톡을 보냈습니다.마침 어울리는 핑계도 있고 해서 질문을 조금 주고 받고 그렇게 끝냈습니다.하고 나서 많이 후회했습니다.부담스러울 까봐 걱정이 되었고 싫어할까봐 두려웠습니다.여기서 접어야지 하고 다짐도 해보고 노력도 해봤습니다.
그리고 한 달 쯤 후,그녀를 못 본 지 한 달이 넘었을 무렵,마음이 이렇게 정리가 되더군요.그녀가 나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그것은 그녀의 문제이고,내가 호감을 표하는 것은 내 문제다, 라고요.또, 그녀가 거절할까봐 걱정인 것은 그녀를 소유하고 싶은 제 욕심과 자존심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이미 남자 친구가 있거나 저를 거절하지만 않는다면,호감을 보이는 것이 부끄러울 것도 거리낄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또 카톡을 보냈습니다.부담스럽지는 않게 질문 거리와 함께 간접적으로, 은근히, 보고싶다는 뉘앙스로 썼습니다.
그리고 그제쯤 교회의 모임에서 다시 그녀를 만났습니다.바뀐 마음 때문일까요?저는 약간 더 용기를 내어 그녀를 자주 바라보았습니다.딱 한 번 눈이 마주쳤는데,그때 그녀는 얼른 눈을 피하면서 수줍게 웃어주었습니다.그 모습이 또한 사랑스러웠습니다.아직 확신이 들지는 않지만 그녀도 제가 마음에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후로는 도저히 마음을 감출 수가 없네요.그날 돌아갈 때도 카톡으로 인사하고,어제도 자기 전에 잘 자라고 카톡을 보냈습니다.
이런 게 첫사랑인가요?점점 커져가는 감당 못할 이런 감정이 신기하고 이상하네요.
그리고 또 아무것도 몰라서 두렵습니다.여성과는 어떻게 이야기하는 지도 모르고아직 잘 알지도 못하고함께 무엇을 해야할지도 모르고어떻게 다가가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시작한 톡인데글을 보면 볼수록 더 모르겠네요.아마 사랑에는 정답이 없는 모양입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쳤던 사람의 심정이 조금 이해가 갑니다.부끄러워서 이런 이야기는 가족에게도 얘기 못하고 전전긍긍 앓고 있습니다.
마음이 답답하고 번민하여 아무도 모르는 여기에 마음을 글로 던져놓으니 조금 편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