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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모르는게 많아요. 너무나도.

왕보리 |2012.06.16 08:59
조회 4,168 |추천 11

출처 : http://web.humoruniv.com/main.html
< 웃대 : 무조건해라 님 >

 

-모르는게 많아요. 너무나도.-

 

 

 

 


엄마는 대단한 사람이었다.

여자로서는 제약이 많았던 과학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엄마.

난 그러한 엄마를 항상 존경했었다.

“딸아. 여자라서 못하는 게 아니라 게으른 사람이기에 못하는 거란다.”

언젠가 엄마가 내게 해준 말이다.

그 말에 나는 용기를 얻어 엄마를 도와 수많은 연구를 하였다.

때때로 내가 발견한 현상에 엄마는 기뻐하며 칭찬해 주셨다.

그럴 때마다 나는 보람을 느끼며 행복했다.

어리석게도 그 행복이 영원할 것이라고 믿었었다.

“저기 이제, 그만 가봐야 할 시간입니다.”

기사 아저씨의 말에 나는 상념에서 벗어났다.

내가 그리도 좋아했고 선망했던 엄마가 묻혀 있는 이곳.

오늘은 엄마의 기일이었다.

“네, 아저씨. 그만 가요.”

“어디로 갈까요?”

“저의 연구실로 가주세요.”

 

 

잠시 후 연구실에 도착한 나.

오랫동안 있어온 아늑한 장소였지만 역시나 날이 날인지라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다.

“엄...마...”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난 차고 있던 목걸이를 만지작거렸다.

엄마가 남기고 간 유일한 유물.

작고 동그란 돌이 박힌 아름다운 목걸이였다.

엄마가 남겨준 것인 만큼 그 무엇보다도 소중했다.

“뭐야 언니? 또 우는 거야?”

“으응? 아니야. 울긴 무슨.”

나보다 7살 어린 여동생.

오늘이 기일인줄 뻔히 알면서도 오지 않았다.

여동생은 엄마의 업적을 싫어했으며 자신만의 길을 선택했다.

그 애는 내가 연구를 하는 것조차 싫어했다.

“제발 좀 잊어. 엄마 죽은지가 벌써 몇 년째인데. 그리고 이 연구실. 좀 없애면 안 돼? 난

연구라면 치가 떨린단 말이야.”

“뭐?”

“왜? 내가 틀린 말 했어?”

“다시 한 번 말해봐. 뭐라고?”

난 그만 큰소리를 내버리고 말았다.

어차피 이런 말싸움을 해봤자 의만 상할 뿐인데.

그걸 알지만 내 감정을 조절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엄마가 평생을 몸바쳐온 연구를 모욕하는 건 아무리 동생이라도 용서할 수 없었다.

“지긋지긋하다고!!! 됐어?!! 난 이딴 연구실 따윈...”

짜악.

동생의 뺨을 때렸다.

빨갛게 물든 뺨을 어루만지며 나를 째려보는 동생.

이렇게 될 줄 알았음에도 나는 멈추지 않았다.

싸한 느낌의 공기가 우리를 에워쌌다.

이런 분위기 따윈...정말 지겹다...

“언니는 항상 그랬어. 세상 사람들이 알아주면 뭐해? 그 연구가 엄마를 죽였는데. 도대체

그까짓 연구가 무슨 소용이 있냐고!!! 죽으면 아무 소용없잖아!!!”

“엄마가 왜 연구 때문에 죽은 건데? 너 말이 되는 소리를 해!!!”

“흐흑...아니야. 분명해. 연구가 엄마를 죽인 거라고!!! 그러니 언니도 이쯤에서 그만둬. 응?

언니까지 잃고 싶지는 않단 말이야. 으흐흑...”

아까와는 다른 종류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빨간 자신의 볼을 어루만지며 눈물을 흘리는 동생.

이제 이 아이가 의지할 사람은 나밖에 없는데...

그걸 알면서도 이런 식으로 말한 내가 후회스러웠다.

이 아이를 때린 내가 부끄러웠다.

“걱정 마. 언니는 안 죽어. 그러니 걱정할 필요 없어. 엄마가 지켜주실 거야.”

“언니...흐흑...”

난 힘껏 동생을 안아주었다.

말없이 눈물을 흘리는 우리.

그렇게 서로를 위로했다.

 

 

그로부터 몇 달 후.

연구실에서 연구를 하던 나는 갑작스런 통증을 느꼈다.

흉골 쪽에서부터 밀려오는 아픔은 10분간 지속되었다.

아픔이 가시고 나자 난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연구에 몰입했다.

보통 이정도의 아픔은 오랫동안 연구를 하다보면 흔했으니까.

근데 날이 갈수록 그 아픔은 커졌으며 지속시간도 길어졌다.

동생은 내게 병원을 가보라고 했지만 그 당시 나는 연구 중이라 병원에 갈 시간이 없었다.

그러다 나는 끝내 쓰러지고 말았다.

일어나보니 병원이었는데, 의사가 근심어린 표정으로 날 쳐다보고 있었다.

“선생님? 여기는 병원인가요? 제가 왜 여기에 있는 거죠?”

“휴우...상태가 좀 안 좋습니다.”

“네?”

사실 예상을 못한 것은 아니었다.

이정도로 아픈 상태라면 상당히 큰 병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의사의 입으로 듣는 게 무서웠다.

난 굉장히 떨고 있었다.

“상태가 어떤데 그런 거죠?”

제발 백혈병만은 아니라고 해줘.

제발...

“그게 말입니다. 음...”

“설마 백혈병은 아니겠죠? 그렇죠?”

“네?”

“엄마는 연구를 하시다가 백혈병으로 돌아가셨어요. 저도 그런 상태가 아닌가 해서요.”

“백혈병은 아닙니다.”

“그럼 뭐죠?”

약간의 뜸을 들이는 의사를 보니 더욱 불안해졌다.

“암입니다. 악성으로 보이는 암이에요.”

악성 종양? 암?

믿겨지지가 않았다.

백혈병만 아니길 바랐던 내 바램은 산산조각 났다.

“암이라고요? 네? 그럼 저 죽는 건가요?”

“일단은 모든 연구를 멈추시고 요양을 하세요.”

“연구가 문제인건가요? 엄마처럼?”

“그렇게 볼 수밖에 없습니다. 평소의 식습관이나 생활력으로는 암을 유추하기 힘든

상황인지라. 우선 안정을 취하세요. 나중에 다시 오겠습니다.”

의사는 그 말만을 남기고는 방에서 나가버렸다.

난 굉장히 큰 실의에 빠졌다.

내가 암이라니.

크나큰 충격에 정신이 멍한 상태가 되어버렸다.

 

 

며칠 후 여동생이 찾아왔다.

여동생은 나를 보자마자 울기 시작했다.

“뭐야 언니. 도대체 왜...”

“울지마. 언니는 절대 죽지 않을 테니까.”

“다 들었어. 악성 암일 확률이 높다고. 그래서 내가 진작 연구 때려치우랬잖아!!!”

“연구 때문에 그렇다는 보장도 없잖아.”

“그래서 지금 연구를 계속 하겠다는 말이야? 응?”

눈가에 눈물이 맺힌 여동생을 보자 마음이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난 아픈 마음을 달래며 연구를 접기로 마음먹었다.

“알았어. 이제 연구는 하지 않을게.”

“흐흑. 언니 약속했어. 꼭 살겠다고. 연구 안하겠다고. 약속어기면. 언니 미워할 거야.”

“휴우. 그래. 알았어.”

엄마.

정말 미안해요.

엄마의 뒤를 잇지 못해서.

제 마음대로 아파서.

이 병이 꼭 엄마의 연구 때문에 생긴 것처럼 말해서.

그 모든 이유로 굉장히 미안해요.

그러나 잠시만 쉴게요.

이 병이 나을 때까지만.

용서해주실 거죠 엄마?

난 다시 한 번 엄마의 목걸이를 꼬옥 움켜쥐었다.

 

 

“네? 뭐라고요?”

입원한지 몇 달이 지난 지금, 의사는 내게 충격적인 말을 했다.

“병이 더욱 악화됐습니다. 지난번 수술은 소용이 없었어요. 이젠 말기에 들어갔습니다.”

“그게 말이 돼요? 말이 되냐고요!!!”

“정말 죄송합니다. 이제 그만 정리를 하셔야...”

“이 사기꾼 의사. 아악!!! 거짓말 하는 거지 지금? 그렇지? 난 죽을 수 없어. 죽을 수 없다고!!!”

하루 종일 울부짖으며 소리쳤다.

그렇게 울어대며 힘을 모두 뺀 나는 엎드린 채 흐느꼈다.

엄마, 저는 도대체 뭘 한거죠?

어떤 잘못을 한거죠?

동생을 위해서라도 꼭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을 뿐인데 그게 뭐가 잘못된 건가요?

엄마에게 미안해하며 연구도 접었는데 말이에요.

뭐라고 말 좀 해주세요, 엄마.

네?

저에게 제발...

용기를 달라고요.

흐흐...흑...

 

 

의사의 말이 맞기라도 하듯 나는 그때부터 초췌해지기 시작했다.

상처가 조금이라도 나면 곪기 일쑤였고 음식을 제대로 먹을 수 없었다.

온몸이 나른하고 아팠다.

그냥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할 정도로.

그래서 난 퇴원을 결심했다.

집에 그 누구도 들이지 않았으며 나 혼자만 있었다.

때때로 동생이 열어달라고 울며불며 소리쳤으나 그 애를 만날 용기가 내겐 없었다.

이제 남은 일은 엄마를 만나러 가는 일뿐.

내가 정말 엄마의 연구로 인해 죽는 거라 해도 난 후회하지 않는다.

후회하지 않을만한 일들을 했고 그렇게 살았으니까.

하지만 왜 이렇게 눈물이 나고 슬픈지 모르겠다.

점점 쇠약해지는 나를 보며 마지막을 기다렸다.

엄마의 목걸이.

내게 남은 마지막 하나.

아프고 두려웠지만 내게 힘을 주었다.

난 천천히...

아주 서서히...

그렇게 죽어갔다.

 

 

 


-퀴리 부인. 그녀는 라듐을 발견한 여성과학자.

그 당시 발견된 라듐은 생소한 물질이었다.

그렇기에 그 누구도 그것의 위험성을 모르고 있었다.

그것을 연구하던 이들은 자랑인 마냥 라듐을 주머니속이나 지갑 속에 넣고 다녔으며

퀴리 부인 또한 마찬가지였다.

방사선 덩어리인 라듐은 갖가지 세포 변형을 일으키며 병을 일으킨다.

퀴리 부인 그녀는 그로 인해 백혈병에 걸려 죽었으며,

그녀의 딸 이렌은 암에 걸려 죽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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