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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오빠가 달라졌어요.

모니카 |2012.07.07 13:28
조회 401 |추천 16

 

안녕하세요, 저는 21살 꽃다운 나이의 훈녀입니다.

한심한 우리 오라버니가 달라져서 자랑 좀 하려구요.

여자친구 하나 못 사귈 것 같은 우리 오라버니가
이렇게 변해서 여자친구까지 사귀다니 놀랍습니다.


(과거 일이지만 편의상 현재형으로 씁니다.)

우리 오라버니는 매일 컴퓨터 게임만 하고 밖엔 잘 나가지도 않는 사람이에요.

학교 수업도 빠지고 게임만 할 때도 부지기수구요.

학교 안 가고 컴퓨터 하고 있거나

전날 게임하다가 밤 새서 자고 있는 걸

보다못한 엄마가 잔소리하면 학교에 안 가고 피씨방에 가고.

이걸 피씨방 알바하는 친구한테 들었어요.

하루종일 피씨방에 있었대요.

으으, 정말 창피해서..

이러니 당연히 성적은 안 나오고요.

항상 학점이 안 나와서 방학 때 수업을 들으러 가요.

어차피 듣게 될 거 평소에 잘 들으러 갔으면 얼마나 좋아요.

학교도 대학 정시 원서 쓸 때 홍보차 전화온 걸 받고

그 학교를 그대로 등록하는 사람이 어디에 있습니까?

자기 인생이 달린 문제인데 말이에요.

그리고 청소기 돌리고 설거지 하는 걸 한 번도 번 적 없었죠.

언제 한 번 청소하자고 부르러 갔더니 이상한 동영상이나 보고 있고.

평소 같았으면 네가 하라고 화면서 화 냈을 텐데

저한테 그런 거 보는 거 걸리니까 아무 말도 못하더라구요.

정말 우리 오빠랑 결혼하는 여자는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누가 우리 오빠같은 사람이랑 결혼은커녕 사귀지도 않을 것 같지만요.

우리 오빠 같은 사람 만날까봐 걱정되더라구요.

옷도 맨날 이상한 것만 입었어요.

딱 봐도 여자친구 못 사귈 것 같은 스타일로..

평균 정도로만 입고 다녀도 이런 말 안 하는데.

헤어스타일도 이상해요.

90년대 헤어 스타일이에요.

동네 창피해서 우리 오빠라고 말하기가 싫을 정도예요.

누가 봐도 '찌질남'이라고 쓰여져 있는 오빠예요.

옷이라도 제발 제대로 입자고 같이 쇼핑 가자고 하면 안 간다고 하구요,

안 가면 인터넷으로라도 보자고 해도 게임해야 된다고 하고.

옷이나 신발을 아주 가끔, 사 와도 비싼데 이상한 것만 사와요.

제가 무조건 비싸다고 해서 예쁜 게 아니라고 누누히 얘기해도 소용 없어요.

인터넷 보면 비싸고 안 예뻐서 저걸 누가 살까 싶은 것만 사 오고.

담배도 집 안에서 피워요.

부모님 계실 땐 방에서 피우고

부모님에 집에 안 계실 때는 거실에서 피우는데

피우지 말라구 해도 소용 없어요.

정말 제가 생각해도 우리 오빠는 구제불능이에요.

 


그랬던 오빠가 언제부턴가 담배를 나가서 피우고 오는 거예요.

제가 담배를 밖으로 나가서 피우고

배란다에서도 윗집에 연기 올라가니까 피우지 말라고 했는데

그것도 듣기 시작하는 거예요.

그리고 거실에서 티비를 보고 있는데

(저만 보면 항상 화를 내던 오빠였거든요.)

헌데 부드러워져 있는 거예요.

저한테 밥 안 먹었으면 식사나 하자고 먼저 밥을 차리더라구요.

(집안일도 평소에 안 해서 밥 차리는 건 상상도 못할 일인데.)

뭔가 바라는 바가 있는 건 아닌가 하고 생각했는데

며칠이 지나도 뭔가 부탁하는 말을 하지 않구 계속 잘해줬어요.

그리고 놀라운 건 오빠가 책을 주문해서 책을 읽는 거예요.

책이랑은 담을 쌓던 오빠가.

컴퓨터를 하면 무슨 강의를 듣고 있는 거예요.

주말엔 강의를 들으러 가고.

집안 청소를 하고 설거지도 하기 시작했어요.

또 개강하기 전에 오빠가 저보고 미용실 잘하는 데 아냐고 물어봐요.

그래서 알려주면서 오빠한테 쇼핑 같이 가지 않을 거냐고 물어보니까

같이 가자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오빠 옷도 같이 사고 헤어스타일도 바꾸고.

이러니까 사람이 달라지더라구요.

개강하고는 수업을 들으러 나가요.

하루종일 게임도 안 하구요.

집에 오면 공부하고.

컴퓨터 하고 있을 때 뭐하나 보면 어떤 사이트에 항상 접속을 하고 있어요.

 

 

"오빠, 요새 게임 안 해?"

"하지."

"그래도 하루종일 게임만 하고 있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웬일이야?"

"요새 최면을 배우고 있거든. 나중에 너한테도 해 줄게."

"최면 같은 게 효과가 있는 거야?"

"너도 받아보면 알게 될 거야."

"음.. 뭐, 그건 그렇고 지금 들어가 있는 사이트는 뭐하는 데야?"

"응, 성숙한 삶이라고 어떤 분야에 일가견이 있고 양식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지식을 풀어놓는 곳이야.

그 분야는 최면, 심리학, 외국어, 마술 등 다양해.

네가 관심 있어하는 화장과 연애도 다루고 있어."

 

양식있는... 오빠가 저런 고상한 어휘를 사용하다니..

정말 적응이 안 되네..

맨날 저급한 어휘만 쓰던 오빠였는데 말이죠.

"솔직히 말하면, 난 오빠가 달라진 이유가 궁금해.

오빠 원래 책도 안 읽고 안 하고 게임만 했잖아."

이건 마치 흥성대원군이 왕실의 권력다툼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난행을 일삼다 자신의 아들인 고종을 왕으로 옹립한 후의 변모와 똑같지 않습니까?

그럼 오빠의 찌질함도 다 의도적이었던 것일까요? ㅋㅋㅋㅋ

"내가 그랬나? 네가 보기에 내가 그렇게 많이 바뀐 것 같아?"

"응, 무척."

"내가 어떤 면에서 바뀐 것 같은데?"

"오빤 정말 모르겠어?

방금 말했 듯 학교 잘 가는 게 놀랍고,

담배도 요샌 안에서 안 피우잖아.

내가 그렇게 패션에 신경쓰라고 했을 때도 내 말 다 무시하더니,

여자친구라도 생긴 거야?"

오빠는 잠시 생각에 잠긴 표정을 짓다가 얘기합니다.

"내가 실은 성숙한 삶에서 ㅇㅇ님이라고,

그 분 그을 읽고 그 분 글을 읽고 내가 이래선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거든.

데일 카네기 책에서 이런 말이 있지.

'내가 만약 그 사람이었다면..

이런 상황에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생각해라.'라고

그걸 인용해 내가 사는 삶의 방식을 바꾸었을 뿐이야.

'내가 ㅇㅇ님이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생각해서."

오빠가 책을 읽더니 책을 인용해서 얘기하기도 하는군요.

이런 말을 하는 걸 들어본 게 처음입니다.

"ㅇㅇ님이 누군데?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야?"

"직접 뵙지는 않아서 잘 모르지만 백과사전 같은 분이야."
여러 분야의 강의를 하시는데
폭 넓고 깊은 지식과 지혜를 가지신 분이라 존경하고 있어.
특히 쓰신 글들을 보고 감화되었거든."

 

"오빠를 변화시킨 것만으로도 대단한 분이다.

그 분한테 감사 인사라도 해야 되겠는 걸."

"너, 그런 얘기 ㅇㅇ님한테 하면 다친다."

"싫어, 할 건데?"

이러면서 제 방으로 와서 컴을 켜고 성숙한 삶이라는 곳에 들어가 봤습니다.

글들을 훑어 보니 일단 이상한 사이트는 아닌 것 같구..

컨텐츠가 많았습니다.

오빠 말대로 여러 분야를 다루는 것 같았습니다.

최면이나 심리학 같은 거 다루고.

그 중 저는 제가 관심있는 연애 부분을 봤는데

남자분들 들어가면 괜찮을 것 같더군요.

남자분들 연애하는 방법의 원리와 실례가 잘 설명되어 있었으니까요.

재밌는 글도 많고 정보가 필터링된 느낌이 들더라구요.

결론적으로 바뀐 오빠를 보면

그야말로 성숙한 삶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 뒤로 오빠가 여자친구까지 생겼어요.

같은 과는 아닌데 같은 교실에서 수업 듣다가 만났다고 했습니다.

(이제 이런 얘길 할 정도로 친해졌습니다.)

요새 평일에는 학교 가고 주말에는 여친 만나느라 집에서 보기도 힘드네요.

이제 옷도 여친이 골라준다고 해요.

쇼핑도 하다 보니 늘어서 고르는 안목도 생기긴 했지만 말이에요.

제게 조언 같은 것도 해 준답니다.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변할 수도 있나, 엄마도 되게 좋아하시구요.

아빠도 오빠한테 용돈을 주시더라구요.

저번에 우리 오빠가 학교 안 가고 피씨방에 있었다고 얘기했던 그 친구한테

오빠가 장학금 탔다고 담담하게 얘기했답니다!ㅋㅋ

그 친구가 오빠 저번에 봤는데 멋있어졌대요.

이제 우리 오빠라고 하기 싫은 게 아니라

우리 오빠라고 자랑하고 싶은 그런 오빠가 되었습니다.

오빠가 점점 진중해 지고 도량도 넓어지고 부드러워지고

생각도 반듯해지고..

지붕뚫고 하이킥에 나오는 지훈 의사 선생님(최다니엘씨가 연기하는)처럼

대인배가 된 것 같아요.

소설에서나 나올 것 같은 사람이 우리 오빠가 되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에요.

이제 저는 오빠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어졌어요.

근데 그런 사람들은 여친이 있더라구요.

이 참담한 현실을 통탄하며 이 글을 마무리 짓습니다.

 

추천수16
반대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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